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호텔, 경험 속으로 Art in hotel

2018.01.06 09:30:00


호텔이 쉼을 위한 공간을 넘어 고객의 새로운 가치 경험을 강조하면서 문화와 예술의 창구 역할을 하는 아트 호텔이 늘고 있다. 그동안 호텔에 전시된 그림, 조형물이 호텔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배경으로 녹아있었지만 이제는 마치 미술관인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전면에 내세우며 작품성,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호텔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장소 제공을 떠나 고객이 공감하고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호텔의 진일보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경험 속으로 성큼 뛰어든 호텔 속 아트를 들여다봤다.


기본적으로 호텔은 그들이 지향하는 콘셉트에 맞춰 호텔 곳곳에 예술적 가치를 품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호텔의 예술품들이 단순히 인테리어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고객의 경험적 가치를 높이고자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호텔은 이제 숙박의 차원을 넘어 비즈니스, 미식, 컨벤션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과 ‘감성’의 영역은 호텔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의 가치를 나타내면서 고객의 경험과 감성을 극대화하기 좋은 재료가 바로 예술이다. 따라서 최근 호텔에서는 호텔내에 미술관을 운영하거나 작가의 미술품이나 캐릭터와 협업하며 아예 호텔의 객실이 전시장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이색 풍경이 벌어진다.


미술관이 된 호텔,
르 메르디앙 서울

2017년 9월 1일, 르 메르디앙 서울이 개관하면서 호텔이 운영하는 아트센터 M컨템포러리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M컨템포러리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문화행사의 장으로, 상업적 기능과 문화예술의 역할이 융합된 복합 문화 예술공간이다. 르 메르디앙 서울로 바뀌기 전인 호텔 리츠칼튼 서울에서부터 이곳은 고가의 유명 작품들이 수집되어 있기로 유명했다. 개관과 함께 예술품 큐레이션 프로그램인 아트 져니(Art Journey)를 진행하면서 호텔 곳곳에 비치된 국내 작가의 예술품에 르 메르디앙 서울의 특징을 담았다. 또한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라즐로 모홀리 외 국내 유명 작가의 전시, ‘The New Vision’의 뒤를 이어, 현재 미국 팝아트의 전시 ’Hi, POP -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전’이 오는 4월 15일까지 전시된다. 전문 큐레이터가 소개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비단 미술관 뿐 아니다. 호텔 로비와 클럽라운지, 프레지덴셜 스위트에는 에드 루샤, 피카소, 프랭크 스텔라, 도날드 술탄, 아르망, 재스퍼 존스, 최인수 등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돼 있다.


아트테인먼트 테마 호텔 &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2017년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가 문을 열었다. 공간과의 융합을 통한 초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호텔에서 쇼핑센터인 타임플라자로 이어지는 천장에 미디어 아트 ‘원더타워’를 선보였다. ‘21세기 연금술’을 주제로 하는 이 미디어 아트는 높이 21m의 거대한 돌기둥 36개가 회전하며 4원소(공기, 불, 물, 흙)를 연출하는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부티크 호텔 아트파라디소는 네덜란드 디자인 대표 가구, 팝아트, 공공 미술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네덜란드의 자유를 표방하는 세련된 컨템퍼러리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복합리조트 내 미술관급 아트갤러리를 갖추고 국내 신진 작가에서부터 최정상 예술가의 작품까지 전시함으로써 K-ART를 해외 시장에 알리는 문화 공간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룬 아트테인먼트 테마의 예술 공간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마치 하나의 커다란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의 아트 스페이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은 리브랜딩 이후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기획으로 1층 로비의 전시공간을 확장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시도해오고 있다. 특히 이 호텔은 지하나 별관이 아닌 고객들의 유동성이 큰 로비 정 중앙에 기념품숍이나 베이커리 대신 갤러리를 둠으로써 로비의 첫인상을 높였다. 쉐라톤 서울팔래스 강남 호텔의 갤러리 담당 최세영 과장은 “기존에 소파존으로 죽어있던 공간을 고객들을 위한 가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자 고민한 결과로써 평소 유명 갤러리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작가들의 작품을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고 있으며, 투숙 또는 식사나 비즈니스를 위해 방문한 장소에서 작품을 편하고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문화 서비스 차원에서 기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로비 갤러리는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고자 팝업 스토어로 운영된다. 2017년 2월에는 미술경매 회사인 옥션과 손잡고 독특하고 대중적인 국내외 미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프린트베이커리를 오픈했으며, 8월부터는 동승갤러리와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원로 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돼 묵직함을 선사했다. 이후 쉐라톤 브랜드의 젊고 현대적인 분위기와 고객들의 선호도를 균형 있게 반영해 2018년 2월 4일부터는 갤러리 ‘아트 스페이스 벤(ART SPACE BEN)’으로 공간이 새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은 아트 스페이스 벤과의 협업을 통해 빛을 주제로 설치, 조각, 평면 등 여러 매체를 폭넓게 넘나드는 리경 작가의 ‘아름다운 시절(Belle Epoque)’ 작품을 2018년 2월 4일부터 3월 31일까지 로비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최세영 과장은 “호텔에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운영상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대중적이고 팬시한 작품 위주의 프린트베이커리로 시작해 고 퀄리티의 중후한 무게감이 있는 동승갤러리를 거치면서 고객들의 관심과 눈높이에 맞춰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의 원화로만 구성된 아트 스페이스 벤과의 협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호텔은 지난 2015년에도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위해 방한한 러시아의 초현실주의 화가 블라디미르 쿠쉬의원화 프린트를 전시하고 사인회를 갖는 한편 쿠쉬의 취향이 반영된 코스 요리를 개발해 선보이는 등 호텔 안에서의 예술 경험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호텔의 모든 공간이 미술관으로, 호텔 아트 페어의 확대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 블랑블루 호텔 아트페어
글로벌 호텔 체인 풀만 브랜드는 ‘아티스트 플레이그라운드(Artist Playground)’ 철학을 담아 지역 작가들과 협업하고 다양한 예술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위드 풀만은 이러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관객과 작가가 소통하고 호텔을 찾은 고객들이 보다 다양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2013년부터 해마다 ‘블랑블루 호텔아트페어’를 기획하고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이 주관하고 ㈜대한전람이 주최하는 호텔 아트페어는 매년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아티스트와 고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7년 12월에 개최된 제6회 블랑블루 호텔 아트페어에는 신진 작가, 중견 작가, 회화를 비롯한 조각, 공예 등 다방면의 작가 120여명이 참여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의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즈 한보연 팀장은 “호텔은 라이프 스타일을 향연하는 공간으로 예술과 떼어 놓을 수 없다. 블랑블루 호텔 아트페어가 회를 거듭할수록 연말 이벤트로 참여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으며 작가와 관객이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2018년에도 호텔이 아티스트들의 플레이그라운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은 앰배서더 갤러리를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비정기적으로 콘셉트에 맞는 작가를 초대해 특별전을 열어 호텔 고객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 아시아 호텔 아트 페어(AHAF)
국내에 호텔 페어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01년, 아시아 호텔 아트 페어(AHAF:Asia Hotel Art Fair)부터다. 아시아 호텔 아트 페어는 2008년 일본의 뉴 오타니 호텔에서 출범한 이후 홍콩과 서울에서 매년 2회 개최되고 있는 아시아 최초, 최대 규모의 호텔 아트페어이다. 국내에서는 2001년에 금산갤러리 황달성 대표와 독립 큐레이터 가토 요시오 씨 등 미술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국, 중국, 일본의 교류를 통한 아시아 미술 문화의 융성이라는 설립 취지로 출발했다. 그동안 서울신라호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등 서울 시내 특급호텔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으며 지난 8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제16회 AHAF SEOUL 2017을 개최한 바있다.


아시아 호텔 아트 페어는 일반적인 갤러리나 화이트 큐브 전시공간에서 벗어나 호텔이라는 안락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을 활용해 고객들이 예술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했으며 제한된 호텔 객실의 공간과 짧은 전시 기간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2016년에는 JW 메리어트 서울의 7층 전체 공간을 이용, 인터렉티브 아트를 필두로 호텔 공간과 디지털 아트를 접목시켜 관람객의 감성을 자극했다. 특히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된 AHAF SEOUL 2017에서는 호텔 2층의 대형 연회장에서 독특한 기법의 초상 및 회화를 그리는 김동유 작가의 특별 전시회가 열리는 한편 한국해비타트와의 협업을 통해 저소득 가정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되짚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두 손으로 만드는 꿈’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진행됐다. 이 밖에도 로비 및 객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미디어 아트가 선사하는 여름날의 파라다이스 및 한국화 명장의 재조명전, 중국 및 한국의 도자 전시를 비롯해 클래식, 재즈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렸다.


호텔과 캐릭터의 컬래버레이션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의 로비라운지 & 바가 토끼 캐릭터 미피 작품으로 꾸며진 ‘미피 갤러리’가 됐다. 로비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로비라운지 & 바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걷다보면 60년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네덜란드 캐릭터 미피를 주제로 원작자 딕 브루너가 그린 미피 원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여러 국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미피를 새롭게 해석한 다양한 미피 조각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피 갤러리는 4월 30일까지 운영되며 별도 이용료 없이 관람 가능하다.



서울신라호텔에서는 한국의 일러스트 작가 굴리굴리와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핀란드의 색채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와 한국적인 부드러운 느낌으로 한국 태생이지만 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캐릭터 굴리굴리의 키즈 플레이 라운지이다. 이곳은 서울신라호텔 19층에 위치한 어린이 놀이공간으로 영유아들이 좋아하는 굴리굴리 동화책, 굴리굴리 프렌즈 색칠 놀이, 귀여운 캐릭터 도장으로 꾸밀 수 있는 엽서 만들기, 가족과 함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 퍼피쇼,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호텔 아트, 고객의 공감을 얻어라
호텔에서의 예술품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영향을 주며 어떤 작가의 작품이 걸리느냐에 따라 호텔의 격이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미술품은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꾸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작가 보다 해외에서 많이 활동하는 국내 작가를 선호하고 젊은 작가보다는 원로 작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예술 작품의 저변 확대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특히 호텔에서의 예술품은 다른 상업적인 카테고리와 다르게 그 자체만으로도 고객에게 심미적인 가치를 주기 때문에 호텔 안에 정착하기 쉽지만,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는 마치 예술품의 가치가 투자되는 돈의 가치와 비례한다고 보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데 이런 오류로 호텔 아트는 투자가 가능한 특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극복한 호텔도 있다. 제주의 디자인 호텔인 체이슨 호텔은 구석구석에 호텔의 특색이 담긴 디자인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고객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3성급 비즈니스호텔로 시작한 이 호텔은 주변 호텔들과 경쟁하기 위해 ‘우리만의 색깔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 독특한 아이디어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호텔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의인화 된 호텔의 캐릭터인데, 이는 제주지역의 현대미술 작가 갑빠오의 작품이다. 체이슨 호텔 1호점 더 스마일에서는 즐거움의 팝 요소를 더해 객실과 공공장소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유쾌한 캐릭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단순히 형상화 된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호텔을 상징할 수 있도록 화장실, 화살표 등 30개의 아이콘과 폰트로 패턴화 시켜 호텔 내 모든 공간에 스며들게 했다. 고객들은 로비에서부터 형상화된 체이슨을 만나고, 만져보고, 객실의 이불로 덮고 자면서 호텔을 체험하게 된다.



값비싼 예술품이 아니더라도 호텔의 콘셉트에 맞춘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것. 체이슨 호텔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박기표 실장은 호텔 디자인의 초점을 고객의 흥미와 관심에 뒀다고 말한다. “호텔이 가져갈 수 있는 예술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점은 고객이 얼마나 부담 없이 느끼는가라고 생각한다. 호텔의 예술적 요소가 고객의 흥미와 관심과 거리가 멀다면 차별화되기 쉽지 않기에 고객의 공감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온라인 호텔 평점에서 특급호텔 수준의 9.5점을 유지하며 꾸준히 회자되는 한편, 2월에는 체이슨 호텔 2호점 더 리드를, 8월에는 체이슨 호텔 3호점 더 뷰 오픈을 앞두고 있어 특급호텔의 규모와 맞먹는 총 400개 객실을 보유하게 된다.


호텔에서의 예술, 방향성에 맞는 도구로 사용돼야
이처럼 호텔들이 일상에 예술적인 요소를 접목시키는 이유는 특별한 차이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호텔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들의 경험이 깊고 풍부해지다보니, 더 이상 하드웨어적인 것에서는 감동이나 즐거움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고객들은 호텔에서 쉼을 얻고 집이 아닌 곳에서의 특별한 경험으로 채우려는 일상과 비일상의 대비를 원한다. 따라서 공간을 감동과 즐거움으로 채우는 것에 있어서 호텔들의 고민이 시작됐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 컨설팅 회사, 감동공간연구소의 홍승우 대표는 “호텔이 더 이상 하드웨어적인 것으로는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없으며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예술은 다르다. 사람의 마음에 기록되고 치유하며 희망을 불어 넣는 것이 예술이며 사람들은 이런 예술 공간에서 위안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즉 호텔은 쉼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위안을 불어넣는 장소로서의 의미부여가 이뤄지며 이런 요소들이 호텔과 예술을 잇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하지만 예술적인 것을 다루는 데 익숙한 해외 호텔들과 다르게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호텔에 예술적인 면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에서는 주로 지역 작가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이루며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데 반해 아직 우리는 예술을 투자 대비 효용성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100년, 200년에 걸쳐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으로서 예술이 활용돼야 하지만 한국 호텔에 예술적인 요소가 강조된 것은 불과 10여년도 채 되지 않은데다가 목적과 방향의 설정이 모호해 지속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온다. 단순히 하나의 트렌드로 치부하거나 고객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예술은 고객으로 하여금 아무런 감흥도 일으킬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호텔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어떤 예술이 접착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최근 활발히 전개되는 호텔 아트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되고 만다면 결국 이는 의미 없는 맹목적의 예술로 퇴색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호텔에서의 예술은 목적이 아닌 방향성에 맞게 사용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공간을 다룰 때 고정관념은 버려라
63빌딩의 전망대를 미술관으로 바꾸며 콘셉트 변화를 성공시킨홍 대표는 “전략적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일단 한번 포지셔닝되면 그 이미지는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면 달라질 여지가 많아지게 된다. 이것이 공간 리포지셔닝의 핵심 키워드이다. 63빌딩 전망대가 운영되던 시절, 주로 이곳을 방문하던 고객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오는 고연령층의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전망대와 인접한 식당가에도 유행과는 무관한 일반 식당가가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곳이 자정까지 운영되는 미술관으로 바뀌자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미술관과 인접한 주변이 젊고 유행에 민감한 가게들로 채워졌다. 이것이 바로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가 갖는 힘이다. 최고층 건물에 멋진 전망을 자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전망대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뜻밖의 미술관이 고객층과 주변 상권까지도 변화시켰다. 이처럼 호텔에서도 예술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데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으며 또한 그 공간을 구성하는 콘텐츠가 반드시 럭셔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호텔의 정체성을 가져갈 수 있는 무엇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다.



고객 중심의 경험적 예술로 승화
과거와는 달리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미 좋은 경험이 많다. 따라서 호텔은 고객 감동의 역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에 도달했다. 예술적인 도구를 사용하기에 앞서 고객이 좋아하는 것,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재빠르게 인지하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호텔 아트가 지향해야하는 것은 경험적 디자인(Experience Design)이다. 호텔이 지향하는 럭셔리한 분위기에 목적을 놓고 방향을 설정하기 시작하면 이는 곧 호텔이 원하는 디자인, 즉 공급자 중심으로 흘러가게 돼 있다. 고객이 따뜻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야 말로 호텔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예술, ‘가치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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