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피디아, 부킹닷컴, 아고다…… 대형 글로벌 OTA는 악명 높은 수수료와 끊이지 않는 소비자 문제로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그런데 이러한 글로벌 OTA는 사그라 들기는 커녕, 오히려 몸집을 불리며 성장하고 있다. 국내 호텔, 이러한 글로벌 OTA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플랫폼 시대의 개막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대중화된 것은 2010년 즈음이다. 대표적으로 갤럭시와 아이폰이 사람들의 손바닥 위에 신세계를 펼쳐 놓았고, 이때부터 한국인은 대부분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존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IT 기술의 만남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국내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전방위적으로 점령하고 있다.
이후 우리의 삶은 많이 변했다. 요새는 어머니들조차 휴지 하나를 사더라도 여러 가지 유통 채널을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고 하니, 젊은 소비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스마트 컨슈머’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호텔 업계까지 찾아오게 됐다. 플랫폼 기반의 OTA(Online Travel Agency)가 호텔의 중요한 유통 채널로 자리 잡게 된 것. 2011년 익스피디아가 한국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호텔 업계도 큰 변화를 겪었다. 호텔의 마케팅 세일즈맨이 기존 인바운드 여행사와 맨투맨으로 영업을 하던 시절을 지나, 새로운 시스템에 맞닥뜨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연 국내 호텔들은 이러한 시스템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OTA, 빛과 그림자
시간이 지날수록 개별 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OTA와 메타서치 서비스는 끝없이 약진하고 있다. OTA도 국가별, 타깃별로 종류도 많아졌는데 최근 이슈로 트립닷컴은 올해 한국 마켓에 전투적으로 주력하기 시작했고, 기존 유력 OTA는 인수/합병을 거듭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OTA에 대한 논란과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으로 호텔과의 거래 관계에서 소위 ‘갑질’을 한다는 것. 여기서는 당연히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가 항상 중요한 이슈이자 논란거리다. 호텔마다 또 OTA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대략 15~25% 정도의 커미션을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호텔이 수수료로 얼마를 지불하든, 똑똑해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OTA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저가 객실’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호텔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OTA를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OTA와 호텔 사이의 거래 규약조차 명문화 돼있지 않은데, 양측의 공정한 거래를 위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정책연구 논문,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OTA)의 한국시장 진출에 따른 영향과 대응방향』의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한 세종대학교 이슬기 교수와 정책적 구제 방향, 그리고 국내 호텔의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개별 호텔, 마케팅 역량 강화로 글로벌 OTA에 대응해야”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이슬기 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OTA)의 한국시장 진출에 따른 영향과 대응방향』의 외부 공동연구자
글로벌 OTA를 주제로 연구를 하게 된 이유는?
현재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소속으로, 세부 연구 분야는 호텔 부동산의 가치평가인데 이는 객실 및 상품의 가격 산정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다. 소위 ‘어떻게 돈이 돌아가는 지’ 파악하는 일인데, 최근 호텔의 수익구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OTA가 손꼽힌다.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의 OTA는 동시대 소비자들에게 호텔을 유통하는 주요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 주제를 빼놓고 호텔의 수익구조, 나아가서 호텔 부동산의 가치에 대해 논할 수 없게 됐다.
연구논문 작성(2017년) 이후 OTA와 호텔 사이 어떤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가?
여전히 굵직한 글로벌 OTA의 시장 지배력이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 역시 호텔 예약 방식이 모바일로 옮겨가는 전환기다. 이유는 단순하다. 개별 호텔은 어플이 잘 개발돼 있지 않고, 소비자의 모바일로 호텔 웹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기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구글과 네이버를 비롯한 검색 엔진이 OTA를 견제해 줄 만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검색 엔진들이 OTA와 협력관계가 된 상황이다. 이전에는 검색 엔진을 통해 개별 호텔의 웹 사이트로 연결되는 예약 프로세스가 꽤 있었다면, 이제는 OTA로 연결되는 것이 훨씬 일반적인 상황이다. 구글 등의 검색엔진들은 소비자의 최초유입경로에서 이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호텔 및 소비자에 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은 아직까지 미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동안은 OTA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 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OTA와 거래관계에서 호텔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정책적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일단 정책적으로 유관부서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플랫폼 기업들의 마켓파워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이들의 독/과점 자체를 없애기는 힘들다. 현재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 피해 구제, 그리고 ‘OTA Rate Parity’ 조항을 제재하는 것이다. ‘Rate Parity’란 호텔과 거래관계에 있는 OTA측에서 타 OTA 혹은 호텔 웹 사이트에 해당 OTA 보다 더 낮은 객실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게끔 막는 것이다. 결국 OTA가 해당 객실에 대한 최저 판매가를 보장받는 것인데, 이 행위를 막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이슈가 되는 높은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확하게 해결된 사례가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글로벌 OTA에 대응해 관광/숙박업의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정책적 방안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위에서 언급했듯 정책은 도움을 줄 뿐이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글로벌 OTA에 대한 정책은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경쟁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시선을 조금 다른 곳으로 돌려, 주목할 것은 호텔 예약 시스템이 모바일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꽤 고무적이기도 한데, 우리가 모바일 환경에서의 대응역량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적 방안은 국내 OTA, 혹은 플랫폼 기업의 발전을 독려하는 쪽으로 이뤄지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본다. 더불어, 경쟁력 있는 플랫폼 기업이 되려면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1)유저베이스와 고객 DB가 많은 곳 (2)호텔에 대한 정보가 많은 곳 (3)글로벌 OTA와 비교해 국내 호텔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곳 (4) 모바일 환경에서의 최적화된 UX기술을 보유한 곳, 이 네 가지를 갖추고 있는 사업자 또는 협력체가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글로벌 OTA에 대응할 효과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이라고 본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OTA에 대응하는 호텔에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OTA를 활용하는 개별 호텔들의 수익 관리 기법, 즉 마케팅 역량이 조금 아쉬웠다.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할지라도 전략적인 마케팅 기법을 가지고 대항했다면, 이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앞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규모 호텔 및 숙박업소의 마케팅/세일즈 담당자들을 교육하는 것이 OTA와 거래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거래비용을 줄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OTA, 영원한 슈퍼 ‘갑’인가?
작년 호캉스 열풍으로 호텔 업계가 나아지기는 했어도, 그다지 호황이라고 보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텔 입장에서는 높은 커미션을 지불하며 글로벌 OTA를 이용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왼쪽 표를 살펴보면, 국내 OTA보다 글로벌 OTA의 수수료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오른쪽 그래프를 살펴보면 온라인 여행사를 통한 예약률 역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는 최초의 대규모 투자 이후에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드는 추가 비용이 극히 적으며, 기존 이용자들의 네트워크에 의해 자연스럽게 추가 이용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1) 결국 거의 모든 사람들이 호텔을 예약할 때 OTA를 이용한다면, 플랫폼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개별 호텔의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결과 값을 도출할 수 있다.
위에서도 살펴보았듯, 글로벌 OTA 역시 문제가 되는 이슈가 존재하지만 호텔 입장에서는 파트너십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OTA를 수수료를 떼먹는 포식자라고 비난만 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결국 지금 고민해야하는 것은 호텔에서 OTA의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고 잘 활용하는 것. 이에 대해 글로벌 OTA에 종사했던 익명의 취재원과 현재 크라운 호텔의 세일즈 디렉터로 근무 중인 유미영 과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글로벌 OTA와 호텔, 양쪽의 현장에 직접 머물렀던 이들의 의견을 통해 호텔에서 OTA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팁에 대해 알아봤다.
1) 김현주, 『외국계 온라인 여행사(OTA)의 한국시장 진출에 따른 영향과 대응방향』, 한국문화관광원, 2017, p71.
Comment From Global OTA
anonymous
글로벌 OTA의 국내에서 위상은?
한국에 들어온 대형 글로벌 OTA는 대략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인력을 늘리고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시작한 게 2014년 정도라고 보면 된다. 4년 전만 해도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글로벌 OTA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지방에서는 몰랐다는 것이 지금과의 차이점이다. 현재로서는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올 초 만해도 한국에서의 마켓 셰어가 굉장히 높았다.
이러한 글로벌 OTA에 대응/협력하는 호텔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쉽다고 하기 이전에 관점의 차이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호텔 입장에서는 국내 OTA와 다르게 해외 OTA는 조금 경직됐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국내 OTA는 고객이 예약을 할 때 호텔의 리뷰를 자유롭게 볼 수 있고, 호텔에 대한 설명도 디테일하고 보기 좋다. 국내 OTA는 호텔에서 디테일 페이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끔 한다. 반면, 글로벌 OTA는 그러한 디테일이 표준화돼있다. 사진 한 장 올라가는 것부터 규격화돼있기 때문에, 호텔에서는 글로벌 OTA를 통하면 고객들에게 정보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호텔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OTA를 이용하지 않는 타당한 근거가 있기도 한 셈이다.
국내 호텔업계에 OTA를 활용하는 팁을 준다면?
글로벌 OTA의 강점은 자체 프로모션과 마케팅 툴이 있다는 점이다. 또, 호텔들이 바라는 외국 고객들을 모집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기도 하다. OTA를 단순히 예약 중계 시스템이 아닌, 홍보 채널이라고 여기고 해외 신규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도구라고 인식하면 좋을 것 같다. 수수료가 절대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신규 고객에 대한 유치 비용’으로 생각을 한다면 투자할만하다. 이후 재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다이렉트 부킹을 유도하면 되는데, 실제로 이건 글로벌 체인 호텔들이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후에 호텔 자체에서 안정적인 자체 부킹 엔진을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한데, 카푸치노 호텔이 좋은 사례고 이외에 다수의 국내 호텔도 많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일 이어서 [Feature Hotel_Ⅱ] 플랫폼 시대 호텔의 새로운 유통 채널, OTA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