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는 하코바 하코다테

2017.06.09 09:32:22

공간의 변화는 시대와 의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오래된 은행과 미술관에 ‘공유’와 ‘지역’이라는 가치를 불어 넣어 호텔로 변화시킨 사례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의식의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



은행과 미술관의 변신
홋카이도의 하코다테(函館)에 2017년 5월 26일, 역사적인 건물을 이용한 새로운 호텔인 하코바 하코다테(HakoBA函館)가 오픈했다. 바다를 앞에 두고, 하코다테산을 배경으로 한 베이(bay)지역에 나란히 세워진 특색 있는 두 건물이 용도 변경을 포함한 혁신을 통해 재탄생된 호텔이다.
한 동은 85년 전(1932년)에 야스다은행(安田銀行) 하코다테 지점(函館支店)으로 건설돼, 7년 전까지 호텔 뉴하코다테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하코다테의 문화재 지정 건축물로 지정돼 8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의 건축 색채를 가졌다. 그리고 다른 한 동은 인접한 ‘구 니시하토바미술관(旧西波止場美術館’)을 호텔로 리모델링했다. 이 미술관 건물은 베이지역의 거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붉은 벽돌의 아름다운 건물이다. 이러한 특징 있는 건물 두 채를 활용, 주식
회사 리비타(リビタ)가 프로듀스해 공유 호텔(THE SHARE HOTELS)로 오픈했다. 리비타의 공유 호텔은 ‘HATCHi 가나자와(金沢’)와 ‘LYURO 도쿄세초우(東京清澄’)를 이어서 하코바 하코다테가 제3호점이다.
하코바 하코다테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기능은 물론, 하코다테만의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점을 운영하며, 지역의 주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오픈 라운지와 공유 주방 등의 공유 공간을 갖춘 복합 호텔의 형태이다. 일본이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때부터 문화의 접지로서 활약한 하코다테의 특색을 살리면서, 전통과 새로운 문화가 섞여 새로운 흐름을 자아내고있는 역사성을 가진 건물을 새롭게 하코바 하코다테로 재생시켰다.



다양한 객실 형태와 공유 공간
호텔은 은행을 리노베이션한 “BANK”동과 미술관이었던 ‘DOCK’동 두 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객실은 트윈, 더블, 개인실 타입 19실, 전용 테라스가 있는 메종넷 타입 1실이 있다. 객실은 쇼와초기(1926년부터 1989년까지 쇼와천황이 재위했던 시기)에 유행했던 아르데코(Art Déco)로 장식된 반원아치형 창문 등 건축 당시의 인테리어를 살려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배 모양을 본떠 만들어진 DOCK동은 개인실 타입 3종 13실과 도미토리 유형 32실이 준비돼 있다. 객실 요금은 BANK동의 더블 1실 1만 4000엔, 메종넷 타입은 3만 엔부터이고, DOCK동은 정원 6명의 개인실은 1실 2만 엔부터, 그리고 도미토리 유형은 1침대에 3600엔이다.



객실 외의 공유 공간들도 흥미롭다. 우선 오픈 라운지는 지역 아티스트의 기획 전시 및 간담회 등 이벤트를 개최해, 게스트와 하코다테에서 활약하는 로컬 작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전면 로비에서는 외국 문화가 처음 들어온 시대를 방불케하는 인테리어와 감성을 자극하는 현지 출신의 아티스트의 그래픽아트가 눈길을 끈다. 또한 프런트 옆 키오스크(매점)에서 홋카이도 지역의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상층에는 숙박객이 이용할 수 있는 주방이 마련돼 있다. 공용 냉장고 외에 조리도구도 갖춰 있기 때문에 하코다테 아침 시장에서 현지의 제철 식재료를 구입해 동료와 요리를 만들거나 새로운 여행의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투숙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워크숍 장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 ‘PIER H TABLE’은 호텔 투숙객이나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이는 시내에서 인기 있는 카페 레스토랑으로 백화점도 입점한 ‘Cafe & Deli MARUSEN’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지역의 신선한 해산물과 다양한 제철 재로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레스토랑 명칭처럼 하코다테(H)의 식탁(TABLE) 전하는 가교(PIER)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공유 호텔의 콘셉트와 이념
“일본의 미래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라는 콘셉트로 지역가치 향상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하코다테 하코바 호텔을 전개하는 주식회사 리비타의 목표다. 리비타는 THE SHARE HOTELS를 전개해 나감으로써 기존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숙박 공간과 지역에 열린 공유 공간을 창출하고자 하고 있다. 그 지역 그리고 그곳에만 있는 가치를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여기서 공유라는 것은 공간과 물건만을 공유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과 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지식,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같이 나누고자 한다. 지역의 자원과 매력적인 콘텐츠 가치를 재발굴하기 위해 편안한 지역 교류의 기점이 되고자 한다.



구체적인 예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THE SHARE HOTELS는 지역 자원이야말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역 자원은 그 지역의 전통 공예, 생산품 자연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지역에서 보내는 시간, 생활의 리듬 등 지역에 관련된 모든 사람, 모든 것들이 대상이 된다. 그래서 지역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또한 지역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그 매력을 다시 발굴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를 위해 호텔 웹사이트에서 예약을 받은 고객의 숙박비 1인당 50엔을 지역 자원과 매력적인 콘텐츠 가치를 발굴하는 활동에 환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중한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THE SHARE HOTELS는 보통 숙박시설이 구비하고있는 여러 종류의 편의시설을 객실 요금에 포함된 형태로 제공하지 않는다. 고객 자신이 필요한 용품을 선택해서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하게 되는데, 고객들로 하여금 일상적인 부분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싶은 것이 취지라는 설명이다.



필자는 그간 아무도 살지 않는 고가, 쇠퇴한 학원, 버려진 수산 창고, 그리고 은행과 미술관 등 다양한 용도의 건물들이 유니크한 호텔로 다시 태어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해왔고, 이처럼 세월의 힘이 새로운 가치로 더해지는 것이 개인적으로 매우 반갑고 고맙다. 역사적인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새로운 용도로 만들었을 경우, 건물의 원래 용도와 현재 용도 사이의 갭(gap)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크다. 은행과 미술관이 호텔로 레스토랑으로 변신하고, 원래의 용도에 대한 상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용도에서 발생하는 ‘갭의 가치’가 하코바 하코다테의 의미를 더해준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처럼 건물의 용도만 전환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지역’과 ‘공유’라는 가치를 더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그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쉽게 허물고 짓듯이 과거를 쉽게 지워버리는 것보다 계속 수리해 나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더해가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 지역과 공유의 가치를 담아내는 공간이 늘어간다는 사실이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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