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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2 (화)

칼럼

[Local Networks_ 광주] 봄, 꽃 그리고 여행


유난히 추운 겨울이 가고 바람도 따뜻한 봄이 왔다. 옷이 가벼워지고 옷 색도 다채롭게 변하고, 여기에 우리의 마음도 가벼워졌기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어느 나이 지긋한 여자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나이 먹으니 꽃은 무엇이든 다 좋더라.”이 말이 많이 공감된다. 날이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서 집에 있는 조그마한 화분들도 개화를 시작했다. 집 테라스에 놓은 게발선인장도 만개를 해서 화사하기가 그지없다.


봄꽃은 성질이 급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유는 잎이 올라오기 전에 꽃이 피는 나무들이 봄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에 태어난 필자도 성질이 느긋하지 않은 것일까. 꽃 기행을 기획해 보았다. 매화를 필두로 산수유, 벚꽃, 유채, 동백, 그리고 청보리밭 까지. 조금 기다리면 서울 여의도 혹은 전철역 근처나 아파트 단지에서도 볼 수 있는 벚꽃을 남쪽으로 미리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보면 필자만 마음 급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꽃이 다르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고운 유혹, 매화와 진달래
먼저 매화를 따라가 볼까. 광양, 섬진강 유역, 그리고 순천의 선운사 등 매화가 유명한 곳은 많다. 장미과의 꽃으로 꽃은 매화이며 열매는 매실이라 부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중국에서도 매화의 그림이나 역사 속에 같이 했던 자료들은 많다. 우리나라 선조들은 흰 매화꽃을 선호했으나 근대에 와서 홍매화도 많이 등장해 사랑받고 있다. 화엄사의 홍매화 또한 일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봄의 꽃 진달래. 고운 색으로 천지를 뒤덮는 진달래가 여수의 영취산에 있다. 매년 진달래 축제를 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데, 여수를 방문하게 된다면 진달래꽃을 꼭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여기에 여수 밤바다까지 만나면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3월 말에서 시작해 4월 초까지 진행되는 진달래 축제, 올해 나의 여행 버킷 리스트에 들어있는 항목 중 하나였다. 진달래는 철쭉과 또 다르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던 필자는 진달래가 뽐내는 항상 고운 색과 여리여리한 이파리가 기억 속에 가득하다.


산수유의 노란 물결, 벚꽃의 하얀 하늘
이와 비슷한 때에 또 만날 수 있는 것이 산수유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산수유는 노란 꽃이 시선을 끌며 그 열매도 좋은 약재로 쓰이고 있다. 산수유의 집단 서식지가 있는 구례가 가장 유명하다. 화엄사 근처, 그리고 오산 사성암 근처를 가도 노랗고 예쁜 산수유를 볼 수 있다. 노란색이 사진도 예쁘게 나온다고 하는데 올 봄 예쁜 사진여행을 기획한다면 노란 꽃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산수유와 함께 하는 사진을 찍는 계획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 시기에는 구례에서 행해지는 많은 축제와 행사들이 있어서 찾아보면 많은 것을 체험할 수도 있다.


또한 남도의 자랑인 먹을거리는 어딜 가도 기대 이상의 반찬과 밥이 차려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산수유와 시기가 겹치는 꽃, 꽃잎이 하나씩 흩날리며 피고 지는 벚꽃. 구례지역의 벚꽃 역시 유명하며 쌍계사 근처의 벚꽃나무 길은 장관이다. 오산 사성암을 올라가는 산길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기분이 좋다. 소복하고 흐드러지게 날리는 벚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산길을 따라 암자를 다 올라간 산 위, 이곳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라면 그 어느 고급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훌륭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지리산의 능선과 내 눈높이가 만나는 특별한 경험, 더불어 따라오는 커피 향은 강한 잔향을 남길 수밖에 없다. 지는 꽃잎이 떨어지는것을 눈 아래로 보며 구름 위의 꽃과 차를 경험할 수 있다.


붉은 동백과 푸른 청보리



이제 조금 더 강렬한 색으로 옮겨 보자. 지리산 밑에 피는 목련들도 특별하다. 붉은색 꽃잎을 갖고 있는 자색목련은 많이 보았는데 안과 겉이 진한자주색으로 검은색에 가까운 흑색목련은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늦동백, 봄동백, 또는 춘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고창 선운사의 강렬한 붉은 빛의 동백병풍으로 가보자. 선운사의 대웅전 뒤를 감싸고 있는 최소 500년은 훌쩍 넘었을 키가 큰 동백나무는 두껍고 윤기 흐르는 동백 이파리와 꽃의 하모니가 마치 초록빛의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그 옛날 선조들이 산불예방 목적으로 잎이 두꺼운 동백을 심었다고 하는데 외관뿐 아닌 실리적인 목적도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의 동백은 4월이 돼야 만개하고 그 색이 절정에 이른다. 그래서 춘백이라고도 한다. 대웅전 앞의 만세루에 앉아 널찍하고 앞이 트인 무루에 올라 선운사에서 키운 황차를 마시며 바라보는 동백병풍은 시간감각을 잊게 해준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 앞의 목백일홍도 마찬가지다. 사찰에서 직접 키운 황차는 무료로 제공되며, 고창에서는 복분자가 유명하니 지역 특산물로 복분자주를 택하는 것도 추천한다.


또 다른 느낌의 동백을 보고 싶다면 강진의 백련사를 찾아보자. 1500그루가 집단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동백의 붉은 물결을 보러 가는 것도 좋다. 동백은 피었을때도 예쁘지만 지고 나서 꽃잎이 붉은 양탄자처럼 깔려 있을 때도 특별하다. 차와 도자기가 유명하다는 강진, 청자가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금 더 날이 따뜻해지면 우리는 청보리밭을 볼 수 있다. 그냥 보리밭인데 굳이 찾아보러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랑곳 않고 또 찾아가게 된다. 푸르고 하늘거리는 수만 평의 보리가 또 다른 소리와 기억을 남기기에. 보리음식 체험, 그리고 보리밭 사잇길 걷기등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있다. 보고 만지는 느낌만이 아닌 바람소리에 의한 잎들이 부딪치는 소리는 필자에게 위로의 소리처럼 들린다. 이러한 소리를 듣기 위해서 담양의 죽녹원을 찾아 얇디얇은 대나무의 잎이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씻어낸다.


이처럼 아름다운 남도의 꽃이 가득한 계절, 필자는 이 계절 남쪽에서의 자연환경과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무척이나 감사하다.




구은영
호텔앤레스토랑 광주 자문위원 /

홀리데이 인 광주 판촉영업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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