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Ⅱ] 중구난방의 청소년 숙박 규정, 명확한 가이드 필요하다 -②

2019.09.05 09:20:39


중구난방의 청소년 숙박 규정, 명확한 가이드 필요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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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서


「청소년활동 진흥법」 상의 청소년숙박
그런데 왜 청소년과 관련된 투숙규정이 법으로 규제돼 있지 않은 것일까? 바로 숙박업 분류상에 이미 청소년들의 숙박시설인 ‘유스호스텔’이 있기 때문이다. 유스호스텔은 「청소년활동 진흥법」 아래 청소년수련시설*로 유스호스텔에는 청소년이 숙박하기에 적합한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청소년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청소년 지도사가 상주해야 한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등급심사도 받아야 하고 위생 점검, 안전교육도 실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운영절차를 따른다. 유스호스텔의 이용범위 또한 제한돼 있어 청소년 외에 연간 이용자(성인)수가 그 수련시설 연간이용가능인원 수의 40%를 넘을 수 없다. 투숙 중인 객실  60%는 무조건 청소년 투숙객이 묵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수련시설 설치 현황(’18.12.31기준)을 보면 전국에 유스호스텔로 등록돼 있는 숙박업소는 115곳, 유스호스텔이 많은 지역은 제주(19곳), 경북(15곳), 경기(14곳), 강원·경남(12곳)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스호스텔이 호텔에 비해 객실 수가 적다고 해도 전국 115개의 규모면 청소년이 숙박하기에 충분한 공급량인데 청소년들은 왜 거리로 내몰리게 됐을까?



비영리목적의 유스호스텔, 사각지대에서 영리추구 도구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유스호스텔은 관광숙박업이나 일반숙박업처럼 영리추구가 힘든 구조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올림픽파크텔은 서울에 위치한 국내 대표 유스호스텔로 공단에서 운영하는 만큼 유스호스텔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호스텔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시설운영본부 파크텔운영실의 이규석 팀장(이하 이 팀장)은 유스호스텔은 거의 비영리단체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는 “파크텔은 매년 적자를 염두해두고 예산을 책정한다. 청소년의 경우 베드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1~2만 원대에 투숙이 가능한데 비해, 청소년 지도사와 상담사의 역할도 중요하고 보호자 동의서 처리나 숙박교육 등 일선에서 해결해야 하는 업무가 많아 객실판매로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일부 유스호스텔이 이러한 청소년 숙박업소의 존재 이유를 무시한 채 영리 추구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스호스텔은 청소년들의 수련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관광숙박업이나 일반숙박업이 허가 받기 힘든 경치 좋은 자연 속이거나 휴양지에 설립이 가능하다. 때문에 몇몇 기업에서 이를 이용하는 사례가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며 “먼저 유스호스텔로 부지를 확보해놓은 다음, 2~3년 정도가 지난 후에 슬그머니 관광숙박업을 지어 관광지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아 리조트로 부지를 확장시키는 수순”이라고 몇몇 리조트를 지적했다.


유스호스텔이라면 앞서 이야기했듯 청소년이 쾌적한 환경에서 투숙이 가능하도록 청소년 지도사도 배치해 관리감독에 철저해야 하고, 청소년 투숙 비율도 유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처벌 규정도 미약한데다가 실질적인 여성가족부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청소년은 없는 유스호스텔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유스호스텔의 역할 분명히 해야
“유스호스텔의 유스가 청소년을 일컫는 ‘Youth’인지 몰랐다.” 유스호스텔의 위치를 드러내주는 반응이다. 만약 유스호스텔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다른 숙박업소에서는 청소년 투숙에 대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여기서도 중구난방의 숙박업의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팀장은 “전 세계 유스호스텔을 총괄하는 국제단체인 국제유스호스텔연맹은 1년에 한번씩 세계유스연맹총회를 주최한다. 작년에는 시드니에서 진행했다. 총회에서는 세계 유스호스텔 중 잘 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발표도 하고, 청소년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등 매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의 유스호스텔이 특히 배울 점이 많다.”면서 “해외 대다수 국가의 유스호스텔은 관 주도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과 우리나라만 아직까지 민간주도형이라 한계가 있는 듯 보인다.”고 유스호스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진단했다.



여기에 유스호스텔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미미한 역할도 유스호스텔의 중심이 흔들리는 데 한몫 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숙박업계 전문가는 “여성가족부가 생기면서 청소년과 관련된 권한들이 이관, 유스호스텔을 관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1년에 한 번 안전 점검과 2년에 한 번 이뤄지는 등급심사를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만들어 놔 이마저도 무의미한 상황이다.”면서 “게다가 여성가족부의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나 기획재정부의 예산의 1/20도 안 된다. 여기에 해병대 캠프와 같은 사건으로 유스호스텔의 자체 활동 중 외부활동도 금지된 상태여서 유스호스텔이 더 이상 청소년수련시설로 분류될 이유가 없어졌다. 차라리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청소년과 유스호스텔 모두에게 더 나은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유스호스텔의 의미가 없어지다 보니 대한숙박업중앙회 고성군지부에서는 고성군의 유스호스텔 건립에 대해 ‘숙박업계 위협하는 유스호스텔을 반대한다’며 거센 반발이 이뤄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초래됐다. 이 팀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최근 한류의 열풍으로 BTS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청소년 투숙객실이 150실에 다다를 만큼 해외 콘서트 관광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콘서트 관람 이외에도 여행, 입시 등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복잡하고 골치 아프다고 해서 덮어놓고만 있을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는 현 제도의 상황을 파악해 유스호스텔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유스호스텔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이외 숙박업소에 대해서도 청소년 투숙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 숙박업소는 물론 청소년의 혼선을 줄여야한다. 현재 근거가 되는 법은 부족하지만 각 숙박업소에서도 자체 내규에 따른 청소년 숙박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유스호스텔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존재해야 하는 숙박시설”
국민체육진흥공단 시설운영본부 파크텔운영실 이규석 팀장



서울올림픽파크텔은 유스호스텔의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올림픽파크텔의 미성년자 투숙 가이드는 어떻게 되나?
우선 기본적으로 「청소년활동 진흥법」에 따르면서 공단소속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와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이 호스텔에 보호자 동의서를 제출, 투숙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호텔의 모든 직원이 청소년의 보호자가 된다. 부모의 역할을 위임받는 셈이다. 우리 호스텔에는 청소년 지도사가 25명 배치돼 있고 청소년 상담사도 근무 중이어서 최대한 청소년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단 청소년이 투숙하게 되면 지도사의 숙박지도가 들어간다. 학교나 청소년단체에서 들어오는 경우에는 단체 내 담당자에 위임하고 있다.


숙박지도사항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안전규정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이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에 대해 왜 그래야 하는지 최대한 설득력 있게 전달, 강요사항이 아닌 본인들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이 객실에 투숙하게 되면 청소년 객실 2개 당 지도사 객실이 따라 붙는다. 입실 시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청소년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손님이 있다 하면 바로 상담 또는 지도가 들어간다. 청소년 지도사가 25명이나 배치돼 있는 이유다.


최근 온라인 예약도 활발하고 육안으로 청소년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청소년 지도사를 20년 정도 하다 보니 이제 얼핏 보면 싸한 느낌이 있다(웃음). 유스호스텔에 오는 청소년들은 대개 청소년증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이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소년인데 숙박동의서도 없고 동반자가 보호자가 아닌 성인인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양측에 신분증을 요구한 후 부모와 연락을 시도한다. 그럼 열에 아홉은 투숙을 포기하더라. 한편 신원이 확실한 성인 보호자와 청소년이 묵을 경우에도 청소년 동반 고객은 무조건 청소년 지도사가 배치돼 있는 층으로 안내한다. 객실이 총 5층부터 19층에 걸쳐 있는데 11층부터 성인 객실로 구분해 놓았다.


외국인의 경우가 오히려 편하다. 일단 외국인은 무조건 예약 시 여권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멀리서 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투숙과 관련된 만반의 준비를 해오기 때문이다.


서울올림픽파크텔을 찾는 고객은 어떤가? 청소년들의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호스텔의 60% 이상이 외국인 청소년이다. 나머지 40%가 국내 청소년 단체 및 학교 수학여행으로 이뤄져 있다. 호스텔 이용객 수요는 꾸준하다. 거의 국내보다는 해외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청소년활동 진흥법」의 시행규칙에 명시돼 있는 것처럼 전체 투숙객의 60%는 청소년으로 유지하고 있다.


유스호스텔의 역할이 모호해지고 있는 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호스텔은 공공기관의 산하에 있기 때문에 그나마 적자를 보면서도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사명감을 가지고 잘하고 있는 곳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현 제도에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유스호스텔로 영업을 시작해놓고 일반영업을 하는 이들도 많고, 당장의 이익 때문에 알면서도 눈 감는 업주들도 많다. 이러한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말 숙박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숙박시설을 제공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결국 유스호스텔의 운영을 통해 청소년들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보다 그저 돈벌이 수단정도로 접근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청소년이 투숙을 하려면 운영하는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다. 일단 동의서를 검토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뿐더러, 단체 관광을 오게 되면 음주측정과 같은 건강 체크도 한 사람씩 해야 하고, 단체에서 보내는 요청에 따라 위생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써야할 것들 투성이다. 단순이 손익만 따진다면 유스호스텔은 수지가 맞지 않는 숙박업인 셈이다.


유스호스텔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을 이야기 한다면?
사회가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새로 가져야 한다. 지금의 영리 목적 시설에 청소년 시설을 대입해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결국 국가가 나서야 한다. 민간은 당연히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시군구의 지원 아래 대표적인 유스호스텔만 몇 곳 있어도 청소년들의 수요를 충당하는데 큰 무리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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