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인구 700만의 특별행정 도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로 선정될 정도로(2016,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기준) 평균 수준이 높고 규제가 적은 곳이다. 좁은 땅에서 인적 자원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건 우리나라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내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인증 받은 대학교는 9개 밖에 되지 않는다(예술학교 포함). 전문대학까지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총 20개(홍콩정부 교육부문 2016년 3월 Fact Sheet 기준)다. 적은 대학교의 수에도 불구하고 도시 경쟁력 만큼이나 대학교의 국제 경쟁력도 높다. QS세계 대학순위 2018년 버전에 따르면 Top50에 총 4개의 대학교가 이름을 올렸다(홍콩 대학: 26위, 홍콩과기대: 30위, 중문대: 46위, 도시대: 49위). 서울대가 36위, 카이스트가 41위에 위치한 걸 보면 그 위상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홍콩 동료에 따르면 홍콩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학생 수 대비 대학교가 적다 보니 성적이 안 되는 친구들은 유학을 갈 수 밖에 없는 웃픈 현실. 이번 기고에는 몇 안 되는 홍콩 내 대학교들 중 호텔경영학 과정이 있는 두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학교는 필자의 가장 많은 홍콩 동료들이 졸업한 홍콩 이공대(Hong Kong Polytech University)다. 대학교 전체 랭킹은 이번에 처음으로 100위 안에 들었지만(95위), 호텔경영학으로서는 명성이 높다. QS와 Times와 함께 3대 대학교 순위평가기관으로 꼽히는 Shanghai Ranking의 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의 2017년 7월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호텔관광경영학과 순위에서 홍콩 이공대가 1위를 차지했다(한국의 경희대가 11위, 세종대가 24위). 코넬대가 25위로 랭킹 돼, 사실 선정 기준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많은 졸업생들이 홍콩 내 5성호텔에서 근무 중이다.
학교 바로 옆에 있는 ‘호텔 아이콘’은 학교 차원에서 운영을 하고있고, 학생들의 실습 호텔이기도 하다. 호텔 경영학과 자체가 호텔과 같은 건물에 있어서 현장과 밀착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고, 또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통한 연구부문 수준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호텔관광학과 학장인 Kaye Chon(한국인)은 학과를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고, 다른 한국 교수들도 함께 근무한다.
또 다른 대학교는 위에 언급됐던 홍콩 중문대(Chinese University of Hong Kong)다. 이 학교의 특이한 점은 Hospitality & Real Estate 융합과정이다. 재무, 마케팅, 관광, 이벤트 쪽 세부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호텔경영학과나 호텔학교들은 본 적 있는데, 호텔 부동산 관련된 것을 학사과정에서 다루는 건 새롭다. 전체 4년 과정 중 첫 2년은 필수 원론들을 배우고 3학년부터 Hospitality와 Real Estate 중 세부전공 선택을 하게 된다.
호텔 운영에 필요한 실무적 부분 외에 호텔을 자산으로써 바라보고 투자 개발하는 과정을 배우는 건 호텔경영학 전공자로서도 접하기 쉽지 않은 부분인데, 호텔업이라는 큰틀 안에서 학생의 관심 분야를 미리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 대학에 의하면 호텔 Real Estate 과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학교는 코넬대학교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학교 근처에 있는 하얏트 리젠시 샤틴이 실습호텔로서 이용되고 있다.
이 두 대학교 출신들과 함께 일하면서 홍콩 호텔 산업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큰 부분은 비유학파임에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영어실력. 중고등학교부터 회화 위주로 다져진 그들의 영어 실력은 호텔경영 유학파 홍콩 친구들과 견줄 때도 뒤지지 않았다. 해외 생활 경험이 전무한 친구들 중 몇몇은 외국인과 교감하는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개인적인 성향과 노력에 따라서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기에 그들의 경쟁력은 여전하다.
또 한 가지 고무적인 부분은 많은 졸업생들이 호텔업에 남아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 필자가 졸업한 호텔학교의 한국인 동문들을 포함해서 국내 호텔관광학과 출신들의 반 이상이 호텔업을 떠나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이곳은 다른 것이다. 한국 내 호텔관광업의 위상이 올라가서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보람으로만 보상되는 것이 아닌, 급여와 복지로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곧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송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시니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