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의 계절이 돌아 왔다. 지구 온난화로 더위는 점점 심해질 것이고 우리 몸은 시원한 음료를 찾을 것이다. 와인을 마셔도 시의 적절하게 청량감 뿜어내는 스파클링을 선택할 때가 온 것이다. 탄산 자체가 주는 청량감에 톡톡 터지는 기포가 더욱 목젖을 자극하고 차갑게 칠링한 낮은 온도로 인해 몸이 시원하게 식혀진다. 이것이 스파클링 와인의 특성이자 덕성이다.
필자는 ‘발포성 와인’으로 번역하고, 일반인들은 ‘샴페인’라는 용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 이 스파클링의 청량하고도 신비스런 세계로 좀 더 들어가 보자.
초여름에 잘 어울릴 와인, 스파클링
“세계 3대 스파클링 와인 명칭이 무엇일까요?” 필자가 스파클링 와인을 교육할 때 늘상 묻는 질문 중 하나다. 세계적 수준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스파클링에는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이탈리아의 프로세코(Prosecco), 스페인의 까바(Cava), 이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를 피라미드로 표현하면, 꼭지점 최정상에 샹파뉴가 있고, 그 저변 좌우를 프로세코와 까바가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샹파뉴는 프랑스 북부 샹파뉴 지방의 특정 지역에서 특정 품종으로 특정 방법으로 생산되는 매우 특별한 스파클링에 붙이는 고유한 원산지 명칭으로 유럽 연합 규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샹파뉴는 일반적으로 프로세코나 까바에 비해 고품질과 명성, 역사성을 인정받고 있는 편이다. 이에 비해 프로세코나 까바는 후발 주자로서 대중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중저가 스파클링 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까바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Cataluna) 지방의 페네데스(Penedes) 도에서 대부분 생산되고 있다. 그 선구자가 일찍이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수확한 덕분에, 이곳에서도 3가지 토착 품종의 블렌딩으로 생산되며, 무엇보다, 샹파뉴처럼 ‘병입 2차 발효’ 방식으로 발포성을 생성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간결하고 담백하며 직선적인 스타일 스파클링으로서 강력한 미네랄과 청량감이 매우 뛰어나다. 그러면 이달의 주인공인 프로세코는 어떤 차별점을 보이고 있을까?
사랑스러운 스파클링, 프로세코
프로세코는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Veneto) 지방과 프리울리 베네치아 쥴리아(Friuli Venezia-Giulia) 지방의 광대한 영역에서 생산된다. 18세기 중반부터 생산된 기록이 존재하는데, 알프스 산맥의 산자락에 있는 포도밭들은 매우 서늘한 기후기 때문에, 10월 말에나 수확되며, 종종 추운 겨울 잔여 당분이 있는 채로 발효가 중단됐다가 이듬해 봄 발효가 재개되면서 와인에 약간의 탄산가스가 생성되곤 했다. 현재는 현대 기술적으로 통제된 ‘샤르마 방식(Charmat Process)’으로 ‘압력 탱크에서의 2차 발효’ 방식으로 생산되는 것이 앞선 두 가지 스파클링들과 차별화된다.
글레라(Glera)라고 부르는 품종과 탱크 생산 방식의 차이가 프로세코의 고유한 특성을 만든다. 거품은 풍부하나 낮은 압력으로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아로마로는 향긋한 과일향과 화사한 꽃향기가 주로 느껴지는데, 사과, 서양배, 머스크 멜론, 복숭아, 밀키스향이 특징적이다. 입에서는 부드러운 포말감이 느껴지며, 부드러운 당미가 있어, 스파클링 와인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스파클링이다. 적당한 산미와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 11~12%vol의 가벼운 알코올로서, 샹파뉴보다는 가볍고, 까바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감미롭다.
프로세코의 원조, 까르페네 말볼티 Carpenè–Malvolti
현대적 프로세코가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결정적인 요인은, 1876년에 이 생산 지역에 설립된 농과대학(Scuola Enologica di Conegliano) 덕분이다. 이 학교는 현대적인 이탈리아의 와인 양조학을 이용해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연구를 해왔다. 이 대학의 중심 인물은 설립자인 안토니오 까르페네(Antonio Carpenè Sr, 1838~1902)다. 그는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 지우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옆에서 함께 싸운 군인, 애국자였으며, 화학자이자 농학자였다.
카르페네는 와인 양조에 최신 학문인 생물학을 응용시킨 선구자로서, 동 시대 위대한 미생물학자인 파스퇴르(Pasteur), 코흐(Koch) 등과 교류하며, 다수의 양조 저서를 출판했다. 카르페네는 이탈리아도 훌륭한 스파클링을 생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프랑스 샹파뉴와는 달리 압력탱크에서 재발효하는 방식을 고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1868년 동료 프란체스코 말볼티(Francesco Maria Malvolti)와 함께 카르페네-말볼티(Carpenè–Malvolti)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는 이 회사 스파클링은 필자가 시음해 본 가장 깔끔하고 전형적인 특성을 간직한 프로세코다. 밝고 투명한 색상, 은빛 뉘앙스를 가진 투명한 노란색에 새하얀 거품이 풍부하다. 레몬과 청사과향이 근사한 청량감을 선사하며, 패션푸룻츠와 파인애플, 흰꽃 향기를 고상하게 연출했다. 입안에서는 작고 미세한 포말감과 입속에 감기는 촉감이 매력적이다. 고급 프로세코는 확실한 미네랄, 비중감으로 풍부한 미감에 바디감이 뛰어나지만, 항상 부드러움을 견지한다.
가볍고 유쾌하게 마실 수 있는 발포성 와인, 현대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맞는 스파클링 와인이 프로세코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가격은 덤이며 우리 한식의 한정식 코스, 구절판, 비빕밥, 양식의 다양한 샐러드, 멜론 & 프로슈토 전채, 스페인 타파스 메뉴, 일식 초밥, 알밥, 튀김 등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