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 중에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면 ‘마르디 그라(Mardi Gras)’에 대해 친숙할 것이다. ‘마르디 그라’는 ‘카니발(Carnival)’이라는 단어와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카니발’과 ‘마르디 그라’가 비슷한 단어임은 맞지만, ‘마르디 그라’는 정확히 말하면 예수 공현 축일의 만찬 전후에 시작해 재의 수요일(사순절의 첫날) 전날에 끝나는 축제를 의미한다. 이 기간은 부활절 전까지의 47일이다. ‘마르디 그라’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마르디 그라’의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킹 케이크(King Cake)’다. 프랑스어권 지역에서 가장 큰 파티인 만큼 ‘마르디 그라’에 맞는 케이크가 있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킹 케이크’는 그리스도를 상징화한 예수 공현의 재현으로 축제기간동안 먹는다. 다채롭고 계란형의 모양을 가진 ‘킹 케이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왕실문화에서 유래했고 오랜 전통을 담고 있다.
‘킹 케이크’는 브리오슈의 일종이다. 브리오슈는 계란과 버터가 많이 첨가되는 효모반죽을 말한다. 브리오슈는 종종 꽈배기모양을 가지고 있는 형태로 항상 원형이나 타원형을 띄는데 이는 왕족을 뜻하는 왕관을 연상하게 만든다. 케이크는 왕들이 예수를 죽이려는 헤롯왕을 따돌리고 아기예수를 만나기 위해 이용한 원형의 길을 표현하기 위해 동그란 형태로 만들어졌다. 과거에는 콩, 완두콩, 동전 등이 케이크 안에 숨겨져 있었지만, 요즘은 작은 플라스틱 아기 조각상을 안에 넣는다. 숨겨놓은 조각상을 찾는 사람은 그 날의 왕으로 되거나 다가오는 해에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우선 ‘킹 케이크’의 유래를 살펴보자면 케이크가 가지는 상징성으로 ‘왕의 날’이라고도 불리는 예수 공현 축일을 기리는 카톨릭의 전통과 관련이 있다. 예수 공현 축일은 12일의 크리스마스를 끝으로 1월 6일을 의미한다. 축일은 누가복음에 나오는 동방박사들이 왕 중의 왕인 예수를 찾아오는 장면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킹 케이크’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12세기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예수 공현 축일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정식으로 마무리하는 날이다. Carnival이라는 단어도 라틴어로는 ‘작별의 식사’라는 뜻인 ‘Carne Vale’에서 유래한 것이다. 수세기동안 카톨릭 신자들은 사순절 기간 내내 고기나 육류제품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카니발 당일에는 사순절 기간 동안 먹지 못했던 고기를 마음껏 먹었다. 불어로 카니발은 ‘Mardi Gras’ 또는 참회의 화요일(Fat Tuesday)이라고도 불린다. 카니발은 세기를 거치면서 각 문화의 특색에 맞게 그 의식과 전통이 변화해 왔다. 예를 들어 뉴올리언스에서는 축제의 규모가 확장됐다. 축제기간동안 뉴올리언스 지방에서만 75만 개의 ‘킹 케이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역을 막론하고 똑같이 지켜지는 것이 있다면 케이크가 전통으로 내려오는 ‘마르디 그라’ 색으로 꾸며진다는 것이다. 보라색은 정의를, 초록색은 믿음을, 금색은 권력을 상징한다. 이 색깔들은 축일에 예수를 보기 위해 방문한 3명의 현자들의 보석이 박힌 왕관을 본떠 만들기 위해 선택됐다고 한다.
추후 빅이지(뉴올리언스 지방)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필자는 뉴올리언스의 크리올 요리와 케이즌 요리와 함께 ‘킹 케이크’를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사순절 전에 ‘킹 케이크’를 먹는 당신에게 찬사를 보낸다.
미셸 이경란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 대표
Univ. of Massachusetts에서 호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제과 분야에서 일해 왔다. 대한민국 최초 쿠키아티스트이자 음식문화평론가로서 활동 중이며 현재 MPS 스마트쿠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