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아티스트와 지역사회의 공존. BnA 코엔지(高円寺)

2017.02.28 09:28:15


지역의 거리 곳곳이 호텔이 되고, 그 안에서는 활발한 예술 교류 활동이 펼쳐진다. 기업의 자본이 아닌 크라우드 펀딩으로 원하는 모두가 호텔의 주인이 되고, 호텔 수익금은 참여한 예술가들에게 돌아간다. 바로 이 꿈같은 이야기가 도쿄의 어느 거리에서 현실이 됐다.



지역의 거리 곳곳이 호텔이 되다
도쿄(東京)의 스기나미구(杉並区) 코엔지(高円寺)에는 예술가의 작품으로 꾸며진 객실이 만들어지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건물로 이뤄진 일반적인 호텔의 형태가 아니라 지역의 여러 공간에서 호텔이 유기적으로 펼쳐지면서 지역 만들기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Bed & Art 코엔지(BnA 코엔지)’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주목 받는 재능 있는 현대 예술가와 손잡고 여행자가 예술 작품 그 자체로 꾸며진 호텔에서 머물며 ‘예술 속에서 묵는다’는 콘셉트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거리 곳곳의 포인트마다 객실을 만들어 거리 전체를 호텔로 만드려는 시도이다. 즉, 종래의 호텔처럼 한 빌딩에서 호텔에서 완결하는 것이 아니라, 코엔지라는 지역의 이곳저곳 여러 건물에 객실을 2~3개 씩 흩어진 형태로 만들어두는 것이다. 게스트들은 코엔지 여러 곳에 산재돼 있는 다양한 객실에 숙박하게 되지만, 숙박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의 중심에 있는 ‘프론트 데스크’인 바&갤러리에서 체크인하고 각각의 방으로 안내된다. 이처럼 여행객이 머무는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미술 작가들은 자신의 방을 만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페인팅, 설치 등 다양한 공동 작업을 통해 객실을 만들어냈다.




예술이 교류되는 이벤트
메인 빌딩은 코엔지역의 북쪽 출구에서 도보 30초 거리에 있는 3층 건물이다. 지하에는 갤러리, 1층은 바에서 지역 예술가와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바&호텔 프론트 데스크가 있고, 2층과 3층은 객실에 작가들이 마음껏 자신의 작품세계나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며, 옥상은 옥상 라운지, 바 카페 영업 이벤트를 개최하는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처럼 예술과 일체화된 호텔 공간에서는 예술 콘텐츠가 활발하게 교류되는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구체적으로 이벤트 내용을 보면 첫째로, 지하 갤러리 공간에서 아티스트의 설치 미술 전시를 매월 실시한다. 둘째로, 설치 미술을 배경으로 DJ가 플레이하고, 1층의 바나 웹에서 스트리밍을 한다. 셋째로, 해외에서 개성 있는 게스트가 오는 경우 그들과의 교류 이벤트를 연다. 넷째로, 예술작품의 경매 장소로 제공한다. 여행객, 지역주민, 그리고 바에 놀러 오는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교류하고 화합하는 가운데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장소를 프로듀싱하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으로 가치부여
BnA 코엔지 프로젝트가 갖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예술과 호텔을 융합시킨 공간 만들기에 대형 자본을 유입해서 만들기보다는 예술의 가치에 공감한 사람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자금의 일정 부분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군중(Crowd)과 자금 조달(Funding)을 조합한 신조어로, 크리에이터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이나 아이디어의 실현 등의 ‘목적’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자금 출자와 협력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한 것은 프로젝트가 자신들만의 가치부여에 의해 추진되는 것보다는, 코엔지라는 지역에 아트 속에서 묵는 호텔이 만들어지는 것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배후에 있다는 안심감, 자부심, 책임감이 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BnA 코엔지의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법은 기존의 호텔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 정신에 공감한 많은 기업가들이 호텔을 찾고 있는데, 일례로 Dropbox의 창업자이자 현재는 오디오 기기의 창업을 모색하는 Will Stockwell이 숙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티스트에게 환원되는 수익구조
BnA 코엔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예술가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일본에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아티스트가 많이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처럼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도 적고 예술을 방에 장식하는 문화도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금의 일본의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시발점이 된 것이다.
그럼 BnA 코엔지의 수익 모델은 어떻게 형성돼 있을까? 간단히 설명하면, BnA 코엔지의 수익 모델은 호텔의 이익 일부를 참여한 아티스트에 환원하는 구조이다. 일반적인 호텔 운영 시스템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즉, 작가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아트 작품의 하나인 객실의 오너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숙박하는 방에서 예술과 각종 아이템을 숙박객이 구입하면 그것이 숙박료의 일부와 함께 작가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인테리어 설계 단계에서 아티스트가 참여
인테리어 디자인은 Facebook과 Pinterest, Spotify 등의 일본법인 사무실을 디자인한 후쿠가키케이고(福垣慶吾)가 디자인했다. 호텔 룸은 코엔지에서 거주하며 8년 동안 갤러리 ‘AMP Cafe’를 운영해 온 재능 있는 아티스트인 다카하시 요헤이(Yohei Takahash) 씨와 오기노 류이치(Ryuichi Ogino) 씨가 담당했다. 그리고 호텔 운영에 관한 경영전략은 타자와유(田澤悠)가 담당한다. 그는 스페인 영국 미국의 기업에서 근무했으며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전략 컨설팅을 담당했고, 그리고 자카르타에서 살롱 사업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개발과 에어비앤비 사업 등을 전개한 경험이 있다.

이들 ‘BnA주식회사’의 시도는 젊고 참신하며 아름답다. Bed & Art코엔지에서는 자본을 가진 소유주, 제한된 공간에서 일부의 사람들만이 누리게 되는 서비스 등 호텔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흔히 유추하게 되는 당연한 개념들이 재정립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호텔의 주인이 될 수 있고, 객실에서 누리는 예술적 체험은 거리 전체로 확장되며, 내가 머문 객실의 수익은 참여한 예술가의 손에 나누어진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배고픈 예술가들의 지원 차원에서, 일부의 계층이 이용하고 더욱 일부의 계층만이 소유하는 호텔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의 호텔을 만들어내는 차원에서, 혹은 색다른 지역 만들기 차원에서 등 어느 방면에서든지 훌륭한 벤치마킹 케이스가 될 것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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