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필자가 평화의 샹파뉴 떼땅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북한의 뉴스에서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 대화를 희망한다는 평화의 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그것도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입에서. 이어서 판문점 회담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더니 올림픽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과 공동팀 구성까지 이야기 나온다. 이 글이 발표되는 2월 우리나라에서는 사상 두 번째 올림픽이 개최되고 남북이 한 자리에서 응원가를 부를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 축복의 향연에 나는 평화의 샹파뉴, 떼땅져 건배를 제안한다. 올레~! 전쟁의 포연 속에 핀 샹파뉴, 떼땅져 지난 한 해 우리나라는 정말 다사다난했다. 국정은 문란했고 국론은 분열됐다. 촛불과 태극기가 충돌하고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북에서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우리를 힘들게 했다. 세상은 정녕 평화롭게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여기 한 와인 회사의 스토리가 반갑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격전지의 자연 경관과 포도밭을 아름답게 본 한 장교가 있었고, 그는 전쟁이 끝난 후에 다시 찾아와 결국 그 포도원을 구입한다. 전쟁의 포연
대망의 2018년 새해가 밝았다. 황금개띠 해라고 한다. 개는 충직한 동물이다. 와인 중에서는 어떤 와인이 충직한 와인일까? 자라난 포도밭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품종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와인메이커의 기술을 그대로 반영하는 와인, 그리고 언제나 변치 않는 믿음을 주는 와인,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은 와인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칠레 와인이 떠오른다. 주어진 가격대에서 늘 만족감을 주는 와인. 칠레의 토양을 그대로 표현하기에 초심자도 쉽게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그래서 1월에는 칠레 와인을 마셨다. 황금처럼 고상하면 더욱 좋기에 좀 좋은 와인으로! 소박함의 가치를 아는 와인 농장, 산 페드로 2000년 대 초반 내가 방문한 칠레의 ‘비냐 산 페드로(Viña San Pedr)’(이하 산 페드로) 양조장은 화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았다. 소박한 칠레의 전통 농가와 양조장의 모습 속에서는 수백 년 스페인 통치하에 유럽 문명의 침탈이 있었음에도 자존심을 잃지 않은 마푸체 문명의 인내의 시간들이 배어 있었다. 방문객들에게 항상 손을 들어 미소를 보내는 양조장 노동자들의 모습 속에는 자기들과 같은 경제적 여건 하의 사람들도 마실 수 있는 저렴하고 편한 와
영화에 나온 슈퍼맨이 우리나라의 땅속을 수직으로 뚫고 들어가 지구의 핵을 지나 그 반대편으로 나온다면 어느 나라로 나오게 될까? 바로 아르헨티나다. 지리학에서는 이 개념을 ‘대척점’ 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지구 반대편의 와인 산지는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며 필자가 아르헨티나를 찾은 것은 2000년도 중반이었다. 비행기로 날아가도 비행시간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 고생을 하고 도착한 멘도사(Mendoza) 라는 지방은 베이지색 집들과 파란 하늘, 그리고 멀리 안데스 산맥의 억센 굴곡이 보이는 낯설고 생경스러운 곳이었다. 안데스의 위용이 만들어낸 아르헨티나 와인 5000~6000m급 고담준봉들이 즐비한 안데스 산맥 인근에서는 어디에서건 높은 산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미 포도밭의 자체 고도가 높다. 안데스 산지에서 고도는 포도의 아로마, 맛과 농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대개의 뉴월드 산지들은 여름 기간에 매우 덥기 때문에 밤에는 그나마 차가운 바다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고품질 포도가 생산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안데스 산맥 지역은 근처에 바다나 호수가 없기 때문에 고도 효과에 의한 온도 하강 현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 즉 남위 30~
"이맘때 시애틀은 늘 안개가 많고 비가 오는데, 지금은 해가 났네요. 햇빛을 즐기세요. 안개가 다시 끼기 전에. 인생에서 좋은 시절은 후딱 갑니다. 즐기세요. 마음을 열고 지금 사랑하자구요~!"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한 영화 ‘만추’에서 수륙양용 오리차(Duck Bus)의 가이드가 하는 말이 머릿속에 감돈다. 안개로 유명한 시애틀의 날씨는 그래서 또 다른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어냈나 보다. 요 며칠 단풍을 재촉하는 늦가을 비가 내리더니 수은주가 10℃ 이하로 내려갔다. 요즘 날씨는 꼭 시애틀 날씨 같다. 생각난 김에 워싱턴 와인 한 병을 열었다. 그런데! 와인의 향과 맛에서는 따뜻하고 감미로운 훈풍이 불어오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시애틀의 날씨와 워싱턴 와인 사이에는 무슨 간격이 있는 것일까? 어떤 마술이 작용했을까? 케스케이드 산맥이 만든 마술 날씨 그 대답은 바로 시애틀 뒤에 높다랗게 병풍처럼 펼쳐진 케스케이드 산맥에 있다. 만년설로 덮힌 4400m급 Mount Rainier와 3200m급 Glacier Peak를 비롯한 준봉들이 남북으로 오리건주까지 달리는 이 산맥은 그 왼편과 오른편의 기후를 180도 다르게 바꿔 놓았다. 연간 강수량
이슬이 내려 가을이 깊어간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마감을 앞둔 작가의 마음에 분심을 더해 주고, 자정을 넘긴 새벽에 와인 한 잔을 들게 한다. 이달의 와인 ‘콘차이토로 돈 멜초르’다. 순간, 분심은 사라지고 명징한 평정심으로 나머지 원고를 써 내려간다. 취중 원고가 아니다. 취심 원고다. 이슬이 서리로 맺히기 전의 깊어가는 가을의 정서는 이 콘차이토로 와인과 기가 막히게 닮아 있다. 칠레의 뜨거운 태양과 안데스 산맥의 냉기는 한국 가을의 낮과 밤을 그대로 표현해 주나니, 그 정서가 어디 가랴~! 10월, 가을을 타는 남자들에게 콘차이토로 와인을 권하는 이유다. 칠레 농민을 사랑한 선각자, 돈 멜초르 스페인 정복자와 함께 칠레에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이 전파된 것이 16세기였지만, 19세기 중반까지 약 300년간 와인 산업은 큰 발전 없이 영세한 산업 분야로 명맥을 이어 왔다. 그런데 19세기 중반이 지나면서 산티 아고 주변의 유지들이 필록세라로 일자리를 잃은 프랑스 양조자들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칠레의 유력한 지주 가문의 자제들이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칠레와인산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당시 칠레 유지들은 프랑스 보르도로 가서 유학하며 포
장마가 끝났다. 눅눅한 장마 때는 건조함이 그리웠는데 폭염이 시작되니 장마가 그립기도 하다. 요즘의 무시무시한 더위는 시원한 맥주나 칠링된 스파클링으로 해결될 더위가 아니다. 이런 때는 ‘이열치열’이다. 아예 뜨거운 놈으로 마셔 줘야 한다. 섭씨 35도를 넘어서는 남프랑스의 열기가 고스란히 담긴 커다란 돌멩이들이 밤새도록 뜨끈뜨끈하게 포도밭을 달궈 탄생한 와인, 바로 샤또뇌프 뒤 빠쁘다. 교황의 와인, 와인의 교황 Vin de Pape, Pape des vins 14세기 초, 프랑스 남부 아비뇽(Avignon)에 교황청이 설립됐다. 아비뇽이 갑자기 유럽 종교의 중심지가 되자 수많은 가톨릭 지도자들과 순례자들이 몰려들었고 지역의 와인 소비는 급증했다. 역대 7명의 교황들은 와인 생산을 장려했고 포도밭은 확장됐다. 곧 인근에 있던 한 마을이 교황의 여름 별장으로 선정됐는데, 그곳은 와인의 품질로도 유명했다. 2대 아비뇽 교황 요한 22세는 아비뇽 북부 지역에서 온 와인도 즐겨 마셨는데, 이 일대 와인은 자연히 ‘교황의 와인’으로 알려지게 됐다. 1320년, 그는 조용하게 쉴 별장으로 이 지역에 성을 쌓았다. 후일, ‘샤또뇌프 뒤 빠쁘(Châteauneuf-du-
스파클링 와인의 계절이 돌아왔다. 30℃를 웃도는 폭염이 전국을 휩쓸고, 아이들이 시내 광장 분수대의 시원한 물줄기 속을 뛰어 다닐 때 와인 애호가들은 차갑게 칠링(Chilling)된 스파클링 와인을 오픈한다. 스파클링 와인의 꽃은 단연 프랑스의 ‘샴페인’이다. 북위 49도 서늘한 프랑스 북부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만들어진 샴페인은 그 품질과 명성, 유명인들의 편집적 애착으로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최고의 맛과 멋을 동시에 가진 명품 브랜드 샴페인! 샴페인을 즐기기 위해 꼭 부자일 필요는 없지만, 사실 평균가 10만 원대 이상의 샴페인 구입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샴페인 살 돈을 벌기 위해…. 나는 속물인가? 루이 뢰데레, 러시아 황제의 샴페인을 만들다 내가 속물이 아님은 19세기의 한 러시아 황제가 입증했다.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황제로 불렸던 러시아의 짜르 알렉산더 2세는 당시 러시아 샴페인 시장에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뢰데레 회사에게 매년 황제를 위해 가장 좋은 뀌베(Cuvée)를 예약해 둘 것을 요청할 만큼 와인 마니아였다. 1876년, 황제는 그가 마시는 샴페인이 외
스페인! 마지막으로 떠오를 와인의 자존심! 3000년 와인 역사를 자랑하는 지중해 와인 세계에서 가장 덜 알려진 나라 중 하나가 스페인이다. 스페인 역시 로마 점령기 이래의 오랜 와인 생산 전통이 있으나, 7세기부터 약 500년 동안 이슬람 지배와 뒤이은 정치 불안으로 인해 와인으로 인지도를 얻지는 못했다. 현재도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나 뻬스께라(Pesquera), 또레스(Torres) 등 세계적 명성의 와인 생산자들이 있지만, 다수의 벌크 와인 생산자들에 가려 고급 생산자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와인의 역사에 있어 프랑스가 이미 17세기부터, 이탈리아가 20세기 후반부터 화려하게 부활했다면, 이제 21세기는 스페인이 용트림을 할 차례가 아닐까? 이미 스페인 와인은 2005~2008년 세계적인 와인 평가 잡지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바 있다. 우리도 이제 스페인 와인을 글라스에 채워 보자! 무리에따, 스페인 와인의 자존심 리오하를 탄생시키다 프랑스에 보르도(Bordeaux)가 있고, 이탈리아에 끼안띠(Chianti)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리오하(Rioja)가 있다. 리오하는 스페인 북부 국경인 피레네
한낮의 기온이 이미 섭씨 25도를 육박하니, 곧 다가올 성하의 계절과 뜨거운 태양이 조금씩 걱정되기도 한다. 뜨거운 태양 하면 생각나는 곳 중의 하나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이다. 4년 전 여름 이곳을 들렸다가 더위에 혼나 쫓기듯 돌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에어컨도 없이 시원한 것에 놀랐다. 그만큼 토스카나 지방의 돌집은 50cm 이상의 석회석 벽 두께가 단열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집이 바로 까스텔로 디 아마 농장이다. 순수 끼안티의 새로운 지평, 까스텔로 디 아마~! 1970년대 몇 개 가문이 파트너십을 맺어 설립된 까스텔로 디 아마 농장은 수백 개에 달하는 끼안띠 지역의 양조장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 중 하나이다. 1972년에 로마에서 내려온 세바스티 Sebasti 가문이 성을 구입했고, 1982년부터는 2대 오너인 로렌짜 Lorenza Sebasti의 남편인 천재적 재능의 와인메이커 마르꼬 팔란티 Marco Pallanti가 합류하면서, 까스텔로 디 아마의 명성은 최정상에 올라섰다. 마르꼬는 2003년에 권위 있는 이탈리아 와인가이드를 편찬하는 감베로 로쏘 협회로부터 ‘올해의 와인메이커 Winemaker of the Year’ 상을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이 언젠가부터 상투적으로 4월을 상징하는 문학적 표현이 되고 있다. 물론, 꽃가루와 황사로 비염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힘든 계절이 되고는 있지만, 3월의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5월의 이른 더위가 오기 전의 화사한 계절은 아니던가? 벚꽃비가 내리는 4월을 기다리며, 필자는 부르고뉴의 생동감 있는 레드와 화이트를 골라 봤다. 이탈리아 바롤로가 겨울의 와인이라면,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와 샤르도네는 생기발랄하게 톡톡 튀는 새 봄의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은 대륙성 기후의 엄격함과 해양성 기후의 온화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기후대로서 섬세한 특성의 레드와 화이트 품종이 자라기에 최적의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만일, 부르고뉴의 레드 화이트 와인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이 우아함과 세련됨, 견실한 구조와 미묘한 떼루아의 터치였다면, 도멘느 뒤작의 와인은 이 분야의 백미다. 지성과 감성의 복합미, 도멘느 뒤작~! 파리에서 비스킷 공장을 운영하며 파인다이닝과 와인에 관심이 많았던 재력가 루이 쎄쓰 Louis Seysses는 런던의 은행에서 일하던 아들인 자끄를 불렀다. 자끄 역시 와인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의
연초, 캘리포니아 투어와 설 명절, 그리고 바쁜 서울 일정을 잠시 뒤로 하고 고향 영동에 내려왔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 동네는 이제 얼음이 풀리고 추위로 굳었던 산천초목이 살짝 생기를 되찾으려 한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노트북을 열고, 그 느낌을 기록하려니, 머릿 속에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랑게(Langhe) 구릉지대의 자연과 그 와인이 떠오른다. 오늘 저녁에서는 분명 바롤로 와인 한 병을 따게 되리라… 알프스 산맥의 낮은 자락을 앞치마 삼아 펼쳐진 400~600m 해발 고도의 구릉지대가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랑게 지역은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는 곳이다. 전통의 대가들과 촉망받는 미래의 소장파들이 약진을 벌이는 이탈리아 최고 와인산지이다. 이런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생산지에서 차별화를 이루며 두각을 나타내기는 진짜 힘들다. 모두 다 멋진 포도밭을 가지고 있고 모두 다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타인과 다른 ‘그 무엇(X-Factor)’이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달의 와이너리가 그 특이함의 정점에 있다. 가장 전통적이며 소박한 산업 풍토와 분위기를 자신의 이미지로 갖는 지역이기에 더더욱… 아키텍처가 살아 있는 아름다운 와인
이탈리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태양과 라틴 문화이다. 따뜻한 지중해의 태양을 쬐고 열정적인 라틴족이 만들어낸 문화와 유적이 이탈리아 거리 곳곳에 가득하다. 그런데, 알프스를 머리에 이고 있는 북부 이탈리아 지방은 아주 다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고, 여러 면에서 가장 이탈리아 같지 않은 곳이다. 우선 언어가 그렇다. 알토 아디제 지방(Alto Adige)에서는 독일어가 더 많이 쓰이며,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지방(Friuli-Venezia Giulia)에서는 세르비아 - 크로아티아 - 슬로베니아 악센트의 언어가 지역어로 사용된다. 역사적으로 봐도, 중세에는 베네치아 공화국에 속해 있었고, 동부 국경지대는 1차 대전 전까지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에 속해 있었다. 와인 스타일에서도 그렇다. 대부분의 다른 지방들은 레드 와인이 강세를 보이는데,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의 영향을 받은 서늘한 이 지역에서는 화이트 와인이 대세를 이룬다. 이번 달 우리는 가장 슬라브적인 이탈리아로 떠나 보자~! 베로나에서 차를 몰아 동쪽으로 3시간을 달리면 슬로베니아 국경지대에 이르며, 알프스의 준봉들이 살짝 낮아지는 곳에 프리울리 지방이 있다. 뒤쪽의 높은 구
유럽의 지붕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는 맑고 깨끗한 호수가 많다. 그 중에서 압권은 아름다운 가르다 호수(Lago di Garda)다. 둘레가 150km에 달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멋진 풍광과 자연의 위안을 선사한다. 이탈리아의 북단에 위치한 이곳까지 오면 꼭 들르는 와인 산지가 있으니, 바로 발폴리첼라 (Valpolicella)다. 발폴리첼라는 베로나 시 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몬티 레씨니(Monti Lessini) 구릉지대를 일컫는 역사적 명칭이다. 그 이름은 라틴어의 ‘Vallis-Polis-Cellae(많은 셀러가 위치한 골짜기)’에서 유래됐단다. 그만큼 좋은 와인으로 유명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다. 발폴리첼라 지역의 주력 포도 품종은 꼬르비나(Corvina), 론디넬라(Rondinella) 그리고 몰리나라(Molinara)다. 이탈리아는 산죠베제와 네비올로 등의 품종이 세계적 차원에서 알려져 있지만, 진정한 와인 애호가라면 대중적이고 개성 있는 제 3의 대안으로서 꼬르비나 등 이 지역 토착 품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발폴리첼라 지역에서는 이들 적포도 품종으로부터 6가지의 매우 다채로운 와인 상품을
지난 달에 소개한 바롤로 와인이 이탈리아 최북부의 와인이었다면, 이 달의 와인은 반대로 가장 남쪽 시칠리아 지방 와인이다. 위도 10도의 간격을 두고 멀리 떨어진 이들 와인의 공통점은 역설적으로 추운 겨울에 따스함을 주는 와인이라는 점이다. 차이라면, 바롤로 와인은 품종의 특성으로 이 느낌을 주었다면, 시칠리아 와인은 자연 그 자체가 주는 후끈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시칠리아~! 3천년 이상의 오랜 포도 재배 역사를 가진 와인의 고향~! 구릉지대의 척박한 화산토에서 수십 종의 토착 품종으로 색깔 있는 와인을 만들어 낸다. 최근 이십여 년 사이, 와인 품질의 혁명적인 진보를 이룩한 곳~! 지중해의 쪽빛 물결을 바라보는 이탈리아 최남단 포도밭에서는 가차 없이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습기라곤 거의 없는 악조건 속에서 짙은 색상, 풍부한 향과 강한 알코올의 와인을 만들어 낸다. 시칠리아처럼 기후가 더운 곳에서 좋은 포도밭은 높은 구릉지대의 언덕에 있어야 한다. 포도가 천천히 익을 수 있도록 해 산미와 과일의 균형이 잡힌 포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귀한 품격의 노블레스 와인, 타스카 달메리타 지중해 최대의 섬, 시칠리아의 중부 내륙 해발 고도 약 50
찬 서리가 내린다는 한로를 넘겼다. 거짓말처럼, 밤 기온이 10℃ 이하로 내려갔고, 나무들은 잎과의 이별을 준비하느라 스산하다. 밤이 길어지고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면, 각자 생각나는 와인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바롤로다.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지방의 찬 안개가 돌면 수확하는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드는 묵직한 와인, 바롤로~! 이 바롤로 와인이 11월에 소개할 와인이다. 바롤로! 이 얼마나 위대한 이름인가! 생각만해도 가슴 벅찬 와인, 부르기만 해도 가슴 뛰는 와인! 특별한 순간을 위한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 매 빈티지마다 특별하고 다르다. 바롤로 와인을 앞에 두면 가슴은 따뜻해지고 마음은 열린다. 위대한 자연과 고상한 품종, 2세기 이상 숙련된 노련한 노동과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와인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진다. 바롤로 와인 한 병을 열면… 부드러운 랑게 구릉의 능선과 갈색 포도밭, 그 속의 돌 내음, 흙 내음, 꽃 내음, 풀 내음이 흩어진다… 한 세기 전의 전통이 살아 있는 바롤로, 자꼬모 보르고뇨! 많은 바롤로 와인 생산자 중에서, 가장 전통에 충실한 양조장, 가장 터줏대감 같은 양조장을 들라면 단연 쟈꼬모 보르고뇨 양조장이다. 바롤로 지역에서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