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Feature Dining] 로컬푸드 프로젝트 다이닝, 상생을 말하다 -①에 이어서...
호텔의 로컬푸드, 어떻게 메뉴화 했나?
이 가운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는 로컬푸드를 활용한 메뉴를 다양한 업장에 소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추가된 로컬푸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천 년의 맛, ‘고대미’와 우리나라 토종 마늘인 ‘코끼리 마늘’, 청정 제주도에서 길러낸 ‘국내산 통참치’다. 고대미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기르던 우리나라 토종품종 쌀인데 길이가 1m가 넘어 다른 벼 보다 크기 때문에 약한 바람에도 잘 넘어져 재배가 쉽지 않아 한때 국내에서 재배가 단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한 유기농 명인이 토종 볍씨를 재배해 생산이 재개됐고 일반 쌀에 비해 다양한 영양소가 수십 배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에서도 선택한 토종쌀이다. 일반 쌀 가격보다 한 가마니에 10배에 육박하지만,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키친(뷔페 레스토랑)에서 사용 중이다. 코끼리 마늘은 194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던 토종 마늘로, 일반 마늘의 4배가 넘는 크기가 특징이다. 자양강장 효과, 근육증강,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좋은 슈퍼푸드로 역시 그랜드키친에서 구워서 제공 중이다. 10년 이상의 양식 연구 끝에 국내에서 생산된 제주 참치(태평양 참다랑어)의 대량 출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에서 전날 잡아 올린 참치를 직송해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브래서리(뷔페 레스토랑)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고객에게 제공한다. 국내산 참치(참다랑어)는 수입 참치보다 크기는 작지만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일본이나 태평양 등에서 잡히는 참치보다 낮은 수온에서 자라 육질이 더욱 쫄깃하고 지방 부위가 발달해 풍미가 깊다. 또한 그랜드키친에서는 종가에서 대대로 내려져오는 집장을 토대로 만든 수제 고급 간장, 요리 직전 주방에서 직접 짜 더욱 향기롭고 신선한 국내산 참기름, 국내산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 조청 등을 뷔페 레스토랑에 추가해 선보이고 있다.
농식품부-한식진흥원이 추진한 청년 한식당 사업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로컬푸드를 공급받고 있지만 창업 초기에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경우라면 정보력을 갖추기 쉽지 않고, 전국에 산재한 로컬 푸드를 찾아 일일이 매칭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초기 정착이 어려운 청년 한식당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 한식당 국산식재료 활용 지원사업(이하 청년 한식당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 한식당 사업은 창업 초기 한식당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산 식재료의 사용을 확대하고자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창업 3년 이내 청년 오너셰프가 경영하는 한식당이 국산 식재료를 활용한 한식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반비용 등을 지원한다. 또한 사업대상자로 선정된 10개의 한식당이 7개월 간 국산 식재료 탐색, 조리연구를 통해 개발한 새로운 한식의 조리법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식포털(www.hansik.or.kr) 및 한식진흥원 SNS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지난 1월 7일에 열린 품평회에서는 10곳의 한식당 가운데 최우수상으로 ‘배추전 삼겹한쌈’(지져스), 우수상은 ’소불고기 김치전‘(현씨공방), 장려상은 ‘한우 차돌박이 냉채면’(이식당)을 최종 선정해 농식품부 장관상과 총 1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번 청년 한식당 사업에는 주점, 푸드트럭 등 다양한 콘셉트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청년 셰프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청년한식당 사업을 담당하는 한식진흥원의 교육사업부 노광석 과장은 “외식업계에는 유능한 청년 셰프들이 많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로컬푸드와 좋은 매칭이 돼 메뉴 개발이 이뤄진다면 청년 한식당에 도움이 되고 우리 농산물의 소비가 촉진되지 않을까 하는 데서 청년 한식당 사업이 출발했다.”고 사업 배경을 밝히는 한편 “점차 외식업에서 식재료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레스토랑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힘들다. 청년 한식당 사업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없었던 한국의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메뉴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청년 한식당 개발 메뉴에는 수상작을 제외하고도 산초, 홍어 등 지역색이나 연령대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식재료가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 높은 닭튀김, 그라탕 등의 메뉴로 변신하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셰프와 농부가 만나는 상생의 고리 ‘파머스 마켓’
청년한식당 사업의 핵심이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업무협약을 통해 생산자 연합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점이다. 한식진흥원은 이를 위해 한국임업진흥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친환경농산물자조위원회, 쌀가공협회, 한살림 등 신뢰도가 높고 공신력 있는 전국의 다양한 단체와 네트워킹을 맺고 한식문화관에 파머스 마켓을 열었다. 파머스 마켓에는 생산자 목록 뿐 아니라 식재료 주요산지, 특성, 재배시기, 구별법 등에 대한 지식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인적네트워킹이 필요한 농부와 청년 셰프들의 만남이 이 파머스 마켓에서 이뤄졌다. 올해부터는 파머스 마켓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업장마다 필요로 하는 식재료가 다를뿐더러 공급의 안정성을 문제로 계절성이 있는 것 보다 연중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식재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광석 과장은 “창업 3년 이내의 한식당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식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므로 계절성이 있는 것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식재료에 무게를 뒀다. 청년 한식당 사업이 잘 정착돼 참여 레스토랑이 많아지면 제철 식재료도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부터 청년 한식당 사업이 확대 시행된다. 참여 한식당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해 지방의 청년 한식당에도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홍보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레시피는 영문으로도 번역해 한식포털과 종로 소재의 한식문화관에도 배포된다. 또한 청년한식당 사업을 통해 선발된 팀들은 월드 한식 페스티벌 등 한식진흥원 관련 행사에 참여해 지속적인 홍보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로컬푸드, 존경과 존중을 담아 상생의 보폭 이어야
국산식재료 공동구매 조직화 사업이나 청년 한식당 사업은 로컬푸드의 활성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산지직거래의 단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공급의 안정성 확보다. 종종 농가나 생산업체 가운데 외식업의 물량을 감당하기 힘들거나 생산이 안정적이지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T센터 손근용 대리는 “aT는 정부기관으로 우수생산업체의 발굴과 다리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상거래에 관여할 수 없어 성과의 추적 관리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판로개척만큼 중요한 것은 이러한 관계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므로 문제 발생 시 이를 대체할만한 농가의 발굴이나 후속 관리가 미미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찾기 쉽고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풀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처럼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협업을 넘어 상생의 큰 보폭으로 이어져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여기며 존경과 존중의 마음으로 함께 할 때 로컬푸드의 가치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식재료 산초, 잊혀지는 게 안타까워 메뉴개발 나서”
청년 한식당, 고이다
고이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고이다라는 말은 잔치나 제사 같은 의례행사 때 음식이나 장작 같은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을 뜻한다. 고이는 것은 굉장히 정성스러운 것을 의미하는데 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좋은 식재료와 제철 식재료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 편안한 공간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하는 젊은 한식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인천 부평의 작은 가게에서 한식을 기반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한 그릇 식사메뉴를 판매했다. 계절메뉴와 제철 식자재 메뉴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좀 더 나아가 식사와 다양한 요리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작년 초 강서구 마곡으로 확장 이전했다. 88년생 동갑 친구 3명이 함께 운영하는 이곳에서 점심에는 주변 직장인들을 위해 정성스런 한 그릇 식사메뉴를 판매하고 있고, 저녁에는 맛있는 안주와 술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한식 바비큐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흔히 쓰이지 않는 재료인 산초를 어떻게 메뉴화 할 생각을 했나?
청년한식당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식재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제피와 산초 두 가지 식재료를 접하게 됐다. 효능도 뛰어난 우리의 전통식재료이지만 재배농가가 많지 않고 호불호가 갈리는 강한 향 때문에 대중적이지 않아 처음에는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지방의 재래시장과 산지를 찾아다니며 충분히 매력적인 식재료라는 것을 알게 됐고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잊혀 진다는 것이 안타까워 두 식재료 중 산초를 선택해 메뉴로 개발하게 됐다. 산초라는 식재료가 아직은 낯설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라서 익숙한 맛에 산초를 곁들여 먹는 방법으로 메뉴를 만들었다. 고객들이 산초라는 식재료를 알아가는 단계라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재료가 가진 강한 캐릭터로 메뉴화하기 어려운 재료인데 과정은 어땠나?
일반인들은 산초와 제피를 구분하지 못하는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이다. 시장에서 산초를 구하려면 건조 또는 분말 형태로 밖에 구하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어 산초를 직접 재배하는 산지의 재배 농가를 찾아가 뵙고 설명을 들으면서 몰랐던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산초라 하면 강한 향을 생각하지만 산초도 나무의 종류와 수확시기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다양하다. 열매를 처음 수확하는 시기의 산초는 연한 산초의 향을 가지고 있어 산초를 낯설어 하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구매했는데 처음에는 산초를 메뉴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메뉴를 만들기 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저장성이라서 레시피를 바꿔가며 장아찌도 담가보고 청으로도 만들어 봤다. 맛과 향을 유지하면서도 음식에 활용하기에 좋았던 끓여 만드는 청으로 산 초청을 만들어 소스를 만들 때 사용하고, 열매도 무르지 않고 음식에 함께 올려 먹을 수 있게 개발했다.
파머스 마켓을 통한 재료 수급은 잘 이뤄졌나? 보완할 점은?
파머스 마켓은 젊은 농부님들의 아이디어로 재배를 해서 일반 제품과는 차별화 되는 재료들이 많아 놀라웠다. 매일 시장에서 보는 재료와 다르게 처음 보는 식재료나 농산물이 있어 새로웠지만 그만큼 바로 메뉴에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또한 고품질 재배 품목이다 보니 일반 시장에서 구매하는 제품보다 단가가 높아 아쉽게 사용하지 못한 재료들이 많았다. 이점은 재배농가와 식당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재료의 수확일정이나 판매처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파머스 마켓의 정보를 좀 더 쉽게 볼 수 있는 자료와 매장과의 연결망이 확보되면 재료의 수급이 원활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로컬푸드를 활용한 메뉴가 있나?
현재 고흥 득량도에서 수확한 유자를 구매해 만든 에이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제철 재료 상황에 따라서 신메뉴 개발 시 파머스 마켓을 이용할 계획이다.
청년한식당 사업이 잘 진행됐다고 평가하는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급해 달라.
시범사업으로 가이드라인이 잡혀있지 않다보니 혼란이 조금 있었지만 청년창업과 한식당 지원을 한 번에 지원해주는 방향성은 소자본 창업 청년들에게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잘 보완해서 진행된다면 올해에는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우리 식재료 발굴의 목표가 있는 만큼 청년한식당 프로젝트에서 이런 방향성을 잘 잡아가길 바란다. 또한 선정된 식당들이 함께 모여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으로 청년 한식당 사업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