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고민가 호텔 프로젝트, 닛포니아

2016.07.07 14:44:25



일본에 살다 보면 도쿄 한복판에 고래등 같은 집이 오랫동안 빈집으로 방치된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 빈집들은 자제들이 상속세를 내지 못해 골칫거리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런 문제는 도쿄뿐만 아니라 시골의 경우 더 심각하다. 상속세 문제에 시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더해져 빈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고민가 호텔 프로젝트’. 빈집을 일본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경험 할 수 있고, 시공을 초월한 역사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발전까지 도모하게 된 이 프로젝트는 가히 매력적이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빈집의 증가
빈집은 저출산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 도시에 집중되는 인구 이동 등으로 계속해서 증가 중이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3년 일본 총무성의 주택·토지 통계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빈집 수는 820만 개에 이르며, 총 주택 수에서 차지하는 빈집 비율은 13.5%에 달해 약 8개 중 1개는 빈집인 상황이다. 특히 매매나 임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떨어진 318만 채의 빈집이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노후화부터 안전, 경관 면 등 다양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앞으로도 노인층이 요양 시설로 입원 하거나, 자식이 상속을 포기하는 일 등이 생기면, 빈집 수의 증가 추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새로운 입주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빈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단법인 노오토의 ‘NIPPONIA 프로젝트’
사사야마(篠山)는 효고현(兵庫県) 중동부 교토부(京都府)와 오사카(大版)의 경계에 위치한 산간 분지로, 약 400년 전에 형성된 사사야마 성 마을의 모습이 지금도 남아있다. 도시 중심에는 국가 지정 전통 건축물 보존 지구로 선정된 역사적인 거리 풍경이있고, 주변에는 밤, 검은 콩, 송이버섯, 멧돼지 등 풍부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한 식문화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 사사야마시(篠山市)도 일본의 많은 지역들처럼 인구감소로 인한 빈집의 증가, 지역산업 쇠퇴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고민가를 호텔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단법인 노오토(ノオト). 일본에서는 1950년 만들어진 건축기준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을 고민가라고 정의한다. 이들 고민가는 주로 저층 주택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목조 건축이기 때문에 음식점이나 여관 등의 사업으로 이용하기에 문제가 있다. 그러다보니 빈집이 된 곳이 많고, 사용가치 없는 빈집을 상속 받으려 하지 않자, 행정기관이 철거해야 하지만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방치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단법인 노오토는 이들 고민가를 단순히 빈집 혹은 곧 빈집으로 버려질 대상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의 정서가 넘치고 생활 방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으며, 시공을 초월한 역사적인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그리고 이들은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가 결정돼 인바운드를 중심으로 한 관광 산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일본의 정서가 넘치는 고민가를 호텔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해 빈집이 된 고민가는 ‘지역 만들기의 열쇠’라는 콘셉트로 탄생하게된다. 역사적인 유산이 마을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사사야마 지역의 빈집인 고민가를 객실로 활용하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음식점이나 물건 판매점, 역사 시설 등과 연계시킴으로써 지역을 통째로 호텔로 꾸미는 ‘사사야마 호텔 NIPPONIA(닛뽀니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단법인 노오토가 추진한 NIPPONIA 프로젝트는 REVIC(지역 경제 재생 지원기구)의 지역 활성화 펀드를 중심으로 한 민간 자본투자에 의해 자금을 확보했다. 그리고 사사야마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하는 구상 하에 에도(江都)시대부터 메이지(明治)시대 사이에 지어진 빈집 4동을 리모델링해 11개의 객실을 가진 호텔로 완성했다.
완성된 NIPPONIA는 단순히 숙박시설의 의미를 넘어서, NIPPONIA를 찾는 숙박객들이 역사적인 마을에 융화되도록하기 위해 사사야마를 비롯한 지역의 풍부한 식재료를 사용한 창작 프렌치를 제공하고, 그 지역 전체의 박물관·음식점·점포 등과 연계해 역사 마을의 산책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시설을 알려 나갔다. 즉, 지역의 생활 문화를 체험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숙박시설로 고민가를 탈바꿈시킨 것이다.


고민가의 매력를 살리는 리노베이션
NIPPONIA의 고민가의 리노베이션은 어떻게 전개된 것일까. 현재 NIPPONIA 4개동 중의 대표 격인 ONAE동의 건설과정을 한 예로 살펴보자. ONAE동이 된 고민가는 당시 90세의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으로 혼자 살기에는 너무 넓었기 때문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 정보를 보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건물을 헐고 새로운 공동 주택 등을 건설하려는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노오토 멤버들은 지금의 건물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여겨 할아버지에게 고민가의 재생안을 제시했고 리노베이션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자세한 리노베이션 과정을 보면 먼저 ONAE동에서는 오래된 건물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장인 집단이 일을 맡았다. 그리고 내부 공간을 새로이 수리하면서 방 5개를 객실로 하고, 토방(土房)으로 된 공간을 레스토랑으로 설치했다. 그리고 각 방의 리노베이션은 원래부터 있던 것뿐만 아니라 다른 옛 민가의 리노베이션 현장에서 나온 오래된 창호지를 충분히 활용, 건물의 느낌을 살려 사람들이 그리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창조했다. 단지 과거를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대 생활에 맞게 새로운 것을 도입한 것이다. 사실 옛 민가라고 하면 오래된 느낌 때문에 불편하지 않은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NIPPONIA는 객실마다 욕실을 구비하는 등 현대적인 편리성도 갖췄다. ONAE 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NIPPONIA 프로젝트가 이어져, SAWASIRO 동, NOZI 동 등 각각 소유자는 다르지만 모두 건물 자체를 소중히 여기던 사람들로 공감을 얻어 NIPPONIA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고민가를 호텔로 활용한 의의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움의 공유다. 고민가에 산 기억이 있던 사람이든, 사진으로만 그것을 본 사람이든 고민가는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바로 이 그리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냄으로써 낡고 불편함은 사라지고 익숙하고 따스한 그리움으로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훈훈하게 만든 것이다. 둘째 지역의 활성화와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장인의 기술의 계승이 이루어져 복구 산업의 부흥을 이뤄냈다. 셋째는 사회적 문제가 된 빈집의 증가를막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다. 쓸쓸히 버려졌던 빈집이 이제 지역의 부흥을 위한 반짝이는 보석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빈집에 혼자 살던 할머니의 외로움이 스며들어있던 공간을 이곳을 찾는 가족들의 따스한 온기로 메워가는 의미 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Local Network Magazine COLOCAL 참조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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