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으로, 타 산업에 비해 경제적 파급뿐만 아니라 고용창출과 외화획득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부문의 수요 창출과 투자의 확대는 국민 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에 이견을 가질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광수지는 17년째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관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호텔은 경쟁상대는 늘어나고 찾아오는 고객은 줄어 해가 지날수록 한숨만 나올 뿐이다.어떻게 하면 지역과 호텔이 상생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관광’에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광, 그리고 호텔이 미치는 영향
관광산업에는 다양한 인프라가 있다. 그 중 호텔은 부동산의 관광자원으로서 지역의 주요 관광인프라인 동시에 여행업, 농수산업, 제조업, 건설업 등 여러 산업과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또한 단순히 숙박의 기능을 넘어 관광의 주체로 체류와 숙박을 통해 지역 문화 및 관광 상품을 홍보하고, 이를 연결하기도 하는 지역의 랜드 마크 기능을 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2017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박 이상 숙박한 외래 관광객이 이용한 숙박시설은 호텔(68.2%)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유스호스텔/게스트하우스/여관/모텔(20.1%)로 압도적인 이용률을 보여 다시 한 번 관광 인프라로서 호텔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관광 형태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제주도와 같은 일부 도시에 몰리는 집중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몇몇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고 국내 대부분의 도시들은 지역재정난, 관광에 대한 필요성 인지부족, 콘텐츠 개발의 한계에 부딪혀 지역을 어필하지 못하고, 낮은 객실이용률로 열악한 경영성과를 얻고 있는 호텔들은 서비스 수준의 저하를 일으켜 해당 지역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은 결국 전체적인 국가 관광에 손해를 일으키고 있다.
무려 17년 동안이나 적자라고 한다. 2017년 관광적자는 138억 달러, 한화로 따지면 15조 원이 훌쩍 넘는 엄청난 손실이다. 그러나 하와이 라나이 섬의 포시즌스 호텔의 경우 그동안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해안절벽과 산 속에 자리잡아 관광산업의 성장과 함께 지역민의 고용창출을 이룬 케이스로 이슈화 되고 있다. 포시즌스 호텔 이외에도 미국의 에이스호텔, 일본의 트렁크호텔은 이미 호텔이 관광의 명소로 자리 잡아 지역경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왜 악순환을 계속해오고 있었을까?
매년 흐지부지되는 관광정책들
관광은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산업이다. 어느 하나가 완벽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다른 요소들이 없으면 바퀴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그런데 관광의 톱니바퀴를 돌려주는 것은 정부의 일이다. 적자가 나지 않는 산업은 없다지만 10년이 넘게 제자리걸음도 아니고 퇴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작년, 정부가 광역 지역 단위의 관광산업을 일컫는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 지역 마케팅 조직)’를 한국의 실정에 맞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DMO란 특정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와 민간기관, 지역주민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마케팅을 추진하는 조직인데, 이미 유럽과 미국, 특히 일본에서는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1월 12일, 문체부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 중 지역관광조직 관련 예산이 3억 원에 책정, 일각에서는 재작년부터 시행의 조짐이 보였는데 이렇게 지지부진 하다가는 2020년쯤에나 조직 구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전광역시 이은학 관광진흥과장은 2014년 이전까지는 ‘지역방문의 해’가 정부주도하에 운영되는 사업이었으나 현재는 지자체 자체사업으로, 지자체간의 과열 경쟁, 사업효과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특정지역을 제외하면 지역관광 역량이 부족해 체계적인 사업추진의 어려움이 있다.”면서 “지역방문의 해 사업에 국비를 지원하고 가이드라인 제시, 컨설팅, 사례 분석 등 관광 침체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행정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호텔도 관광산업 중 하나
호텔을 단순한 숙박업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 앞서 이야기했듯 호텔은 숙박업이지만 관광산업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요 인프라 중 하나다. 특히 특급호텔의 경우에는 각 국가의 주요 인사나 VIP 고객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호텔의 이미지에 따라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가 좌지우지 될 정도로 서비스의 보고다.
그러나 아직까지 호텔업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부동산 사업의 일부로 보거나 단순한 숙박에 초점을 맞춰, 관광산업과 함께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접근이 부족하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호텔산업이 전통적으로 호텔을 배운 이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처음 도입 시에는 그저 객실만이 상품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학위가 중요하지도 않았고 호텔산업의 이해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급성장한 호텔산업이 괴리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호텔을 부동산으로 접근하는 분양형 호텔과 같은 새로운 조류가 생기면서 점차 호텔이 가져야할 관광인프라로서의 역할이 미진해진 것도 한 몫 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특수를 노려 강원도 관광 활성화에 힘쓰고자 하는 여러 노력이 있었다.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은 만큼 호텔에 대한 수요 충족을 위해 강릉 일대에 많은 호텔들이 들어섰는데 과연 올림픽이 끝난 지 1년째, 지자체와 호텔은 어떤 모습으로 지역관광을 이끌고 있을까? 강릉시청 김영희 관광과장과 한국폴리텍대학교 호텔관광과 김선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호텔산업의 발전은 지역관광 산업의 활성화와 직결돼”
강릉시청 김영희 관광과장
2018평창올림픽 이후 강릉 관광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시는 작년 11월 말까지 관광객 1600만 명이 다녀갔다. 이는 전년대비 약 9.5% 증가한 수치다. KTX 강릉선의 개통과 올림픽의 여파가 있는 듯 보인다. 수도권에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편리한 교통 덕에 당일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고 주말이 되면 강릉시내 도심지와 강릉역을 중심으로 차량 정체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강릉 시내에도 올림픽 특수를 노려 많은 호텔들이 오픈한 것으로 안다. 이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시는 그동안 대형 숙박시설이 부족해 체류형 관광객 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었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세인트존스(1091실), 경포 스카이베이(538실) 호텔 등 대규모의 호텔들이 신축, 현재 대형 숙박시설이 총 6개소, 2713실로 늘어났다. 이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숙박여행객들에게 새로운 제안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호텔 측의 숙박율 향상을 위한 자체 마케팅 사업은 강릉시에서 추진하는 관광 인프라와 마케팅 활동과는 별개로 관광객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강릉관광과 호텔이 상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호텔산업의 발전은 강릉관광 산업의 활성화와 직결되므로 지역경제의 활력을 위해 상호 우호적인 관계 유지 및 공동마케팅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노력하고자 한다. 따라서 시 차원에서 국내의 여행사와 언론사 관광분야 취재 기자단을 초청, 주요 관광지 소개와 숙박체험을 할 수 있는 팸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과 호텔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관광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근에는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보다는 찾아가서 모셔오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이에 자치단체와 지역의 숙박업체는 상호 발전적 공동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예를 들면 체류형 관광패키지 상품개발이라든지 지역발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호텔경영은 지역관광산업을 선도하는 긍지와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다. 지역관광 활성화에 있어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영리 목적의 개별 업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관광사업체의 특성화된 운영과 경영 프로그램의 차별화로 협업 및 소통이 힘들다. 반면 시에서는 관광객 유치와 업체수익 증대라는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있어 사업체에서도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강릉 발전을 위해 함께한다는 동반자 의식이 요구된다.
내일 이어서 [Feature HotelⅠ] 지역이 지지하는 호텔, 호텔이 힘이 되는 지역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