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호텔을 임시생활시설로 제공하게 된 배경과 현재 시설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부산시에서는 4월 1일 이전까지 부산시 산하의 인재개발원의 46개 객실을 자가격리자 수용시설로 활용해왔으나 4월 1일 정부 시책에 따라 시설이 부족하자 부산 시내 호텔 중 300객실 이상 보유, 일반 고객과 동선 구분 가능, 직원의 적극적인 업무 협조 의지 등의 조건을 갖춘 임시생활시설 희망 호텔을 모집했다.
당시 지원한 라마다 앙코르 부산역을 포함해 세 곳이 있었는데, 부산시 입장에서 최고의 편의를 제공할만한 호텔인가도 고려했던 사항이라 오랜 관계자 미팅을 거쳐 최종적으로 호텔을 결정했다. 주로 입소하는 고객들은 해외 유학생이고, 부산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선박 회사들에 장기출장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우선 입소 전에는 부산역 앞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고 체크인하게 된다. 평소 호텔 고객들이 체크인하는 프런트는 일반 고객에게만 오픈돼 있고, 격리자들은 지하 5층에서 부산시의 TF팀 담당자를 통해 체크인을 진행한다.
Q 부산시와는 주로 어떻게 협업이 이뤄지고 있나?
A 부산시에서는 호텔에 상황실(객실 2실)을 설치해 입소자 관리를 하고 있으며 경찰 공무원들의 지원을 받아 혹시 있을 수 있는 객실 이탈자들의 관리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선별진료소에서 음성으로 확인된 입국자를 부산시의 장애인 편의시설 차량인 두리발에 탑승시켜서 호텔로 이동, 호텔 프런트가 아닌 지하 5층 주차장에서 사전 배정된 객실키를 전달하는 과정까지 책임진다.
이외 입소 후의 제반 업무들은 호텔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가족 및 지인들이 전하는 사식을 포함한 식사 배달이라든지, 소모품 재공급, 쓰레기 반출, 객실층 방역 업무 등이다. 격리자들에게는 호텔 측에서 방역제, 방호복(비닐), 개인 소독제, 방역마스크, 페이스쉴드, 생수 등 2차례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개인 구호 물품도 추가해 한차례 공급하고 있다. 한편 시청 상황실에서는 매일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자가 측정한 입소자의 체온 상태를 매일 2회에 걸쳐서 점검, 객실 도어에 기록지를 부착해둬 직원들과도 공유하고 있다.
Q 임시생활시설로 운영을 결정함에 있어 우려했던 점도 많았을 것 같다.
A 총책임자로서 직원들의 건강도 걱정이었고, 혹여나 확진자가 나와 이후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위기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전 미팅 중에 자가격리 대상자들 중 검체검사를 통해 음성으로 확인된 입국자만 입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엇보다 직원들과 호텔 이용 일반 고객의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오히려 적극적인 유치를 통해 직원들의 일자리 보장의 의무를 다하고, 무엇보다도 지방 정부의 시책에 적극 동참해야 할 상황이었던 점에 보다 초점을 맞추게 됐다.
Q 투숙객의 입소 후 2주간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때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A 지하 5층 입소자 전용 체크인 데스크를 통해 객실 키를 배정받은 입소자는 입소자 객실 층 외에는 운영이 제한되고,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없는 전용 승강기를 통해 해당 층으로 이동한다. 이후에는 객실에서 복도를 포함해 외부로 일절 나올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제반 행동 수칙은 사전에 객실에 비치해놓은 안내문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객실 정비 및 세팅은 15일 동안 시설에 투숙함에 불편함이 없도록 1회용품을 대신 소모품으로 교체 세팅했고, 타월 및 린넨류 또한 다량으로 비치해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용한 비품 또는 쓰레기들은 객실 또는 복도에 비닐에 넣어서 15일간 보관 후 폐기처리 하고 있다. 또한 입소 중에도 위생관리를 위해 손소독제, 체온계, 마스크 등을 객실에 비치해 사용하게 하고 있으며, 입실 이후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구매 대행 업무를 진행, 15일 경과 후에는 일반 고객과 동일한 동선으로 퇴소가 이뤄진다.
Q 라마다 앙코르 부산역은 다른 임시생활시설 호텔과 다르게 일반인 투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A 임시생활시설로 역할이 끝난 이후 일반 고객을 수용하는데 자연스러운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객실 판매, 식음 업장 운영, 연회 행사 등 모든 업무를 이원화, 코로나19 이후에도 문제없이 호텔을 가동시킬 수 있도록 체제를 유지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일반 호텔보다 객실, 공유부, 식당, 연회장의 고객 동선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방역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격리공간의 방역을 평소처럼 다중이용시설로 운영하는 공간에도 적용하니 일반 고객들도 격리자가 같은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안심된다는 반응이다. 지난달에는 K1 축구단이 숙박하기도 했으며 현재에도 돌잔치, 세미나 등 많은 행사들이 여느때와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행사나 단체 고객이 방문할 경우에는 특별히 해당 객실 및 행사장 그리고 이동 동선에는 방문 전 집중 방역을 진행하고, 퇴실 이후 한 번 더 방역을 실시해 만일에 대비한 고객의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일반 호텔들의 방역 활동 대비 10배 이상의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Q 임시생활시설을 운영하며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운영 바로 첫날 첫 손님으로 해외 유학생 고객을 맞이했는데 입소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행동을 보니 고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 입국부터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입소자를 ‘예비환자’ 또는 ‘환자’로 취급하면서 기피한 것이다. 객실로 가는 길에 높지 않은 계단이 있었는데 유학길에서 돌아온 터라 입소자들의 캐리어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도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것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다. 입소자들은 장기간의 비행과 주변인들의 시선으로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황.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멀리 오시느라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네며 캐리어 옮기는 일을 도와줬는데 굳어있던 입소자들의 표정이 일순 환하게 피어나는 것을 보고 느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호텔 환대가 아닌 우리 국민에 대한 환대라는 것을 말이다. 이후 직원들에게도 강조하고 있다. 입실 이후에 식사 배달 중 고객과 눈이 마주치면 격리생활로 지쳐있을 그들을 위한 위로의 한마디를 꼭 건네라고 말이다.
Q 아무래도 임시생활시설 운영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보니 많은 것을 느낀 것 같다. 실제로 운영해보니 임시생활시설로서 호텔은 어떤 것 같나?
A 급하게 시설이 지정되고 입소를 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직원들의 도움으로 다행히도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금은 Hotel 이전의 Hospitality 개념의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는 데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격리 중간중간 문 앞에 격려 글을 써 놓은 고객도 있고, 격리 중 우리 호텔에서의 좋은 경험을 개인 블로그나 SNS 등에 공유하는 고객들의 후기를 보며 그동안 호텔을 운영하던 것과 또 다른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호텔과 직원들은 많은 것을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하며 임시생활시설로서의 역할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