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물성화
최근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쇼는 흑과 백의 계급으로 나뉜 두 명의 요리사가 각각 요리 대결하며 이를 통해 세프들만의 특별한 요리 스타일을 선뵈고 경쟁하는 형식이다. 이 대결은 다양한 요리 기법과 재료를 사용, 창의적이고 독특한 요리를 선뵈는 것을 목표로 해 시청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생산하는 패러디 영상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5>에는 ‘물성매력’이라는 소비 트렌드 키워드가 등장했다. 디지털과 AI가 발달하는 비물질의 시대이만 인간은 직접 보고, 만지고, 경험하며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것이 ‘콘텐츠의 물성화’로 영상에서 존재하던 콘텐츠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중요한 트렌드가 됐다. 온라인에서 즐겼던 흑백요리사들의 콘텐츠를 이제는 직접 그들의 음식을 맛보고 체험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흑백요리사들의 레스토랑을 지도로 만들어 공개된 정보를 찾아 웨이팅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레스토랑은 몇 달 웨이팅을 걸어야 맛볼 수 있어 요식업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필자도 또한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공간의 미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공간 체험을 넘어 미식 체험에 매우 흥미를 가지고 다양한 파인다이닝을 도장깨기하듯 경험하며 SNS에 기록하는 일상을 즐기고 있다.
맛 이상의 경험과 가치 제공하는 F&B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호에서는 미리 2025년도 F&B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최근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하고 세분화됨에 따라, 다양한 F&B들은 맛있는 음식과 식음료를 선뵈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재료 구입의 경우 지역주의와 유기농 식재료 사용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미니 레스토랑이나 팟 푸드 같은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소비자들이 더 나은 식사 경험을 추구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어느덧 비스트로의 부활부터 뉴웨이브 리스닝 바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레스토랑 디자인 트렌드는 친밀한 몰입형 경험 프리미엄 또는 공감각적의 몰입적 미식공간의 창의성을 수용하고 있다.
공감각의 몰입적 미식 공간
새로운 콘텐츠와 F&B가 결합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요리와 식사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다이닝은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눈앞에 놓여있는 음식에서는 미각과 후각을 체감하고 여기에 추상적인 것들을 가미, 시각, 촉각, 청각 등 활용 가능한 인간의 모든 오감 요소를 총동원해 미식에 몰입,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F&B 공간은 이제 단순히 식사를 하고 식음료를 마시는 공간의 기능을 넘어, 무대나 갤러리가 돼 음식과 연관된 다이닝 공연에 극적인 배경까지 제공한다. 특히 몰입형 미디어 파사드 LED 조명부터 디지털 효과와 음향이 미식의 공감각을 자극해 더욱 더 몰입의 공간을 마련한다.
<그림 1>은 지난해 꼭 가봐야 할 마드리드의 레스토랑으로 꼽힌 시네스테시아(SINESTESIA)로 멀티센서로이얼(Multisensory)의 기법이 적용된 음식 몰입적 경험을 선뵈는 레스토랑이다. ‘멀티센서로이얼’은 여러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경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음식의 맛, 향, 소리, 시각적인 요소들을 모두 포함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공간이 더 몰입감 있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네스테시아 레스토랑은 2개의 미슐랭 스타와 3개의 렙솔 선즈(REPSOL Suns)를 수상한 레스칼레타(L'Escaleta)의 키코 모야((Kiko Moya) 셰프가 특별한 기술과 요리를 결합해 다감각적 경험의 몰입형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16명의 손님이 2시간 30분 동안 7가지의 음식을 맛보는데 새로운 메뉴가 제시될 때마다 공간과 디지털 테이블에 투사되는 다양한 시청각 자극을 통해 사람들은 놀라움, 재미, 역동성을 결합한 독특한 다감각의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림 2>의 인터랙티브 테이블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고객이 직접 요리를 선택하고, 조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테이블에서 게임이나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이 또한 사진과 영상을 통해 더 직관적인 경험의 요소를 선뵈고 우리의 지각 감정과 상호 작용의 공감각(Synesthesia) 몰입적 경험을 제공한다.
로컬 퍼스트(Local First)
또 하나의 2025년 F&B 트렌드는 앞서 본 콘텐츠와 정반대의 무드다. 조용하고 소박한 농가의 미학이 부활된 디자인으로 전체적으로 슬로우 라이프 지향하는 트렌드다. 느린 삶의 속도에 대한 욕구와 맞물려 레스토랑은 소소한 인테리어를 통해 음식의 출처와 정통성에 대한 이야기를 강화한다. 특히 각종 SNS에 #LeverageTheLocal 소비트렌드가 급부상 중이다. #LeverageTheLocal은 지역 사회의 비즈니스, 장인, 수공예품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해시태그를 사용하면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를 지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이는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콘텐츠가 공간에 디자인에도 영향을 줘 F&B 인테리어 트렌드는 마치 소박한 집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수수함의 무드가 중점적으로 드러나며 수작업으로 완성된 디테일들과 잔잔하고 부드러운 무늬의 소재들이 적극 사용된다. 소재로는 테라조와 테라코타, 가죽, 오크, 라탄, 점토 등의 러프하고 정돈되지 않은 마감들이 지속적으로 공간에 드리운다. <그림 3>은 파리 중심에서 남쪽으로 약 41km 떨어진 생브랭 마을의 샤토 드 생브랭 역사적인 부지 내에 위치한 르 도옌(Le Doyenné)의 소박한 농가 스타일의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은 농장과 게스트하우스까지 갖추고 있으며 레스토랑의 철학은 재생농업 실천과 최고품질의 농산품을 생산하고 직접 생산한 식재료료 신선한 계절 요리를 선뵈는 것을 중시한다.
르 도옌(Le Doyenné) 레스토랑은 매일 아침 정원에서 가장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수확하고 로컬 푸드 무브먼트의 일환으로, 지역 재료를 활용하며 신선함을 강조한다. 식재료는 농부이자 세프가 직접 수확 및 거래를 통해 유통 과정을 단축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또한 스스로 자생해 지역 경제를 지원하고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계절별로 메뉴의 주원료가 달라지며 정원에서 구하지 못하는 재료는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독특하고 창의적인 메뉴를 선뵌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석회 표면과 흙의 질감. 목가적인 가구의 테이블 등으로 지역과 자연 중심의 디자인 시퀀스를 강조한다.
인도어-아웃도어 스페이스(Indoor-Outdoor Space)
전 세계의 기후변화와 기온상승은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웰빙 트렌드와도 맞물려 외부의 오픈 테라스의 공간 활용에 대한 인테리어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어-아웃도어 스페이스는 내부와 외부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하나의 통합된 생활 공간을 제공하며 여기에 주요한 특징은 내부와 외부를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큰 슬라이딩 유리문을 사용하며 이를 통해 자연 채광이 내부로 들어와 공간을 밝고 환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넓은 파노라마 창문을 통해 외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실내에서 자연과의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 그외, 벽과 장애물을 최소화해 실내와 실외 공간을 하나로 연결시키며 이를 통해 공간이 더 넓고 자유롭게 느껴지며 자연 채광을 실내로 적극 받아들이는 디자인을 중시한다.
<그림 4>는 인도네시아 반둥에 위치한 바이아사 카페(Byasa Cafe)로 인도어-아웃도어 유리 벽은 야외에서 식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이아사 카페는 도시의 혼란 속에서 독특한 안식처를 창조하려는 열망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로, 좁은 입면과 예측할 수 없는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이 카페는 번잡한 도심 환경 속에서 사람들에게 내외부가 연결된 숨 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공간의 경우 모든 감각의 자극과 통합된 감각적 경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추억을 만든다.
<그림 5>는 태국 촌부리에 위치한 독특한 하루닷(Harudot)독립 카페로 일본어 ‘Haru(봄)’와 ‘Dot’(시작점)‘을 결합해 새로운 시작과 성장을 상징한다. 카페는 내부 안뜰에 병나무(바오밥나무)를 배치하고, 이 나무가 하늘로 자라도록 설계됐다. 외관은 검은색의 간단한 박공 형상을 사용하며, 일본식 건축구조를 도입, 내부는 따뜻한 소나무 목재 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무엇보다 자연을 우선시하는 디자인 스토리를 강조하기 위해 박공 지붕을 사용하고 특정 지점에서 분리돼 나무가 빈 공간을 통해 관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도어-아웃도어 스페이스 공간을 만든다.
CMF 측면에서는 어떠한 기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마감재나 실내외 공간 사이 재료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소재의 마감, 대나무, 돌,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소재 또한 쉽게 쌓거나 보관하고 조정할 수 있는 모듈식 아웃도어 이동가구 등이 주목받고 있다.
AI 기술이 접목된 F&B
이 밖에 AI 발달이 F&B 시장까지 들어왔다. 디지털 테이블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물론, AI 추천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식단을 분석해 적절하고 계절별 새로운 메뉴를 추천받을 수 있는 레스토랑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AI 기술의 접목은 AI 추천 시스템이 더욱 강화돼 고객의 이전 주문 내역, 선호도, 알레르기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맞춤형 메뉴를 추천해 준다. 이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고객이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술들은 주문 처리 시간을 단축시키고, 인건비를 절감하며,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다.
이렇듯 2025년 F&B 인테리어 트렌드는 최신 기술이 접목된, 오감을 활용한 다중감각형태로 진화돼 음식의 맛을 보고 향을 맡고 재료가 가지고 있는 색을 느끼며 고유의 파장을 소리로 변화함으로써 듣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으로 변모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지역성, 지속가능성, 내외부의 공간의 연결, 자연과의 접점을 찾는 정통성의 회귀, 본질에 집중하는 인테리어 트렌드의 기술 vs 자연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