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19 뉴스와 함께 매일같이 등장하는 뉴스가 아파트 값, 전세 값 상승이야기다. 천정부지로 치솟는단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도 예외는 아니다. 유명 산지 포도밭 가격은 아파트값보다 비싸다. 전 세계에서 포도밭 땅값이 비싼 곳이 몇 곳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비싼 곳이 토스카나 몬탈치노 지역이다. 이곳의 땅값은 1ha(3000평)에 약 60억이다. ‘억’소리 난다. 이곳에서는 어떠한 와인이 생산되기에 이토록 비싼 것일까? 금싸라기 땅, 몬탈치노 Montalcino 시에나(Sienna)의 멋진 대성당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달리면 1시간 안에 도착하는 작은 산동네가 있다. 해발 고도 300~600m 사이에 있는 산 중턱에 형성된 와인 산지다. 북쪽에는 성벽에 둘러싸인 중세 도시 마을 몬탈치노가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오르치아(Orcia), 아쏘(Asso) 그리고 옴브로네(Ombrone), 세 강의 골짜기에 둘러싸여 있다. 지름 약 16km의 네모난 정방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면적은 2만 4000ha다. 이미 10세기 무렵부터는 몬탈치노의 구릉 지대에서 포도가 재배됐으리라고 짐작하고 있지만,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
미국 서부에서는 8월부터 시작된 사상 최악의 산불이 남한 면적의 1/5을 태웠다. 산불로 인한 연기로 도시 기능은 마비되고 주민들은 거리에 나갈 수도 없게 됐다. 우리나라는 수마로 힘들었는데, 미국 서부는 화마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 서부는 동부의 기후와는 확연히 다르다. 여름철에는 고온건조한 기후가 계속돼 마른 번개나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기후 조건을 가졌다. 적당한 지중해성 기후는 포도밭에 유익하지만, 이런 산불은 포도밭과 양조장마저 앗아갈 것이다. 조속한 진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번 달에는 미국 서부의 와인을 소개한다. “어서 와~ 내륙은 처음이지?” 뉴월드 와인의 기수인 미국은 19세기부터 현대적 와인 산업 체계를 갖추고 와인을 생산했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엄청난 자본, 타고난 기업가 정신과 창의력으로 오늘날 세계 4대 와인 생산국 중 하나가 됐다. 이러한 미국 와인도 편중 현상이 심해, 전체의 90%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좀 안다하는 사람들은 나파 밸리, 소노마 밸리, 산타 바바라 카운티 등을 읊조리지만, 정작 그 생산 비율은 높지 않다. 대부분의 캘리포니아 와인은 내륙 밸리(Inland Valle
사상 초유의 가장 긴 장마를 보내고 수마가 할퀸 상처 속에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이런 극과 극의 기후 현상은 계속되리라. 이런 날씨라면 좋은 포도를 가꾸기가 힘들겠지만, 9월의 기적 같은 온화한 날씨를 기대한다. 수확의 여신 세레스의 손길로 잘 익은 잘 익은 포도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안겨지기를 바라며... 이번 달 와인 명가는 파아란 하늘 쾌청한 날씨를 자랑하는 남미 칠레로 발길을 잡아 본다. 남미 대륙에 울려 퍼진 브로맨스, 그라스 형제 불과 3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 와인을 수출하는 칠레 최대 가족 기업 중 하나인 몽그라스를 만들어낸 형제가 있다. 에르난 그라스와 에두아르도 그라스(Hernán & Eduardo Gras) 형제는 1993년, 칠레의 최고 테루아에서 세계적 품질의 와인을 일관되게 생산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재능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형제는 최신 기술과 합리적 관리 조직을 갖추고 매우 특별한 와인 그룹을 만들어왔다. 칠레 최고의 섬세한 와인 생산지인 콜차과 밸리(Colchagua Valley)에서 출발, 서늘한 기후 지역대인 레이다 밸리(Leyda Valley)를 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초유의 대학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무사히 종강을 했다. 코로나 사태로 일반 대학이 ‘사이버대’가 됐다. 필자는 와인과 미식인문학 과목을 강의하는데, 실습이 필요한 과목이라 매우 힘들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만들고, 카메라로 시음, 시식 등 실습을 보여주며, 참조 동영상도 e-Class에 올려 줬다. 7월에는 식당 한 곳을 정해, 방역에 신경 쓰며, 학생들을 모아, 테이블 매너와 와인 에티켓 수업도 마쳤다. 기말고사도 온라인 시험으로 치렀고, 평점 부여까지 모두 마쳤다. 전국 대학의 교수진들이 이런 홍역을 겪었겠지.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친 기념으로 샹파뉴를 오픈했다. ‘대면의 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비대면의 세기(Untact Siècle)’로 들어섬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로랑 페리에의 ‘그랑 시에클(Grand Siécle)’ 샹파뉴를 집어 들었다, 겁도 없이…! ‘1812년 서곡’을 들으며 마셔야할 샹파뉴, 로랑 페리에 이 달의 명가, 로랑 페리에 샹파뉴 하우스의 기원은 1812년에 앙드레 미셸 삐에를로(Andre-Michel Pierlot)가 세운 샹파뉴 네고시앙이다. 그의 아들 알퐁스 삐에를로(Alphonse Pierlot)가
르네상스 최고의 화가 중의 하나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중에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이 있다. 지중해 에게해의 물거품 속에서 탄생한 비너스를 서풍의 신이 바람을 불어 육지로 밀어주는 장면이 묘사된 그림이다. 르네상스 강의를 준비하다가 요즘 날씨가 하도 더워서 “누가 저렇게 바람을 불어주면 시원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문득 한 와인 산지가 떠올랐다. 한 여름, 몹시도 뜨겁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에도 태평양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포도밭을 식혀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중부 해안에 위치한 ‘몬터레이(Monterey)’ 카운티다. 이 지역의 와인이면서 7월의 더위와 정면으로 맞설 와인을 고르려다보니 근방 가빌란 산 정상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이달의 와이너리를 찾았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숨은 진주, 샬론 빈야드 해발 550m 외딴 산속에 격리돼 있고 숭배받는 와인 생산지, 샬론 AVA~! 이곳은 9700ha의 놀라운 경관의 야생의 대지 ‘피나클 국립공원(Pinnacles National Park)’에 둘러싸여 있다.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 야생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곳, 고대 화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바위 투성이의 기복이 심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하늘길이 열리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하고 뜬금없이 생각해 봤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벌써부터 뜨거워진 태양을 쳐다보니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쪽빛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포도밭과 올리브밭으로 뒤덮인 부드러운 구릉,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난 굽이굽이 길에 심어진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그 긴 몸짓으로 여행객을 부르는 곳, 토스카나~! 아.. 생각이 닿으면 미각도 당기는 법, 토스카나 와인 한 병을 열고 피자 한 판 시킨다~! 이탈리아의 ‘보르도’, 토스카나~! 감히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와인 지방을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에 비교했으니, 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찍혔다~! 그런데 이 비유, 나쁘지 않다. 중세 이후의 오랜 와인 생산 역사와 상업 전통, 가장 이탈리아적인 품종 ‘산죠베제(Sangiovese)’, 가장 상징적인 와인 이름 ‘끼안띠(Chianti)’와 ‘몬탈치노(Montalcino)’는 프랑스 보르도의 까베르네 소비뇽, 메독, 생테밀리옹 등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영어로 ‘터스카니(Tuscany)’로 알려진 토스카나 지방은 이탈리아 중서부 심장부에 위치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일 줄을 모른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수그러들고 있지만, 해외 각국에서는 파죽지세로 감염일로에 있다. 150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사망자도 10만 명에 육박한다. 일상이 바뀌었다. ‘뉴노멀(New Normal)’이라고도 한다. 다니지를 않는다. 다니지 못하게 한다. 계절의 여왕 5월인데, 이 아름다운 계절을 즐기지 못하다니, 이런 불행이 또 있을까~! 눈치 보며 동네를 산책하다 울타리를 장식한 장미꽃을 보노라니, 유럽의 포도밭이 떠올랐다. 포도밭 줄줄이 그 끝에는 장미를 심어 화사하게 핀 빨간 장미가 녹색의 포도 나무 밭에 포인트를 준다. 답답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마음만이라도 벗어나보자~! 그래서 이 달에는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루아르(Loire) 지방으로 장미 포도밭 여행을 꾸며 봤다. ‘프랑스의 정원’, 루아르 와인산지~! 프랑스의 여러 지방 중에서 수도 파리와 근접하며 다채로운 중세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성들이 많이 있는 곳이 루아르 지방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인 루아르(Loire) 강은 중앙산악지대(Macif Central)에서 발원해 파리를 향해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오를레앙(Orlean)시를 관통하며 방향을 서쪽으로 꺾
시 좀 읽어 봤다 하는 사람들이 4월이 되면 곧잘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휘젓네..” T.S.엘리엇의 <황무지> 라는 시다. 지금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최대의 위험에 봉착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과 공포가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을 쓰는 3월 10일의 상황이지만, 이 잡지가 출간되는 4월 1일에는 제발 이 사태가 진정되길 기원한다. 그리하여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화사한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향긋한 라일락향이 온 동네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우리는 마스크 쓰지 않고 그 향기를 마음껏 들이킬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산지, 와인의 꽃밭~!목련처럼 순수하고 라일락처럼 향긋한 그런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 이 달에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로 간다. 수도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난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부르고뉴의 최북단 샤블리(Chablis)가 나타나고, 다시 더 1시간 반을 달리면 부르고뉴의 최남단 마꽁 지구(Mâcon)에 도달한다. 고속도로를 세 시간 달리는 거리라 하니 꽤나
필자가 어렸을 적에 재미나게 보았던 외국 만화 중에서, ‘뽀빠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그의 여자친구 ‘올리브’는 자신이 곤궁에 빠질 때는 어김없이 “뽀~빠이~~!!”를 불렀고, 그럼 시금치 캔을 먹고 힘을 낸 뽀빠이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줬다. 와인 업계에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한 집안이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생각보다 버거운 사업에 부인 집안에 SOS를 친 것이다. 부인네 집안이 달려와 포도밭을 담당해 문제를 해결하고 내친김에 함께 회사를 세웠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이 생각나는 이 회사는 호주 바로싸 밸리에 있는 쏜 클락이다. 호주 최고의 명산지, 바로싸 밸리~! 호주는 서부 퍼스에서 동부 시드니까지 4100㎞, 애들레이드에서 시드니까지 1500㎞, 멜버른에서 애들레이드까지 730㎞일 정도로 매우 광활한 곳이다. 국가 전체에 13만 5000ha의 포도밭이 총 65개 와인 생산 구역으로 분류돼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지역이 남호주의 바로싸(Barossa)다. 남호주의 주도인 애들라이드(Adelaid) 시 북쪽 80km 지점이며, 내부적으로는 바로싸 밸리와 에덴 밸리(Eden Valley)로 세분돼 있다. 왼편의 바로싸 밸리 구역은 초입
필자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겨울이 더 추웠는데,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앞을 쬐면 뒤가 춥고 돌아서 뒤를 쬐면 앞이 춥던 경험이 있다. 그 때부터 불이 참 따뜻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인간이 이 불을 잘못 다루면 반대로 엄청난 화마를 당하게 된다. 지금 호주 산불이 심상치 않다. 지난 석 달간 이어진 산불로 우리나라 크기만 한 면적이 피해를 보고 코알라 등 야생 보호 동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그러자 세계의 많은 유명 인사들이 산불 피해 복구 기금을 쾌척하고 있다. 유명 인사인 필자도 당연히 동참하고 싶은데, 나는 학자이니 호주 와인을 칼럼에 소개하는 것으로 기부에 가름하려 한다. 그러니 2월과 3월 ‘손진호의 명가의 와인’ 테마는 호주 와인이 될 것이다. 250년 역사의 참신한 뉴월드 호주 와인 신대륙 뉴월드 와인의 세계에서는 선두 주자인 미국 다음으로 유명한 와인 국가가 호주다. 호주 와인은 우리 귀에 매우 익은 와인이다. 캘리포니아, 칠레와 더불어 뉴월드 와인의 대표 주자다. 그렇지만, 애호가들이 호주 와인의 참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호주 와인의 역사가 매우 짧기 때문이기도 하며, 국토가 워낙 넓고
이 겨울, 내 대학 동기는 따뜻한 이집트로 역사 여행을 떠났다. 현명한 선택이다. 그런데 나는 정반대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서늘한 프랑스 중북부로 떠난 것이다. 그는 나일 강을 뒤지고 있는데 나는 루아르 강을 따라 가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지난 연말 직전에 한 수입사에서 루아르 지역 와인을 신규 론칭했는데, 필자는 그 매력에 쏙 빠지고야 말았다. 결국 글을 써야만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혔고, 이 엄동설한에 을씨년스런 프랑스 중북부로 ‘글 여행’을 떠나게 됐다. 애꿎은 독자 여러분들까지 내 겨울 여행의 동반자가 되실 것이나,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멋진 이야기와 멋진 사람, 멋진 와인이 있으니까~! 대망의 2020년을 여는 새해 첫 와인,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나의 신년 선물은 프랑스 루아르의 명품 ‘Domaine Charles Joguet’의 와인이다. 루아르 밸리의 정통 레드 와인, 쉬농(Chinon) 예술과 낭만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프랑스의 정원(Jardin de France)’이라는 멋진 별명을 가진 이곳은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인 루아르가 유유히 흐르는 프랑스 중북부다. 중남부 ‘마시프 상트랄(Massif Central)’ 고산지대에서
누구든 자기만의 겨울 추억이 없으랴~! 화롯불 가에 모여 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었든, 가을 내 곳간에서 말린 졸깃하고 달콤한 곶감을 이불 속에서 먹었든, 따뜻한 아랫목에서 달콤한 음식을 먹는 기쁨은 추운 겨울이어야 제 격이다. 군고구마와 말린 곶감이 줬던 추억과 감흥을 주는 와인이 있으니, 바로 이 달에 소개할 ‘아마로네’다. 발성도 아름답게 들리는 아마로네는 이탈리아에서 오랜 생산 전통을 가지고 있는 감미로운 풍미의 명품 와인이다.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나의 연말 선물, 2019년을 마감하는 나의 송년 와인, ‘Amarone della Valpolicella’~! 셀러들의 골짜기, 발폴리첼라 이 동네는 누구나 아는 곳이다. 역사와 문화가 곳곳에서 살아 숨 쉬는 땅 이탈리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도시, 베로나(Verona)다. 로마 때 지어진 원형경기장 아레나(Arena)도 있고, 셰익스피어의 소설에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집도 있다. 북쪽으로 알프스의 지류인 돌로미티 산맥이 멀지 않고, 서쪽으로는 아름다운 빙하 호수 가르다(Lago di Garda)가 있다. 알프스로부터 녹아내린 빙하수는 개천을 지나 강이 돼 흐르고, 이 지역의 풍요를 가져
깊어가는 가을의 끝에는 겨울의 서곡이 존재한다. ‘싸늘함’이 ‘서늘함’을 대체할 11월에는 지난달 나바로 꼬레아스 아르헨티나 와인과 짝을 이룰 칠레의 와인을 찾아간다. 안데스 산맥을 서쪽으로 넘으면 광활한 태평양이 눈에 들어오며 그 사이의 좁은 밴드 같은 대지에 신대륙 최고의 포도밭들이 펼쳐져 있다. 칠레다. 강렬한 흙 내음과 진한 과일 향, 든든한 알코올과 탄탄한 구조감은 한 해를 정리하는 각오를 새롭게 해줄 것이다. 일곱 색깔 무지개 밴드, 칠레 와인 평균 폭 100km에 남북으로 약 5000km에 달하는 긴 영토를 가진 칠레~! 북으로는 아타카마 사막, 남으로는 빙하 지형, 서로는 드넓은 대양과 동으로는 6000m 급의 안데스 산맥이 병풍을 드리운 매우 특별한 지형을 가진 국가다. 칠레의 와인 생산 지역은 국토의 중간 부분인 센트럴 밸리에 집중돼 있으며, 북쪽의 아콩카과 밸리에서부터 남쪽의 비오비오 밸리까지 약 7개의 구역이 핵심산지를 구성한다. 연간 400mm 정도의 낮은 강수량과 2200시간 이상의 풍부한 일조량을 자랑하는 칠레는 세계적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대국이다. 일찍이 그 가능성을 간파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낮은 인건비, 높은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하늘이 맑고 높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 살짝 느껴지는 한기는 지난 여름의 열기에 대한 기억을 무색케 한다. 필자의 ‘명가의 와인’은 늘 계절을 따라가니... 서늘함은 따뜻함으로 궁합을 맞춰 본다. 10월은 남미로 가자. 높은 알코올과 진한 과일 향, 화사한 태양의 열기가 담긴 와인이다. 가버린 여름을 달래고, 다가올 수확의 시기를 축하하는 올 10월 바쿠스 축제는 아르헨티나 와인으로 선택해 본다. 잠 깨는 와인 생산 대국, 아르헨티나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 조국이여~! Don't cry for me, Argentina”의 애절한 선율로 기억되는 국가, 아르헨티나. 라틴어로 ‘은(Silver)’라는 뜻의 나라 이름과는 달리, 많은 경제적 위기를 거치고 있는 국가, 아르헨티나. 장엄한 이과수 폭포를 끼고 있는 관광 대국, 팜파스 대초원에서 수백 만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축산 국 아르헨티나. 이런 다양한 이미지를 넘어 아르헨티나는 우리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세계 5위권의 당당한 와인 생산 대국으로 다가온다. 와인 역사도 오래됐다. 1554년 최초의 포도나무 묘목이 아르헨티나에 식재됐고, 이후 500여 년간 와인은 아르헨티나
이제 최고의 클라이막스가 남아 있다. 여름 복더위의 끝판 왕, 불 볕 더위가 기다리는 8월이다. 작년의 경험 학습치 때문에 공포감마저 엄습해 온다. 커피숍을 거의 안가는 필자도 더위를 피해 하루 종일 스타벅스에서 노트북 펴 놓고 공부했던 게 작년 여름이었으니… 이렇게 뜨거운 8월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스파클링을 소개할 수밖에 없다. 샴페인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우아하니, 이런 무식한(?) 더위에는 일반 스파클링이 훨씬 제 격이다. 그렇게 이 달에 엄선한 4종은 어디서나 살 수 있고,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바로 그 브랜드, 독일과 스페인의 스파클링 브랜드다. 수천 만 아이싱 버블의 향연, 스파클링 와인 발효 현상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산물인 탄산가스를 병 안에 가두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또 다른 큰 축복의 선물을 받게 된다. 바로 발포성 와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이 부류에도 압력 단위 3바(Bar) 이하의 세미 스파클링 와인 카테고리와 3바에서 6바 사이의 강한 압력을 가진 일반 스파클링 와인으로 구분된다. 세미 스파클링은 사이다나 콜라 같은 발포성이니, 가볍고 보통 스위트한 스타일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보는 철사
지난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수상 아베와 함께 일본 전통 씨름인 스모를 관람하는 영상이 TV에 나왔다. 스모 의식 특유의 다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필자의 머릿속에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민속 춤 하카(HAKA)가 떠올랐다. 하카는 예전에 마오리족 전사들이 전장에 나가기 전에 추는 춤이었다. 다리를 한껏 벌리고 서서 고함을 내지르고,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치며 가슴을 두드리는 춤을 추는데, 이때 선수들은 눈을 부릅뜨고 혀를 최대한 내밀어 상대방의 사기를 꺾고 위협한다. 박력이 넘치며 격렬하지만 강약을 조절하고, 나무로 만든 창으로 적을 공격하는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하카 춤과 뉴질랜드 생각이 나자, 필자는 그 날 밤 바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여름을 향해갈 우리 셀러에 꼭 있어야 할 와인이 뉴질랜드 와인이다. 그래서 이번 달은 그 때 마신 와인을 소개한다. 오세아니아 대양주의 싱그런 선물 커다란 대륙 호주 옆에 위치해 있어 작아 보이지만, 뉴질랜드의 면적은 26만 6000㎢로서 크기는 남한의 2.7배다. 뉴질랜드는 17세기 중반 아벨 테스만(Abel Tasman)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