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Rakuten STAY, 거대 IT회사의 숙박 비지니스

2022.02.21 08:32:20

 

라쿠텐이 숙박 사업에 진출한 이유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 라쿠텐(Rakuten)이 하코네에 숙박시설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호텔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라쿠텐은 도쿄 올림픽으로 인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인바운드 관광객을 겨냥해 2017년 민박 사업에 참여를 결정했고 이를 위해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LIFULL과 공동으로 ‘Rakuten LIFULL STAY’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라쿠텐이 숙박 사업에 참여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인구감소로 빈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던 현상과 관계가 있다. 라쿠텐의 싱크탱크는 이 문제를 조사하면서 2013년 시점에 820만 호의 빈집이 있으며, 만약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으면 2033년에는 2100만호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라쿠텐은 이 결과를 보고 증가하는 빈집을 민박 숙박시설로 리노베이션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LIFULL를 선정한 이유는 이들이 전국 2만 4512곳의 부동산 업체를 회원으로 가지고 있어 이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성이 높은 빈집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쿠텐 LIFULL STAY’는 전국의 빈집 중에서도 알짜배기를 찾아서 리노베이션해서 민박 시설로 오픈했으며, 이 시설을 자신들이 가진 9000만 명의 회원들에게 홍보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Rakuten STAY VILLA 하코네 센고쿠하라


라쿠텐은 드디어 지난 5년간의 노력을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숙박시설 ‘Rakuten STAY VILLA 하코네 센고쿠하라’를 오픈했다. ‘Rakuten STAY VILLA 하코네 센고쿠하라’는 라쿠텐이 지난 5년 동안 오픈한 30곳의 숙박시설 중에서 유일하게 모든 객실에 노천온천과 족욕탕을 가진 빌라 타입의 숙박시설이다. 특히, 코로나가 확대되는 가운데 라쿠텐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콘셉트 아래 IT 노하우를 활용, 무인으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빌라 타입의 숙박시설을 만들었다. 이 숙박시설은 하코네의 미술관이 밀집해 있는 고원 리조트지 하코네의 센고쿠하라에 위치하고 있다. 도쿄 중심에서는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데, 만약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코네유모토역에서 하코네 등산버스로 3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Rakuten STAY VILLA 하코네 센고쿠하라’의 입구에 들어서면 5개의 객실을 가진 2개의 빌라동이 있다. 언뜻 보면 2개 빌라 동이 바로 붙어 있어서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될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방과 현관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서로가 접촉하지 않도록 동선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보안도 잘 돼 있는데 입구 및 객실의 열쇠는 모두 스마트 락 시스템을 사용해 예약 시에 받은 비밀번호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객실에 들어오면 태블릿으로 체크인을 진행하게 된다. 라쿠텐은 코로나19 이후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는 시간이 가장 타인과의 접촉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방안에 놓인 태블릿 단말기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 후, 오퍼레이터와 화상 채팅으로 본인 확인을 통해 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92㎡의 넓은 객실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실, 다이닝 그리고 키친이다. 먼저 거실을 보면 정면에 큰 창문이 있어 하코네의 자연을 보며 해방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거실 내부 분위기는 나뭇결의 벽과 녹색과 노란색이 적절히 섞여서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거실과 다이닝에는 온돌이 깔려져 있다. 특히 호리코타츠 타입(테이블 바닥이 움푹 파인 형태)의 다이닝의 바닥에도 온돌 난방이 돼 있어서 추운 겨울에도 따스하게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거실에 매력 포인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커다란 벽난로다. 벽난로는 실제로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불은 전기와 수증기로 재현된 불꽃의 연출로 아이들이 호기심에 만지거나 물건을 떨어트려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 흔히, 벽난로가 있는 숙박시설의 경우 안전성의 문제 때문에 아이들이 숙박하기 힘든 제약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고자 위와 같은 형태의 벽난로를 채택했다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아이들이 타잔처럼 뛰어놀 수 있는 그물이 있다. 아이들은 1층과 2층의 높은 천고를 활용해 뚫려 있는 공간에 그물을 만들어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연출한 것이다. 어른들은 1층의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2층의 그물에서 트램폴린을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아이들을 반하게 하는 아이템은 이 뿐만이 아니다. 2충 침실에는 실내 텐트가 있어 아이들은 그곳에 숨어 비밀기지처럼 자신들만의 놀이에 몰두한다. 그렇게 놀다 지치면, 거실에 설치돼 있는 홈 프로젝터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도 맘껏 시청할 수 있다.

 

 

거실에서 테라스로 나가면 바로 데크가 있고, 바로 이 곳에서 천연 온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진 하코네의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고 차를 마시면서 동시에 족욕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잔디 위에는 그네가 놓여 있어 아이들은 그네 타기와 족욕을 무한 반복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뛰어놀고 나면 땀으로 젖은 옷들은 바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용해 깨끗하게 세탁하면 된다.

 

 

밤이 되면 모두 노천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이제 식사를 즐길 시간이다. ‘Rakuten STAY VILLA 하코네 센고쿠하라’의 주방에는 밥솥, 전자레인지, 전기 주전자 그리고 IH가 완비돼 있다. 때문에 사전에 예약해둔 스키야키 혹은 바베큐 등의 재료를 받아 객실 다이닝에서 저녁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저녁 식재료를 사전에 주문하지 않고 직접 식재료를 가져와 요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객실에는 지역의 수제 맥주인 SPRING VALLY 豊潤 〈496〉를 맛볼 수 있는 생맥주 서버가 준비돼 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난 후 거실에 설치된 홈 플라네타륨을 켜고 휴식을 취한다.

 

 

숙박 공간 + 판매 상품 체험관


여기까지만 보면 라쿠텐의 숙박시설이 쾌적하고 가족들이 보내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다른 호텔들과 특히 차별화된 부분은 없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객실을 잘 보면 여기에 라쿠텐이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라쿠텐은 객실의 아이템들을 라쿠텐이 운영하는 RC사이트인 ‘라쿠텐 이치바(楽天市場)’에서 인기 있는 가전제품과 잡화들로 선별해 놨다. 그야말로 라쿠텐은 미국 실리콘밸리발의 체험 점포 ‘b8ta’와 같은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점포’를 숙박시설 안에 구현해 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지인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가전제품을 체험하고 만족할 경우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실제로 사용해 보는 직접 체험 이상의 효과적인 마케팅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 라쿠텐은 자신들이 EC사이트의 제품을 숙박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하고 이를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라쿠텐은 오랜 기간 동안 EC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실제로 체험하지 않고 구매해서 후회하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라쿠텐은 숙박시설을 체험 점포의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숙박 수익도 확보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숙박자들이 객실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한 후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객실 내에 설치된 QR코드를 인식하면 라쿠텐의 EC 사이트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만들었다. 즉, 라쿠텐은 숙박 공간과 EC 사이트의 체험형 점포로서의 공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켰다.

 

‘Rakuten STAY VILLA 하코네 센고쿠하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 일본 호텔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의 숙박시설이 객실 공간을 제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객실 안을 휴식이 아닌 상품의 체험이라는 또 다른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객실이 단순히 휴식공간이라는 생각을 초월해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매장으로서 탈바꿈시킨 라쿠텐의 발상의 전환은 어쩌면 앞으로 생겨나는 많은 호텔의 객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출처_ https://travel.rakuten.co.jp/mytrip/howto/rakutenstay-hakonesengokuhara-south-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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