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홍콩의 결혼 문화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 도시, 홍콩에서는 중국 전통식과 서양식이 잘 어우러져 있다. 주술가를 통해 길 일을 추천 받아 결혼식 날짜를 잡고, 오전에 티 세레모니(Tea Ceremony)를 하는 것은 중국의 것을 표방하고, 저녁에 턱시도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연회를 즐기는 건 서양의 것을 따른다.
한국식 결혼 문화와 가장 큰 차이점은 하루 종일 결혼 행사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들러리 문화가 정착돼 있는 홍콩에서는 아침 일찍 신랑과 친구들(들러리)이 신부를 데리고 가기 위해 신부 집으로 찾아간다. 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예전 우리의 함 들이는 문화와 비슷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신랑과 친구들이 들어가는 걸 방해하고. 신랑과 친구들은 여러 게임들을 거쳐 신부 집에 들어가게 된다. 신랑은 장인 장모님께 차를 따라 드리면서 인사를 드리고, 차를 대접 받은 장인 장모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 신랑 신부에게 덕담을 나누고, 돈봉투나 보석류를 선물한다. 이 후 친척에게 서열에 따라 티를 대접하며 인사를 드린다. 신부집에서의 인사를 마치면 신랑 집에서 같은 세레모니를 한다.
이러한 티 세레모니를 호텔에서 하기도 한다. 몇몇 부유한 집들 빼고는 홍콩 평균 크기 집의 거실에 10명 이상 수용하는 것이 여유치 않기 때문에, 양가 상황에 따라서 호텔의 스위트룸을 빌려서 진행하기도 한다. 이 수요는 호텔들에게는 ADR(평균객실단가)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호텔 연회장을 꼭 이용하지 않더라도, 스위트 룸을 이용함으로써 신랑 신부는 호텔 고객으로서 여러가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보니, 보다 럭셔리한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어떤 커플들은 세미 웨딩 촬영을 다시 하기도 한다.
티 세레모니를 마치면 가족끼리 점심을 먹으며 혼인 신고 행사가 진행된다. 홍콩은 공공기관에 3개월 안에 결혼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혼인 신고를 하면, 15일 정도 지난 후 결혼 증명서가 발급된다. 하지만 3개월 안에 결혼식을 하지 않게 될 시에는 등록된 혼인 관련 사항들이 자연스레 파기된다. 한국에서 생각보다 혼인 신고가 너무 쉬워서 놀랐던 기억이 있지만, 홍콩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공증 절차를 거친다.
혼인 신고 행사가 정식 부부가 되는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고, 이제는 신나게 즐기는 순서만 남았다. 한국의 웨딩 홀과 같은 시설이 없는 홍콩에서는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보통이다.(몇몇 초특급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을 제외하고, 호텔 웨딩 자체는 보편화돼 있는 편이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티 세리모니와 혼인 신고 행사 때문에, 점심 결혼식은 불가능하고, 저녁 연회로 진행된다. 한국의 점심 시간대에 웨딩홀에서 두 시간 미만의 결혼식 및 뷔페 식사 문화를 홍콩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면, Wedding Factory라며 아주 깜짝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뿐만 아니라,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공항으로 향하는 경우도 해외에서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독특한 한국식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홍콩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저녁 연회를 마치고, 호텔에서 숙박을 한 후 다음 날 신혼 여행을 떠나거나, 아예 신혼 여행은 따로 잡아서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 다른 특이한 문화는 결혼식 연회에 초대를 하지 않는 지인이나, 동료들에게도 결혼 소식을 알리며 빵집이나 스타벅스 쿠폰을 돌린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청첩장은 연회에 정식으로 초대 받은 사람들에게만 주지만, 초대받지 못 하더라도 연회식 결혼식의 특성상 초대인원 및 자리 배정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다. 대신 초대 받은 사람들이 챙겨야하는 축의금의 액수가 한국에 비해 큰 편이다. 레스토랑에서 할 경우에는 기본 HK$800~1000(11만 원~14만 원)이고, 호텔 연회를 할 시에는 최소 HK$1200(17만 원)에서 HK$1500(21만 원) 정도 내는 것이 보통이다.
홍콩과 한국 결혼 문화 중 어느 것이 낫다고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국 식민지배를 당하면서도 중국 전통을 지켜가며 혼례를 치르는 21세기 홍콩 결혼 문화를 보면서, “함 사세요~”를 외치며 동네 사람들이 함께 축하하던 문화가 개인주의로 없어진 한국의 상황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송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시니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