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비즈니스 호텔을 찾는 경우가 많다. 호텔 근처의 맛집이나 관광지를 돌아다니기 바쁘기에 호텔 내 부대시설을 이용할 시간도 별로 없는데다, 편리한 교통과 적당한 가격선의 숙박시설을 찾다보면 선택지에 남는 것은 싫으나 좋으나 비즈니스 호텔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호시노 리조트는 이러한 관광객을 타깃으로 새로운 브랜드 ‘OMO’를 론칭했다. ‘OMO’는 도시의 여행객들이 비즈니스 호텔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장점을 취하면서, 맛집이나 주요 스폿을 찾아 헤매는 고객들을 위해 출동하는 ‘OMO레인저’같은 서비스를 더해 도심 관광호텔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관광객이지만 비즈니스 호텔에 머문다?
호시노 리조트가 또한번 관광업과 숙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고가의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호시노 리조트 그룹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콘셉트의 호텔을 새로 오픈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호시노 리조트의 ‘OMO(오모)’시리즈. OMO는 도시 관광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호시노 리조트가 새롭게 개발한 도시 관광호텔 브랜드를 뜻한다. 2018년 4월 홋카이도에 ‘OMO7 아사히카와(旭川)’를 처음 선보인 후 같은 해 5월 OMO5 도쿄 오오츠카(東京大塚)’를 연달아 오픈했다.
그렇다면 호시노 리조트는 왜 OMO 브랜드를 개발하게 된 것일까? 때는 2005년 호시노 리조트가 나가노현 마츠모토시의 온천 료칸의 재생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료칸의 재생을 위해 지역관광 현황을 조사해보니, 온천 숙박 시설의 이용자 수는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의 관광객 수는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를 비롯한 재생 프로젝트 담당자는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온천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어디를 방문하고 어디에 숙박하는지 살펴봤다. 그러자 관광객의 대다수가 지역의 명소를 관광하고 숙박은 온천 숙박 시설이 아닌 비즈니스 호텔에서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이들은 왜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온천이 아닌 비즈니스 호텔을 이용하는지 다시 그 이유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에 응답한 관광객들의 의견을 정리해보니, 비즈니스 호텔은 가격이 저렴하고, 위치가 역이나 상점가와 가까워서 편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행을 왔으면 온천에 묵어야지 제대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날 텐데’라는 일본식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바로 여기서 호시노 대표는 관광목적이지만 비즈니스 호텔에 묵는 고객의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것이 앞으로 호시노 리조트가 주목해야하는 중요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호시노 대표가 새로운 호텔 브랜드의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을 즈음, 도쿄 올림픽이 유치되고 인바운드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특히 합리적인 가격대의 호텔 숙박시설 공급부족이 문제로 대두됐고, 호시노 대표는 이 시기가 본인이 주목하고 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고민 끝에 만들어 낸 것이 OMO 브랜드다. OMO 브랜드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호텔을 찾는 이용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호텔과는 차별화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들은 비즈니스 목적의 고객을 배제하고, 관광객만을 대상으로한 공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심형 관광호텔을 만들게 된다. 호시노 리조트는 기존의 비즈니스 호텔들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만들어 둔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유지하면서,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더욱 강화해 차별화된 호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OMO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호시노리조트가 야심차게 선보인 OMO 브랜드는 기존의 호시노 리조트의 브랜드와 무엇이 다를까? OMO5 도쿄 오오츠카의 예를 통해서 그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기존의 호시노 리조트의 모든 서비스는 고객이 시설로 들어선 순간부터 한 명의 직원이 방과 시설의 안내를 비롯해 전반적인 서비스를 책임지는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OMO는 자동 체크인 기계를 도입해 모든 투숙객이 스스로 체크인을 하는 시스템이다. 대신 도움이 필요하면 사복을 입고 파란색 가방을 두르고 돌아다니는 직원들을 불러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칫솔과 수건, 샴푸, 린스, 바디샴푸, 면도기 등의 어메니티가 준비돼 있지만, 호시노 리조트 특유의 룸웨어는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다. 룸 웨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OMO T 셔츠’를 200엔에 대여하고 있다. 이 실내복 대여는 호시노 리조트의 기존 브랜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서비스 형태였으므로, 호시노 리조트를 이용한 적이 있는 숙박객으로부터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OMO 브랜드 자체가 고객에게 필요한 것만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도심 관광호텔이라는 취지에 따라 필요한 사람에게만 대여하는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셋째, OMO5 도쿄 오오츠카는 서비스를 최대한 단순화해, 전체 125개 객실을 19명의 직원으로 운영하는 효율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숙박비를 기존 브랜드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게 억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호시노 리조트의 기존 브랜드 및 다른 비즈니스 호텔들과는 전혀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인 ‘OMO레인저’다. OMO레인저는 오오츠카역 주변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이드북에 실려 있지 않은 매력적인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쇼핑 장소를 안내해 주는 직원들을 말한다. 호텔 전직원이 교대로 안내역할을 맡아 이자카야 투어, 맛집 투어, 심야 투어 등 5가지 콘셉트별로 코스를 안내한다.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은 5가지 중 하나의 콘셉트에 맞는 그린, 레드, 옐로우, 블루, 퍼플 중 하나의 컬러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 마치 ‘파워레인저’나 ‘독수리5형제’ 같은 캐릭터처럼 고객들을 이끌며 여행의 텐션을 끌어올려 준다.
OMO레인저, 출동!
사실 ‘OMO레인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OMO 브랜드 프로젝트팀의 직원들은 모두 오오츠카 지역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게를 직접 하나하나 방문하고, 도서관에서 오오츠카 지역의 역사를 조사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면서 숙박객에게 소개할 곳을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지역 상인들과 오오츠카 지역의 활성화라는 목적을 공유하게 됐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도 형성됐다.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모두 오오츠카 지역 100곳 이상의 술집, 식당 그리고 볼거리의 장소를 방문했다고 하니 가히 지역의 전문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도시 가이드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다. 좋은 호텔의 컨시어지는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겸비하고 있고, 도시 현지 가이드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전에 고객의 취향을 묻고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안내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OMO레인저’ 서비스는 이들과 달리, 숙박하는 고객의 요구는 일절 묻지 않고 오오츠카에 왔다면 이것만은 절대 먹어야 한다면서 직원이 주도적으로 장소로 데려간다. 보다 나은 이해를 위해 실제로 안내했던 케이스를 살펴보자.
직원이 20대 여성들로 이루어진 숙박객 그룹을 담당하게 됐을 때의 일이다. 평소에는 주로 멋진 레스토랑을 이용한다는 그녀들에게 오오츠카에 왔으면 꼭 체험해 보아야 한다면서 평상시라면 절대로 이용하지 않았을 것 같은 ‘어머니(かあちゃんち)’라는 선술집으로 안내했다. 이 선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인아주머니의 괄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주인아주머니는 “이것도 먹어 봐.”라며 요리를 내어 놓았다. 처음에는 주인아주머니의 기에 눌려서 주는 대로 받아 먹던 20대 여성 숙박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가게의 분위기에 녹아, 주인아주머니와 단골손님들과의 대화를 즐기기 시작했다. 나중에 OMO5 도쿄 오오츠카에 남긴 후기에서 이들 숙박객들은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남겼다.
물론 직원들이 ‘OMO레인저’ 서비스로 안내한 곳이 고객의 취향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안내한 직원이 더욱더 고군분투해서 분위기를 살리기도 하지만, 이 서비스의 기본적인 생각은 만족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숙박객에는 오오츠카의 추억으로 기억된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용자의 60% 이상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하고 있지만, 호시노 대표는 설사 만족도가 낮더라도 적어도 3년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 서비스의 진가는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을 하나의 거대한 리조트로 생각한다.
호시노 대표는 OMO 브랜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을까? 그는 종래의 도시의 관광호텔들이 백화점 식으로 숙박, 웨딩, 레스토랑, 연회 및 회의 등의 사업을 똑같이 전개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그 지역의 비즈니스 호텔, 하우스웨딩 업체, 지역의 음식점들과 경쟁하면서 결국 서로 한정된 파이를 두고 싸우게 돼 모두 수익이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도시의 관광호텔이 안고 있는 네거티브 스파이럴(Negative Spiral)에서 벗어나 지역상권을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더 중요한 요소로, 호시노 리조트가 전개하는 호텔은 손님들에게 와달라고 할 만한 이유가 있는 호텔이어야 하는데, OMO 브랜드에 있어서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들과 협력하면서, 지역 전체를 하나의 리조트 공간으로 활용해 손님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이유로 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이 제안하고 추진하고 있는 ‘OMO레인저’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호시노 리조트가 관여하면 죽어가던 료칸이 살아나고, 호텔이 달라진다. 호시노 리조트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 지역은 단순한 하나의 관광지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매력적인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바로 OMO 브랜드도 하드웨어만을 본다면 단순한 비즈니스 호텔로 전락할 수 있지만, 호시노 리조트의 스토리와 콘셉트가 들어가면서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대를 가지고 호시노 리조트의 새로운 브랜드를 찾으며 다시 한 번 느낀다. 호시노 리조트는 역시 다르다고…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