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늘레는 필자가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중 하나다. 카늘레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유래된 티 케이크의 일종인데, 보르도 지방의 특산품으로,시간을 가리지 않고 커피나 와인에 곁들여 먹는 간식이다.
카늘레는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겉과 속이 각자 다른 맛을 자랑하는데, 겉은 캐러멜화 돼서 바삭바삭하고 얇은 반면, 속은 깊고 씹는 맛이 있는 촉촉한 커스터드가 일품이다. 카늘레가 처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에서 계란의 흰자를 와인통을 밀봉하는 데 사용했는데, 남은 노른자를 사용할 수 있는 요리를 찾던 중 우연히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다른 이들은 카늘레가 가론 강유역의 적하장 인근 주민들이 쏟아져버린 밀가루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디저트를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생겼다고 한다. 이중 가장 유력한 설은 1520년 세워진 ‘안농시아드 수녀원(Couvent Des Annonciades)’의 수녀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는 것. 카늘레라는 단어는 보르도 지방과 프랑스 남서부지방에서 19세기까지 쓰이던 가스콩어에서 비롯됐다. 제빵장인들은 카늘리에(Canaulier)라고 불렸는데, 이들은 1663년 보르도 지방의회 산하의 조합을 조직했다. 이 조합은 거의 한 세기 가까이 설탕과 우유를 이용한 제과를 독점했는데, 곧 비조합원들과 다른 카늘리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1775년 이런 조합의 횡포와 특권은 법으로 금지됐고, 카늘리에 제과점은 많은 제약을 받았다. 그럼에도 보르도 지방에는 39개가 넘는 카늘리에 가게가 여러 곳 존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고 카늘리에들의 유산은 서서히 잊혀가는 듯 했지만, 19세기 초반에 재등장했다. 이는 보르도 카늘리에들의 유산을 기억하는 무명 요리사들이 제조법에 럼과 바닐라를 추가하면서 카늘레의 인기를 재현해냈다. 이후, 카늘레는 보르도를 넘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거듭나게 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구한말 고종황제도 카늘레를 먹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카늘레 재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전유, 버터, 박력분, 계란, 바닐라, 럼 등 모두 제과 제빵에서 흔히 쓰이는 것들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특유의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서 카늘레는 페이스트리 류에서 가장 만들기 힘든 디저트 중 하나다. 원조 카늘레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서는 차가운 구리로 만든 제과 틀을 이용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제과틀의 안쪽에는 밀랍을 칠한다. 밀랍은 청결을 위해사도 사용되지만, 무엇보다 특유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고 저장기간도 늘려준다. 카늘레는 만들기 간단해보이지만, 그 식감과 맛은 쉽게 구현하기 힘든 프랑스 디저트 문화의 꽃이다. 프랑스에서 카늘레는 그 하나하나가 고유의 개성을 품고 있다고 여겨진다.
미셸 이경란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 대표
Univ. of Massachusetts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제과 분야에서 일해 왔다. 대한민국 최초 쿠키아티스트이자 음식문화평론가로서 활동 중이며 현재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