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르네상스를 구가해 오던 일본의 호텔 시장이 단 몇 달 만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필자가 본지에도 소개한 바 있는 전도유망했던 전국적 브랜드가 파산을 신청했고, 잘 나가던 지역 브랜드도 문을 닫았다. 계획대로라면 한창 올림픽 특수를 누리면서 휘파람을 불고 있어야 할 이 시기에 대부분의 호텔들이 인건비와 고정비를 걱정하며 살아남기가 최대의 과제가 된 상황이다. 게다가 호텔의 도산은 호텔 개발에 주력해온 거대 부동산 회사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고, 이와 연계된 산업들의 줄도산을 예고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파산을 신청한 두 호텔의 사례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일본 호텔 산업 팽창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본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돼 가는 가운데 기업의 도산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도쿄 쇼코우 리서치(東京商工リサーチ)’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쇼크로 인한 기업 도산이 2월에는 2건에 불과했지만, 긴급사태 선언이 발효된 이후 외출 자숙 및 임시휴업 조치가 증가하면서 4월에는 총 100건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코로나 쇼크로 인한 기업 도산의 흐름이 더욱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 봤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아 도산한 기업들은 어떤 기업들일까? 바로 숙박업과 요식업 분야의 기업들이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많은 요식업체들의 도산은 인근 상점가만 걸어보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이런 도산의 급증은 현금보유율이 낮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호텔업계에서도 도산이 급증하고 있는 지역이 있는데 바로, 오사카, 교토 등의 관광지에 기반을 둔 칸사이 지역의 호텔들이다. 닛케이(NIKKEI)의 조사에 따르면, 오사카 시내 주요 호텔들의 객실 가동률은 30%를 밑돌아 과거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의 방침에 따라 5월 황금연휴 기간에도 불구하고 예약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자숙하는 분위기에 따르는 호텔들이 증가하면서, 경영난 때문에 영업을 하고 싶은 호텔들도 주변의 눈치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쿄올림픽 특수를 맞아 방일 외국인 수요를 기대해 오픈한 호텔들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서 개점 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WBF 호텔&리조트 그룹과 퍼스트 캐빈의 도산
이처럼 호텔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충격적인 뉴스가 언론매체에 보도됐다. 바로 일본의 호텔 업계에서 주목을 받던 호텔인 ‘퍼스트 캐빈’과 ‘WBF 호텔&리조트 그룹’이 파산 신청을 한 것이다. 두 호텔은 미디어에도 자주 소개돼 도쿄 올림픽을 맞이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밀레니얼 세대 및 여성들이 즐겨 찾는 호텔로 주목을 받아왔으며, 특히 ‘퍼스트 캐빈’은 본지에 필자가 주목할 만한 호텔로 소개한 바 있기도 하다(2017년 5월호). 그렇다면, 어떻게 언론의 주목을 받던 호텔들이 코로나 쇼크 이후 한 순간에 도산하게 된 것일까?

우선 대형 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WBF 호텔&리조트는 2009년 설립된 이후 홋카이도와 칸사이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일본의 인바운드 관광객의 붐으로 인해 작년에는 연매출 48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외 관광객이 줄어들자 그동안 급격하게 호텔 체인을 확대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거액의 금융 부채가 짐이 됐고, 결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상환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돼 도산에 이르렀다. WBF 호텔&리조트의 도산이 충격을 주는 이유는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치열한 호텔 경쟁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WBF 호텔&리조트는 칸사이 가쿠인 대학 스키부 출신의 학생들이 만든 ‘화이트 베어 여행사’로 사업을 시작했다. 여행사로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단체 및 개인여행객을 위한 여행 상품과 숙박을 연계시킨 사업모델로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기적인 경영전략과 낮은 현금보유율, 대출과 투자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온 재무상황으로 인해 칸사이 지역의 호텔시장을 견인하던 WBF 호텔&리조트는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도산에 이르고 만 것이다.

퍼스트 캐빈의 도산은 사실 더 충격적이다. 퍼스트 캐빈은 이름 그대로 비행기의 캐빈에 기반을 둔 공간 디자인으로 구성한 고급 캡슐 호텔이었다. 과거 좁은 캡슐 모양의 박스를 2층으로 쌓아서 만든 전형적인 캡슐 호텔이 아니라, 최첨단의 테크놀로지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구현해 큰 인기를 끌었다. 퍼스트 캐빈은 2006년에 창업한 이후, ‘컴팩트 & 럭셔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숙박 요금은 4000~6000엔 사이로 리즈너블하게 설정하고, 객실과 온천, 코워킹 스페이스 및 커뮤니티 공간을 둠으로써 여성들도 즐겨 찾는 캡슐 호텔을 만들었다. 이때문에 여성 잡지에도 자주 소개됐고, 실제로 퍼스트 캐빈을 찾는 고객의 비중을 보더라도 여성이 40%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처럼 인기를 얻으며 순조롭게 사업을 확대해 나가던 퍼스트 캐빈이 어떻게 코로나 쇼크가 발생한지 불과 3개월만에 도산에 이른 것일까?

퍼스트 캐빈의 도산 원인은 크게 4가지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는 올림픽 특수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호텔 사업에 뛰어 들면서 숙박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미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방일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내국인들도 호텔을 찾지 앉자 퍼스트 캐빈은 3개월 만에 임대료, 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 원인은 시장 확대를 위해 프랜차이즈보다는 직영점을 중시하는 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퍼스트 캐빈은 현금 보유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와 대출을 기반으로 직영점을 오픈하고, 그 직영점의 가동률이 좋으면 다시 투자와 대출을 받아 다른 직영점을 오픈하는 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이러한 형태는 직영점의 수익이 좋으면 문제가 없지만,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고정비 부담을 안게 됐고, 결국 이번 코로나 쇼크로 인해 발목이 잡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퍼스트 캐빈은 현금보유율이 낮은 상태에서 어떻게 대출과 투자금을 계속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일본 정부와 언론들이 연일 호텔 부족을 보도해 왔고,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도쿄올림픽 유치 이후 지속적으로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호텔업계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코로나 쇼크로 인해 빗나갔고, 현금보유율이 낮은 상황에서 대출과 투자에 의존한 퍼스트 캐빈은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자 결국 도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원인으로는 퍼스트 캐빈의 내부 매지니먼트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퍼스트 캐빈의 직영점 수익 외에 또 다른 주요 수입원인 프랜차이즈 사업의 컨설팅 비용과 설비의 판매 이익이 코로나 쇼크 이후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어떤 곳에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 놓이고 만 것이다.

네 번째 원인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방일 외국인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기대하고 있던 국내 숙박객 조차 외출 자숙이 확대되면서 감소했다는 것에 있다. 과거 캡슐 호텔들의 주요 고객층 중의 하나는 막차를 놓친 비즈니스 고객이 많았다. 하지만, 외출 자숙으로 인한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관광객조차 줄면서 퍼스트 캐빈은 외국인 및 내국인 고객 모두를 잃고 말았다.

올림픽 특수 기대 접고, 현금 보유율을 높여야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WBF 호텔&리조트와 퍼스트 캐빈의 도산이 단순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운이 나쁜 결과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호텔들의 도산 원인은 일본 호텔 기업들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 업종 역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를 표출 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본 호텔들은 올림픽이라는 특수에 편승하려는 전략 아래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가면서도 현금 보유율이 낮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이 닥치면 언제든지 맥없이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며, 사업 확대를 중시한 전략을 수정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호텔업계의 도산이 걱정되는 이유는 이들이 바로 부동산 회사들의 추락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을 맞이해 부동산 회사들이 방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 투자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과거에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 개발에 몰두했던 부동산 회사들이 투자금을 호텔 개발에 올인한 것이다. 호텔 건설 붐이 끓고 있던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회사들은 투자 자금을 활용해 호텔 개발에 참여했고, 그렇게 개발한 호텔들을 REIT와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리고 이 수익을 갖고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호텔을 개발했고, 그 호텔들을 REIT와 외부 투자자들에게 또 다시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증대시켜 나갔다. 즉 부동산 회사들은 회수한 자금으로 더 많은 호텔을 개발하는 ‘회전형’사업을 전개해왔다. 부동산 회사들은 올림픽을 전후로 맨션보다도 호텔이 훨씬 수익성이 높은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쇼크로 인해 호텔이 문을 닫으면서 그 여파는 이들 부동산 회사들에게도 확대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부동산 회사의 건물을 임대하고 있는 업체들 또한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1980년대 버블 붕괴처럼 또 다른 시장 붕괴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지금 일본의 경제 상황은 코로나 쇼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지금 현재 어떤 기업이든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는 현금보유율의 정도의 차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모테나시’와 같은 서비스 요소가 아닌, 현금보유율이 호텔의 명운을 좌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