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는 쇼핑몰이 참 많다. 요즘에는 한국에도 대형 복합 쇼핑몰이 많지만, 홍콩에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구역별로 자리 잡은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다. 구룡반도에서 홍콩 섬으로 넘어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Admiralty역과 연결돼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아편 전쟁으로 부를 축적한 부동산 시장의 큰 손 중 하나이자, 홍콩 최대 항공사인 Cathay Pacific의 소유주이기도 한 Swire Group이 투자해서 지은 퍼시픽 플레이스는 쇼핑몰, 서비스 아파트, 그리고 오피스 타워로 구성돼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4개의 호텔(아일랜드 샹그릴라, 콘래드, JW 메리어트, 어퍼 하우스)이 한 콤플렉스(단지)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듀얼 브랜드 콤플렉스(같은 호텔 체인에서 다양한 수요층을 흡수하기 위해 다른 등급의 두 브랜드를 동시에 도입)도 아니고, 네 개 호텔 그룹의 대표적인 최고급 브랜드들이 한 자리에 위치해 비슷한 타깃 마켓을 공략하며 경쟁하고 있다. 퍼시픽 플레이스의 1차 프로젝트가 진행될 당시인 1989년, JW 메리어트가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아일랜드 샹그릴라와 콘래드 호텔은 1991년 2차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때쯤 영업을 개시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2009년에 Swire Group의 자체 호텔인 어퍼 하우스가 럭셔리 부티크 콘셉트로 추가됐다. 네 개 호텔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JW 메리어트 홍콩은 메리어트 그룹의 아시아 첫 호텔이자 플래그십 호텔로서 아주 상징적인 역할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989년 당시 홍콩 호텔들 중 처음으로 주 5일제를 도입한 사실이다. 많은 호텔들이 현재는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만다린 오리엔탈, 포시즌스 홍콩, 페닌슐라와 같은 럭셔리 호텔들은 주 5.5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JW 메리어트 홍콩의 주 5일제는 당시 아주 파격적인 운영이었을 것이다.
샹그릴라 호텔은 아시아 태생 브랜드다. 1971년부터 샹그릴라 싱가폴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북경을 비롯한 주요 중국 도시에 먼저 진출해 있었다. 곧이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비즈니스 수요가 증대하고 있던 홍콩에 진출했고, 글로벌 본사와 가까이 있는 아일랜드 샹그릴라는 현재 호텔 그룹의 본보기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일랜드 샹그릴라 건물과 쌍둥이 빌딩처럼 5층에서 연결돼 있는 콘래드 호텔 역시 아시아 퍼시픽의 플래그십 호텔로서 브랜드의 스탠다드를 잘 실천하는 중이다. 같은 5성 호텔들이지만, 어퍼 하우스의 포지셔닝은 조금 특별하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홍콩의 최고 호텔로 나타날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높고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빅뱅과 같이 유명한 K-Pop 한류스타도 예외가 아니다. 객실 수가 117개에 불과하고, 야경으로 유명한 Cafe Gray Deluxe 식당 겸 Bar를 제외하면 딱히 내세울만한 부대시설은 없다. 그러나 홍콩에서 가장 큰 68㎡의 기본 객실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듯하다.(체인 5성 호텔 평균은 32~40㎡)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은 JW 메리어트 호텔과 어퍼 하우스가 같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입구는 따로 있지만 어퍼 하우스가 건물의 고층 부분을 쓰기 때문에 JW 메리어트를 누르고 있는 형상이다.
4개의 호텔 객실 수를 모두 합치면 1796개에 달한다. 한국의 롯데호텔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을 합친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퍼시픽 플레이스의 상황과는 조금 다르지만 최근 서울에 같은 구역 내 우후죽순 생긴 비즈니스 호텔들이 비슷한 형국이 아닐까 싶다.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윈윈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송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Senior Sales Mana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