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Dining] 2019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간_ 미식도시로 성장하는 서울, 세계가 주목하다 -①

2018.12.15 09:30:19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세번째 에디션,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9가 발표됐다. 올해는 스타 레스토랑 선정에 큰 이변은 없었지만 스타 레스토랑 외에도 빕구르망, 더 플레이트에 더 많은 맛집이 수록돼 총 190개의 레스토랑과 30여 개의 호텔이 소개됐다. 3년 전,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공개되고 지금까지 한국의 외식문화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찾아왔을까. 미쉐린 이후 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들도 한국의 외식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식 평가서를 둘러싼 셰프들의 열정과 한국 미식문화의 발전 그리고 다이닝의 도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9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26곳 선정
미쉐린은 10월 18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MICHELIN Guide Seoul) 2019’ 발간 소식을 알리고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번에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에는 총 191개의 레스토랑이 선정됐으며 이 가운데 3스타는 변동 없이 라연과 가온이 3년째 최고의 별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올해 2스타 레스토랑은 5곳으로 권숙수와 지난해 새롭게 2스타를 획득한 정식과 코지마에 이어 1스타였던 알라 프리마, 밍글스가 한 단계 올라 2스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2스타에 들었던 곳간은 올해 1스타에 선정됐으며 새롭게 모수, 무오키, 한식공간, 이종국 104, 스테이가 가세해 1스타 레스토랑에 총 19개의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지난해 1스타를 유지하던 리스토란테 에오, 보트로 메종, 큰기와집은 아쉽게 스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이밖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인 빕구르망(Bib Gourmand)은 지난해보다 13곳이 늘었다. 2018년 에디션에 소개된 48곳 중 2곳을 제외한 나머지 레스토랑이 그대로 유지됐고, 여기에 4곳의 ‘더 플레이트’ 셀력션과 11곳의 새로운 레스토랑이 추가돼 총 61개의 레스토랑이 2019 빕 구르망으로 선정됐다. 


특히 호텔 레스토랑으로 미쉐린 3스타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라연은 이번에도 미쉐린 3스타의 왕좌를 지켜냈다. 서울신라호텔 관계자는 “라연이 서울 시내 수많은 한식당 가운데 3스타를 받게 된 비결은 무엇보다 품질과 서비스라는 절대 원칙을 가지고 한국 전통의 조리법을 꾸준히 창의적으로 연구·개발해 온 것에 기인한다.”고 전했다. 특히 전통미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품격 높은 공간에서 식재료·조리법· 식기 등 정통 한식에 대한 총체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셰프를 중심으로 라연의 스태프들이 팀워크와 협업을 해 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가장 많은 국빈 연회 개최 경험을 통해 정통 한식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알림으로써 한식의 세계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한 것이 미쉐린 3스타 선정에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라연은 소금·장류 등 기본 식재료에 충실하면서 국내 최고의 제철·제산지의 식재료를 찾아 사용하고 한식을 통해 국내 식재료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실례로 구매, 식음 기획, 조리 전문가로 구성된 ‘명품 제철·제산지 TF’가 전국적으로 연간 100여 곳의 특산지를 직접 방문해 최상의 농·축·수산물을 발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가음식과 궁중음식을 발굴하고 재현하는 등 전통 한식 조리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온 것이 미쉐린 3스타 선정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웬달 뿔레넥(Gwendal Poullennec)은 “이미 2개의 3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한 서울은 세계적인 미식의 새  장을 열며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올해 다시 한번 미쉐린의 평가원들은 서울이 가진 잠재력과 역동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한국적인 맛으로 찬사를 받을만한 새로운 고메 식당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호텔 다이닝에 뜬 미쉐린의 별
미쉐린은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가이드로 알려져 있지만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를 평가해 선정된 호텔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2019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는 34곳의 호텔이 미쉐린에 선정됐으며 호텔에 입점한 레스토랑을 포함해 23개의 호텔 레스토랑이 미쉐린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포시즌스 호텔은 레스토랑 부문에서 유 유안과 보칼리노로 미쉐린 1스타와 더 플레이트를 각각 획득했다. 이중 보칼리노는 이탈리아의 레스토랑 가이드인 감베로 로쏘에도 이름을 올려 겹경사를 맞았다. 또한 가장 많은 미쉐린 레스토랑을 보유한 호텔은 더 웨스틴 조선(나인스 게이트, 스시조, 홍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웨이루, 테이블 34, 하코네), 롯데호텔(도림, 모모야마, 무궁화)이며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의미하는 더 플레이트를 달았다.


포시즌스 호텔의 알레한드로 버나베(Alejandro Bernabe) 총지배인은 올해 이처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포시즌스는 1960년 첫 호텔이 오픈하면서부터 41개국 112개의 호텔과 리조트가 생기기까지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호텔이다. 지금은 호텔에 당연히 제공되는 어메니티 비치, 구두닦기 서비스 다림질 서비스, 25시간 룸서비스 등을 최초로 시작했으며, 최고급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고객 만족 연구소(Discovery Studio)도 호텔 업계 최초로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보잉 757기를 개조한 최고급 호텔형 여객기 ‘포시즌스 프라이빗 제트’를 이용한 세계일주 프로그램을 선보여 전 세계 VVIP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런 브랜드 DNA가 호텔의 경영진을 시작으로 직원들에게까지 널리 퍼져있었기에 이와 같은 좋은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호텔,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어려운 미쉐린 별따기인가
그동안 호텔업계에는 미쉐린의 평점이 유독 호텔에만 박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호텔마다 자존심을 걸고 상징적인 파인다이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 파인다이닝의 최종 목적은 수익성이 아닌 호텔의 이미지 메이킹 즉 홍보효과이다. 따라서 3년 전 미쉐린이 처음 뚜껑을 열었을 때에도 내심 기대하는 호텔이 많았으며 미쉐린의 별을 따기 위해 호텔마다 식음업장 새단장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호텔 다이닝에서 미쉐린이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호텔 한식당의 부활이다. 실제로 미쉐린으로 인해 한식이 전반적인 다이닝 트렌드의 중점에 서기도 했다. 첫 미쉐린의 별자리 가운데 절반이 한식이었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호텔마다 한식당을 부활시켰고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한식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을 획득한 호텔의 레스토랑이 단 세 곳에 불과할 정도로 미진한 성적을 보이자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결국 무성한 소문만 남겼다.      



한 호텔 셰프는 “스테이나 피에르 가니에르처럼 유명 스타 셰프가 컨설팅하고 그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이 호텔과 손을 잡는 형태로 가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빠르게 담아낼 뿐 아니라 셰프의 예술성과 독창성이 반영된 요리를 과연 정형화되고 경직된 호텔 시스템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과연 미쉐린이 유독 호텔의 레스토랑에 점수를 박하게 주는 것일까? 포시즌스 호텔의 알레한드로 버나베 총지배인은 이에 대해 “호텔의 레스토랑은 규모가 크고 규모가 크다는 것은 동일한 퀄리티의 서비스와 음식이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제공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규모가 크기 때문에 빠르게 바뀌는 식음 트렌드에 뒤쳐질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음식이 특화돼 있는 오너 셰프 레스토랑이 많아지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호텔에는 파인다이닝에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투숙객이 잠재고객으로 존재하기에 외부 레스토랑보다 경쟁이 덜한 점도 작용한다고 본다.”라고 분석하는 한편 호텔의 레스토랑이 미쉐린 가이드의 별점을 받기 어렵다는 데에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 “한국에 5성급 호텔 레스토랑의 숫자와 일반 레스토랑의 숫자를 비교해 얼마나 많은 퍼센트로 별을 받았는지 본다면 호텔 레스토랑이 동일하거나 더 많은 퍼센트로 별점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래도 호텔 레스토랑이 일반 레스토랑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별점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의아함으로 생길 수 있는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쉐린 결과 두고 엇갈리는 반응
-미쉐린 권위에 신뢰 vs. 평가 과정의 투명성 요구

지난 10월 미쉐린이 발표되자마자 평가방식에 의문이 제기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쉐린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암행 평가로 이뤄지는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기준은 요리재료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인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일관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이다. 여기에서 논란이 제기되는 부분은 평가 기준만 있을 뿐 평가 진행 방식은 비공개에 부쳐지는 점이다. 최근에는 미쉐린 레스토랑 명단이 공개되자마자 한 유명 셰프의 SNS로 올라온 글 때문에 다시 한 번 미쉐린의 평가 방법을 두고 불씨가 붙었다. 미쉐린의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만한 근거가 무엇인가를 두고 평가 과정에 물음표를 다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지만 미쉐린 측은 원론적인 기준만 제시할 뿐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셰프는 “셰프들 사이에서는 미쉐린의 별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 같다. 이미 미쉐린이라는 평가서의 권위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데 공정성에 대해 꼬리 물기를 하다보면 오히려 딜레마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미쉐린의 별에 이름을 올리는 레스토랑의 대다수가 파인다이닝이다. 파인다이닝은 원가율이나 인건비 등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다가 이렇다 할 홍보 라인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므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 입장에서는 저명한 평가서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명의 또 다른 셰프는 “이 같은 문제제기에 충분히 공감한다. 어쨌든 미쉐린의 평가단이 모든 레스토랑을 평가하고 다니는 게 아니므로 평가단의 발을 들이기까지 인맥을 통해서나 루트를 발굴하기 위해 예민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해외의 유명한 셰프나 이미 이름난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아니고서야 평가단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에 홍보 수단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세계적인 미쉐린 스타 셰프인 야닉 알레노 셰프도 프랑스에서 운영하는 3스타 레스토랑의 미쉐린 발표가 난 직후 온라인상에서 시간 당 6000건의 검색 수를 기록했다. 야닉 알레노 셰프는 “한국 뿐 아니라 미쉐린의 본고장인 프랑스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각자 생각이나 의견이 다르고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한다. 바꿔 생각하면 셰프들이 논쟁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이 평가 제도를 통해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요리의 발전에 한걸음 다가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내일 이어서.. [Feature Dining] 2019 미쉐린 가이드 서울 발간_ 미식도시로 성장하는 서울, 세계가 주목하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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