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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홍

[이규홍의 Hotel Design] 덜어내는 것에 집중, 칠랙스(Chillax)에 주목하는 공간

 

코로나19, 오미크론 이후 맞이하는 경제 위기와 하늘 높이 치솟는 물가, 높은 집값, 바닥으로 떨어진 낮은 취업률로 부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영끌, 벼락거지, 로또부자 등의 신조어가 탄생하고 삶이 마치 게임과 같은 현실 속에서 양극적 불확실성과 함께 사람들은 더 거세진 물질적 사회로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이제 행복의 척도가 물질을 가지고 있는냐, 없느냐로 갈리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에는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미래를 위해 지금은 희생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려는 태도인 욜로(Yolo)가 트렌드를 이뤘으며 최근에는 이 욜로가 자신의 성공과 부를 뽐내거나 과시하는 플렉스(Flex)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은 물질적 소비에 한계를 느끼며 욜로에 이어 플렉스, 그 뒤를 이어 칠랙스(Chillax) 콘텐츠가 부상하는 중이다. 

 

비움으로부터 얻는 가치


칠랙스. 즉 ‘비우는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칠랙스는 ‘긴장을 풀다(Chillout)’와 ‘휴식하다(Relax)’의 합성어로, 각박하고 긴장된 기분을 풀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많은 이들이 자연을 보며 마음을 비우는 풀멍, 바람멍, 불멍, 숲멍, 고양이멍까지 ‘멍 때리기’의 트렌드와 연관, 멍과 관련된 연관어는 이제 50여 개가 넘는다. 


멍 때리기의 니즈는 근본적으로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몸과 마음을 비우는데서 출발한다. 또한 비움으로부터 얻는 가치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미니멀리즘이 재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은 많은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공허한 마음을 채우는 것에 한계를 느끼면서 돈으로 행복을 느끼고 채우는 것에서 벗어나, 오히려 덜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비움을 통한 삶의 재정의


신박한 정리, 식벤져스, 유랑마켓 등의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것도 이러한 맥락과 함께한다. 신박한 정리는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을 비우면서 내 삶에 행복을 더한다는 차원에서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고 식벤저스는 버려진 식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 제로웨이스트의 실천을 보여줬으며 유랑마켓은 자신의 물건을 직접 동네 주민과 거래하면서 집안에 잠들어 있는 물건들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고 비우는 물리적인 의미와 겉으로 잘 정돈된 깔끔한 것을 넘어, 삶의 불필요함을 덜어내고 비움으로써 삶의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함이다. 즉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삶(Life)을 재정의하는, 리셋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녹지, 비움을 표현하는 공간  


칠랙스는 비움으로써 얻는 가치, 비운 뒤 비로소 볼 수 있는 행복을 의미한다. 단순함, 한적함, 고요함, 최소한의 것을 추구하는 무의 지혜 등 미니멀리즘으로 표현되며 이는 느림과 불편함, 한적함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요즘 자연, 녹지, 여유로움, 비움을 표현하는 공간에 대한 니즈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마차차는 서울숲이 보이는 공간에서 여유롭게 티코스, 티클래스를 즐길수 있다. 다양한 차를 큐레이션해주고 자유롭게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프라이빗한 공간의 카페다. 차는 모두 제주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야생차며 매해 햇차가 나오는 4월에 오면 햇차도 마실 수 있다.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양갱, 곶감말이는 또 하나의 별미다. 

 


마차차는 카페도 전시공간도 아니며 회전율을 중시하지 않고 소규모의 손님에게 번잡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에 대한 설명을 제공, 함께 온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MZ세대들은 이러한 비움의 공간소비 경험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따뜻한 미니멀리즘 공간


이러한 비움과 한적함을 제공하는 또 다른 공간 중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블루보틀 삼청도 사람들에게 칠랙스를 제공한다. 일본 스케마타 아키텍트의 조 나가사카가 설계한 블루보틀 삼청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에는 블루보틀 메뉴를 주문할 수 있고 굿즈를 판매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정원을 마련,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어 몸과 마음 리셋의 공간을 제공한다. 블루보틀은 전 세계 공통으로 매장 내에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두지 않아 오롯이 비움과 커피 그리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리두기 디자인이 필수가 된 요즘, 한산하고 여유로운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무조건 많은 좌석을 채우는 공간에서 중간중간을 비워둬 쉼의 공간을 제공, 사람들이 휴식을 경험하며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따뜻한 미니멀리즘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블루보틀 삼청은 앞마당에 벤치를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변 이웃주민들도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힘을 뺀 편안한 공간 디자인을 선보인다. 각 층마다 삼청동의 다른 방향의 뷰를 볼 수 있는 뷰 맛집으로 특히 2층은 통유리 너머 산과 궁궐, 삼청동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와지붕이 멋스럽게 펼쳐져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공간 곳곳을 무조건 채우는 것에서 벗어나, 비움이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코르크 소재의 높낮이가 다른 원형 의자들이 가벼움과 내추럴, 다듬어지지 않는 소박함 그대로의 본질에 집중하는 칠랙스 디자인을 감상하게 된다.

 

 

공간 소비욕구 만족시켜야


이렇듯 현시대 칠랙스를 기반으로 한 뉴미니멀리즘에 관한 콘텐츠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채우는 것에서 덜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또한 지갑을 열 때 힐링의 요소가 있는 공간을 고려하기에 F&B 공간들은 기존의 판매공간을 줄이고 고객들에게 휴식과 다양한 체험, 볼거리를 제공하는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 공간을 늘림으로써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그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체험과 소비활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칠랙스 공간 즉, 자연친화적인 콘셉트를 적용해 고객들에게 쉼의 공간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 그들의 공간 소비 욕구를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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