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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컬리너리

[The Chef] 시그니엘 서울 남대현 총주방장, 음식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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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명장이란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서, 숙련기술 발전 및 숙련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으로 국가 및 대통령으로부터 대한민국명장이라는 칭호를 직접 부여받는다. 30년 역사에서 대한민국 명장회의 조리 분야 명장은 단 14명에 불과하다. 올해 57세를 맞이한 남대현 총주방장이 그 14대 주인공이다.


남 총주방장은 인생의 절반 이상인 34년을 롯데호텔 주방에서 보냈다. 그는 “음식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말한다. “첫 이미지를 결정짓는 자리마다 항상 빠지지 않는 건 음식이다. 음식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가 깨지기도, 중요한 약속이나 비즈니스가 성사되기 때문에 완벽한 음식을 위한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그의 요리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를 만드는 남 총주방장의 명장이 되기까지의 지난 세월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기술자로서 최고의 영예, 대한민국 명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조리 명장은 어떻게 선정되신 건가요?

대한민국 명장은 먼저 준명장 제도인 우수기술숙련자를 취득해야 합니다. 올해 조리 분야는 준명장까지 취득한 8명이 신청했습니다. 이후 1차 서류, 2차 현장 실사, 3차 면접을 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1차 서류는 기술성과 전문성을 증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그동안 어디서 근무를 했고, 어떤 연구 개발을 했는지, 집필한 저서는 있는지, 강의는 얼마나 했는지, 재능 기부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서류를 준비합니다. 


“34년을 담은 포트폴리오”


2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었습니다. 재직 증명서를 비롯한 각종 수상 실적, 디자인 등록증, 조리 관련 특허증, 강의 확인서 등과 함께 20가지의 주된 실적을 소논문 형식으로 작성해 포함하게 됩니다. 소논문의 경우, 직접 개발한 요리의 레시피와 매출, 실제 고객 반응까지 세세하게 담아냅니다. 처음 8명 중 절반이 서류 심사를 거쳐 2차 현장 실사를 치르게 됐습니다. 현장 실사는 서류 내용의 사실 여부 파악을 기본으로 실제 근무지에 방문한 심사위원들로부터 근무 환경, 요리 시연 및 시식 등의 심사를 받게 됩니다. 그렇게 1명이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종 3명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15명의 심사위원들과 면접을 진행합니다. 먼저 5분 동안은 앞으로 명장으로서의 활동과 포부를 발표하는 개인 PT, 이후 25분의 면접으로 구성됩니다.


명장 선정의 전체적인 과정을 보면 과연 이 사람이 명장으로서의 품격, 기술, 인품, 인성까지도 판단할 수 있는 다각적인 심사가 이뤄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실적을 성실히 답했고, 운 좋게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까다로운 과정을 들어보니 대한민국 명장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총주방장님께서 처음 요리사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무엇인가요?

요리사의 길로 안내해 준 것은 부모님이셨습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는 가정식 백반집을 운영하셨고, 자연스럽게 주방 일을 보고 자랐습니다. 틈나는 대로 설거지와 기본적인 식재료 손질 등 잔심부름을 돕기도 했고요. 진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요리사라는 직업에 결정적인 조언을 보태준 것은 아버지셨습니다. 6·25 전쟁 당시 해군으로 복무하셨던 아버지께서 경험하신 미 해군 선박에서의 서구식 주방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요리라는 기술을 배우고 싶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어깨너머 배운 요리,

그래, 최고의 요리 기술자가 돼 보자.”


1985년, 가족들의 지지에 힘입어 경주 호텔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을 대비해 국가적으로 외국인 손님을 위한 호텔 인재 양성 등 호텔 산업을 크게 육성할 목적으로 설립된 호텔학교가 이목을 끌던 때였기 때문입니다. 경주호텔학교는 2번의 경고를 받으면 퇴학을 당할 정도로 엄격한 수업으로 유명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1년 동안 오롯이 요리에 집중하며, 요리에 대한 기본기를 닦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산학 실습으로 롯데호텔과 연이 닿았고 86년 롯데호텔 조리팀에 입사했습니다. 


전공은 무엇이었나요? 부서 이동 등 총주방장이 되기까지의 롯데호텔에서의 활동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엔 양식을 전공했습니다. 조리팀에 입사한 후 메인 키친이라 불리는 호텔 주방에서 필요한 음식의 전처리가 이뤄지는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다채로운 식재료를 경험했습니다. 이후 뷔페식당을 거쳐 조리장 타이틀을 달면서 프렌치, 이태리, 커피숍 등 여러 장르의 가벼운 음식을 선보이는 비스트로 형식의 식당과 메트로폴리탄이라는 회원제 식당의 양식 분야 책임자를 맡았습니다.

한식을 비롯한 양식 외의 장르를 전문적으로 접한 것은 13년 전 연회장 책임자가 되면서부터입니다. 기본 500명 이상의 연회와 호텔 인근 관공서의 대규모 케이터링 등 한·중·일·양식, 뷔페 등 음식의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음식을 다뤄야 했습니다. 청와대 국빈 행사는 거의 한식으로 준비되는 경우가 많았고, 음식은 자신이 알지 못하면 소화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양식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한식 메뉴를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을 수없이 겪다 보니 음식 전반을, VIP 행사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게 됐습니다. 이제는 보기만 해도 제대로 된 음식인지, 제대로 메뉴를 짰는지, 맛을 제대로 내는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연회장 책임자를 거쳐 2018년부터는 지금의 시그니엘 총주방장으로서 호텔 내 모든 레스토랑과 메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담, 청와대 행사 등 다수의 국빈 행사를 도맡아 오셨습니다. 이런 외부 행사를 준비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어떤 행사이든지 제일 중요한 건 고객, VIP입니다. 맡은 고객의 니즈에 맞는 메뉴 선정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 무슬림 국가 등 종교적으로 제한된 식재료가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국빈 행사의 메뉴는 일반적으로 1~3안을 미리 준비합니다. 예를 들어 1안은 전통 한식, 2안은 모던 한식, 3안은 퓨전 한식으로 준비합니다. 퓨전 한식의 경우, 외국의 식재료의 한식의 양념을 곁들인 음식으로, 이슬람 국가의 메뉴라면 할랄 식재료에 간장 베이스의 양념을 한 음식입니다. 준비된 3가지 안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의 요리에 대한 전반적인 스토리텔링 및 시식 등 검토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최종 메뉴 구성은 각 안에서 음식을 빼서 구성하기도 하고, 전체 메뉴가 한 가지 안으로 진행되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합니다. 

이렇듯 국빈 행사의 메뉴 선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추가적인 연회를 준비해야 할 때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복되지 않는 메뉴를 구성해야 하고, 약 한 달에 걸쳐 이뤄졌던 단계를 단 며칠 안에 해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경험과 동료들과의 단련된 팀워크를 통해 융통성 있게 대처해 지금까지도 컴플레인 한번 없이 큰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그런 큰 행사의 경우, 맛있다는 피드백이 오면 정말 보람을 느끼실 것 같아요. 요리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네, 맞습니다. 맛있다, 만족한다는 고객분들의 평가와 빈 접시를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좋은 반응과 함께 준비 과정까지도 만족스럽게 진행돼 왔을 때, 미리 예상한 절차들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음식이 완성됐을 때. 거기에 추가적으로 고객분들의 좋은 평가가 이뤄졌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고객들에게는 물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준비 과정까지 완벽하게 갖춘 요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동안 맡아 오신 많은 직책과 활동 및 단체 등을 통해 남다른 리더십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배움의 시절 겪었던 강한 카리스마와 요즘 친구들이 원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모두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설득력 있는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충고와 가르침보다는 설득력 있는 조언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동료 및 후배들에게 비록 직장이지만, 때로는 친구처럼 혹은 아버지처럼 의지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한식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총주방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한식의 세계화란 무엇인가요?
한식의 장점만을 내세운다고 해서 글로벌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식의 단점을 개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합니다. 먼저  ‘한식’하면 떠오는 이미지 중 하나인 자극적인 맛, 맵고 짠맛에 대한 부분입니다. 특히 젓갈류의 경우 외국 사람들에게 후각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 있기 때문에, 향을 약화시킨 레시피를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 반상의 찬 문화의 경우, 한상 차림에서 맛볼 수 있는 찬의 다양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찬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상차림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식은 기본적으로 요리 손질에 손이 너무 많이 가는 편입니다. 레시피의 단순화 및 계량화, 확실한 양념 개발을 통해 누구나 쉽게 한식을 만들고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요리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리의 재료가 되는 식재료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어떤 식재료를 선택해 메뉴를 구성할지 고민하고, 요리사로서 최상의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철 재료는 아주 좋은 식재료가 됩니다. 요즘엔 고객분들이 먼저 제철에 따라 바뀌는 메뉴를 선호하기도 하고, 지역에 따른 제철 식재료는 메뉴에 대한 확실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좋은 식재료만을 선택하기보다는 그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동반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채소는 살짝만 볶아야 하고, 어떤 식재료는 더 익혀야 제맛이 나는 등 식재료 특성에 따라 조리 방법도 달라집니다. 식재료를 모르면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할지라고 제대로 활용을, 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요리는 식재료의 선택과 이해부터 시작됩니다.”

식재료에 대한 이해와 특성 파악의 연장선에서 식재료를 맛있게 즐기기 위한 온도로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만일 지나치게 뜨거운 수프가 제공된다면, 맛을 음미할 새도 없이 뜨거움만 느껴질 겁니다. 수프와 죽은 통상적으로 70도 정도가 적당합니다. 따라서 요리가 끝난 시점부터 고객의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요리가 나가기까지의 동선, 고객의 테이블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 등을 고려하고, 늘 긴장하면서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타이밍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의 활동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13년 동안 매일 퇴근길, 전화받는 걸 가장 두려워했습니다.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전화가 왔거든요. 점차 해야 할 일, 책임져야 할 직원들과 VIP도 많아지면서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게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잘 극복하고 최선을 다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온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명장은 개인의 명예가 아닌, 대한민국 조리 종사자의 리더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대내적으로는 롯데호텔에 오랜 시간 소속돼 있었고, 롯데호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명장을 준비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제공됐다는 점에서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소속된 조리 동료 및 후배들에게 제가 가진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힘쓰고 싶습니다. 새로운 메뉴 개발 및 구성에 있어서도 자문 역할을 하면서 함께 나아가고자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재능 기부와 K-Food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역할과 활동을 병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특히 미래시대를 위한 식량자원 개발의 일환인 친환경 미래 식량, ‘식용 곤충’을 활용한 메뉴 및 식품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식용 곤충 신산업 활성화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등 대한민국 식문화의 양적, 질적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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