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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8 (금)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와인 Pick] 알베르 모레(Albert Maurer)

 

첨예한 정치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접경지에서는 항상적으로 전쟁의 기운이 감돈다. 한반도가 그렇고, 현재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동유럽과 중동 지역이 그렇다. 와인 산지 중에서도 그런 지정학적 운명을 타고난 곳이 있으니, 바로 프랑스 알자스 지방이다. 라인강을 동편에 두고, 왼쪽의 프랑스와 오른편의 독일(&신성로마제국)이 번갈아 소유했던 격동의 운명을 가진 곳이다. 전쟁 종식의 소망을 모아, 이번 호와 다음 호에는 평화를 담은 알자스 와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알자스 와인 산지


알자스는 중부 유럽의 젖줄인 라인강을 경계로 동편에 있는 독일과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프랑스의 역사적 지방이다. 알자스의 풍부한 역사 문화 유산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프랑스와 독일의 영향이 얽혀 있다. 알자스는 두 나라의 국경 지역에 위치해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분쟁을 겪어 왔다. 그 결과 두 나라의 영향력이 여러 측면에서 알자스 지방에 남겨져 있게 되고, 두 국가의 민족, 언어, 문화가 융합된 아주 특별한 문명으로 탄생했다. 이 융합에는 와인도 예외가 아니다. 주도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콜마르에 이르는 와인가도에는 융단 같은 포도밭이 깔려 있고 그 중간 중간에 매듭처럼 예쁜 마을들이 수없이 등장해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등 명성높은 와인들이 자자한 프랑스에서 알자스 와인의 특징은 무엇일까? 


북위 48도선, 프랑스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알자스 지방은 추운 겨울을 가지고 있으나, 포도가 자라는 여름철은 매우 건조하며 태양이 작렬하는 지중해성 기후의 모습을 띠는 특별한 곳이다. 알자스 지방의 서편에는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1400m 급의 웅장한 보쥬 산맥(Les Vosges)이 있어, 대부분의 비는 그 서편에서 끝나고, 산맥을 넘어온 바람은 건조하며, 기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러한 풴(Föhn) 현상의 혜택으로 충분한 당도와 감칠맛 나는 산미 그리고 향기로운 과일향과 꽃향기를 특징으로 하는 알자스 와인의 고유한 프로필이 형성된다. 


와인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1871년부터 1919년까지 독일이 지배했던 지역인 만큼 포도 품종과 와인 병 모양 그리고 레이블 표기법이 다분히 독일적이어서 프랑스의 여타 지방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띤다. 그러나 와인의 맛과 스타일은 역시 프랑스 와인답게 매우 드라이하고 강건하다. 각 마을의 특별한 테루아를 갖춘 밭을 그랑크뤼로 특별히 분류하는 체계 역시 프랑스적 요소다. 물론, 늦수확하거나 귀부 곰팡이가 핀 포도로 생산되는 훌륭한 스위트 와인도 있다. 알자스 화이트 와인은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노 블랑, 피노 그리, 뮈스카 등으로 생산되며, 부르고뉴 지방에서 온 피노 누아로 만드는 레드 와인도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과소평가되는 와인 지역인 알자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와인 지역일 수 있다.

 

길고 가느다란 병에는 리슬링과 게뷔르츠트라미너 같은 독일 포도로 만든 향기로운 와인이 담겨 있지만 맛은 드라이한 클래식 프랑스 스타일로 만들어진다. 음식과의 친화력도 뛰어나서 가벼운 브런치 접시에서 진지한 디너 음식까지 알자스 지역 와인으로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알자스 와인을 한 번 맛보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으리라.

 

 

3대에 걸친 헌신, 도멘느 알베르 모레


‘현인(Le sage)’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알베르 모레(Albert Maurer)는 1965년에 양조장을 설립했고, 그 이듬해부터 바로 와인을 생산했다. 와인 및 포도 관련한 정책에도 관심이 깊었던 그는, 1975~1976년 알자스 와인의 등급 결정기에 자기의 아이흐호펜 마을에 위치한 묑쉬베르그(Moenchberg) 언덕의 포도밭이 그랑크뤼(Appellation Grand Cru) 등급을 획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1991년 회사를 이어받은 그의 아들 필립 모레(Philippe Maurer)는 제초제와 합성 용품의 사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양조장에서의 작업도 손바뀜이 이뤄졌지만, 필립은 설립자 아버지에 대한 예우에서 회사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2000년부터는 비공식적이지만 바이오다이내믹 생태영농 관행을 적용하며 유기농(BIO) 경작으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립은 2009년이 돼서야 레이블에 바이오 인증(Ecocert) 표식을 넣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3대째인 손자인 루이 모레(Louis Maurer)가 가족 사업에 합류했다. 루이는 첫 세번의 빈티지를 무사히 양조했으며, 2010년부터는 바이오다이내믹 생태영농의 고귀한 증명인 디미터(Demeter) 인증을 취득했고, 이는 알자스 마을의 땅과 테루아에 대한 존중과 헌신의 징표였다. 이후 루이는 가족 회사의 전통적 레이블인 알베르 모레 와인는 별개로, 본인의 개성을 살린 와인들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고 자기 이름의 고유한 레이블로 생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막내인 레오 모레(Léo Maurer)가 2019년에 합류했다. 그는 형 루이와 상호보완적인 짝을 이루며, 현재 밭 경작 뿐만 아니라 양조까지 많은 부분에 참여하고 있다. 이 달에는 부친 알베르 모레의 와인을 먼저 소개하며, 후속 칼럼으로 아들 루이 모레의 내추럴 스타일 와인을 소개하려 한다. 알베르 모레 와인은 알자스의 7가지 품종과 그랑크뤼, 크레망 스파클링 와인까지 가장 클래식한 알자스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크레망 달자스, 브륏 & 로제 
Crémant d'Alsace, Blanc Brut & Rosé Brut

 

 

고품질 스파클링 와인 생산 기법인 병입 2차 발효 방식(샹파뉴 방식, 전통 방식)을 통해 생산되는 크레망은 프랑스의 각 지방에서 만들어지는데, 알자스 크레망은 알자스 고유한 품종 블렌딩을 사용함으로써 특화된다. 알베르 모레의 경우에는 피노 블랑(Pinot Blanc), 리슬링, 피노 누아, 3종을 잘 조화시켰다. 피노 불랑의 부드러움과 리슬링의 청량감 그리고 피노 누아의 과일향이 잘 조화된 수준급 스파클링 와인으로 탄생했다. 


섬세하고 경쾌한 기포와 포말감이 눈을 즐겁게 하고, 입안에서는 높은 산미와 시원한 기포가 갈증을 풀어주며, 미네랄 표현이 깔끔하게 뒷맛을 정리해 준다. ‘로제’ 크레망도 있는데, 피노 누아 품종으로 생산돼 뛰어난 과일 풍미와 높은 산도, 쌉싸래한 미네랄을 갖췄다. 두 타입 스파클링 모두 Vin-Bio ‘Ecocert’ 인증과 AB마크를 가지고 있으며, 13%vol의 힘을 갖춘 와인으로, 다채로운 샐러드와 아페리티프 음식과 근사한 조화를 이룬다.

Price_ 크레망 브륏 6만 8000원 / 크레망 로제 6만 8000원

 

 

알자스, 리슬링 & 게뷔르츠트라미너 
Alsace AOC, Riesling & Gewurztraminer

 

알자스 지방 와인 생산자들의 실력과 스타일은 가장 기본급인 품종인 와인 리슬링(Varietal Riesling)으로 판명된다. 특별히 선택된 명품 테루아도 아니고, 매해 빈티지에 따라 양조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알베르 모레의 리슬링 와인은 레흐쉥베르그(Lieu-dit Lerchenberg) 구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생산됐다. 최적의 동향의 채광을 가진 이 언덕은 깊은 사토성 양토층 토질을 보이며, 매우 섬세하고 우아한 자태를 가진 풍부한 과일 풍미가 돋보이는 리슬링 화이트를 생산한다. 싱그런 레몬향과 녹색 사과향이 풋풋하게 등장하며, 높은 산미와 상쾌한 미감이 균형을 이루며 미네랄 표현이 좋아, 샐러드와 생선회, 초밥에 잘 어울린다. 


한편, 게뷔르츠트라미너 와인은 크리트(Lieu-dit Kritt) 구역의 포도로 생산했다. 레흐쉥베르그 구역과는 반대로 서향을 바라보고 있는 완만한 경사지다. 늦은 오후까지 마지막 햇볕을 받을 수 있는데다가, 묵직한 점토성 이회토질 토양은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으로 하여금 고유한 에너지와 화려한 향을 가득 담도록 키워 준다. 


와인 자체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기쁨의 와인이며, 이국적 허브를 동반한 샐러드나 열대 과일 디저트, 아시아풍의 단짠단짠 음식, 동방의 이국적 향신료를 곁들인 인도, 아시아계 요리에 잘 어울린다. 두 와인 모두 귀여운 도토리 3개 디자인이 담긴 녹색 스트라이프 레이블로서, 시원한 청량감을 담뿍 눈에 담을 수 있다. 

 Price_ 리슬링 6만 5000원 / 게뷔르츠트라미너 6만 8000원 

 

그랑크뤼 묑쉬베르그, 리슬링 
Alsace Grand Cru Moenchberg, Riesling

 

알자스에도 그랑크뤼가 있다. 총 51개 밭이다. 보쥬 산맥 발치의 경사지 200~400m의 고도에 위치한 알자스 그랑 크뤼는 이상적으로 채광이 좋아 햇빛에 최대한 노출되고 매우 다양한 토양의 혜택을 누린다. 이러한 장점과 함께 각 테루아에 가장 적합한 포도 품종을 신중하게 선택하면 포도가 천천히 오래 숙성되고 훌륭한 아로마의 출현을 촉진할 수 있다. 알베르 모레의 묑쉬베르그 그랑크뤼 밭은 ‘몽 데 무안느(Mont des Moines)’라는 이름의 언덕에 위치하며, 사암성 석회암을 기반으로 이회성 석회질 토양이 덮여 있어, 항상 진하고 강한 와인을 생산해 낸다. 


이곳의 리슬링은 복숭아와 살구향이 특징적이며, 고유의 미네랄 특성이 강하고 진하게 이어지는 품질을 지닌다. 담백한 통영산 생굴 석화나, 민어회, 생선 구이 스테이크, 오리 가슴살 구이 등 최고급 요리들과 근사하게 어울린다.

Price_ 그랑크뤼 묑쉬베르그, 리슬링 12만 5000원

 

알사스, 피노 누아 & 바리끄 피노 
Alsace AOC, Pinot Noir & Elevé en Barrique 

 

알자스 지방은 북위 48도에 위치해, 적포도가 익기에는 쉽지 않은 고위도 지방인데, 보쥬 산맥에 기인한 풴현상 덕분에, 고온 건조한 기후가 형성돼 피노 누아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부르고뉴 지방과는 달리 부드럽고 유순하며 목넘김이 좋은 레드 와인이어서, 알자스 지방의 전통 음식인 백케오페(Baeckeoffe) 요리나 돼지고기 구이, 소시지 구이 등과 잘 어울린다. 알베르 모레의 일반 피노 누아는 산딸기와 블루베리향이 인상적으로 느껴지며, 세련되고 절제된 질감의 정확성이 돋보이는 드라이 레드 와인이었다. 한편, 50년 이상의 고목에서 재배된 피노 누아 포도만 모아 별도로 양조한 ‘바리끄 뀌베(Elevé en Barrique)’는 부르고뉴산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시켜 한층 고양된 복합미를 느낄 수 있었다. 


진한 자줏빛 색상에, 산딸기 베리 풍미에 은은한 참나무형과 바닐라 노트가 결합된 복합미가 인상적이다. 안심 스테이크나 광양식 불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Price_ 피노 누아 7만 원 / 바리끄 피노 9만 5000원

 

알자스 스위트, VT & SGN : Vendanges Tardives, Riesling, GC Moenchberg & Selection de Grains Nobles, Gewurztraminer

 

흔히 알자스 와인 스타일과 독일 와인 스타일의 차이를 간단히 설명할 때, “독일 와인은 스위트 스타일이 많고, 알자스 와인은 드라이 스타일이 대세다.” 라고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알자스 지방에서도 스위트 와인은 생산된다. 다만, 특별한 자연 지형과 기후 조건에서만 생산되며 매우 소량이기에 작은 병(500mL)에 시판되고 가격이 높은 편이다. 알베르 모레의 VT는 늦수확한 와인이다. 당분 함량 240g/L의 한껏 농익은 포도를 수확해 알코올 도수 12%vol으로 생산했으니, 50g/L 정도의 잔당이 남아 있는 미디엄 스위트 와인이다. 품종은 리슬링으로 약한 당도에 대단히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스위트 와인이다. 8℃ 정도의 차가운 온도로 낮춰, 시간을 갖고 천천히 명상하며 음미하기를 권한다. 잘익은 복숭아와 살구, 아카시아 꿀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으며, 높은 산미와 적절한 당도의 균형감이 쾌락적 미감을 제공한다. 안주 없이 와인만으로 완벽한 미식이다. 


한편, SGN은 그 농축미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당분 함량 290g/L의 한껏 농익은 포도가 귀부 현상에 의해 나무에 달린 채로 증발돼 당도가 농축됐고, 특유의 귀부 곰팡이 풍미가 배어 고도의 복합미를 뿜어내는 스위트 와인이다. 생산자에 따르면, 완벽한 귀부 현상이 발생했을 때만 10여 년 정도에 한 번씩만 생산된다고 한다. 필자가 시음한 2015년 빈티지는 1500병이 생산됐고, 국내 수입 물량은 단 36병이니, 이 물량이 동나면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SGN은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으로 만들어, 농익고 건조된 포도의 농축미에 품종 특유의 라일락꽃, 치자꽃의 달콤하고 농염한 풍미가 쾌락의 극치를 이루며, 진한 당미와 높은 산미의 균형이 매우 아름다운 스위트다. 흔히 거위간(Foie gras)이나 강렬한 풍미의 숙성한 블루 치즈와 황금 궁합이라고들 하지만, 6℃ 정도의 차가운 온도로 낮춰, 시간을 갖고 천천히 명상하며 입안을 한 모금씩 적시며 와인만 음미하는 것이 최고다~! 

Price_ 알자스 스위트, VT 12만 5000원 / 알자스 스위트 SGN 21만 원 

와인 문의_ 샵 크로스비 / 02-575-7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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