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해외로의 발길이 끊긴 여행객을 포섭하기 위해 호텔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정된 수요를 여러 호텔에서 붙잡으려니 각종 재기발랄한 전략들이 눈에 띄는 가운데, 그동안 일부 대형 OTA, 여행사 플랫폼에 판매되던 호텔 상품들이 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이외 크고 작은 채널들에서 적극적으로 어필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며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채널이 새롭게 등장하기도, 기존에 있던 채널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해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호텔 마케터들.
이제 그들의 고민은 어떤 채널이 우리 호텔을 보다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 채널 선택과 활용에 대한 부분이다.
내국인 타깃은 뭐니뭐니해도 홈쇼핑
온라인 커머스계의 시조새격인 T(TV)-Commerce, 홈쇼핑은 사실 호텔에서 선호하는 채널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직접 판매하는 백화점이나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제품의 상품성이 들쑥날쑥하고, 타깃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주부고객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특히 하이엔드 서비스를 지향하는 특급호텔은 더더욱 ‘아무리 힘들어도 홈쇼핑만큼은 안 된다’는 업계의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L7 호텔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의 홈쇼핑 판매는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소비자들에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라현아 주임은 “특급호텔이 홈쇼핑에 진출한다는 것에 내부적으로 논의할 부분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호텔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들 고객이 방문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코로나19로 내국인 고객에도 적극적인 세일즈를 계획한 이상 기왕이면 내국인 고객이 수요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홈쇼핑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하며 “상품 가격도 세일즈 직원들이 제안했던 가격보다 더 낮췄다. 8월 말까지 최대한 많은 고객들의 발길을 호텔로 끌어모은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전략이었다. 따라서 홍보 또한 ‘서울시내 5성급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여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홈쇼핑에서 판매했던 호텔 상품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물꼬를 튼 호텔의 홈쇼핑 진출은 코로나19 특수, 여름 휴가철, 호캉스 호재 등의 기회를 발판삼아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20일과 21일, 양일간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호텔이 신세계TV쇼핑에서 숙박권을 판매했고, 24일 해운대 레지던스 호텔 코오롱 씨클라우드 호텔은 현대홈쇼핑에서, 여수 오션힐 호텔은 7월 6일 홈앤쇼핑을 통해 숙박권을 판매했다. 한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방송 이후 고객들의 숙박권 니즈를 확인한 GS숍은 제주도, 통영, 설악에 위치한 금호리조트 숙박권을 단독으로 론칭해 피서객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이에 한 홈쇼핑 관계자는 “비교적 가격대가 높고 꾸준한 수요가 있는 여행상품은 홈쇼핑의 주력상품이었으나 주로 아웃바운드 상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해지며 홈쇼핑 채널도 새로운 내국인 전략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전하며 “그런 과정에서 호텔과의 협업은 내국인을 타깃으로 하는 데 긍정적인 시너지로 작용했다. 앞으로도 국내 관광객들의 주요 채널로서 홈쇼핑은 호텔과의 협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격과 타깃 시간대 중요한 홈쇼핑 전략
홈쇼핑의 특징은 대량판매가 가능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상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시간대와 타깃을 정확히 맞춘다면 폭발적인 판매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노출에 큰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이 홈쇼핑에 진출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데는 전략적인 가격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홈쇼핑이 아니었다면 보기 힘들었을 12만 9000원의 가격을 제시, 여기에 투숙 기간 내 호텔 레스토랑 및 바 35% 할인권, 레이트 체크아웃, 추가 숙박 이용 시 객실 5만 원 할인권 등의 추가 베네핏도 제공했다. 줄 때 확실히 주자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홈쇼핑이라도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순 없는 법. 최저가는 보장하되 다양한 추가 옵션 장치를 둬 결국 주말, 아이 동반, 조식까지 풀 패키지로 즐기고자 한다면 원래 객실 가격과 큰 차이가 없도록 설계했다. 최저 가격에 관심을 둔 고객이라 높아지는 가격에 불만을 갖는 이들이 많을 듯싶지만 원하는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보다 컴플레인도 없는 편이라고. 홈쇼핑의 채널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높은 매출 성과도 기록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분 단위든 시간 단위든 정해진 시간대를 구매하는 경우와 수익금의 일부를 홈쇼핑 측과 나누는 경우다. 대개 여행이나 보험 상품이 시간대를 구매해 판매하는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상시 노출이 아닌 일정 시간 안에 매출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특징이 있어 타깃 시간대를 정확히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공식같은 것이 있는데 대개 아침에는 화장품과 식품을, 여유 있는 낮 시간대에는 여행과 보험을, 이후 가전제품과 여행 패키지를 골고루 편성했다가 저녁 식사 시간에 다시 식품, 그리고 늦은 저녁에는 가전제품과 패션을 주로 공략한다고 한다. 또한 최저가격에 민감한 홈쇼핑 특성상, 추가 옵션보다 최저가격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데 상품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큰 전략이다.
판매보다 노출, 상품으로서 객실은 글쎄…
한정된 시간에 많은 콜 수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일즈 채널로서 홈쇼핑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노출이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15초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홈쇼핑에서 40분에서 1시간 정도 노출되는 홍보 효과는 비용대비 파급력이 크다. 이에 일부 제품들은 판매 목적보다는 광고를 목적으로 홈쇼핑을 선택하기도 한다.”면서 “특히 ‘재핑 효과(Zapping Effect)’라고 하는, 채널을 돌리는 중 중간 채널의 시청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홈쇼핑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나 뉴스가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을 공략해 편성이 되면 판매는 물론, 재핑을 노리기 위해 쇼호스트들의 적극적인 어필이 이뤄지기 때문에 광고 면에서도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편으로 홈쇼핑 판매 상품으로서 호텔 객실은 판매 수익을 높이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모든 상품이 그렇진 않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은 홈쇼핑 전용이 따로 있다. 최저가를 지향하는 홈쇼핑이기 때문에 마진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가전제품 같은 경우 큰 스펙의 차이는 없지만 세부 부품의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다른 모델명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 탄생한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호텔의 경우 하드웨어인 객실을 판매하다보니 홈쇼핑 전용으로 제품 컨디션을 조절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공식홈페이지나 OTA들을 통해 가격 노출도 공공연히 돼 있어 상품 구성에 상당한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실재하는 물건이 아닌 숙박권 바우처로 상품이 구성되기 때문에 제2의 영업을 호텔 측에서 담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추가적인 호텔의 영업으로 업셀링이 될 수도, 취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한 호텔 세일즈 지배인도 “홈쇼핑을 통해 객실을 판매해본 호텔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판매량만큼 취소율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숙박권 구매 후 예약단계에서 날짜가 맞지 않으면 바로 환불을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여름 휴가철에 다들 원하는 날짜는 주말, 휴가철로 정해져 있어 이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상담 때문에 업무 부담이 늘어나기만 한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직접적으로 객실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여행 패키지나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에 숙박권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7월 5일, NS홈쇼핑이 ‘홈캉스 렌털 DAY’ 프로모션 중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숙박권 17매를 추첨을 통해 증정했다. 홈캉스 콘셉트와 맞는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면서 판매수익을 높이고자 한 전략이다. 때문에 프로모션에서 호텔 숙박권을 적극적으로 홍보, 하루 종일 진행하는 프로모션 편성덕분에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의 호텔 내·외부, 부대시설, 호텔의 특징 등이 노출돼 나름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커머스, 여행업계 히든카드로 떠오르다
2018년 8월, 위메이크프라이스(이하 위메프)가 주요 항공 및 호텔 서비스와 손잡고 실시간 가격비교 서비스 ‘원더항공’과 ‘원더호텔’을 오픈했다. 한편 같은 해 9월, 티몬도 국내 OTA 포함 6개사와 제휴를 통해 여행상품 가격비교 서비스를 오픈했다. 티몬은 자체 홈쇼핑 채널 ‘티비온’까지 론칭해 OTA 수수료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호텔업계의 새로운 채널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E(Electronic)-Commerce의 플랫폼은 총 3가지로 나뉜다. G마켓, 인터파크, 옥션, 11번가 등의 ‘오픈마켓’과 카카오쇼핑 핫톡딜과 같은 ‘소셜커머스’, 그리고 GS숍, 롯데닷컴, CJ몰, NS몰 형태의 ‘종합몰’이다. 위메프나 티몬, 쿠팡같은 채널은 본래 소셜커머스의 형태로 출발했으나 오픈마켓으로 전향한 케이스다. 코디더매니저 이재원 본부장은 “전통적인 이커머스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부터 온라인 객실 판매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그동안 OTA는 여행과 숙박을 원하는 이들이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앱이나 모바일을 통해 이용하는 플랫폼이었는데, 호텔만 다루던 곳들이 점점 전체적인 숙박, 더 나아가 레저로 확장되는 등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다른 플레이어들도 각자의 강점을 토대로 여행 콘텐츠를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이커머스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수료다. 아직 10%대에 머물러 있는 대표 3사, 쿠팡, 티몬, 위메프다. 일각에서는 점점 이커머스의 수수료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지만 당분간은 판매자 유치를 위해 수수료와 광고비 면에서 많은 혜택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현재 채널마다 특화돼 있는 분야가 다르고 프로모션도 시간, 타깃별로 워낙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으로 호텔과 시너지를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면밀한 캐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이야기 했다.
SNS를 기반으로 성장한 이커머스는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강점을 가지고 다량의 고객 데이터, 모바일 웹 플랫폼의 푸시알람 등을 활용해 짧은 시간 최대 파급력을 자랑한다. 이커머스의 주요 타깃은 합리적인 가격을 중시하는 30~40대 주부거나 젊은 20대 층이며, 타 채널보다 공격적인 즉시할인, 적립, 타임커머스, 딜과 같은 수익모델로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상품을 적시에 노출시키고 있다. 이커머스 3사마다 다른 주력 서비스로는 위메프는 연일 특가할인으로 가격에, 티몬은 14개 시간대별로 나눠져 있는 타임프로모션에, 쿠팡은 마켓셰어 1위 플랫폼으로서 활발한 트래픽이 있다는 점에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
중소형 독립브랜드 중심으로 활용돼
여행주간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여름휴가 상품 기획 ‘썸머브레이크’를 진행한 티몬은 7월 한 달 동안 호텔, 리조트 등의 숙박상품만 1100개 이상 판매했다. 워낙 파격적인 상품기획을 많이 하다 보니 세일즈 지배인들에게 이커머스는 기존에 없던 세일즈 방식으로 관심의 대상이다. 특급호텔이나 체인호텔이 아니고서야 OTA 상단이나 메인구좌에 노출될 수 있는 방법이 큰 광고비용을 들이는 것 이외에 없다보니, 새로운 기회를 위해 이커머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이커머스 세일즈를 위해서는 MD와의 합이 관건이다. 이커머스의 경우 각 카테고리마다 담당 MD가 배치돼 있는데 MD의 역량에 따라 상품구성과 구좌노출에 대한 부분이 달라진다. 일례로 티몬에서 진행한 딜이었는데 많은 자체 회원을 가지고 있는 한 리조트가 날짜가 임박한 상품을 ADR을 낮춰서라도 판매하고자 했지만, 자칫 회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회원들의 불만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었던 물량이 있었다. 이에 해당 리조트는 티몬 MD와의 상의 끝에 낮보다 밤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 평소 잘 노리지 않는 심야타임을 활용했는데 약 2000만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 세일즈 매니저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된 사례로 남았다.
여기에 이커머스는 매우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상품 구성과 타이밍에 따라 객실 판매가 활발해 질 때도, 반대로 그렇지 않을 때도 기존의 세일즈와 다른 재미난 요소가 많다는 것이 세일즈 지배인들에게 어필되며 시도해볼 채널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호텔 세일즈 매니저는 “이커머스 채널은 객실 판매에 있어 짧은 기간 동안 임팩트 있게 노출, 폭발적인 판매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먼 날짜들을 얼리버드성으로 미리 채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24시간 원데이딜, 타임특가와 같은 단타성 프로모션에 특화돼 있는 채널같은 경우는 당일 저조구간을 포함한 익월의 객실 판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몇 시간~5일 정도로 짧은 노출이 특징”이라고 이야기하며 “그러나 한편으로 바우처는 유효기간이 길기 때문에 취소가 되는 경우 많게는 판매량의 50%까지 취소되기도 해 판매 당시 금액이 전부 매출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없는 것은 불안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내일 특명! 호텔을 밝혀줄 '채널' 확보하라_
코로나 위기 극복위한 마케터들의 숙제 - ②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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