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과도한 친절은 부담스러워요” 자발적 단절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호텔에 온다 -①

2019.12.11 09:20:48

- 호텔 Untact vs Contact ① Untact 편



바야흐로 밀레니얼 세대들의 시대가 왔다. 밀레니얼 세대는 계획적 소비보다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하는 집단이자, 모바일 등 스마트 기기에 능숙해 온라인을 통해 정보 공유가 빠른 세대다.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청년 세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전 세계 노동인구의 25%인 18억 명 정도. 이는 베이비 붐 세대(15%)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노동집단이다. 이 최대 노동집단이 가치 소비에도 거리낌이 없다. 이에 각 업계에서는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호텔업계도 예외는 아닌데 최근 밀레니얼 세대들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언택트(Untact)’ 트렌드를 도입하는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로비에 키오스크를 두거나, 객실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곳곳에 언택트의 기류가 스며들고 있다. 호텔업계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가 돼 가고 있는 언택트 서비스. 이번 호에는 언택트의 배경과 사례, 그리고 호텔에 적용할 수 있는 언택트 마케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불편한 소통보다 편안한 단절이 좋아
‘접촉을 회피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언택트(Un+Contact)’는 사람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틀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면을 선호하게 되면서부터 트렌드가 됐다. 이미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2018 10대 소비 트렌드’에서 언택트를 언급하며 밀레니얼 세대들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언택트’라는 단어가 조금 생소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이미 언택트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사용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나,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카카오택시와 같이, 그동안 직접 종업원과의 대면으로 처리하던 일들을 굳이 만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기술들이 바로 언택트 서비스다.


언택트의 흐름은 밀레니얼 세대들에 의해 형성됐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밀레니얼들은 자신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태블릿과 같은 기기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고,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출됨에 따라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자신의 관심과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피곤한’ 일이라 여기며, 차라리 ‘불편한 소통’ 대신 ‘편안한 단절’을 원한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전화통화도 대면이라고 여기면서 ‘콜 포비아(Call Phobia, 전화공포증)’라는 말까지 생겼다. 메신저에 익숙해진 이들은 전화를 하려면 긴장이 되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조사한 ‘2019 콜 포비아 현황’에 따르면 전화가 두려운 성인은 46.5%로 거의 2명당 1명꼴이며, 이들이 겪는 콜 포비아의 증상은 ‘전화 자체가 두렵고 무섭다’, ‘통화 중 말을 더듬는다’, ‘할 말을 미리 적고 통화한다’ 등이다. 이는 현재 성인 44.9%가 모바일 메신저를, 17%가 문자 연락을 통해 의사소통을 취하고 있어 대면보다는 비대면 소통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언택트,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이끈다
밀레니얼은 씀씀이를 줄이지 않는다. 게다가 가치소비를 하는 이들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다면 금액이 크고 적음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다. 실제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에서 지난 2년간 언택트 서비스를 도입한 주요 가맹점 15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들의 총 매출이 2017년 1월 약 67억 원에서 2019년 5월 359억 원으로 약 2년 새 5배 증가했다. 이 중 20대 결제 금액이 28.4%. 30대가 50.7%로 대부분의 소비가 밀레니얼 세대로부터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2017년 연구한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키오스크가 직원(사람)보다 편리하다’는 응답이 74%를 차지했으며, 30대 이하는 87%가, 40대 이상은 70%가 키오스크를 편리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로는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짧아서(87%)’, ‘직원을 통하는 것보다 처리시간이 짧아서(60%)’, ‘직원과 직접 대면하지 않을 수 있어서(28%)’ 등이었다.


이러한 소비패턴의 변화로 특히 다가오는 점원이 부담스러웠던 화장품가게나 옷가게를 중심으로 혼자 조용히 쇼핑을 원하는 손님을 직원이 구분할 수 있도록 장치를 심어두기도 했다. 실제로 이니스프리에서 ‘혼자 볼게요’와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색깔과 함께 구분해 비치, 이는 해외 SNS를 타고 뉴욕 타임즈 기사에서도 회자될 정도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트렌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닌 융합되는 것,  언택트 문화도 소비자의 심리 흐름 이해해야”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양희동 교수



최근 언택트의 바람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언택트 소비의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언택트에 있어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 특히 ‘나홀로족’의 증가가 소비 진작에 한 몫 했다고 본다. 우선 젊은 세대들이 직접 대면을 통한 상호작용보다 디지털 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지고, 혼자서 자기 생활을 추구하게 됐다. 그들은 혼자 소확행을 누리는 것을 넘어 행복한 순간들을 타인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강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있는데 서비스를 빙자한 직원과의 만남은 방해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혼자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갈 때 언택트 기술이 유용한 도구가 됐다. 욜로에서 시작된 소비 트렌드는 소확행으로, 소확행에서 다시 언택트로 넘어왔다. 순차적으로 생겨난 현상이지만 트렌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융합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언택트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언택트 서비스를 접목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통 종업원과 손님과의 만남을 대면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직원을 만나기 위해 다른 고객과 함께 줄서있는 것 자체도 대면이자 부담으로 다가온다. 고객들은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는 서비스를 받고 있다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비대면 서비스는 온라인 터치 한번으로 내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때 서비스가 완료되는 시간은 대면의 경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공급자 입장에서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된다. 손님을 지루하게 대기시킬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말이다. 이는 단순히 Cost Saving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생기는 노이즈는 줄이면서 고객으로 하여금 최대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할 것. 이것이 언택트 서비스의 핵심이다.


지난 10월 30일 진행된 언택트 관련 컨퍼런스에서 ‘무언(無言)’의 친절함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무언의 친절함은 무엇인가?
언택트는 기존에 사람들이 하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해왔는데 불편함이 있었던 것을 서포트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테면 호텔의 경우, 고객이 호텔을 이용하는데 가치사슬(Value Chain)을 분석해보면 유독 체크인과 체크아웃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래서 최근 키오스크를 도입해 로비에서 셀프 체크인·아웃을 하는 서비스가 속속들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호텔에 들어서기 전부터 잔뜩 긴장된 상태를 무인의 서비스가 쉽고 빠르게 이를 풀어 준다면, 고객은 보다 편리함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고객은 직접 서비스 과정에 참여,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으로 인해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무언의 친절함을 경험하게 된다.


호텔에도 최근 언택트 서비스가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호텔 언택트 서비스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언택트 서비스는 반드시 컨택트 서비스와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언택트로 인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재빠르게 사람이 투입돼야 한다. 고객들은 언택트 서비스를 간단하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인적 서비스에 고마움을 느낀다. 즉, 언택트는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왔던 인적 서비스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새길 수 있는 장치이자,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 툴을 제공하는 하나의 서비스다.


고객의 기대수준은 계속해서 높아지기 마련이다. 경험을 선사하는 호텔도 언택트 문화를 잘 활용해 기존의 대면 서비스와 비대면 서비스의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언택트 서비스 활용하는 호텔들
언택트 서비스가 성행하는 이유는 비대면의 트렌드도 있지만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앞서 많은 조사결과를 통해 밀레니얼들의 니즈는 확인된 바, 생산자의 입장에서 언택트 서비스의 가장 큰 이점은 최저 임금 인상으로 커진 인건비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텔의 경우 최근 주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인력 운영의 한계가 있고,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고객과의 접점이 닿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효율화가 요구된다.



이로 인해 호텔도 키오스크나 AI 도입 등 비대면의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5년, 당시 대명리조트(현 소노호텔)에서 키오스크 기반의 무인 입실 시스템 ‘스마트 체크인’을 선보였다. 이후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명동과 인사동, L7 등이 키오스크를 기반한 셀프체크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QR코드를 통해 ‘스마트 컨시어지’를 도입, 비대면으로 고객 맞춤형 투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에 처음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했던 대명리조트의 소노호텔&리조트 마케팅전략팀 허성무 매니저는 “국내 업계 최초로 도입한 키오스크라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점차 서비스가 안정되면서 고객의 반응이 해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프런트 운영을 중단하고 키오스크를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크인을 위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간대에 많은 고객들이 키오스크에 관심을 보이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편 최근 핫한 이슈로 떠오른 AI도 호텔에 적용,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레스케이프, 안다즈 서울 강남 등 AI를 십분 활용한 객실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은 프런트로 불편한 전화를 하지 않아도 필요한 어메니티나 호텔 정보를 쉽게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기존에 인적 인프라로 제공하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호텔 AI를 통한 비대면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세상에 없는 호텔’이 모토인 레스케이프는 호텔을 기획하면서부터 모토에 따라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고민, 호텔에서 지향하는 바와 비대면 서비스가 일치해 AI를 어떻게 하면 레스케이프만의 서비스로 차별화 할 수 있을지 많은 시도를 거쳤다. 레스케이프 객실팀 정민우 파트장은 “비대면을 강조하다보니 이를 선호하는 단골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고객이 호텔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직원을 한번도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모로 비대면 서비스를 연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내일 이어서 [Feature] “과도한 친절은 부담스러워요” 자발적 단절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호텔에 온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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