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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컬리너리

[The Chef] 한국의 맛을 선물하다 내 인생의 하모니_ 박정현 셰프, 박정은 매니저


정식(Jungshik), 오이지(Oiji), 꽃(Cote) 등 최근 뉴욕에서 한식당이 줄줄이 호평을 받으며 한식에 대한 이미지가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지난 11월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뉴욕 2019에서 아토믹스(Atomix)가 오픈 5개월 만에 원 스타를 획득했으며 아토보이(Atoboy)는 오픈부터 현재까지 3년 연속 빕구르망에 올랐다. 특히 아토믹스는 12월,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18년 오픈한 최고의 레스토랑 Top 10 가운데 1위에 선정되는 등 각종 매체의 스포트라이트가 이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아토믹스와 아토보이. 이 두 레스토랑을 일군 박정현, 박정은 부부는 한국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각각 셰프와 매니지먼트의 길을 걷다가 인생의 파트너가 돼 뉴욕에서 한식당을 열었다. 이 둘의 하모니가 선물하는 세계 속의 한식, 그 가능성에 찬사를 보낸다.



11월, 12월 연달아 아토믹스 아토보이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네요. 미쉐린 원스타와 빕구르망, 뉴욕타임즈 선정 레스토랑 1위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우선 두 레스토랑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아토보이(Atoboy)는 2016년 7월에 오픈했고 아토믹스(Atomix)는 2018년 5월 말에 오픈해서 이제 6개월 정도 됐어요. 아토보이, 아토믹스는 한식의 장류, 테크닉을 메인으로 하되, 로컬 식재료를 사용해 셰프의 경험을 토대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에요. 아토보이는 한식의 반찬을 콘셉트로 만들었어요. 반찬이 사이드 디시가 아닌 메인 디시가 되지요. 총 18개의 메뉴 중 반찬 3개를 고르면 밥과 김치가 더해져 한상차림이 돼요. 가격대는 42달러 정도인데 쉽게 말해 코리안 타파스 스타일의 캐주얼 다이닝을 연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토믹스에는 아토보이보다 문화적인 요소에 더 집중했어요. 한식은 밥을 같이 먹는 문화잖아요. 아토믹스는 따로 메뉴판이 없어요. 셰프의 창작요리를 계절별로 맛볼 수 있지요. 찬요리나 더운요리 코스에 따라 밥이 나오기도 하고 반찬이 나오기도 해요. 가격은 10코스에 175달러 정도 돼요.
 
메뉴판을 대신하는 특별한 무엇이 있나요?
아토믹스에는 메뉴판이 없는 대신 메뉴 카드가 나가요. 가령 첫코스가 국으로 나가면 국카드가 함께 제공되는데 뒷면에는 국을 어떻게 먹는지부터 국에 대한 설명이 기재돼 있어요. 회카드, 생채카드 등 각 코스마다 한 장씩 10개의 카드가 있지요. 이 카드들은 모두 고객들에게만 공개하기 때문에 더 자세한 설명은 드릴 수 없는 것을 양해해 주세요.


연말인데다 각종 매체 소식에 바쁜 시간을 보내시겠어요.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아토믹스의 경우에는 오픈한지 반년을 조금 넘어서 가늠할 수는 없지만, 2016년에 오픈 후 지금까지 빕구르망을 유지하고 있는 아토보이는 미쉐린의 영향이 있어요. 더 바빠졌지요. 아토믹스는 온라인 예약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매달 1일에 다음 달 예약을 오픈하는데 3일 안에 두 달 치 예약이 다 마감돼요. 지금이 12월이니까 1월 말까지는 예약이 꽉 차있는 상태죠. 6시, 9시 2회전으로 운영되며 좌석이 14석 밖에 되지 않아서 더 받을 수도 없어요.     
 


그럼 두 레스토랑 각각 방문하는 고객들도 다르겠네요.
네 맞아요. 두 레스토랑 모두 한국인 고객보다는 외국인 고객들이 다수를 차지해요. 아토보이는 각국의 관광객, 뉴욕에 거주하는 로컬 고객들이 많아요. 젊고 힙한 스타일의 레스토랑이라서 조명도 다소 어둡고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흐르죠. 아토믹스는 음식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듣고 찾아오세요.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들이나 인더스트리 손님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레스토랑 이름에 공통적으로 아토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요?
아토가 구전으로 전해진 순우리말로 선물이라고 해요. 아토보이는 선물을 주는 소년을 떠올려 만들었어요. 아토믹스는 두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윗층은 칵테일 바고 아래층은 파인다이닝이죠. 두 공간을 믹스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뉴욕에서 한식당이 약진을 보인 한해였죠?
작년부터 뉴욕에 한식이 자주 등장했어요. 오이지, 꽃 등 좋은 레스토랑도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만이 아니라 서로 잘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토보이를 오픈할 때부터 아토믹스 역시 계획의 일부였어요. 아토보이를 먼저 오픈한 이유는 캐주얼한 한식을 먼저 선보여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이후에 파인다이닝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만약 아토믹스를 먼저 오픈했다면 사람들이 한식에 대해 더 잘 알지 못했을 거예요. 이제 아토보이에서는 손님들이 반찬이 뭔지 알고 즐기는 법을 알아요. 국에 말아먹기도 하고 반찬에 비벼먹기도 할 정도로요. 그런 면에서 이런 레스토랑이 많아져 서로 잘되고 인정받는 게 한식을 발전시키는 좋은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요리로써 한국의 문화를 전하고 있다는 평이 많아요. 반찬과 문화라는 콘셉트도 독특하고요. 어떻게 이런 콘셉트를 생각하게 됐나요?
세계화된 한식을 접하려면 우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해요.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 장과 발효기법을 이용해 현지에서도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한식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기에 저희가 온지 오래되지 않았지요. 6년이 조금 넘었죠.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았어요. 한국인 셰프가 아무리 프렌치 퀴진을 잘한다 하더라도 프렌치 셰프가 만드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죠. 우리의 뿌리를 갖고 이곳에서 가장 잘 할수 있는 것은 한식이었어요. 잘 끓인 김치찌개가 아닌 여러나라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저만의 테크닉과 우리가 먹고 자란 한식을 융합했을 때 어떤 것을 선보일 수 있을지가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레스토랑 콘텐츠였어요. 레스토랑에서 음식도 중요하지만 음식으로만 성공할 수는 없어요.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죠. 그래서 그냥 한식당이 아니라 반찬인 것이고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교육적인 콘텐츠였던 거예요. 생활 속에서 건진 사소한 아이디어를 모아서 레스토랑을 만들었어요.   


메뉴에 제주의 식재료까지 있어요. 재료를 공수하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요.
이곳에서 한식 재료를 구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현지 식재료도 많이 활용하고 있고요. 다만 장이나, 감태, 천혜향 식초 등 특별한 재료는 한국으로 직접 연락해서 받지요. 장은 전남 담양의 전통장을 주문해 사용하고 있어요.


처음 한식당을 오픈할 당시와 비교해 한식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세요?
굉장히 많이 바뀌었죠. 처음에는 밥과 반찬을 따로 먹을 정도로 한식에 대한 이해가 없었는데 이제는 손님들이 한식하면 바비큐만 떠올리는 게 아니라 김치, 젓가락 문화까지도 쉽게 적응해가고 있어요. 구이, 찜이라는 용어나 반찬을 즐기는 법도 알고요. 지난 2년 동안 한식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많이 쌓였다고 봐요. 이것은 프론트 직원을 어떻게 교육시키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손님을 잘 이끌 수 있는 전문 서버들이 뉴욕에는 참 많거든요. 굉장히 자부심도 크고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받지요. 우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서버들은 문화 전도사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훌륭한 레스토랑과 미식가가 넘치는 미식도시, 뉴욕에서 한식으로 인정받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희는 이제 2년밖에 안됐지만 정식은 오픈한지 8년 됐어요. 그런 레스토랑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세대가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었지요. 처음부터 어려운 시기를 넘겼던 그 분들에 비하면 고생을 했다고 할 수도 없어요. 다만 제일 부족한 것은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인데요. 이 부분은 직원들에게 많이 도움 받고 있어요. 문화적으로 배운 것도 많아요. 한국 사람들은 쉬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몸에 배어 있지만 뉴욕 사람들은 좀 더 개인적인 경향이 있어요. 내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셰프님의 독창적인 메뉴에 대해 호평이 많은데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무척 다양해요. 다른 레스토랑에서의 다이닝 경험에서 오기도 하고, 요리책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지만 요리와 전혀 상관없는 티비쇼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메뉴를 만들기도 하지요. 평소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메뉴 개발을 할 때에는 같이 일하는 다른 셰프들과 의견을 많이 나눠요. 한 번에 좋은 메뉴가 나오기도 하지만, 여러 번 테이스팅 해보고 수정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다른 셰프들처럼 해외 유학길을 선택하기보다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현장 경험을 쌓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도 처음에는 해외 유학을 가는 것을 염두에 뒀지만, 영국의 The Ledbury라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셰프랑 같이 일을 하면서 생각을 바꿨어요. 학교에서 전반적으로 음식 문화, 역사 그리고 테크닉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현장 경험을 통해서 실제 레스토랑이 돌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반적인 부분들은 얼마든지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알아볼 수 있잖아요. 쉬는 날에 책을 본다든지 인터넷을 찾아보면서요. 이미 한국의 대학교에서 많은 부분들을 공부했기 때문에 다시 큰 비용을 들여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좋은 셰프 밑에서 일을 하는 게 더 큰 배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서울과 뉴욕의 정식에서 일한 경험이 셰프님에게 많은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요. 
임정식 셰프님과는 5년 정도 함께 일했고 한국 정식당, 뉴욕 정식 두 군데 chef de cuisine(메인 셰프) 포지션으로 있었어요. 그 전에는 주로 라인쿡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음식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일들을 주로 했다면 정식당에서 근무하면서 매니저 포지션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같이 근무하는 법, 재료 관리, 레스토랑 관리 등 실질적으로 관리자로서 해야 하는 일들도 많이 경험해볼 수 있었지요. 그리고 이전에 몰랐던 한국 음식의 발전 방향 가능성이나 여러 가지 한국의 재료, 테크닉에 대해서 공부하고 또 자신감을 얻게 됐죠.


해외에서 바라본 한식은 국내에서 본 한식과 많이 다르죠? 한계도 있고요.
맞아요. 이곳에서의 한식은 한국에서의 한식과 달라요. 한식공간, 밍글스, 두레유 같은 한식당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한국의 문화와 재료, 장 모든 것을 결합한 한식이죠. 그것에 비하면 우리가 하는 한식은 한식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이제는 음식을 퀴진으로 나누기 어려워졌어요. 가령 Per Se를 다양한 퀴진의 영향을 받은 셰프 토마스 캘러의 레스토랑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우리 레스토랑도 한국음식을 먹고 자란 셰프의 레스토랑이지 한식이라는 명확한 선이 있는 한국의 레스토랑과 많이 달라요.


한국에서의 한식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지요.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에는 여행객이 레스토랑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너무 없다는 거예요. 미국은 레스토랑 예약시스템이 매우 잘 돼있어요. 책자로든, 인터넷으로든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요. 반면 한국에서는 낮에 관광객들이 어느 레스토랑을 가야 하는지 갈팡질팡 헤매게 돼요. 저녁에는 술집, 밥집 갈수 있는 곳이 많잖아요.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외국인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없어요. 예약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전화로 하게 되는데 한국말을 할 수 없으면 예약도 힘들죠. 한국이 식문화적으로 더 나은 환경이 되려면 손님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것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레스토랑이 음식만 맛있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두 분이 어떻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지 궁금해요. 
우리는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요. 남편은 창의적이고 예술가 같은 느낌이 강해서 어떻게 이런 디시를 만들어 냈지? 하고 놀라는 순간이 있어요. 아내는 많은 일을 순식간에 해치워버리죠. 매니징에 능력이 있어요. 아토 컴퍼니가 우리의 쇼라고 한다면 셰프는 디렉터, 매니저는 프로듀서인 거죠. 감독과 제작자요.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고 일 분담이 정확히 이뤄져요. 우리는 프론트와 주방이라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전혀 터치하지 않아요.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큰 비전을 보고 일하려면 서로 일하는 것에 대한 존경이 있어야 하거든요. 공통점은 좋아하는 게 비슷하다는 거죠. 디자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테리어, 패션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공간을 보고 어떻게 꾸밀지 이야기 하지요. 유니폼 디자인부터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그릇, 수저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일일이 골라서 공수해온 것들이에요.



일하면서 감동하거나 힘을 얻는 부분이 있나요?
감동한 부분은 손님들이 레스토랑에 감사의 표현을 많이 한다는 거예요. ‘너희가 한국에 가지 않고 여기에서 이런 레스토랑을 열어줘서 고맙다. 우리가 맛보고 배울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예약을 받아줘서 고맙다.’ 등 수많은 이유로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하지요. 손님이 왕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어요. 서로 배려하고 배려 받지요. 그래서 한국에서 문제되고 있는 노쇼도 이곳에서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국이나 다른 나라, 도시에 레스토랑을 오픈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향후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계획에 없어요.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아토믹스를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둘 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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