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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8 (수)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추천 와인]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는 와인

 

서양의 용 VS 동양의 용


필자가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마침 프랑스 TV에서 절찬리에 방영 중이던 ‘드래곤볼’이라는  일본 만화 영화 시리즈물을 즐겨 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프랑스어를 연습하기 위해 녹화시켜 놓고 보다 보니 재미있어서 애청했던 시리즈물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손오공’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전 세계에 흩어진 7개 여의주를 모두 모으면 전설 속의 용이 등장해 어떤 소원이라도 하나만 이뤄준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만화 제목이 ‘드래곤볼’이었다. 


이처럼 동양의 용은 소원을 들어주는 신성한 존재로 나타나는데, 이후 프랑스에서 7년을 유학하며 봤던 서양의 또 다른 용은 생김새도 이미지도 전혀 달랐다. 박쥐같은 모양의 커다란 날개로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불을 내뿜는 괴물로 등장해, 파괴와 공포의 상징으로 악의 화신, 물리쳐야할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어서 매우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가톨릭에서 유명한 그레고리오 성인은 용을 물리친 성인으로 알려져 있고, 많은 영웅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용을 처단하는 무용담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해리포터 이야기나 반지의 제왕 스토리를 비롯해 현대의 여러 게임 캐릭터 등에도 용은 그렇게 파괴적인 이미지로 등장한다. 


그러나 동양의 용은 뱀, 잉어, 매, 호랑이 등 모든 동물의 장점을 모아 놓은 모습으로 그려지며, 날개는 없지만 구불구불 몸을 용트림하며 하늘을 난다. 중국 신화에서 용은 날씨와 계절을 통제했으니, 농부들은 용신에게 제물을 바쳐 풍작을 기원했다. 황제의 옷인 곤룡포에도 수를 놓아 황제의 신성과 권위를 높여주었다. 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다. 그 어떤 상상이 이렇게 전혀 다른 이미지의 두 용의 세계를 만든 것일까 신기하기만 하다.

 

 

용띠 해 기념 와인


2024년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용을 캐릭터화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와인을 전공하는 필자에게는 당연히 용띠 해 기념 와인이 관심이 있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기념 와인이 나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필자가 앞서 말한 대로,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의 모습을 한두 가지 이미지의 레이블로 각각 출시됐다. 


하나는 스페인 라만차 지방의 명가 보데가스 볼베르(Volver) 사에서 생산한 배럴 셀렉티드 싱글 빈야드 와인이다. 사람 모습으로 파란색 턱시도를 입은 용의 얼굴을 그려 넣었는데, 이 용은 서양의 용 모습을 하고 있다. 템프라뇨(Tempranillo) 100%로 만든, 알코올 도수가 15%vol에 이르는 힘찬 와인으로서, 신선한 블루베리와 체리 등 신선한 과일 맛과 아니스와 정향, 삼나무, 바닐라의 향긋한 오크 뉘앙스가 잘 조화를 이룬 풍미에 세련된 타닌이 돋보이는 댄디한 이미지의 레드 와인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칠레 몽그라스(Montgras)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안투(Antu) 까베르네 소비뇽과 시라 품종 와인 2종이다. 이 와인들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슴 뿔과 수염을 가진 큰 뱀 모습의 동양의 용을 레이블에 그려 넣었다. 아마도 이 용띠 해 와인 레이블을 기획한 국내 수입사에서는 동서양의 두 가지 이미지를 모두 다루면서 새해에는 전쟁과 패권 대결이 없는 동서 화합의 용띠 해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아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랑이띠, 토끼띠 등 이전 기념 레이블에 비해 예술적으로나 의미상으로나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올해의 용띠 해 와인을 독자 여러분들께 추천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중앙대학교의 상징이 청룡이라 본관 앞에 있는 청룡 연못에는 지구본을 휘감고 있는 멋진 청룡상 분수가 있어 지나칠 때마다 감명을 받곤 하는데 올해는 더욱 영험한 기운을 받을 듯하다. 봄이 돼 날씨가 풀리고 신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과 이 연못 의자에서 용띠 해 기념 와인을 오픈해 마시련다.     

사진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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