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천공의 숲’ (텐쿠노모리 天空の森)

2015.08.05 10:19:01

일본이라는 애증(愛憎)의 나라. 덮어 놓고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만도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처럼 필자에게도 일본은 그런 나라였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바뀐 것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서비스에 관한 부분이다. 예전에는 과도한 친절과 제스처, 심지어 콧소리 나는 목소리로 응대하는 서비스마저도 경험할 때마다 손가락이 오그라들 것 같았다.
편하지만 편하지 않은 묘한 느낌을 받곤 해서 과도한 서비스에는 손사래를 치던 필자가 이에 익숙해지니 이제 다른 나라에 가서 웬만한 서비스를 받아도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실로 일본의 서비스는 대단하다.
이 칼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정교함과 기발함이 어우러진 최고의 호스피탤리티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고라고 꼽을 수 있는 곳의 이야기를 담거나, 한국에도 이미 유명한 곳이라면 보다 생생한 경영 노하우를 전하게 된다면, <월간 호텔&레스토랑>의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작은 팁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기적의 공간 - ‘천공의 숲’
가고시마 공항에서 택시로 20분, 인구 7400명의 작은 시골 마을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 마키조지구. 이 곳에 세계의 유명 인사를 매료시키는 ‘기적의 공간’이 있다.
상상해 보자. 약 5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 13개와 맞먹는 18만 평 규모의 부지에 단 3개의 객실과 2개의 쉬어가는 공간이 있을 뿐이다. 장엄한 대자연 속에서 하루 최대 이용객은 10명. 하루 숙박 요금은 약 200만 원. 다른 고객의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어디에서든 산의 절경을 360˚ 볼 수 있다. 노천탕(露天風呂)은 하늘과 땅의 경계에 위치해 눈앞에 숲이 펼쳐지고,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자연 속에서 인공적인 부분은 최대한 배제됐고, 오직 산과 바다, 바람만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되고 자연과 비로소 하나가 되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는 모두 ‘텐쿠노모리(天空の森)- 천공의 숲’에 관한 이야기이며, 이곳의 대표인 타지마 타테오(田島健夫) 사장이 10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조금씩 만들어 낸 ‘수제의 공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타지마 타테오 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왜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된 것일까.


‘노동자를 위한 저가 여인숙’에서 ‘세계적인 리조트’로
‘천공의 숲’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산간에는 작은 온천 마을인 묘켄온천(妙見温泉)이 있다. 이곳에는 타지마의 어머니가 경영했던 목욕탕인 ‘타지마 온천 본관’이 있는데, 이곳은 타지마 사장이 사업을 시작했던 출발점이었다. 1960년대 후반 키타큐슈 지역의 관광지였던 기리시마시(霧島市)에는 신혼 여행으로 방문하는 신혼 부부가 쇄도하면서 관광 붐이 일어났다. 타지마는 이를 사업 기회로 파악하고 어머니로부터 독립해서 근처 목조 2층의 료칸인 ‘가죠엔 雅叙苑’을 개업했다. 그러나 손님은 전혀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 인근 발전소 공사로 근무하던 작업자들이었다. 타지마는 료칸의 가격을 1박 3식 제공에 3500엔 이라는 파격의 가격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어느덧 “접대부는 없느냐”, “여자를 불러 술을 따르라.”는 무리한 요구가 난무하게 됐고, 심지어 스트립 쇼의 출장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되어갔다. 타지마는 이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자신의 료칸의 모습을 보며 “요구되는 서비스는 고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고민한 끝에, 자신이 꿈꾸었던 료칸의 모습을 실현하고자 결의한다. 그것은 “도시에 없는 고향 같은 풍경을 손님에게 느끼게 하고 싶다.”는 염원이 담긴 새로운 숙소였다.
사업 방향을 180。바꾼 타지마는 근처에 사람이 살지 않는 오래된 민가를 차례로 사들여 개축하고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의 숙소인 ‘잃어버린 고향-가죠엔 雅叙苑’을 오픈해 인기 료칸으로 만들어 갔다. ‘관광이란 무엇인가’를 항상 생각해 온 한 남자의 신념이 료칸 경영의 본질을 찾아낸 것이다. 사람들이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공간이자 일본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하는 콘셉트의 ‘가죠엔’ 은 타지마가 소년 시대에 보았던 풍경을 기초로 하고 있다.
리조트를 향락의 공간이 아닌 향토의 풍경과 생활문화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킨 ‘가죠엔’이 성공을 이루자, 1992년 아무도 흉내 낼수 없는 것을 해보기로 결심한다. 지금의 ‘천공의 숲’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모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만류했지만, 추가로 3만 평의 대지를 구입한 후 숲을 새롭게 창조하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 4년간의 긴 시간 동안 숲을 만들었고, 1997년 당일 코스의 ‘노아소비( 野あそ’び’: 일본에서 귀족이나 무사들이 들판에 나가서 사냥한 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 것)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 코스의 노아소비 플랜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처음 대지를 구입하고
10여 년이 훌쩍 지난 2004년 ‘천공의 숲’이 론칭됐고, 숙박객을 맞이할 체제가 완성됐다.
타지마 타테오 사장이 ‘천공의 숲’을 만든 이유는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천공의 숲’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인공의 미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를 살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곳에 머무는 고객의 대부분은 생활하는 동안 옷을 걸치지 않고 지낼 정도라고 한다. 다소 생경한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시간을 통해 타지마 타테오 사장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재생시켜, 인간의 본래 착한 본성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지금, ‘천공의 숲’에는 세계의 셀리브리티들이 찾고 있다.


호텔이여, 지역의 쇼윈도가 되라!
타지마 타테오 사장이 ‘천공의 숲’과 큐슈의 호화 관광 열차인 ‘Cruise Train Seven Stars in Kyushu(ななつ星in九州)’와 제휴해서 만든 3박 4일에 600만 원을 훌쩍 넘는 패키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패키지뿐만 아니라 인접한 지역인 미나미 큐슈 미야자키현의 시가이시도와 제휴하여 양쪽 모두 숙박할 수 있는 패키지를 제공하기 시작해 지역의 관광 산업을 진흥시키고 있다. 이러한 지역 간 협력은 같은 호텔과 여행업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금은 미야자키 현 미야코 노조시의 간장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신상품 개발까지 나서고 있다. 이처럼 타지마 사장은 지역의 매력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지역 관광 산업의 매력이 향상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천공의 숲’에서 제공하는 음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실제로 식재료의 90% 이상을 전용 농장과 목장에서 자급자족으로 공급한다. 야채는 거의 전량 직접 농원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을 사용하는데, 생산량의 30% 정도는 식량으로 소비하고 나머지는 가축 먹이로 사용하기 때문에 땅에서 난 것들의 순환구조가 자연의 이치에 따르고 있다.
‘천공의 숲’은 이처럼 고객들이 생생하게 이 지역을 경험하게 하고, 이웃지역과의 활발한 제휴를 함으로써 진정한 지역의 쇼윈도가 되고 있다.


비효율적 경영이 주목 받아
경영컨설팅 관점에서 보면 ‘천공의 숲’은 굉장히 난감한 리조트이다. 우선 시골 산골짜기의 18만 평이라는 엄청난 부지의 매입은 재무제표상의 현금유동성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이렇게 무리해서 구입한 부지에 단 3개의 객실을 운영한다는 것은 객실당 가격이 150만 원~200만 원이라고 해도 revenue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비효율성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는 수 만개의 숙박시설이 있고, 도쿄에만 해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세계적인 수준의 호텔이 세기 힘들 정도 많은데, 필자가 굳이 ‘천공의 숲’을 처음 소개하는 소재로 선택한 데는 바로 이 ‘비효율적 경영’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매출지상주의에서 탈피해, 고객을 설득해 보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비효율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한 예로 셀프 사누키 우동 가게인 ‘마루 가메 제면소(丸亀製麺)’가 있다. 현재 908개 점포가 있지만 각 점포가 저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프랜차이즈를 전개하고 있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센트럴 키친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재료를 공급하고 운영의 합리화를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의 아와타 타츠야(粟田貴也) 사장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각 점포에서 면을 수타로 만들어내고 갓 튀긴 튀김을 제공하는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면을 만들고 삶아 내기 위해 각 점포마다 숙련된 직원 양성 교육도 실시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운영방식을 통해 ‘마루 가메 제면소’는 거리에 넘쳐나는 소바집들 사이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루 가메 제면소’와 ‘천공의 숲’은 모두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 가격 경쟁력이나 효율성으로 승부를 본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고, 고객과 신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쯤에서 타지마 타테오 사장이 갖고 있는 독특한 미션과 비전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꿈꾸는 공간, 자연과 함께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재생시키는 공간, 미래를 창조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오랜 노력이 바로 ‘천공의 숲’이 되었다. 비효율적이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지역의 쇼윈도로서의 ‘천공의 숲’ - 최근 한국의 새로운 호텔들이 관광숙박업 건립 규제 완화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쯤은 되새겨 봐야 할 호텔의 가치가 아닌가 한다.

<2015년 4월 게재>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월간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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