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스타일에서 벗어나 맥시멀리즘으로
코로나19로 전 세계 많은 호텔이 문을 닫았지만, 전체적인 호텔업의 침체기로 인해 오히려 디자인은 혁신적인 설계와 리뉴얼이 가능해졌다. 새롭게 오픈한 호텔들의 인테리어는 더욱 대담하고 화려해졌으며 어두운 호텔시장에서 용감히 맞서고 있는 느낌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의 혼란으로 실내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라이프 스타일이 지속되는 요즘, 심플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이제는 재미없고 지루한 공간으로 여겨지며 조금은 활력 있고 자극적인 공간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욕구는 호텔업에도 반영되고 있으며 코로나 트라우마 이후에 등장한 호텔업의 낙관주의적인 디자인 물결이 깔끔한 디자인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스타일에서 벗어나, 유쾌하고 강한 디자인 스타일인 맥시멀리즘(Maximalism)으로 탄생되고 있다.
맥시멀리즘은 화이트와 블랙의 컬러를 기본으로 단순하고 비움을 중시하는 미니멀리즘의 반대로 최대를 추구, 의미로 다양한 소품과 가구 및 식물을 배치하고 화려한 패턴의 벽지 및 패브릭 등으로 가득 차게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특징이다.
클러터코어 인테리어 호텔 호황 누려
현재 이러한 맥시멀리즘은 MZ세대 중심으로 클러터코어(Cluttercore) 스타일로 재탄생 되고 있으며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cluttercore 해시태그만 1만 4000건이 넘을 만큼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클러터코어 스타일은 맥시멀리즘을 MZ세대들이 새롭게 해석한 떠오르는 인테리어 용어다. 다양한 소품이나 집기류들을 채워 넣는다는 의미로 공간이 가득차게 보이도록 꾸미는 것이다. 예를 들면 책장 가득 켜켜이 쌓은 책이나 아무렇게나 쌓아둔 책, 거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빽빽하게 걸어놓은 크고 작은 액자와 사진, 다양하고 현란한 패턴의 벽지와, 패브릭, 여러 패턴이 중첩된 침구, 러그, 쿠션 등이 강하고 꽉찬 중첩된 인테리어를 대표적 이미지로 꼽는다.
이러한 클러터코어 스타일은 호텔 디자인까지 영향을 미치며 코로나19로 호텔은 투숙객들을 위한 도피 공간의 콘셉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호텔을 찾는 고객을 진정시키며 마치 영양과 비타민을 공급하고 활력과 에너지를 불어넣도록 클러터코어 인테리어로 설계된 호텔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초현실적 느낌의 클러터코어 디자인을 선보이는 캐슬 오브 트레마톤 호텔
특히 오랜 역사 속에서 장인정신과 기술을 지키는 영국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 수준 높은 퀄리티의 리빙 제품을 선보이는 하우스 오브 해크니의 캐슬 오브 트레마톤(Castle of Trematon by House of Hackney) 호텔은 맥시멈리즘의 판타지를 구현한 쇼룸과 같은 공간으로 초현실적인 느낌의 클러터코어 디자인의 환상을 보여준다. 트레마톤 호텔은 14세기 지어진 유서 깊은 영국 남부에 위치한 콘월의 성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으로 타마르 강 어귀의 뛰어난 절경으로 유명한 콘웰에서 가장 낭만적인 정원을 가진 호텔이다. 런던 시내가 다 보이는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이 호텔은 하우스오브해크니의 인테리어 디자인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정원과 전원 풍경의 자연을 모티브로 디자인 요소는 와일드하면서도 순수함이 공존하는 야생꽃을 중심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 패턴을 전통적 가치를 간직한 유명 핸드크래프트 브랜드들과 협업해 퀄리티 높게 디자인돼 있다.
특히 벽지와 패브릭, 러그, 조명, 가구 등 프린트와 패턴을 아낌없이 사용해 호텔이 지닌 역사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고 패턴의 섬세한 디테일은 영국에서 시작된 핸드크래프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과거의 시간을 현대적 감성으로 채웠으며 백작부인 콘셉트로 꾸며진 객실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헨리 콜본과 같은 젊은 작가들의 현대적 감성 페인팅에 맥시멀리즘의 극치를 더한다. 호텔 공간은 각자 화려하지만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미학을 선보이며 영국 디자인을 위한 미니어처 박물관 역할도 한다.
트레마톤 호텔은 지역의 예술가들과 지역 소상공인들과 지속적으로 협업을 유지하며 영국 전통의 브랜드를 옹호하고 그들의 아카이브를 유지하면서 장인이 만든 시대를 초월하는, 개성 있는 창조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재는 호텔 객실 내 모든 예술 작품에서 조명에 이르는 모든 것을 하우스 오브 호크니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우리집을 호텔처럼 꾸밀 수 있는 마케팅으로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맥시멀리즘의 극치를 표현하고 있는 나우미 호텔
또 다른 사례는 뉴질랜드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프라이빗 호스피탈리티인 나우미(Naumi) 호텔이다. 화려한 패턴을 장식하고 있는 이곳은 뉴질랜드의 새로운 부티크 호텔의 성향을 띤다. 공간은 격자무늬 카펫, 친츠 페이퍼 천장 및 벨벳소재로 이뤄진 화려한 패턴을 뽐내며 실내 장식으로 아트앤크래프트(Arts & Craft)의 패턴을 창의적으로 재해석, 맥시멀리즘의 극치를 표현했다.
호텔은 80년대 시작해 90년대 전성기를 누린 이태리 멤피스(Memphis) 디자인의 아트데코, 팝아트, 바우하우스 운동에 영감을 받아, 직물, 금속 조각품, 세라믹 등에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디자인을 지양하고 과감한 색채와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익살스러운 패턴으로 자유와 풍부함을 나타냈다. 이를 그래픽으로 모던화시켜 바닥 카펫과 천정 패턴에 사용했으며 그 외, 지역 내 역사적으로 등재된 다양한 유산의 모티브를 디자이너가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다. 자연무늬가 담긴 패턴들의 벽지는 프린트의 찬가를 보여준다.
침체된 호텔시장의 또다른 돌파구
이처럼 호텔 공간의 강한 패턴과 진한 컬러의 디자인 바이브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특히 맥시멀리즘 보고서에 요약된 바와 같이 MZ세대들을 중심으로 나노 소비자, 포미족(For me)들은 더욱 자신들만의 개성과 깊이로 가득 찬 호텔 환경을 추구함에 따라 대담하고 강한 클러터코어 인테리어의 트렌드를 선호하고 있으며 이 트렌드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호텔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호텔들도 호텔이 위치한 지역 내 다양하고 독특한 스토리를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고 단순히 숙박을 파는 개념을 넘어 호텔 브랜드 DNA를 반영한 프린트와 패턴 개발함으로써 역동적인 매체인 소품, 벽지, 가구 등에 사용하며 소비자들과 소통, 더 나아가 판매 전략을 세운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호텔시장의 또 다른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