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즌은 그 이름만으로 충분히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몇 안 되는 호텔 브랜드 중 하나다. 포시즌이 교토를 담아낸 방식과 정신은 가히 그 이름값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800년 역사의 정원
교토에는 이미 외국계 고급 브랜드의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섰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호텔들이 저마다의 고급스러움과 기발함으로 교토의 정신을 담아내고 있는 가운데 포시즌 호텔 교토는 우선 위치 선정에서 경쟁 호텔 몇은 가뿐히 물리친 것 같다. 일본의 고대소설인 헤이케 모노가타리(平家物語)에도 기술돼 있는 800년의 역사를 가진 정원인 ‘샤쿠스이엔(積翠園)’의 동산 기슭에 바로 포시즌 호텔 교토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이 샤쿠스이엔 정원을 둘러싼 형태이기 때문에 도심에 있음에도 룸 뷰는 물론 호텔내 산책 코스도 자연으로 충만하다. 샤쿠스이엔의 정원 건너편에 별채로 마련돼 있는 다실 ‘샤쿠스이테이(積翠亭)’는 정원의 연못 위에 있는 모습이 사뭇 드라마틱한데, 이곳에서는 차는 물론이고 정원을 안주 삼아 와인과 샴페인을 즐길 수 있다.
호텔 디자인 어워드
포시즌 호텔 교토는 2016년 10월 15일에 오픈했으니 아직 2년이 채 안된 신생 호텔이다. 하지만 내공은 만만치 않은데, 우선 부지 면적이 2만 433㎡, 총 면적이 3만 4632㎡에 달한다. 정문에 들어서면 로비 입구까지 긴 대나무 숲을 지나게 된다. 로비에 들어서면 큰 창문 너머로 샤쿠스이엔 정원의 아름다운 녹색의 정취가 펼쳐치고 HIRSCH BEDNER ASSOCIATES가 디자인한 교토의 정신을 담았으되 동시에 포시즌스러운 스타일리시한 공간이 이어진다. 포시즌 호텔 교토는 디자인 면에서 2017년 ‘Hospitality Design Magazine’이 주최하는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스파, 베스트 업 스케일링&럭셔리 객실 및 스위트룸으로 2개 부문에서 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Hotel Investment Conference Asia Pacific(HICAP, 아시아 퍼시픽 호텔 투자 회의)’에서 2016년에 신규 오픈 한 최우수 호텔로 ‘Reggie Shiu development of the year’상을 수상하는 등 개업 후 1년 만에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스위트 객실과 레지던스 객실로 구성
호텔 객실은 총 180개의 객실 중 123개의 룸과 57개의 호텔 레지던스로 구성돼 있다. 레지던스는 오너가 레지던스의 객실을 소유하는 형태로 건설 당시부터 높은 경쟁률 속에서 분양됐다. 레지던스는 소유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유자의 희망에 따라 호텔 객실로 판매되고도 있다. 객실 가동률은 벚꽃과 단풍 시즌, 그리고 사계절 주말은 거의 만실이며 평일은 60%에서 70% 정도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포시즌 채팅 서비스
외국계 고급 호텔들의 진출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교토에서 포시즌 호텔 교토의 서비스 중 특이한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포시즌 채팅’으로 불리는 서비스다. 포시즌 채팅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고객의 모든 요구에 확실하게 대응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서비스다. 포시즌 채팅은 최신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객들은 Four Seasons App, Facebook Messenger, WeChat, LINE 등을 이용해 언제든지 포시즌 호텔 교토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실제로 담당 호텔리어와 디지털 통화를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과거에 호텔 안에서만 받을 수 있었던 서비스의 개념을 채팅이라는 수단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왜 굳이 호텔 내에 숙박하고 있지 않는 고객들에게까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포시즌 호텔 교토가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가장 중요시 하고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포시즌 호텔&리조트 월드 와이드 오퍼레이션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찬 클라크(Christian Clerc)에 따르면 포시즌 호텔이 고객으로부터 오는 메시지를 상대하는 것은 챗봇(Chatbot)은 아니라고 한다.(챗봇이란 채팅과 로봇을 합친 말로 챗봇은 텍스트나 음성을 통해 대화를 자동으로 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호텔의 직원들이 고객의 모든 요청을 받아들여 응답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찬 부사장은 “우리는 디지털과 사람의 힘이 융합된 서비스를 통해 호텔과 고객의 연결을 촉진하고 항상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포시즌 채팅 서비스는 실시간 번역 시스템을 통해 100개 이상의 언어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용이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채팅을 원하는 고객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은 수 분 이내로 업계 표준의 12분을 크게 웃도는 답변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시즌 호텔 교토의 채팅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고객들은 채팅 시스템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일정을 커스터마이즈(Customize)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티타임에 늦는다든지, 저녁 예약에 사람을 한 사람 추가한다거나, 공항에서 길 안내가 필요하다는 등의 메시지를 포시즌 채팅을 활용해 보내면 호텔의 스텝들은 실시간으로 지원을 한다.
둘째로 어디서든 편안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 내의 정원 샤쿠스이엔이 보이는 테라스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동안 택시를 부르고 싶으면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가 없다. 포시즌 채팅을 이용해 요청을 제출하면 직원이 바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호텔을 떠나 관광을 하는 동안 언제든지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포시즌 채팅을 이용해 상담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토에서 유명한 가이세키 요리집은 어디인지, 인력거를 타고 기요미즈 데라 주변을 산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토에서 벚꽃을 볼 명당 스폿은 어디인지 등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숙박객들이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혹은 지인과 함께 교토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채팅을 통해 문의한 경우 질문과 답변 시간을 짧게 할 수 있어 자신만의 시간 확보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위의 서비스 내용을 종합해 보면 포시즌 채팅은 그야말로 컨시어지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받을 수 있도록 재구성한 모델로 볼 수 있다. 포시즌 채팅은 실제로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고객들에게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보가 부족한 타지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뒤적이며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호텔의 스텝들로부터 바로바로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다.
뿐만 아니라 포시즌 채팅은 단순히 고객들에게 최고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측면 외에도 너무나 일본인스러운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본 사람들은 호텔에서도 무언가 묻고 문의할 때 주저한다. 당연히 필요한 사항을 묻고 요구할 만한데도 일본사람들은 폐를 끼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사람들에게 포시즌 채팅은 사람을 접할 때 조심하는 부담을 줄이고, 보다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필자는 포시즌 호텔 교토가 오픈한 몇 개월 뒤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머문 적이 있는데, 호텔의 명성에 맞게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가 감동이었다. 당연히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맞이하는 호텔리어,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가족끼리 나누던 대화에서 한국어를 듣고 나타난 한국인 셰프의 세심한 배려, 아기와 만나는 직원들마다 포시즌 부채에 스티커를 붙여주고 선물을 주던 그 때의 서비스가 아직 생생하다. 아직 아기의 방에 있는 선물 받은 부채와 레고 한 조각처럼 1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기억이 남는 이러한 서비스가 바로 포시즌 호텔 교토의 저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