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오지 않을 듯 했던 가을이 왔다. 무척 무더웠던 여름이었다. 이곳 전남 광주의 한 낮 최고 기온은 소위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와도 앞다툴 정도로 높았다. 그런 여름이 지나갔다. 어렸을 때는 9월이면 완연한 가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를 새삼 느낄 수 있던 올 여름이었다. 그래서일까? 올 여름 과일은 그 어느 해보다 더욱 달고 맛이 좋았다. 성큼 다가왔던 가을이 반가운 만큼 가을의 맛과 멋도 기대해 본다.
맛있는 감동, 전라남도 광주
필자는 먹을거리의 고장 전남 광주에 와 있다. 가끔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면 그 때 느끼는 음식의 맛과 정성의 차이를 가끔 친구들과 논한다. 작은 김밥집 하나하나도 모두 다르다고. 그런데 전남 광주에 내려와서 보니, 광주의 음식이 단순히 먹는 즐거움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광주에서도 어김없이 찾아 본 작은 김밥집. 김밥을 시켰을 뿐인데, 김밥 친구 단무지만이 반찬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어묵 국에(어묵도 큰 것으로 넣어 주신다.) 몇 가지 반찬들이 김밥 한 줄과 함께 제공돼 나오는 것이다. 김밥 한 줄에도 (조금 보태서)서울의 백반집 같은 반찬이라니. 이런 서비스는 광주의 거의 모든 음식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맛 좋다는 게장 식당도 찾아가 봤다. 게장정식이 인당 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인 것도 놀라운데 정식이라는 메뉴답게 간장게장, 양념게장, 게장찌개가 함께 나오고 여기에 제육볶음, 생선구이, 3색 나물, 기타 밑반찬 등이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데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메밀로 유명한 고창이 가까워서인지 광주에서도 많은 메밀국수 식당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60년이 넘은 전통을 갖고 있는 메밀전문 식당도 있는데 긴 세월동안 가득 담은 정성이 느껴지는 깊이 있는 맛은 물론이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자주 찾아 감동을 맛보곤 한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상차림을 받을 수 있는 이곳 광주는 음식에 있어서 맛과 감동, 가성비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장임에 틀림없다.
올 가을 여행은 맛과 멋의 전라남도로
지난 여름 개봉했던 영화 <택시운전사> 이후, 지금 필자가 있는 광주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많은 지인들에게서 광주에 오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영화를 보고나서 광주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고. 물론 영화 덕을 조금 더 볼 수는 있겠지만 광주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아니어도 방문하고 싶은 도시, 방문 후 만족도가 높은 도시임이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음식에 이어 광주 주변의 좋은 관광지가 그 요인이 아닐까.
지난 겨울 크게 유행한 드라마 <도깨비>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인 공유와 김고은이 결혼식을 올린 장소가 고창의 한 메밀밭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화면 속 공간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 청보리와 메밀 그리고 꽃무릇이 한창인 고창은 9~10월이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메밀축제가 열리고 붉은 꽃이 카페트처럼 깔리는 고색창연한 선운사도 지금이 사진 찍기 제일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을 자원 삼아 호텔들도 각 군청의 축제 팀들과 패키지를 연계해서 판매하고 있다.
전남에 와서 자연축제 그리고 예쁜 꽃들과 사진도 찍고 연계돼 있는 호텔상품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보기 바란다.
구은영
호텔앤레스토랑 광주 자문위원 /
홀리데이 인 광주 판촉영업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