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선택한 것만 지불하세요.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

2017.01.25 17:03:40


객실에 비치된 어메니티를 누군가는 모두 이용하거나 살뜰히 챙겨가기도 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샴푸만 쓰고 린스는 쓰지 않는다든가, 비치된 비누는 쓰지 않고 본인이 챙겨간 폼클렌징을 쓰기도 한다. 이처럼 어메니티에 관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호텔이 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구입이나 대여가 가능한 가성비 높은 호텔을 만나보자.




인바운드를 타깃으로 적자 해소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는 호텔 재생과 운영을 주 사업으로 하는 아고라 호스피탤리티(Agora Hospitality)가 자사 브랜드 제1호로 2012년에 개업한 호텔이다. 아고라호스피탤리티는 아소(浅生亜也) 대표가 외국계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 경영위기에 놓여있던 동해관광(東海観光)을 2012년 5월 인수하면서 아고라라는 명칭을 붙여 호텔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며 출발했다.
아소 대표는 2007년에 호텔 재생·운영을 맡은 회사를 설립했다. 그 후 2009년에 동해관광(東海観光)이 운영하던 2개의 여관인 이마이소(今井荘)와 난잔소(南山荘)의 운영업무를 위탁받으면서 동해관광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홍콩계 기업의 투자지원을 받은 아소 대표는 동해관광을 인수하고 연이어 오사카 모리구치, 2012년에는 도쿄 아사쿠사, 오사카 사카이의 호텔을 차례로 인수했다.
호텔 재생을 목표로 운영하는 아고라 호스피탤리티는 다양한 형태의 호텔을 운영하면서 인적자원의 유동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직원들을 전부 정직원으로 채용한 후, 각 호텔의 성수기와 비수기, 가동률에 따라 직원들이 호텔을 옮겨 다니며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 직원들에게는 정규직으로서 호텔이 추구하는 호스피탤리티의 정신을 가지게 함과 동시에, 여러 호텔의 다양한 업무를 보게 해 직원들의 호텔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것이다.
아고라 호스피탤리티가 호텔 재생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아시아 관광객 확보다.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국내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아고라 호스피탤리티가 운영하는 모든 호텔들은 대만, 홍콩, 한국 등 일본 외 아시아 인바운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는 해외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게이트웨이로서의 전략을 내세운다.
인수 전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는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로, 주말의 가동률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 스카이트리에서 가까운 아사쿠사라는 관광지 근처 입지를 살려 해외 관광객을 유지하고, 다양화한 어메니티를 판매, 대여해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싼 숙박비로 고객을 유치해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선택한 것만 지불하는 가성비 높은 시스템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는 ‘이용자가 직접 필요한 시설을 선택하고 쾌적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든다’는 새로운 발상을 하는 호텔이다. 일반 호텔처럼 시설이 처음부터 갖춰져 있는 게 아니라, 고객 스스로 사용할 것만 선택할 수 있어 요금이 매우 저렴하다. 요금은 기본적으로 숙박료만 청구되며, 비누, 샴푸, 면도기 그리고 가습기와 드라이어까지 다양한 어메니티 중 고객이 자신의 필요에 따른 것만 골라 구입하거나 대여하는 시스템이다. 비누나 면도기 등 소모품도 가격이 저렴한 것부터 고급스러운 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해 호텔에서 일방적으로 비치해 놓은 어메니티 대신 자신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선별해서 쓸 수 있다. 린스는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면도기는 피부가 거칠어지기 때문에 싫다는 사람의 경우 선택을 하지 않으면 가격을 지불할 필요도 없다. 각양각색의 고객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는 1인당 최저 3950엔이라는 매우 저렴한 객실 이용료로 운영된다. 이는 인근 비즈니스호텔보다 1500엔 정도 저렴한 가격에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로비에서 즐기는 어메니티 쇼핑
실내 색채와 디자인 모두 독창적인 콘셉트를 가진 호텔 로비보다 더 독특한 것은 어메니티 숍이다.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의 어메니티 숍에는 칫솔부터 가전제품까지 다양한 품목이 전시돼있다. 전체 품목에는 판매가격이나 대여가격이 적혀있다. 칫솔 1개 50엔, 실내복은 200엔부터이며 아로마디퓨저(200엔, 1박)와 15종류의 아로마 오일(50엔, 1박) 세트 이용도 하루 250엔이면 가능하다. 태블릿 PC(500엔, 1박)도 있는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가져 오지 않은 투숙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한다. 무슬림 고객들을 위한 ‘기도용 융단’을 무료로 대여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숍 직원에 따르면,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어메니티는 ‘레그엔젤’이라는 발마사지 기기(200엔, 1박)라고 한다. 신고 자는 것만으로 발의 붓기를 빼주기 때문에 도보 코스가 많은 아사쿠사 관광에 딱 맞는 어메니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스테디셀러 아이템뿐만 아니라 아고라 플레이스 호텔에서는 계절마다 어메니티가 바뀌기 때문에 숙박할 때마다 색다른 어메니티를 골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숍 측의 설명이다.




객실과 기념품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는 해외 투숙객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일본 비즈니스호텔에 비해 큰 사이즈의 침대가 준비돼 있다. 싱글 룸에도 모두 세미 더블 침대가 비치돼 있다는 것은 확실히 동급 호텔에 비해 매력적인 요소다. 또한 비즈니스 방문이라 하더라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객실에서 무선 LAN에 대응하는 와이파이를 사용 가능하다. 욕실의 경우 3·4·5층은 유니트 박스형이지만 다른 층 객실은 미스트 & 마사지 기능을 갖춘 샤워 부스가 있다. 객실타입은 총 12종류이며, 호텔에서 가장 넓은 ‘스카이 트리플’ 룸에는 침대 3대가 놓여 있고, 룸에서 스카이 트리가 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방 창문에서 스카이 트리의 꼭대기까지 감상할 수도 있다.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는 외국인 관광객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기념품 코너에도 제 나름대로의 콘셉트를 만들고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게 한다는 호텔의 콘셉트에 따라 일본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제품들이 갖춰져 있다. 부채나 향, 수건, 이쑤시개와 화장품 세트, 기름종이 등 일본의 멋을 드러내는 소품들이 선별돼 선물용으로 판매된다. 중저가 호텔에서 팔고 있는 상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멋이 있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 어메니티에 관해 별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를 찾는 고객들은 어메니티를 스스로 고르는 과정에서 더욱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의외의 매력에 빠지는 것이다. 비슷비슷한 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요즘,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의외성의 매력처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는 어메니티를 활용한 의외성 전략으로 호텔 가치를 극대화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략은 그저 그런 비즈니스호텔이었던 아고라 플레이스 아사쿠사가 오랜 적자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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