[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새로운 스타일의 사회공헌 호텔, TRUNK HOTEL

2017.07.10 10:45:46




하우스 웨딩으로 일본 웨딩 업계의 판도를 바꾼 T&G그룹이 호텔업에 진출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G그룹은 호텔을 이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넓은 테라스에서 바베큐가 가능한 객실 등 독특한 형태의 객실을 선보이는 등 이색적인 콘셉트를 이끌어냈다. 오픈한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호텔, ‘트렁크 호텔(TRUNK HOTEL)’을 소개한다.



호텔업에 뛰어든 웨딩 업계의 풍운아
일본에서는 호텔 시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외식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업종들이 호텔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웨딩 프로듀스 사업계의 대기업인 ‘테이크 앤 기브 니즈(Take and GiveNeeds)’(이하 T&G) 그룹이 계열사로 TRUNK를 설립하고 호텔사업에 진출해 이슈가 되고 있다. T&G는 연간 약 1만 8000건 이상의 결혼식을 프로듀스하고 있으며, 예식 전체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일본의 톱으로 꼽히는 웨딩업체다. 초창기부터 단독주택을 전세
로 내어 유럽풍의 게스트 하우스 웨딩의 붐을 일으킨 T&G는 회사 설립 이후 3년 만에 주식을 상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T&G가 선보이는 ‘TRUNK HOTEL(이하 트렁크 호텔)’은 또 어떤 차별화로 고객들을 유혹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최초의 소셜라이징(Socializing)호텔
트렁크 호텔은 숙박을 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사회공헌을 체험할 수 있는 일본 최초의 ‘소셜라이징 호텔’이다. 호텔에서 보는 것, 만지는 것, 먹는 것, 모든 것이 사회공헌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우선 트렁크 호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로비 라운지의 경우, 낮에는 와이파이가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며 일하는 비즈니스맨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밤에는 인근 주민과 예술가들이 모이는 장소로 디자인됐다.
뿐만 아니라 로비 라운지의 테이블이나 벽 등은 폐자재를 이용해 소셜라이징 호텔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리고 더 세세히 살펴보면, 호텔에서 사용하는 찻잔은 전국에서 회수한 그릇을 분쇄해 세라믹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룸의 슬리퍼는 샌들 공장에서 나온 고무를 재활용해 만들었고, 비치된 보석 상자는 시부야를 기점으로 활약하는 디자이너와 시부야구의 장애인 복지 작업소의 사람들이 협력해 그동안 버려져 있던 B급 가죽으로 제작한 컬래버레이션 아이템이다. 로비에 장식돼 있는 예술작품의 일부는 장애를 가진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또한 투숙객이 이용하는 자전거는 노상에서 방치된 자전거의 부품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방치 자전거는 시부야 구가 안고 있는 과제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이런 콘셉트를 도입한 호텔은 있었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게다가 전면적으로 하나의 콘셉트로 내건 호텔은 없었다. 그래서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최초의 ‘소셜라이징 호텔’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호텔이 만들어진 것일까? 콘셉트의 발단은 2008년의 미국 금융위기를 초래한 리먼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먼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풍요’의 개념이 크게 바뀌면서 명품을 가지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고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재난지역을 응원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으며, 86%의 사람들이 ‘사회 공헌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6%정도 밖에 실행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을 정도로 실제로 사회공헌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트렁크 호텔은 이처럼 사회공헌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공헌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독특하고 다양한 객실
트렁크 호텔은 2017년 5월 13일 시부야(渋谷)에 오픈했다. 시부야역에서 도보 7분, 메이지진구마에(明治神宮前)역, 하라주쿠(原宿)역에서 도보 6분, 오모테산도(表参道)역에서 도보 10분의 거리에 있어 위치 선점은 우선 합격점이다. 규모는 지상 4층, 지하 1층, 객실 총 15개이며, 전체 숙박 수용인원은 60~70명으로 소규모다.
이 호텔의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객실의 독특함과 다양함이다. 스위트룸인데 호스텔같이 이층 침대 스타일의 로프트가 있고, 고급 주택처럼 주방과 다이닝룸이 비치된 객실이 있다. 특히 트렁크 호텔의 특징은 해방감 있는 넓은 베란다를 가진 방이 많다는 점이다. 호텔의 경우 베란다가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대부분이지만, 이 호텔은 4층의 저층임에도 이것을 살린 것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객실은 6명까지 투숙할 수 있는 ‘리빙 스위트’(방 55㎡+로프트 10㎡/11만 7331엔~)부터 14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테라스 스위트’(방 140㎡ + 테라스 70㎡/68만 9472엔~)까지 7종류가 있다. 테라스에는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그릴과 큰 식탁이 있고, 본격적인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요리사를 초청하는 파티도 가능하다.
최근 몇 년 간 ‘개성있는 객실’을 선보이는 호텔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급증하는 호스텔의 경우 다양성이 눈에 띈다. 하지만, 국내외 럭셔리 호텔의 디자인은 개성 있어 보이나 전체적인 객실의 구성 등은 변함없이 획일적인 경향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해외여행 붐이 일어난 것이 40년 전이고, 지금은 대부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가고 싶은 나라를 돌아다니는 형태로 여행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 호텔이 거기에 맞춰 다양화되고 있는데, 일본은 그 흐름에서 벗어나 있었다. 실제로, 트렁크 호텔을 기획안 노지리(野尻) 사장은 해외 부유층의 친구들이 “도쿄는 재미있는 도시지만, 묵고 싶은 생각이 드는 호텔이 한 채도 없다.”고 한탄하는 것을 듣고 재미있는 호텔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노지리 사장이 생각하는 일본 호텔의 큰 문제점은 ADR(평균 객실단가)이 싸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호텔은 돈을 벌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어 업계 전체가 설비투자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1998년에 T&G가 웨딩업계에 진입하기 전에도 업계는 비슷한 경직 상태였다. 그러나 T&G가 하우스웨딩의 붐을 일으키면서 당시 평균 200만 엔 전후였던 결혼식 비용은 현재 380만 엔까지 상승했다. 그 결과, 임금도 평균 1.5배로 올랐고 그러다보니 우수하고 의욕적인 인재가 많이 모여 업계 전체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저출산에 의해 웨딩업계는 성장의 한계가 보이고 있지만, 호텔업계는 T&G 창업 당시와 비슷한 활력이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트렁크 호텔의 객실 수가 적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시부야구의 러브호텔 건축규제 조례 때문이다. 시부야구에서는 ‘욕실을 갖춘 18㎡ 이하의 1인용 바닥 면적의 합계가 전 객실 바닥면적의 합계의 3분의 1 이상’이라는 항목을 충족되지 않은 호텔을 러브호텔로 간주한다. 이 항목 때문에 싱글룸 만의 비즈니스호텔을 포기하거나, 객실을 줄이거나 하는 두 가지 선택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싱글침대는 일반 호텔보다 큰 사이즈를 채용했고, 스탠다드룸도 방의 넓이를 여유롭게 해서, 하나하나의 방에 변화를 줬다. 객실을 적게 함으로써 모든 방에 다른 장치를 만들고, 다양성이 있는 객실 만들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호텔에 일하는 인재의 고용에 있어서도 비자취득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외국인의 고용을 늘리거나 실버층 참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고용 면에서의 다양성도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트렁크 호텔은 ‘환경’, ‘로컬 퍼스트(Local First)’, ‘다양성’, ‘건강’, ‘문화’라는 5가지 키워드에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최근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기부나 자원봉사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트렁크 호텔의 경우 숙박뿐만 아니라 라운지나 레스토랑 등의 공간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사회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고 사회공헌 또한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회문제를 의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사회 공헌을 실천하는 장이 되는 곳, 그러면서 세련된 감각도 버무려져있는 곳이라면 당분간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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