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이어서[Feature Ⅲ] 무엇이 변화를 주도하는가?_ 호텔 다이닝생존이 답이다 -①
효율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고 외주화, 호텔 식음업장 운영의 전환점
- 경영 악화와 인력의 효율성 제고
호텔 적자의 최대 쟁점은 인건비다. 호텔이 식음업장을 외주화 하면 채용의 부담이 줄어 이에 따르는 제반 비용이 절감되고 임대 수수료까지 생기니 손익상의 적자는 아니다. 반면 호텔 내부적으로 경영상의 비용은 증가했다.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는 평균 6~7% 상승했으며 주 52시간 도입으로 초과 근무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호텔이 운영하는 식음업장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또한 홀과 주방을 정규직 위주로 운영하게 되면 적자 폭은 늘어나고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 경쟁 업장들이 많아져 더 이상 호텔이 파인다이닝 시장을 독점할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 노조 이슈나 인턴 직원에 대한 정규직 채용 부담 등의 고용 리스크도 안고 가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식음업장을 직영으로 끌고 가려면 매출보다 부대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호텔이 등급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식음업장은 갖추고 있어야 하므로 향후 호텔업계의 직고용을 떨어뜨리기 위한 외주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외주업체의 전문성 강화로 상승효과
그동안 파인다이닝 시장을 호텔에서 독점했다면 해외 경험을 쌓고 돌아온 실력파 셰프들의 귀국과 심화된 다이닝 시장, 스타 셰프의 등장으로 호텔과 로드숍의 퀄리티 차이가 줄었다. 호텔의 호황기가 저물면서 식음업장의 적자 폭이 커지자 호텔에서도 운영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식음업장을 줄이고 외주화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상승효과가 더해졌다.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이 호텔 내 입점함으로서 얻어지는 홍보 효과는 물론 호텔 다이닝의 약점이었던 트렌드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시킬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오너셰프 자신의 명성과 생존이 직결되므로 역동적인 레스토랑의 에너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한편 식음업장의 외주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가 루프트 탑 공간이다. 호텔 입장에서는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 특수한 장소인 만큼 공간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기술, 인력의 운용 등에 있어서 외주화에 더 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머큐어 서울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의 루프트탑 바 클라우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어반 딜라이트의 박형진 대표는 “투숙객의 만족도가 높고 자연스러운 홍보가 되며 결과적으로 ADR(Average Daily Rate: 평균 객실 요금)이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호텔입장에서는 여기에 임대 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임대업장에 대한 심리적 저항성이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클라우드는 외주화 운영의 전문성을 입증한 사례다. 호텔 내 죽은 공간을 살려 이미지 상승은 물론 호텔과의 시너지를 낳았다.
-호텔 노후화와 세대교체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호텔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국내 호텔업계의 특징이다. 다시 말해 30년 동안 노후화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시기에 호텔 오픈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고용 규모도 대폭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현재 인력의 고령화도 극에 달한 상태다. 호텔의 고용 유지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대거 발생되는 퇴직자들의 빈자리를 젊고 유능한 인력으로 대체하는 작업이 향후 5년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호텔에서는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하면서 적자 폭을 줄여나가기 위해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고 외주화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이러한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다이닝 시장은 더욱 심화되고 체계화된 전문성을 갖춘 스타 셰프들의 진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임대업장,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접근해야
-외주화에 따른 잉여 인력 문제
신생호텔이 임대업장을 외주화 하는 것은 온전히 오너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덩치가 큰 기존 호텔이 인력을 정비해 외주 전환 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최근 파격적인 시도로 식음업장을 절반 이상 줄여 임대 전환한 더 플라자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 이유다. 더 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는 한화 호텔 & 리조트는 호텔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식음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일부는 호텔 내 연회팀으로 순환 배치하고 자연감소 되는 퇴직자 수도 포함시켰다. 시그니엘 서울은 2017년 오픈 당시 식음업장의 절반을 임대업장으로 포지셔닝하고 직영업장의 인원은 본사 직원들로 충원했다. 신규 채용 대신 인턴직을 정규직 전환하는 방법으로 기존 인력을 순환시킨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식음업장을 외주화 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잉여인력을 재배치하는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호텔과 임대매장의 급여와 복지 등 처우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용승계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게다가 노조와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므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호텔에서 근무하던 파트타임이나 인턴 인력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호텔을 외주화 함에 있어서 추가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으니 자연 감소될 것이고 전체적인 관리 측면에서 비용이 개선되는 구조다.
-서비스 품질 관리는 원활한 소통에 달려
일단 내부적인 결과를 도출해 외주화에 이르렀다면 다음 단계는 호텔과 임대매장이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이해와 협력이다. 어차피 호텔 입장에서는 등급심사를 받기 위해 필요한 볼륨의 식음업장을 안고 가야하므로 등급 유지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외주화는 꾸준히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그니엘 서울의 식음부문 이용실 팀장은 “식음업장 외주화로 인한 아웃풋이 호텔과 맞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임대업장은 노동법의 제약이 적은 근로자 100인 미만인 경우가 많아 직원들의 처우, 근로시간, 산재 등의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 되면 호텔의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가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상호 간에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 임대업장의 퀄리티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제반돼야 한다. 이용실 팀장은 이어 “시그니엘 서울은 한식당 비채나와 Bar 81을 임대업장으로 두고 있으면서 매주 한 번씩 총지배인을 포함해 식음 책임자급의 미팅을 주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통 채널을 통해 내부 사정을 잘 알 수 있고 고객 코멘트를 공유하고 개선방법이나 지원,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비채나와 스테이의 콜라보레이션 갈라디너가 성공적으로 열리기도 했다. 임대업장도 호텔의 일부이므로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퀄리티 유지를 위해 호텔 서비스 스탠더드를 따라야 하며 정기적인 호텔 서비스아카데미 교육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유통기한, 원산지 표기 등 식품 위생과 관련된 5가지 항목을 계약 조항에도 명시해 3회 위반 시 계약 해지까지 이를 수 있어 까다롭게 관리되고 있다.
-협업에 대한 마인드 반드시 필요
일단 외주화가 진행되면 호텔 내부에서 임대업장을 분리해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조직이 융화되는 데 있어서 기존에 답습해오던 것들이 갑자기 바뀌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즉 새롭게 개념을 잡아가는 단계에서 직영 방식이 유지한 틀을 벗기 힘들기 때문에 어디서부터가 혁신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박형진 대표는 “호텔에 입점하는 것은 단순히 업장 하나 오픈하는 것과 다른 차원이다. 호텔의 안전시설, 식음, 홍보, 객실 등 각 부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야하기 때문에 임대업장도 호텔 조직의 일부가 돼 생각해야 한다. 고객의 눈에는 임대업장도 호텔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임대업장은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호텔은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 외에 프로세스는 크게 바뀌는 게 없다는 설명이다.
-호텔 입점의 장단점 꼼꼼히 따져야 협상에 유리
호텔 임대업장 입장에서 안정감은 큰 메리트다. 규모와 가치가 형성돼 있는 호텔에 입점함으로서 고객, 입지, 시설, 보안, 발렛, 홍보 등을 공유할 수 있다. 게다가 객실 손님이 15~20% 받쳐주고 있어 기본 이상은 세팅 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호텔의 가이드를 따라야 하고 이미지나 운영상의 문제가 생길 경우 마찰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미리 손익을 따져 임대료에 대한 부담도 고민해봐야 한다. 대게 임대료는 매출의 5~15% 이내로 책정 되며 미쉐린의 스타 등급, 인지도, 전문성이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외주화 만으로 해결 안돼, 설계부터 공간에 대한 전략 세워야
국내 호텔의 수익 구조를 보면 대부분 식음업장보다 객실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다. 이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접근성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호텔을 제외한다면 신생 호텔의 입지는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상대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놓여있다. 다시 말해 내국인 소비가 힘든 입지인데다가 투숙객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중소형 호텔일수록 식음업장 공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국내 대부분의 호텔이 객실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식음업장을 외주로 전환하는 게 해결책이 될까? 대답은 미지수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호텔 설계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공간에 대해 고려할 필요는 있다.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식음공간이다. 해외의 핫한 호텔일수록 경험과 라이프스타일,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며 호텔에서 식음업장이 전략적인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의 중형급 라이프스타일 호텔인 시티즌 M 호텔은 객실을 5평 남짓 잡고 커뮤니티 공간인 레스토랑과 바는 넓게 가졌다. 일본에서는 F&B 전문 업체가 호텔을 짓고 운영까지 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알려진 무지호텔을 설계한 UDS(Urban Design System)는 본래 카페 컴퍼니로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식음업장을 고객과의 교감이 이뤄지는 즐거운 공간으로 보고 호텔 내에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뒀다. 박형진 대표는 “앞으로도 호텔의 외주화에 대한 니즈는 증가하겠지만 호텔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큰 변화를 꾀할 수 없다. 개발 이전 단계부터 F&B 위주의 공간을 설계해 객실 판매도 높이고 나아가 호텔의 경영이 살아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후속편 예고_ 무엇이 변화를 주도하는가? 레스토랑이 아닌 셰프다
‘2. 호텔 다이닝, 또 다른 이름의 직영’ 편에서는 셰프가 중심이 되는 호텔 직영업장의 전략과 틈새시장을 공략해 호텔 브랜드를 달고 밖으로 나온 호텔 다이닝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