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수의 세계음식여행] 베트남에서 진행된 한국 미식 주간 행사 성료 - 한국 식재료, 베트남에 알리는 교두보

2024.11.14 08:15:38

 

한국 미식 주간 행사가 9월 27일~10월 5일,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 72에서 진행됐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aT 아세안지역본부 주관 아래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식재료를 베트남 시장에 선뵈고 판매를 촉진하고 동시에 우리 식재료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알리는데 그 취지가 있다. 2020년 첫 행사 후 2023년부터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 72 호텔에서 2회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4개월의 준비


지난 5월 24일 aT 아세안지역본부와 첫 미팅을 가진 후 오프닝 행사 날짜와 주요 식재료를 논의한 후 4개월 동안 aT 아세안지역본부와 긴밀하게 소통했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한국 수산물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알릴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최선을 다했다.


보다 풍요롭고 다채로운 행사를 위해 초청 대상을 단순히 셰프에 한정 짓지 않고 한국 전통주 전문가, 한국 티 전문가, 바텐더 등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오프닝 행사에는 한국의 2스타 미셰린 셰프이자 한국 수산물을 잘 활용하기로 정평이 난 엘렌 서(Allen Seo) 셰프와 워커힐 호텔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꾸준히 김치를 연구해 온 이선희 셰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일식당 하코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봉수 셰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노이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Labri의 지준혁 셰프가 참여키로 결정, 식재료 공유 및 메뉴 선정부터 식재료 오더 후 프렙까지 숨 가쁘게 4개월을 달려왔다.  

 

 

한국 식재료를 베트남에 알리는 시간


지난해에는 임산물을 주재료로 산에서 재배되고 자라는 인삼, 대추, 밤, 각종 산나물 등을 주요 식재료로 사용했다. 올해는 바다에서 나는 제주도 광어, 완도 전복, 게살, 멍게, 굴, 김, 미역, 다시마, 멸치 등의 식재료로 미쉐린 2스타의 알렌 셰프가 9월 27일에 진행된 오프닝 점심 갈라 행사에 메뉴와 동시에 쿠킹 데모 클래스를 준비했다. 또한 9월 27일부터 3일간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 72 호텔의 62층에 위치한 스텔라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디너 행사도 마련했다. 


오프닝 갈라 런치의 첫 코스는 계란 커스타드로 부드러운 계란 커스타드 위에 한국에서 공수해 온 게살과 잔멸치를 살짝 얹은 후 꽃게, 국물용 멸치, 가쓰오부시 등으로 소스를 추출했는데 런치 첫 코스로 적절했다. 두 번째 코스는 완도 전복과 보리 리조또로, 완도 전복은 한국에서 살아있는 채로 공수,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태리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잘 알겠지만 리조또는 꽤나 다루기 어려운 요리다. 농도를 맞추며 서비스하기 까다로운 메뉴라 특히 대규모의 연회 행사에서는 자칫하면 실수하기 쉬운데, 역시 엘렌 셰프의 노련한 스킬로 가장 많은 호평을 받았다. 다음으로 제공된 메인 코스는 된장 향의 제주 광어와 새우 콘핏, 갓잎, 조개소스였다. 제주 광어 역시 제주에서 생물 상태로 행사 하루 전에 공수, 주방 수족관에 보관 후 행사에 사용됐다. 엘렌 셰프는 베트남에서 광어와 함께 주재료인 갓을 구할 수 있냐는 물음에 바로 구매팀과 현지 셰프들에게 수소문하고 어렵게 구한 기억이 생생하다. 베트남 현지 갓을 이용한 된장 향의 제주 광어와 조개소스의 궁합은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메뉴다. 필자도 갓김치를 담아 조찬 뷔페에 서비스하고 있는데 한국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됐던 메밀국수 코스는 우엉을 이용한 소스와 한국산 굴로 훈연한 훈제 굴, 거기에 살짝 곁들어진 들기름의 조화가 대단했다. 들기름은 한국에서 갓 짠 생 들기름으로 엘렌 셰프가 직접 캐리어에 고이 모셔 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베트남 셰프들에게는 그냥 나무 뿌리로만 여겨지는 우엉 또한 베트남에서 구하기 힘든 식재료로 40kg의 우엉을 구하기 위해 일본 타운과 한인 타운에 있는 마켓을 샅샅이 뒤져 겨우 수량을 맞추기도 했다. 이런 시간이 베트남에 한국 식재료가 알려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이들에게는 생소했던 ‘우엉’이라는 식재료를 이용해 훌륭한 메뉴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 행사 후 우엉을 졸여 김밥 재료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지 단호박과 크림치즈로 만든 케이크와 잣 아이스크림, 배 콤포트가 제공됐는데 전체 메뉴를 마무리하는데 손색 없는 디저트였다.

 

전체적으로 한국 수산물을 이용하면서 일본 식재료로 맛을 살리고 현지 식재료와 매칭을 고려한 훌륭한 메뉴였다는 것이 고객들의 반응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9일간의 일정은 27일부터 3일간 스텔라 스테이크 하우스 레스토랑에서 많은 베트남 현지인들과 한국 교민들의 큰 호응으로 순조롭게 시작됐다. 그리고 원래 28일 토요일 진행하기로 했던 김진평 티 마스터의 한국 티 마스터 클래스가 많은 이들의 요청으로 급히 27일에도 마련, 추가 진행하기도 했다. 클래스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 티와 해산물로 만든 김 또는 다시마 튀각과 같이 시음을 진행, 새로운 조합으로 많은 이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28일 한국에서 도착한 워커힐 호텔 이선희 셰프와 함께 방문한 문영한 셰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조봉수 셰프는 30일부터 진행하는 행사 준비를 위해 식재료 체크 후 바로 프렙에 들어갔다. 역시 베테랑 셰프들답게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한국 음식을 선뵈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행사의 성공을 미리 점칠 수 있었다. 

 

 

월요일부터 시작된 3 Spoons 올 데이 다이닝 식당의 점심 뷔페에는 베트남에서 맛보기 어려운 멍게젓갈, 어리굴젓, 새우장, 전복장, 전복내장 & 해초밥, 해신탕, 매생이 & 굴죽, 궁중 해물 잡채, 낙지 콩나물찜 등이 준비됐는데 한국 교민들은 물론 베트남 현지인들의 입맛까지 사로 잡아 매일 만석이었으며 아쉽게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동시에 진행된 데판야끼의 4 핸즈 프로모션과 Labri 지준혁 셰프의 스텔라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의 행사, Q Bar에서 진행된 믹솔로지스트 Mr.G의 환상적인 칵테일 서비스, 청주대학교의 서정운 교수의 한국 전통주와 해산물의 조화를 다룬 워크숍까지, 장장 9일 간의 일정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진행된 한국 미식 주간 행사는 호텔에서 진행하는 하나의 식음료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베트남 하노이에 한인 타운이라고 불리는 미딘 타운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하노니 랜드마크 72 호텔은 이곳 하노이에서 한식을 알리고 전파시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에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들어와서 베트남의 훌륭한 인력을 이용, 경제적으로 베트남과 동반 성장을 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한국 식재료를 활용해 진행된 이번 행사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과 한인 교민들이 계속 찾고, 사용하면서 한국의 수산물 생산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베트남을 교두보로 동남아시아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할 수 있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에 필자는 큰 자부심을 가지는 동시에 책임감 역시 느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에 큰 도움을 준 aT 아세안지역본부의 김경철 본부장 석보금 과장, 한국에서 신선한 수산물 식재료를 제공해 준 한국 수산기업 ASK 한우진 대표에게도 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