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혼밥족을 넘어 기분 전환, 홀로 여가를 즐기며 취미 활동을 하는 라운징 소비가 늘어나면서 개인이 홀로 호텔에서 투숙하는 혼텔족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앞으로 호텔 소비의 50%까지 점유하게될 밀레니얼, Z세대들의 등장과 20~30대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상승함에 따라, 개인의 기호와 취미에 맞는 도심 근처에 콘텐츠를 중시하는 다양한 호텔 등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층의 변화로 최근 호텔은 버젯(Budget)호텔을 기점으로 기존 럭셔리 브랜드 호텔들이 추구하는 고급스러움과 매뉴얼화된 호텔 디자인에서 벗어나, 내집처럼 편안한 디자인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소셜라이징을 중시하는 공간 디자인으로 변해가고 있다. 따라서 마감재 또한 호텔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던 비싼 대리석, 카펫, 화려한 샹들리에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예산에 맞게 편안하고 팬시(Fancy)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현 시대의 호텔들은 저마다 주변 지역성을 디자인에 반영하고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자하는 콘텐츠가 강하며 이러한 특성이 반영된 마감재들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마감재, 즉 재료(Material)란 무엇인가?
마감재는 형태를 이루고 사물이 만들어지는 바탕을 의미한다. 이는 재료, 물질, 재질(材質)을 뜻하고 이러한 재료는 두 가지 특성인 물성(飛性)과 비물성(非飛性)으로 나눈다.
물성은 어떤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성질을 의미한다. 물리적 의미로 공간을 채우는 질량과 질감, 색채, 무늬, 무게 등으로 이해되며 일반성의 성격으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나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반면, 불에 잘 타고 물에 약해 뒤틀리기 쉬운 성질이 나무 본연의 물성이다. 돌은 차갑고 단단하며 불연성이고 내구성이 뛰어난 것이 또한 돌이 가지고 있는 물성이다. 물성은 시간과 장소에 영향을 받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성의 본질이 변화되고 영속성을 갖기 어렵다. 즉, 물성은 사물의 현상의 총체, 즉, 객관적 실재를 가리킨다. 반면 비물성은 그 자체의 물성을 정의 내리기 어려우며 물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본연의 성질을 알 수 없는 바람, 빛, 그림자, 물, 불 등이 속하는데 불안정, 불확정성, 비고정성, 모호성, 본질적이고 잠재적으로 매우 다양한 뉘앙스를 취할 수 있다. 프랑스 관념론의 철학자 베르그손(Henri Bergdon, 1859~1941)은 <물질과 기억>의 저서에서 물성과 비물성의 의미를 말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물성은 물질이며, 비물성은 기억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기억(비물성)은 어떤 단계에서도 물질의 발현이 아니라, 그와 정반대로 물질(물성)은 우리가 그것을 항상 어떤 지속을 점유하는 어느 구체적 지각 속에서 파악하는 한 대체로 기억(비물질)으로부터 파생된다.”는 그의 글에서 결국 물성은 비물성이 존재해야 그 현상을 드러내고 이미지로 표상되며, 빛이 있어야 우리가 어떤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물성은 공간 속에 있고 비물성은 공간밖에 있다. 비물성은 그 자체로서는 무력하고 비활동적이다. 그래서 비물성도 물성으로 착색된 상태로만 비물성이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물성에 의해 비물질은 표상적 형태로 구체화되고 현재 속에서 삽입되면서 지각해 현실화된다. 두 성질의 관계는 필연적 상태에 있으며 서로 상호작용한다.
물성은 물질의 현재 상태로 시간의 흐름, 공간적 상태에 의해 변화되고 비물성은 시공간의 의미를 초월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재료 본연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물성을 잘 활용해 디자인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공간과 디자인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만의 마감재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특히 대표적인 거장들을 살펴보면 프랭크 게리는 항공기에 많이 쓰이는 티타늄을 그의 해체주의 건축 양식을 실현하기 위해 주재료로 사용하고, 마리오 보타는 붉은 벽돌, 안도 다다오는 회색의 콘크리트 등으로 그들만의 재료를 연구하고 발전시켜 개성있는 디자인을 실현하고 있다.
최근 호텔의 공간별 마감재의 변화, 물성의 본질적 표현
최근 호텔 마감재는 재료의 본질적 물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특성을 보인다. 비물성의 시공간 변화에 자연스럽게 물성이 변화되는 것이 표출되도록 충분한 재질적 느낌과 재료의 본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담백하고 자연적 느낌을 강조하는 호텔 디자인이 보여 지고 있다.
최근 호텔에 사용된 공간의 주 마감재는 전반적으로 노출 콘크리트가 50% 이상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콘크리트는 과거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돼 현시대의 철근 콘크리트 개발까지 댐이나 교량 등의 토목, 건축 구조 재료의 중심되고 있으며, 현재는 콘크리트가 건축, 인테리어 마감재에서 가구, 소품, 새로운 신소재의 개발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현시대의 중요한 마감재로 자리 잡고 있다. 콘크리트의 표현에 철근 볼트의 자국들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 디자인이나 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의 물성을 다양한 목재나 벽돌 등의 패턴을 찍어내 재료의 본질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 소소한 디자인적 변화를 넣는 것이 보여 지고 있다.
로컬 커뮤니티의 대표 호텔, 상도동의 핸드픽트나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이너스 호텔에 선정된 인천에 위치한 네스트 호텔의 공용 부위에도 콘크리트로 마감됐다. 콘크리트는 하자발생이 적고 내구성이 강해 최근 호텔에서 천정에 마감 없이 그대로 건축의 골조로 겸 그 자체를 디자인으로 활용하는 마감이 선호된다. 콘크리트는 차갑지만 단단한 물성, 묵직한 매스(Mass)감과 공간의 힘을 주는 마감재다. 이제 호텔 로비 등의 공용부위 바닥은 과거 호텔의 대부분 사용됐던 최고급 이태리산의 대리석을 벗어나, 콘크리트와 우드플로링, 벽돌, 타일 등으로 사용되는 추세다. 벽도 마찬가지로 노출 콘크리트에 도장으로 마감한 마감재가 주류를 이룬다. 그 외 유리, 패브릭 등 여러 가지 마감재를 다양하게 사용해 포인트 월로 표현해 호텔별로 특색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음으로는 과거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나무가 있다. 나무는 실용적이고 따뜻함, 감성적인 물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내구성과 유연성도 뛰어나며, 다양한 수종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다르다. 나무는 도심 속 그린(Green) 디자인의 실현이 가능하며 물, 불이 쓰이지 않는 대부분 공간에 적용이 가능한 재료다. 최근 오픈한 아코르 그룹의 머큐어 앰배서더 울산은 공용부위 바닥에 우드 플로링과 카펫 느낌이 나는 PVC 타일을 사용했고 호주에 위치한 핸리존스 아트호텔(The Henry Jones Art Hotel)도 붉은 체리목의 우드 플로링 사용해 편안함과 따뜻한 호텔 디자인을 연출했다. 이 호텔은 과거 19세기 건축물인 오래된 창고를 아트호텔의 콘셉트로 리모델링한 사례며 19세기의 과거의 재료와 현시대의 재료가 상호 관입적으로 표현된 물성들이 잘 조화돼 혼합적 디자인 양식으로 멋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객실 공간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바닥에 소음과 먼지발생을 줄이기 위해 카펫을 사용했다면 현시대의 호텔은 내집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우드 플로링을 사용한 사례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그외 PVC로 제작된 직조 카펫이 곳곳에 보였다. 벽체는 대부분 과거의 고급감을 표현하기 위해 패브릭이나 무늬목 사용이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도장, 벽지 등의 마감재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천정은 손이 닿지 않는 공간이고 조명에 따라 공간의 효과가 달라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벽체와 동일한 마감재인, 흰 벽지나 백색 도장으로 주로 마감하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거의 90% 이상 대리석으로 마감됐던 욕실 공간이 렌윅 호텔과 아처호텔의 욕실 사례처럼 상업 공간 트랜드에 영향을 받아 흰색 타일 사용이 압도적이다. 타일은 비교적 시공도 편리하며, 유지보수가 쉽고 변색되거나 균열될 일이 거의 없다. 특히 내수성, 내구성, 실용성이 뛰어나다. 이 외 욕실에 도장재가 50%를 뛰어넘는 수치로 사용됐고 복합 판넬이나 유리 등을 이용됐다.
전반적으로 현시대의 호텔 마감재는 대부분 과한 패턴과 고급 자재들 보다는 내집처럼 편안하고 예산에 맞는 합리적인 마감재로 호텔마다 독특한 콘텐츠를 표현할 수 있는 콘크리트, 우드 플로링, 타일 등이 대세다.
콘텐츠가 반영된 마감재,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 맡아
호텔 디자인은 공간의 형태(Form)로 디자인했던 과거보다는 호텔의 콘텐츠가 반영된 마감재가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에 도래했다. 같은 형태라도 어떠한 마감재로 입혀져 있느냐에 따라, 그 디자인의 느낌과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공간을 돌로 마감했다면, 그 느낌은 강하고 단단하고 매스감이 강조된 느낌이 들 것이다. 그에 반해 부드러운 패브릭으로 마감하면 뭔가 포근하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만큼 같은 형태라 해도 다양한 마감재로 하여금 사람들이 느끼는 감성은 다르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저마다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항상 매 프로젝트마다 체계적인 마감재 선택, 마감재를 다루는 방법, 물성과 비물성의 새로운 시도와 발견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마감재의 연구를 통한 호텔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이 현재 치열한 호텔 디자인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규홍
ASC Studio 대표
지난 13년 동안 LG하우시스에서 공간디자인 컨설팅 등 책임연구원을 맡아오다 올 4월 독립해 ASC Studio를 설립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