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아만리조트 최초의 도시형 호텔 - 아만도쿄 Aman Tokyo

2015.12.07 10:13:25

우리나라 호텔의 역사도 100년을 넘었고, 세계적인 브랜드의 호텔들이 하나 둘 국내에 선보이면서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있지만, 아직 해외에 나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호텔브랜드가 수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가까운 일본에 먼저 문을 연 세계적인 호텔을 통해 어떻게 일본이라는 문화적 코드와 접목됐는지, 그들의 경영 노하우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올해 12월 오픈 1주년을 맞이하는 ‘아만도쿄’를 소개하기로 한다.



유명 인사들에게 사랑받는 최상의 리조트 - 아만
1988년 태국의 아름다운 푸켓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아만리조트(Aman Resort) 제 1호 아만푸리(Amanpuri)가 오픈했다. 당시 바닷가 리조트는 수 백여 개의 객실을 갖춘 대규모 호텔이 주류였는데, 아만푸리의 객실은 겨우 30실에 불과했다. 그러나 건물 한 동을 통째로 쓰는 빌라식, 객실당 115㎡라는 규모, 빌라 1동에 7명의 직원이 배정되는 등 획기적인 서비스는 전용기로 세계를 여행하는 부유층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아만은 누구나 동경하는 아시안 리조트가 됐다. 지금은 찾아가기 힘든 오지의 비경에 자리 잡은 호화 리조트가 많지만, 삼림과 석양에 잠긴 풍경을 여유롭게 만끽하는 호사는 20년 전에 세워진 이 아만푸리를 통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만의 철학은 완벽하리만큼 아름다운 자리에만 들어서는 것이었고, 그 입지를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리조트에 녹아있다.


도시의 부유층을 겨냥한 차세대 아만의 완성형 - 아만도쿄
아만도쿄는 휴양지에 전개돼 온 아만리조트 그룹의 27번째 시설이자, 최초의 도시형 호텔로 2014년 12월 일본 도쿄의 오오테마치에 오픈했다. 아만리조트 그룹이 앞으로 뉴욕이나 런던 등 세계의 대도시 진출을 예정하고 있는 만큼 ‘도시형 아만’이라는 콘셉트는 미래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아만도쿄는 그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환경을 소중히 하고, 전통 문화의 계승을 존중하는 아만의 자세는 비즈니스의 중심가인 오오테마치에서도 다르지 않다. 도쿄라는 지리적 요건 속에서 어떻게 개성을 내세울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첫째, 시설 면에서는 도심에 위치해있지만 리조트 같은 숙박형태를 지향하는 면을 엿볼 수 있다. ‘오오테마치타워’의 최상층 6층(33~38층)에 위치한 호텔 부분의 객실 수는 도쿄 다른 고급 호텔의 절반 이하인 84개. 가장 표준적인 클래스의 객실도 약 71㎡의 넓은 공간을 자랑하며, 객실에서는 황궁의 정원과 숲이 보인다. 도쿄 스카이 트리와 도쿄 베이 지역을 볼 수 있는 프리미어 룸이나 141㎡의 스위트 룸 등 모든 방이 시원스러우면서도 동양적인 구조로 돼있다. 객실에 딸린 욕실에서는 일본식의 전신 욕조가 구비돼 느긋하게 어깨까지 물에 담그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2개 층을 차지하는 헬스시설이다. 2500㎡의 공간에 8개의 트리트먼트 스위트가 갖춰진 아만 스파,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피트니스, 요가 스튜디오, 필라테스 스튜디오, 그리고 온수 수영장을 구비하고 있다. 이는 객실 수에 비해 파격적인 규모이며, 도심에 위치한 호텔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시설을 자랑한다.
둘째, 해당 지역의 문화를 도입하는 것이 아만의 철학인만큼 아만도쿄는 일본 전통의 디자인에 현대성을 융합시킨 독자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아만도쿄는 건축가 케리힐(Kelly Hill)의 작품이다. 먼저 33층 로비에 들어서면 ‘가든 리셉션’이 맞이한다. 바닥에서 30m의 높이에 이르는 아치형 천장 공간이 시선을 압도하는데, 일본 전통 종이인 ‘화지(和紙)’를 이용한 맹장지(ふすま:종이로 두껍게 안팎을 싸 바른 문)의 디자인을 차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벽면을 통해 확산되는 부드러운 빛에 의해 낮에는 개방적인 밝은 분위기를, 밤에는 일본 특유의 은은한 불빛이 자아내는 장엄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가든 리셉션을 둘러싼 인상적인 판자형 마루는 객실의 디자인에도 반영됐다. 호텔은 전체적으로 나무, 화지, 돌 등 일본 고유의 건축 소재가 사용됐는데 최신 기술을 융합해 소재들의 풍부한 질감을 연출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역동적인 공간은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호텔의 가든 리셉션에는 숙박객을 위한 라이브러리도 마련돼 있다. 책은 국내외의 예술과 디자인, 전통 문화에 대한 책이 중심을 이룬다.
셋째, 식재료에도 일본의 요소가 반영돼 있다. 레스토랑의 메뉴에 일본 사계절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예가 신슈(信州) 양조장인 ‘마스미(真澄酒蔵)’가 만드는 아만의 오리지널 술이다. 총지배인 제프리 F. 호이가 직접 양조장에 가서 여러 가지 술을 테스트하면서 이 술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일본 양조장에서 수작업을 통해 대대로 전해 내려온 전통적인 제조법을 계승하고 발전시
키는 스타일이 아만의 철학에 부합했기 때문에 오리지널 술을 개발했다. 아만도쿄의 분위기에 맞게 만들어진 이 술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한 번은 주문하는 인기 메뉴며, 상큼한 과일 향기가 나서 술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레스토랑 ‘더 레스토랑 by 아만’은 숙박객이 아닌 경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현대 유럽식 요리와 아시안 퀴진이 제공되며, 와인셀러는 세계 유수의 와인 농장과 전통 양조장에서 들여온 와인과 사케 등 1200종이 구비돼 있다.


Product Flow 전략의 카페 운영
아만도쿄에서 호텔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곳이 바로 2015년 6월에 오픈한 ‘더 카페 by 아만’이다. 아만도쿄가 카페를 개업한 이유는 도쿄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숙박요금인 호텔의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 주말이면 썰렁해지는 오피스 거리에 위치한 입지, 호텔과 레스토랑을 이용하려면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빌딩의 최상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구조, 예약자밖에 들어갈 수 없는 시스템 등이 호텔 내 레스토랑의 고객유치에 차질을 빚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빌딩 외관 1층에 위치한 카페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가격대가 1000엔 대 부터 3000엔 대 정도로 구성돼 있어 아만 입문 코스라고도 불린다. 고객의 step-up을 노리는 것, 이것이 바로 Product Flow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뭔가 새로운 제품을 살 때 고객은 신중해지기 마련이며, 단가가 높거나 용량이 큰 것을 구입할 때는 더욱 그렇다. Product Flow는 고객으로 하여금 점점 구매가격이 높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수 백 만 원을 호가하는 가방을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만, 같은 브랜드의 수 만 원대 립스틱을 구매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리고 고객은 립스틱을 가지게 됨으로써 그 브랜드를 소유한 만족을 느낀다. 아만도쿄의 카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아만을 체험하고, ‘다음에는 레스토랑을 이용해야지.’ 그리고 그 다음은 ‘숙박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체험관 같은 역할을 한다.
필자는 얼마 전 어렵게 아만도쿄의 카페를 이용했다. 런치는 예약이 안돼서 무턱대고 갔다가 대기시간이 1시간 30분이라는 직원의 안내에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며칠 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결국 2시간 후에야 점심을 먹게 됐다. 오기와 허기가 뒤섞인 불편한 심기로 착석했지만, 극진한 서비스와 만족스러운 메뉴, 그리고 도심 속 숲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된 분위기에 점점 매료됐다. 13%의 높은 봉사료도 아깝지 않았다. 카페를 나설 때는 이미 Product Flow 전략에 말려들어 레스토랑과 객실을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2015년 12월 게재>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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