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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영

[Local Networks_ 광주] 광주 지역민의 문화 공간, 여행자 플랫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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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시대의 무진주가 자리 잡았던 광주 지역은 예로부터 미향(味鄕), 예향(藝鄕), 의향(義鄕)의 3대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하고 세련되면서도 소박한 백제의 문화를 계승해 소리, 서화, 도자 예술, 시가 문학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예술을 향유했다. 현재까지도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비엔날레, 프린지 페스티벌, 월드뮤직페스티벌, 임방울국악제 등을 개최하며 남도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윤택성에도 불구하고, 광주 시민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여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그동안 관광도시, 문화도시로의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 5월, 광주는 자연경관이나 문화 유적지 같은 전통적인 관광에서 벗어나 ‘로컬’을 향한 니즈에 발맞춰, 지역민이 선정한 문화 공간 네 곳을 여행자 플랫폼으로 선정했다. 관광객들이 여행 중 잠시 휴식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색다른 체험을 즐기며 지역 문화를 은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셈이다. 단순히 여행 정보 제공, 짐 보관 서비스, 무료 와이파이 제공 등 휴식 및 편의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문화와 로컬을 결합한 여행자 플랫폼을 소개한다.


근대 테마여행의 거점, 양림쌀롱 여행자 라운지
양림쌀롱 여행자 라운지는 근대 역사문화의 보고로 불리는 양림동에 위치해 있다. 양림동은 100여 년 전 미국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과 함께 광주에 서양 근대 문물이 처음 들어온 곳으로, 지금도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한옥 내부를 꾸민 이곳은 근대 광주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여행 북 카페 겸 기념품 숍이다. 양림쌀롱 여행자 라운지에서는 여행객들의 즐거운 소통을 위해 운영하는 모임, 강연, 투어,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1930년대 멋쟁이들의 개화기 패션을 하고 모던 걸, 모던 보이가 돼 양림동을 여행하며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모던 의상 대여’ 서비스, 매주 토요일 저녁 양림동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이색 야간 투어 ‘양림 달빛 투어’가 마련돼 있다. 또한 ‘언니(오빠)는 여행쟁이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이면 양림쌀롱 여행자 라운지는 예술가의 무대이자 명사의 연단으로 변신한다. 여행특강과 함께 여행자들 간의 즐거운 네트워킹 파티가 펼쳐진다고 한다.



이 활동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 향토와 도시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양림쌀롱 여행자 라운지는 레트로 감성을 드러내며 뛰어난 복합 문화공간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기지, 아트폴리곤
가을의 시인 김현승, 중국의 3대 음악가 정율성, 검은 머리의 차이콥스키 정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동요 작곡가 정근,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의 조소혜 작가, 소설 [징소리]의 문순태 작가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양림동에서 배출됐다. ‘양림동 출신 예술가가 많은 건 호랑가시나무 때문일까?’ 양림동에 문화와 예술이 퍼지기 시작한 건 미국 선교사들이 정착 이후부터라고 한다. 아트 폴리곤이 위치한 호랑가시나무 언덕을 보고 선교사들이 자리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재미있는 생각을 해본다.(*서양에서는 호랑가시나무가 예수 나무, 크리스마스 나무로 불린다.)


숲속의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아트폴리곤은 예술 레지던시 창작소, 야외 공공미술 작품, 연세대학교 설립자로 알려진 언더우드 선교사의 손자 원요한 신부의 사택을 리모델링한 게스트 하우스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예술 레지던시 창작소에는 화가, 판화가, 조각가, 시인, 미디어 아티스트, 음악가, 패션 그룹 등 매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입주해있으며, 입주 작가들이 창작한 작품들을 아트폴리곤에 전시하기도 한다.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전시와 공연, 인문학 강좌를 위한 문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일반 방문객에게 오픈해 예술 담론의 장을 형성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하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예술가와 함께하는 양림동 예술산책’이나 레지던시 입주 작가와 함께하는 원데이 클래스 등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의 문화적 소양을 양산하고 교육 기부의 형태로 공동체 예술 창작의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면에서 관광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인문학으로 만나는 독립서점 ‘책과 생활’
서점 주인의 취향과 개성 있는 분위기로 최근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는 독립 서점 중 한 곳도 여행자 플랫폼을 선정됐다. 광주영상복합관 옆 골목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책과 생활’이 바로 그곳이다. 책과 생활에서는 인문, 사회, 예술, 사진, 디자인, 도시와 건축,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 출판물에 이르기까지 멋지고 아름다운 책을 발견해 소개하고 있다.


책과 인문학을 사랑하는 여행객들에게 책과 생활은 인문학을 통해 지역을 만나고 서적을 중심으로 광주를 여행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광주·전남지역 전문가를 초청해 여행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인문지식을 공유하는 ‘여행자의 불빛서점-책과 여행’, ‘책과 여행 스페셜’ 강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여행의 깊이를 더하고자 북 에디터가 광주, 전남 관련 책과 문헌을 조사,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은 육체적인 여행을 벗어나 인문학으로 남도를 여행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충족시킨다. 이곳은 예술과 지식, 경험이 반영된 취향을 공유하는 프랑스 살롱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살롱 문화가 귀족과 부자들의 여유로운 사치였다면, 소소한 낭만을 갖고 취향을 공유하는 이 문화는 우리 사회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인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의 아지트 ‘페드로하우스 & 보야져스’
광주의 유명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쌍촌동의 낙지 골목에 둥지를 튼 ‘페드로 하우스 & 보야져스’는 광주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하다. 건물의 1층은 카페 겸 프론트데스크인 보야져스, 2층은 게스트 하우스인 페드로 하우스다. 화려하면서도 빈티지한 색감으로 칠해진 카페 보야져스의 외관은 ‘광주 어디쯤…’이 아닌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한 골목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외관만큼이나 카페 내부에서도 이색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보야져스는 운영자가 50여 개국 나라를 여행하면서 모은 세계 각국의 물건들과 외국인 여행객들이 선물해준 이국적인 물품, 여행 관련 서적이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이색적인 공간에서는 ‘페드로 하우스 여행자 극장’이라고 불리는 영화 상영회 겸 네트워크 파티가 열린다. 지역민과 광주를 방문한 여행자가 영화를 매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자의 풍부한 여행 경험이 돋보이는 활동이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각종 여행 및 체험 프로그램이 흥행하는 지금, 실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촉촉하게 다가가는 운영자의 프로그램은 큰 감동을 준다.



지금까지 광주 방문객의 주목적은 도시 특성상 비즈니스, 학회, 산업단지 시찰, 학회 등 업무 중심이었다. 여행객의 경우에도 ‘유명 맛집’에 초점을 두고 밥 몇 끼 먹고 넘어가는, 말 그대로 ‘휴게소’로 인식해온 것이 현실이다.


이제 광주는 그 고유의 숨겨진 가치를 아낌없이 드러내며 정류장처럼 지나가려는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고자 한다. 현재의 여행자 플랫폼을 개선해 강화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여행자 플랫폼 선정,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경험 위주의 관광 트렌드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전주, 담양, 보성과 같은 잘 알려진 관광 도시와 연계한 여행 상품에서 나아가 광주를 단독으로 하는 알찬 여행 상품도 꾸준히 개발될 것이다.


다가오는 광주세계수영대회 기간에 광주를 찾는 국내, 해외관광객과 전세계 2019개국 1만 5000여 명의 선수단들을 시작으로, 문화·역사적 가치와 도시 특화 프로그램을 결합한 도시 브랜드 ‘광주’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는 바다.



구은영
호텔앤레스토랑 광주 자문위원 /

홀리데이 인 광주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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