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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토)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슈베르트 와인(Schubert Wines)

 

매년 11월이 되면, 미국의 한 저명한 와인 잡지에서 그 해에 시음 평가한 와인들 중 품질, 가격, 생산량을 고려한 TOP 100 와인 리스트를 발표하며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그중 상위 10위권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는데, 2023년 리스트의 이변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이 10위권에 진입했고, 피노 누아 품종 와인도 전체 리스트에 상당수 들어 있었다. 그래서 필자도 2024년 첫 신년호 주제로 뉴질랜드 와인을 선정해 봤다. 

 

싱그런 청정 와인의 대명사, 뉴질랜드 와인


오세아니아 대양주 남쪽에 자리잡고 있어, 남반구 와인 산지 중에서는 가장 남쪽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17세기 네덜란드가 발견하고, 18세기 후반 영국령으로 편입되면서 세계사에 알려지게 됐다. 스웨덴, 노르웨이와 함께 세계 3대 복지 국가로, 한국 이민들과 유학생들도 많다. 워낙 큰 땅을 가진 호주가 옆에 있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우리나라보다 2.7배나 큰 나라다. 인구도 적고, 남방에 고립된 섬 지역이라 환경적으로 청정 지역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국가 이미지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와인으로 본다면, 1819년 최초의 포도나무가 북섬의 오클랜드(Auckland) 인근에 식재됐으니, 약 200여 년의 와인 생산 역사를 가진 셈이다. 부르고뉴 지방 포도밭 면적보다 약간 더 넓은 3만 4000ha의 포도밭을 가진 뉴질랜드는 남북으로 긴 국토와 다양한 지형 덕분에 매우 다채로운 기후 조건을 가진다. 남위 34~47°의 위치에 1600km에 걸쳐 분포한 길다란 와인 생산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들은 다양한 기후와 토양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스타일을 지닌 와인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북섬의 주 도시 오클랜드 북부는 프랑스 보르도처럼 덥고 온화한 기후를 가져 보르도 스타일 와인이 생산되며, 포도는 긴 숙성 기간을 갖게 된다. 북섬의 남부는 호크스 베이(Hawkes Bay)와 와이라라파(Wairarapa) 지구를 중심으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의 명산지로서 큰 명성을 얻고 있다. 남섬은 확실히 더 서늘하지만, 해가 잘 나고 더 건조하다. 남섬의 가장 북부에 위치한 말보로우(Marlborough)는 남섬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이며 일조일수도 가장 높다.

 

남섬의 와인 산업은 아직은 북섬보다 미약하지만, 비가 적게 오기 때문에 포도 재배 조건은 북섬보다 좋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포도밭이 해안을 끼고 널리 퍼져 있어, 낮동안 강하고 깨끗한 햇볕을 받고, 저녁엔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곳의 포도는 천천히 익으며, 깊고 다양한 맛을 내, 뉴질랜드 와인의 각인을 심는다.

 

바다, 강한 서풍, 비구름에 싸인 산의 영향으로 화이트 와인용 포도 재배의 최적 조건을 이룬다. 전반적으로 뉴질랜드의 길고 건조한 가을 날씨 덕분에 포도는 천천히 성숙해 농축미와 신선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과일향과 산도 사이의 밸런스는 뉴질랜드 와인의 특질 중 하나다.

 

북섬과 남섬의 기후 차이로 인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니, 보다 무게감있고, 잘 익은 유연함이 북섬의 특징이라면, 남섬의 와인은 산뜻하고 높은 산도로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을 보여 준다. 이달에 우리가 찾을 와이너리는 바로 남섬과 북섬의 중간에 있는 와이라라파 지역으로 가장 표준적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의 특질을 체험할 수 있다.

 

 

꿈을 찾아 삼만리, 독일에서 뉴질랜드로, Schubert Wines


슈베르트 와인즈(Schubert Wines) 양조장은 포도재배학과 와인양조학을 전공하고 유수의 유명 와이너리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카이 슈베르트가 오랫동안 꿈꿔온 와인에 가장 적합한 땅을 찾아 1998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독일 가이젠하임(Geisenheim)에 있는 포도재배 및 양조학 대학을 졸업한 카이 슈베르트(Kai Schubert)와 마리온 다임링(Marion Deimling)은 독일 베른카스텔의 닥터 루젠(Dr.Loosen) 양조장의 에른스트 루젠(Ernst Loosen)과 같은 유명 와인메이커 밑에서 일하며 자신들의 진정한 열정을 피노 누아에서 찾고, 이상적인 장소를 찾아 전 세계로 떠나는 것을 꿈꿔왔다. 


커플은 독일, 프랑스 및 북미 오리건과 남미, 호주 등 전 세계를 돌며 포도 재배, 특히 피노 누아를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이상적인 지역을 찾던 중, 뉴질랜드 와이라라파에 도착하고 나서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았다고 느꼈다. 1998년 봄, 그들은 마틴보로우(Martinborough) 동네에 있는 작은 포도밭과 북쪽 다킨스 로드에 있는 40ha의 빈 땅을 구입했고, 1999~2000년에 처음으로 포도나무를 심었다.

 

 

14ha의 포도밭에는 전통적인 유럽식으로 포도나무를 밀집 재배하고 있으며, 특유의 서늘한 기후와 길고 건조한 가을 덕분에 수확량이 적다. 그 결과 뛰어난 개성, 복합성, 균형감, 우아함을 갖춘 매혹적인 와인으로 매우 강렬하고 복합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짧은 생산 경력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슈베르트의 철학은 세계 최고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타협하지 않는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것이며, 현재 생산량의 90%가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Wairarapa 테루아와 Schubert 와인 품질 요소


북섬 남쪽 끝에 있는 장대한 와이라라파 호수 동편에 자리잡은 마틴보로우 지구는 뉴질랜드 최초로 발굴된 세계적 수준의 피노 누아 와인 산지다. 수도 웰링턴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9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와이라라파 밸리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북에서 남으로 루아마항가(Ruamahanga) 강이 관통하는 밸리 지형으로, 서쪽의 리무타카(Rimutaka) 산림 덕분에 습윤한 서풍이 차단돼 건조한 기후를 가지게 됐고, 남쪽의 아로랑이(Aorangi) 산림 덕분에 남쪽의 해풍을 막아줘 온화한 대륙성 기후를 띠고 있다. 웰링턴을 포함한 서부 해안지역은 1200mm 정도의 연강수량을 보이지만, 내륙의 마틴보로우 지구는 연강수량이 700~800mm 정도로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또한, 비가 겨울과 봄에 집중돼, 길고 건조한 여름과 가을 덕분에 고품질의 잘 익은 포도를 얻기에 매우 유리하다. 따라서 지역에 상대적으로 곰팡이성 질병들이 없어서 병충해에 약한 피노 누아 품종을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일교차도 13℃ 이상(최저 기온 평균 11.5℃ / 최고 기온 평균 24℃)으로 상당히 높아서 섬세하고 복합미 있는 와인을 만들기에도 좋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섬의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지역보다는 좀 더 따뜻하고, 기후가 프랑스 부르고뉴에 더 가까운 듯하다. 토질은 밸리지역이라 당연히 수 만 년 전에 형성된 자갈-모래 퇴적층이다. 강의 중류 지역에 형성되다 보니 퇴적입자가 굵고, 비교적 최근의 퇴적층이라 암석화되지 않아서 배수가 잘된다. 따라서 포도나무가 깊숙이 뿌리내리게 하고, 또한, 모래-점토-자갈이 켜켜이 쌓여있어 이들 간의 다양성이 와인의 복합미를 더해 준다.

 

 

청정 & 친환경, Schubert Wines


슈베르트 농장의 포도밭은 크게 두 구획으로 나눠져 있다. 첫 구획은 마틴보로우 테라스(Martinborough Terrace) 지역에 위치한다. 약 2ha 정도 크기의 작은 ‘홈 블록(HOME BLOCK)’은 자갈 퇴적층위에 ‘테레니카우 양토(Terenikau Silt Loam)’가 분포된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다. 이곳에는 피노 누아, 시라, 메를로, 샤르도네, 뮐러-투르가우(Müller-Thurgau)의 다양한 클론이 심어져 있다. 카이 부부가 구입한 이 밭은 1989년에 조성됐고, 일부 포도나무는 놀랍게도 여전히 접붙이지 않은 원뿌리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즉 뉴질랜드 정부가 필록세라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잘 통제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다른 구획은 카이의 아내이자 동료인 마리온에 헌정된 ‘마리온스 빈야드(Marion’s Vineyard)’다. 이 밭은 마틴보로우 북쪽 디킨스 길(Dakins Road)가의 이스트 타라타히(East Taratahi) 테라스에 위치해 있다. 와인 산업적 구획으로는 매스터톤(Masterton) 지구에 속한다. 오래된 강 자갈 위에 충적토가 있는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 12.5ha가 1999년과 2000년에 주로 심어졌다. 포도밭의 80%는 적포도로서, 주로 피노 누아를 재배한다.

 

현재 유명한 디종 클론을 포함해 8가지 피노 누아 클론을 재배하고 있다. 루아마항가 강을 향한 바위 가장자리 옆에는 햇살이 더 잘 비치고 기온이 높다고 생각됐는지 시라 품종이 소량 식재돼 있다. 이것으로 슈베르트의 특별한 시라가 생산된다. 화이트 품종은 주로 소비뇽 블랑이지만 약간의 피노 그리도 이곳에서 재배돼 화이트 블렌딩에 사용된다. 이 두 영지에 심어진 포도는 피노 누아 54%, 소비뇽 블랑 17%, 샤르도네 11%, 리슬링 5%, 기타  품종으로 시라와 메를로, 밀러 투르가우, 피노 그리 등이 약 13% 정도 식재돼 있다.

 

피노 누아가 가장 대표적인 레드 와인이며, 진하고 강한 힘과 풍미, 잘 짜여진 구조와 숙성력을 갖춘 피노 누아의 특별한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주로 피노 누아에 중점을 뒀던 슈베르트는 최근 메를로, 시라, 까베르네 프랑으로 재배를 확대했다. 


슈베르트 농장은 생태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유기농 포도 재배에 집중하고 있다. 인증된 유기농 포도원으로서 합성 화학 비료, 살충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건강한 토양과 수로를 가꾸고, 곤충과 유용한 미생물을 보호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며, 와이라라파의 테루아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그대로 표현하는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슈베르트 와인은 2013년에 ‘뉴질랜드 바이오그로(BioGro New Zealand)’ 협회로부터 완전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다.

 

슈베르트 와인은 양조 과정에서 화학적, 기술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생태학적, 환경 친화적, 유기농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전통적이고 부드러운 와인 양조 절차와 엄선된 최고 품질의 포도만을 사용해 와인을 제조함으로써 포도와 그 포도가 자라는 땅과의 소통을 존중한다. 테루아에 대한 존중은 뛰어난 개성, 복합성, 균형감, 우아함을 지닌 와인으로 이어진다.

 

Schubert Wines의 멋진 포트폴리오


슈베르트 양조장에서는 약 10여종의 와인이 생산되는데, 그중 4종이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 필자가 시음한 3종 시음기는 칼럼 후반부에 싣겠고, 미수입 6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가장 놀라운 아이콘 피노는 카이(KAI)다. 엄선된 100% 아벨 클론(Abel clone) 피노 누아로부터 생산되며, 스테인리스 스틸 조에서 4주 동안 포도 껍질에 그대로 둬 발효시킨다. 100% 프랑스 부르고뉴산 새 오크 배럴에서 20개월간 숙성시키고, 정제 과정없이 가벼운 여과를 거쳐 병입한다. 200$에 가까운 매우 고가 피노다. ‘블록 B’는 디종(Dijon) 피노누아 클론, 특히 115, 667, 777, 114, 113 클론을 선별한 것으로서, 스테인리스 스틸 조에서 저온 숙성 및 3주 껍질 침용을 진행한다. 전체의 45%는 새 오크통에서 55%는 중고 오크통에서 18개월 동안 숙성시키고, 정제 과정없이 가벼운 여과를 거쳐 병입한다. 마리온스 빈야드는 주로 두 가지 피노 누아 클론, 즉 뽀마르(Pommard)와 아벨 클론을 선별해 만든다. 스테인리스 스틸 조에서 저온 숙성 및 3주 껍질 침용을 진행한다.

 

전체의 35%는 새 오크통에서 65%는 중고 오크통에서 18개월 동안 숙성시키고, 정제 과정없이 가벼운 여과를 거쳐 병입한다. 슈베르트 양조장에서는 피노 누아를 중심으로 생산하지만, 소량 식재한 프랑스 품종 적포도로부터 특별한 블렌딩 레드를 선보이고 있다. 메를로와 시라 그리고 피노 누아를 블렌딩한 ‘매우 특별한’ 블렌딩인데, 마치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론의 세 레드 와인을 섞은 느낌이랄까? 부드러운 메를로와 스파이시한 시라 그리고 싱그러운 피노가 함께 연출하는 현악3중주 트리오의 연주를 입으로 음미할 수 있겠다.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3주 동안 발효했고, 15%의 새 오크통과 85%의 중고 프렌치 오크통에서 4년 동안 숙성시켰다. 알코올 도수가 뉴질랜드 와인으로서는 매우 드물게도 14.5%vol에 달하며, 잘 익은 블랙베리와 카시스 과일의 깊고 강렬한 아로마가 리큐어, 정향, 후추의 향신료와 바닐라와 샌달우드의 향이 섞인 산딸기의 싱그런 향이 멋지다. 입안 가득 부드러운 타닌과 오크 향의 여운이 오래 남는 동시에 생동감 있는 산미와 어우러져 복합적인 맛을 선사하는 멋진 레드다. 이 와인의 뀌베명은 ‘Con Brio’인데, 음악 애호가는 잘 알겠지만, ‘생기있게, 활기차게’라는 의미의 음악 용어다. 하루 빨리 한국에도 수입될 날을 고대한다. 


기타 와인으로서는,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로제와 스위트가 있는데, 그중 블렌딩 화이트가 눈길을 끈다. 세 가지 청포도를 섞어서 뀌베명을 ‘Tribianco’라고 명명했으니, 이름도 잘 짓는다. 더구나 독일 출신인 부부가 독일의 대표 청포도 품종인 뮐러 투르가우(Müller-Thurgau)를 중심으로 블렌딩했다는 스토리도 정말 마음에 든다. 여기에 샤르도네와 피노 그리를 블렌딩했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짧게 숙성한 듯하며, 침전 앙금을 활용한 배양법도 진행했다. 이 외에 리슬링 와인, 정통 늦수확 레이트 하베스트 스위트 와인, 로제 와인도 매력 포인트다. 그럼, 한국에 수입된 3종 와인을 시음해 보자~! 

 

소비뇽 블랑, 셀렉션 에스, Sauvignon Blanc, ‘Selection S’  

 

뉴질랜드의 국가 대표 품종 소비뇽 블랑 와인이다. 물론, 소비뇽 블랑은 남섬의 말보로우(Marlborough) 지역이 보다 유명하지만, 웰링턴 지방의 소비뇽 블랑은 약간 다른 스타일이다. 슈베르트의 소비뇽 블랑 화이트 브랜드는 2개가 있는데, 뀌베 ‘Selection S’는 기본급 소비뇽 블랑이다. 스테인레스 스틸 조에서 발효 숙성한 특성으로, 높은 미네랄 특성을 보인다. 맑고 투명한 노란 색상에 녹색 뉘앙스가 시원하게 서린 색상이 깨끗하게 느껴진다. 


코에서는 레몬과 라임, 키위와 파인애플의 싱그런 열대 과일향이 좋고, 입에서는 높은 산미와 풍부한 미네랄 표현이 압도적이었다. 말보로우 스타일 보다는 프랑스 상세르(Sancerre) 스타일로 느껴졌다. 청량감있는 단정한 화이트 와인으로서 알코올(14%vol)의 힘도 기대 이상이다. 갑각류 해산물 접시, 조개 구이, 봉골레 파스타 등과 두루두루 멋진 조화를 보여 줬다.  

Price 7만 원대

 

피노 누아, 셀렉션 에스 Pinot Noir, ‘Selection S’ 

 

 

마틴보로우 지구 피노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 피노로서, 가볍고 신선하며 정직한 풍미와 미감을 표현하고 있다. 남섬의 대표적 피노 산지인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지역의 피노가 보다 기골차고 강인한 것과 비교하면, 이 피노는 프랑스 부르고뉴 풍의 향긋함과 나긋나긋함도 느껴진다. 필자가 시음한 2021 빈티지 ‘셀렉션 에스’ 피노는 보랏빛 뉘앙스가 선명한 맑은 루비 색상을 보이는 예쁜 컬러를 지녔다. 


첫 코에서는 세련된 장미향과 제비꽃, 과일 드롭프스의 상큼한 단내가 돋보였다. 이어서 산딸기와 상큼한 레드 체리향, 제라늄 아파리의 이국적 미네랄 풍미도 특징적으로 등장한다. 입에서는 높은 산미와 드라이하지만 알코올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우아한 미감을 형성했다. 촘촘한 구조를 가진 비단같은 질감의 매력적인 타닌감에 14%vol의 알코올이 주는 힘과 볼륨감, 그리고 입안에서도 단 과일 내음과 아니스 향신료 풍미가 멋진 피노였다. 필자는 물없이 자작한 광양식 불고기와 만족스럽게 즐겼으며, 고급 햄버거나 소시지 구이, 잡채, 가벼운 치즈 등과도 잘 어울릴 것이다. 

Price 8만 원대

 

피노 누아, 에스테이트 Pinot Noir, Wairarapa

 

 

본 제품은 앞서 시음한 ‘에스 피노’보다 상급인데, 레이블에 특별한 뀌베 표시가 없어서, 양조장의 가장 상징적인 대표급 기본 와인 임을 뜻하는 ‘에스테이트’ 피노로 필자가 임의 구분해 봤다. 와이라라파 지구의 피노 100%로 양조했으며, 포도 자루를 제거한 후, 파쇄된 껍질과 함께 약 3주간 발효를 이어가면서 향과 풍미를 살리는 저온 침용 기법을 활용했다. 발효를 끝낸 와인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을 하며 나무의 향기와 타닌을 조화시켰다. 


필자가 시음한 2020 빈티지 에스테이트 피노는 진한 카민색 뉘앙스를 가진 루비빛 레드 피노였다. 잔에 따르자, 잘익은 체리향이 주는 농염함, 산딸기의 야생성이 깃든 베리향, 신비스런 장미꽃향이 이국적 피노의 DNA를 보여줬다. 아니스 계열의 향신료와 바닐라 오크향이 세련되게 올라오며, 와인의 깊이감을 느끼게 해준다. 한 모금 머금으니, 한 여름 태양볕에 잘익은 과일의 단내가 사큼한 산미와 조화를 이루며, 감칠맛을 주고, 프랑스 오크통 숙성이 주는 토스트향과 해즐넛, 아몬드의 고소한 풍미도 고급스럽다.

 

타닌은 매끄럽고, 알코올은 힘을 주며, 진한 농축미의 꽉찬 한 모금이 깊은 여운을 남겨 준다. 필자는 라구 소스 토마토 파스타와 안심 구이를 동반해 맛있게 식사를 했으며, 소시지와 채소를 구운 바비큐 요리, 등심 스테이크, 양꼬치 구이 등과도 매우 잘 어울릴 듯하다.

Price 12만 원대

사진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T. 1588-9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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