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Hotel] 소방관리에 인색한 호텔들, 불길에 휩싸이다 - ①

2020.03.05 09:30:43



지난해 유난히 호텔의 크고 작은 화재가 많았다. 작은 소동으로 마무리된 화재도 있었지만 사망자가 생기기도 한 큰 사고도 있었다. <호텔앤레스토랑>에서도 지난해 말, 한해를 돌아보며 호텔 화재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2020년의 시작을 알린지 얼마 되지 않은 설 연휴에 장충동의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약 600여 명의 투숙객이 대피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1층에서 발발된 이번 화재는 화재 대처가 가장 어려운 새벽에 일어나, 초동대응도 화재 진압과정의 직원들의 대처도 미숙해 고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조사 경위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호텔에 있어 화재는 시설적인 피해보다 인적 피해, 그리고 호텔의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걸리는 비용과 노력은 숫자로 환산하기 힘든 수준이다. 예방만이 최선인 호텔 화재.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다양한 화재 위험에 노출된 호텔

호텔은 일반 주택과 다르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자, 숙박에서부터 음식,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 다양한 기능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복합용도 건축물이다. 호텔 건축물의 구조는 크게 세 가지, 투숙객이 사용하는 객실부문’, 종업원이 이용하는 관리부문’,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용부문으로 나뉜다.


숙박시설 위험관리가이드에 따르면 숙박시설이 가지고 있는 화재 위험의 첫 번째 특성은 공간의 구성이다. 호텔은 호텔이라는 하나의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용도가 다른 별개의 시설이 하나의 건축물을 구성, 방재계획이 복잡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용도, 구성, 복합화, 입지 등에 따라 각 공간이나 기능에 맞춰 방재계획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로는 객실의 밀실성이다. 호텔은 불특정 다수의 공간이라 무엇보다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해 민감하다. 때문에 객실의 차음이 향상돼 복도의 상태를 알 수 없거나 방범상의 이유로 잠금 상태를 유지하는 등 밀실성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신속한 화재 감지를 비롯해 특히 피난 유도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다. 투숙객의 재실 여부의 확인부터 화재 상황 통지의 확실성 문제 등, 화재를 인지하고 피난을 실시하는 데까지의 시간이 다른 건축물보다 늦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돼 규모가 작은 화재임에도 불고하고 큰 사고로 번진 사례가 많다.


마지막으로 연회장의 상태. 일반적으로 4~5성급 특급호텔에는 규모가 큰 F&B 업장과 연회장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조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나화(Open Flame)나 가스의 위험이 있다. 여기에 연회장은 고정되지 않은 좌석과 인구밀도가 높은 특징이 있으며, 기본적인 시설 이외 각종 건축·전시물이 가연성이 높은 재질, 목재나 천 등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연소 확대의 위험도 존재한다. 바와 같이 음주가 가능한 시설은 투숙객 이외 방문객도 많은 데다 영업시간이 불규칙하고, 특히 라운지 바의 경우에는 최상층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피난이 불리하다는 점도 있다.

 


10년간 총 251건의 화재 발생해

관광숙박업은 법률 제2482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연면적 합계가 3000이상이면 특수건물에 포함되고, 이러한 규정은 국내 대부분의 대형 호텔에 해당, 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물소유자 손해배상 책임’, ‘보험가입’, ‘화제예방 및 소방시설의 안전점검 실시등의 화재관리 의무가 있다.


특히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조사한 ‘2018년 특수건물 화재통계 안전점검 결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숙박위험이 존재하는 특수건물은 그렇지 않은 건물에 비해 화재발생 시 인명피해가 4배 이상 높게 발생한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특수건물에 비해 건물에 체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 다양한 발화위험에 노출돼 있긴 하지만 대체로 주방에서의 취급 부주의 등으로 인한 소규모 화재가 많고 발화 초기 대응이 용이해 평균재산피해는 크지 않다고 한다.


한편 숙박시설 위험관리가이드에서 조사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특수건물 숙박업종 화재 발생 현황을 보면 약 10년간 총 251건의 화재가 발생, 장소별 화재 발생은 객실 40(15.9%), 주방 32(12.7%), 설비 공간 30(12%)이었고, 화재 원인은 전기적 원인이 87(34.7%)로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담배꽁초 34(13.5%), 과열 및 과부하 22(8.8%)이었다. 발화기기별 화재발생은 옥내 배선용 전선이 26(14.3%), 주방기기가 32(12.7%), 계절용 기기가 29(11.6%)으로 나타났다.

 



대연각화재를 계기로 소방안전 기틀 다져

유난히 크고 작은 화재가 많았던 한해였다. 작년에도 1월부터 20여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가 있었고, 5월에는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방화범에 의해 38명의 투숙객의 부상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7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한 호텔 주차장에서 시작된 발화로 100여 명이 대피하고 27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10, 190명의 투숙객이 머무르고 있던 중구 렉스호텔 주방에서 불이나 한차례 소동이 있기도 했다.


사망 및 부상자 수가 가장 많았던 국내 숙박시설 화재 대표 사례로 꼽히는 곳은 대연각호텔. 당시 중구 명동에 22층 규모의 보기 드문 대형호텔이었는데 1층 커피숍 LP가스 폭발로 19711225, 추락사 38명을 포함해 159명의 사망자, 63명의 부상자를 만들어내면서 서울 3대 화재 사고로 꼽히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 호텔 화제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정혜원 대리(이하 정 대리)당시 화재 발생에 대한 잘못된 대처로 막대한 인적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사고가 난 이후에도 관련법이 미비해 피해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투숙객 중에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 국가적으로도 큰 망신이었던 사례라며 대연각호텔 화재를 기점으로 국내 소방법이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이후로는 해가 지날수록 법이 강화되며 소방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연각화재 이후 19732[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법률 제2482)가 제정, 한국화재보험협회도 화재예방과 안전점검업무를 시작으로 19735월 설립됐다.

 





INTERVIEW




위기상황에 대한 매뉴얼, 정확한 실행이 관권

한국화재보험협회 위험관리지원센터 정혜원 대리

 

Q. 숙박시설 위험관리 가이드 제작 배경과 지금까지 협회에서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소개 부탁한다.

화재보험협회에서는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의해 특수건물의 화재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협회는 전국의 8개 지부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으며, 연면적 합계가 3000이상인 건물은 특수건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1회 화재 안전점검을 시행한다. 협회에서는 안전점검자 및 안전관리에 종사하는 소방안전관리사, 손해보험사 리스크 서베이어 등을 위해 공정별, 업종별 위험관리가이드 시리즈를 만들고 있었는데, 2019년에 잇따른 화재로 숙박시설이 이슈가 돼 올해 초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여 제작하게 됐다.

 

Q. 최근 호텔의 화재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숙박업소가 특히 화재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인가?

호텔은 복합시설로 구성돼 발화위험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객실 내 투숙객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부주의에 의한 발화 관리에도 한계가 있고, 객실 밖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화재 사실을 알리고 대피를 유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호텔은 다른 건물에 비해 화재가 발생했을 시 인명피해의 비율이 높고, 특히 잠자는 시간대인 22시부터 6시 사이의 사망자수는 전체 평균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수를 상회한다.


게다가 투숙객이 호텔에 며칠이고 상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 구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당황스러운 마음에 판단력이 흐려져 보여야할 유도등, 안내문 등이 보이지 않고 탈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호텔은 보완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이중, 삼중 보안장치를 해놓는 경우도 있어 객실 탈출에서부터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다. 이에 NFPA(전미방화협회)에서는 한 두 개의 간단한 동작으로 쉽게 열릴 수 있는 보안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해 놓기도 했다.

 

Q. 그렇다면 호텔의 화재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 호텔 화재 가이드는 대형, 외국계 체인호텔일수록 체계적으로 자리 잡혀 주기적인 소방점검 및 대피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화재 경각심이 높아지며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수신기와 같은 소방기기들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사실 갖추고 있는 시나리오, 매뉴얼대로 이를 잘 점검하고, 안내자 역할을 하는 직원들의 트레이닝만 잘 된다면 문제될만한 것들이 많지 않다. 그러나 관리인원과 시설투자에 대한 여력이 없는 소규모 호텔의 경우에는 혼자 근무하다 자리를 비우거나 하면 대피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고, 소방기기의 오작동에 대한 이해 없이 경종을 꺼놓는 등의 맹점들이 문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받고 예방 매뉴얼을 준수하는 것, 그리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투숙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도록 소방, 피난시설의 사용법을 숙지하는 직원들의 행동 요령이다.



내일 이어서 [Feature Hotel] 소방관리에 인색한 호텔들 불길에 휩싸이다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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