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부터 ‘호텔의 분위기를 바꾸다’란 주제로 다양한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호텔을 넘어, 어떤 공간이든 손쉽게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인테리어 요소로 무엇이 있을까? 먼저 가격 대비 가장 만족스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조명이다. 조명은 인테리어의 완성이라 불릴 만큼 호텔의 분위기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조명 공사를 대대적으로 하자니 부담스럽다. 그럴 때는 부분교체, 특히, 객실의 펜던트, 스탠드 조명만 바꾸라고 권하고 싶다. 조명은 시즌별, 콘셉트별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또 언제든지 다른 장소에 다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객실 조명등은 아주 심플해지는 추세로 가성비 좋은 LED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무드 조명이나 객실 사이드 스탠드등은 좀 더 디자인성이 있는 제품을 선택해서 공간에 포인트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요즘 펜던트 조명이 인기가 많은데 펜던트 조명은 유행을 타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이 좋고, 가로로 긴 형태보다는 빛이 자연스럽게 퍼지고 전구가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그림 1>과 같이 원형이나 반원형태의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또한 하나만 달지 않고 모양은 같지만 컬러가 다른 것 등을 선택, 그룹핑해서 설치하는 것도 재밌는 방법이다. 하나의 디자인으로 여러 개를 달아주면 한층 멋스럽고 장소에 맞게 따로 또 같이 연출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전구를 삼파장 제품으로 선택했지만 최근에는 오래 쓸 수 있고 전력소비가 적은 LED(발광 다이오드)로 대부분 변했다. 백열등 보다 8배나 오래 쓸 수 있고 6/1 정도의 전력만 사용하는데다 수은 등의 유해물질이 들어있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펜던트 조명 외 스탠드나 테이블 조명, 플로어 조명 등도 있는데 공간에 적절히 배치해 카페트나 커튼처럼 손쉽게 시선을 분산시켜 전체적인 인테리어의 균형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여행을 하다보면 유럽 호텔 천정에는 등이 없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다양한 스탠드 조명으로 은은하게 빛을 연출하는데 그 느낌이 아늑하고 좋다. 우리나라는 천정에 직접 조명을 달아 빛이 아래로 떨어지게 하도록 하고 공간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직접 조명을 대부분 사용한다. 하지만 유럽의 공간에서는 직접 조명을 쓰기보다는 공간 곳곳에 바닥에 두는, <그림 2>처럼 무이(Moooi)의 플로어 조명이나 테이블 조명 등 은은한 빛을 연출하는 간접 조명을 적절히 배치해 빛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게 한다. 이렇게 하면 빛의 조도는 낮지만 은은하고 여유로운 공간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객실 안에서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경우 편안하고 정적인 공간감을 연출하고 싶을 때 메인 객실 천정 등은 끄고 플로어 포인트 등만 켜둬도 아늑한 분위기가 한껏 살아난다. 또한 키 작은 플로어 조명은 천장이나 벽쪽으로 빛이 나가게 설치하면 공간 전체 방향으로 빛이 퍼져 나가 실내가 안정돼 보이는 효과가 있다. 물론 객실의 목적에 맞게 무엇보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이때 심신을 이완시키는 백열 전구가 좋고 빛이 직접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하므로 작은 테이블 조명과 천장 조명은 빛이 부드러운 반 간접 조명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조광기능이 있는 천정 조명이나 브라켓을 활용하면 더욱 안락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침실 입구 가까이에 풋 라이트가 있으면 밤에 화장실을 갈 때 편리하다.
직접 조명보다 간접 조명으로 공간의 깊이감과 분위기 있는 공간 연출
간접 조명이란 빛, 즉 광원이 보이지 않도록 <그림 4>와 같이 빛을 천장이나 벽에 비춰 반사광으로 간접적인 빛을 만드는 방식이다. 빛의 무리와 그라데이션(Gradation)을 만들어 직접 조명보다 공간이 깊어지고 그윽하고 분위기 있는 연출을 할 수 있다. 간접 조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추는 천정이나 벽면에 깔끔하게 정리해 빛이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가 된다. 또는 강한 디자인 포인트를 주기 위해 빛이 비치는 부위에 패턴을 넣어 그림자 효과로 또 다른 공간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천장에 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이 단을 활용하거나 <그림 5>와 같이 가구 제작시 침대 헤드부분에 간접조명을 설치, 공간에 깊이감을 표현할 수 있다.
조명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광원 선택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목제 가구가 있는 곳은 좀 더 온기가 도는 따뜻한 느낌의 백열 전구가 적합하고 대리석이나 돌, 금속으로 공간이 연출됐다면 밝은 형광 전구가 어울린다. 또한 키 큰 플로어 조명을 설치해 멋스러움을 연출하고 벽면을 넓게 보이기 위해 천정 모서리 부분에 간접조명을 설치, 확장된 공간감을 연출할 수 있다. 그 외 욕실은 형광등을 설치하여 상쾌하고 청결한 느낌을 주며 공간을 환하게 밝혀줘 작업시 편리함을 제공한다.
조명은 단순히 기능적으로 빛을 내는 물건이 아니다. 잘 고른 조명하나가 공간의 인테리어를 전체의 느낌을 변화시켜 준다. 가구는 유행을 타지만 조명은 특별한 유행이 없고 위치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기에 활용도도 매우 좋다. 조명 하나가 멋진 그림 이상의 효과를 지니며 조명이 켜있을 때뿐만 아니라 꺼진 상태에서의 디자인도 꼭 챙겨야 한다.
이규홍
ASC Studio 대표
지난 13년 동안 LG하우시스에서 공간디자인 컨설팅 등 책임연구원을 맡아오다 올 4월 독립해 ASC Studio를 설립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