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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컬리너리

[The Chef]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곳 이타카(ITHACA), 김태윤 셰프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가 지속가능한 요리다. 요리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이타카의 김태윤 셰프를 만났다. 지난 7월 압구정동에 문을 연 이타카는 지중해풍 레스토랑 7pm, 무국적 요리주점 주반에 이은 김태윤 셰프의 세 번째 레스토랑이다. 식재료, 요리, 사람, 환경의 조화를 추구하는 그의 요리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그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연이 주는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터, 이타카는 김태윤 셰프가 만난 사람들, 그와 뜻을 같이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결과물이다.


독특한 이력이 있어요. 사학을 전공하셨고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와 결국은 셰프가 되셨거든요.
저는 역사가 좋아서 사학을 전공했어요. 각 나라의 요리가 문화나 역사, 지리, 종교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자연스럽게 요리의 기원, 전래된 재료나 조리법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것을 이해하는 데 역사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손님이나 스텝에게 음식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면서 스토리를 풀어내는 데 유리하죠. 그래서 지금도 음식과 관련된 역사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배우고 있습니다.
 
이타카가 탄생한 데 특별한 배경이 있다고 들었어요.

7pm은 2016년 11월에 문을 닫았고 지금은 주반과 이타카를 운영하고 있어요. 7pm은 제가 레스토랑을 처음 시작하면서 요리에 대한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시기였어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요리의 방향이나 색깔이 정립되지 않았거든요. 천천히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정체성을 세워나갔지요. 이 때 셰프, 농부, 환경단체 등 각 계에서 일하시면서 저와 생각의 방향을 같이 하시는 분들을 만났어요. 그분들과 이타카의 메인 콘셉트인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야나 생각의 폭도 넓어지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정리된 것들을 풀어 나가는 공간이 이타카가 됐으면 해요. 이렇게 해서 이타카에는 각자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5명의 대표가 모이게 됐고 저는 그 중에서 요리와 운영을 맡고 있어요.


어찌 보면 이타카는 7pm의 연장선상에 있군요.
이타카는 7pm의 확장된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5년 동안 운영해온 7pm은 문을 닫았지만 새로운 장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리할 시간도 필요했고 오랫동안 진지한 생각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과감히 매장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이타카를 오픈하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렸는데 그 동안 여행도 하고 관련된 공부도, 책도, 사람도 만나면서 뭔가를 찾기 위한 목표로 돌아다녔지요. 제가 방문한 곳은 호주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인데요. 특히 캘리포니아 퀴진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는 지속 가능성을 찾는 생산자, 요리사, 소비자와의 관계가 모범적으로 갖춰진 곳이에요. 이런 곳들을 찾아다니며 경험해보니 목표가 조금씩 명확해졌고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에 대해 고민할 때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어 이타카의 문을 열 수 있게 됐어요. 이타카 만큼 많은 사람의 뜻이 담긴 레스토랑은 아마 없을걸요.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시나 봐요. 요리사에게 여행은 영감을 얻게 하는 동기가 되곤 한다는데, 셰프님의 경험이 레스토랑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요리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을 때에도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레스토랑의 색깔도 여행을 통해 접근했지요. 7pm은 유럽의 가정식으로 시작해 지중해풍의 요리 타입을 선보이다가 한국의 익숙한 식재료를 이용한 한국식 지중해 음식점이 됐어요. 그런 것을 좋아하시는 고객들이 하나 둘 늘어 레스토랑의 색깔이 입혀졌지요. 저는 원래 바다를 좋아해요. 고향이 부산인 부모님을 따라 어려서부터 바다를 보거나 해산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바다와 관련된 것이라면 다 좋아했지요. 그래서 바다는 늘 제 시선과 관심이 머물렀던 곳입니다. 7pm도 바다에 둘러싸인 지중해가 모티브였어요. 지중해는 레바논, 이스라엘, 북아프리카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어 지중해 음식은 각 나라마다 굉장히 이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지중해라는 큰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지리적인 조건, 역사, 문화에 따라 비슷한 식재료라도 나라마다 다르게 해석하지요. 이처럼 풍부한 해산물을 다양한 조리법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저의 메인 퀴진 타입이 됐어요. 지중해 풍에 베이스를 두고 있지만 경계를 두지 않아 양식이라는 형태만 유지하고 그 안에서 어떤 요소를 쓰는지는 개방돼 있습니다. 프로 요리사가 되기 전에는 여행을 참 많이 다녔어요. 주로 아시아나 오지로요. 중국을 관통해 티벳도 가보고 돌아올 때는 히말라야를 통과해 네팔로, 다시 인도까지 이어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지요. 요리사가 되기 전 이 여행이 제가 몰랐던 입맛을 깨워줬어요. 여러 가지 향신료와 요리 재료를 접하면서 미각의 수평이 넓어지는 시기였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제 3세계 음식인 에스닉 푸드를 좋아해요.



셰프님의 요리에는 국경이 느껴지지 않아요. 평소에도 이런 요리를 추구하세요?
여러 문화나 퀴진에 관심이 많아 다양하게 먹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한식을 좋아하지만 늘 달라서 요리를 배우는 입장에서 많은 것을 흡수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요리를 할 때 특정한 퀴진 타입의 정공법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제일 큰 관심이 있거든요. 어떤 퀴진이라도 고립된 형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없어요. 여러 문화가 섞여서 지금의 형태가 완성되는 것이지요. 새롭고 아방가르드 한 것들 말이죠. 전통음식이라도 그 당시에는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경계를 나누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없어요. 그저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있을 뿐이죠. 음식에서 여러 요소를 가져오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음식은 그렇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국의 산지를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크게 와 닿은 점이 있던가요?
협소한 주방에 갇히다시피 일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이런 반복된 일상을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료를 다루는 요리사가 그렇게 갇혀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자연을 더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전달해야 하는데 음식에 기술만 더해서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지요. 산지를 돌면서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게 좋았어요.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색과 디자인은 사실 모두 자연 안에 있거든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사람이 재조합 할 뿐이에요.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던 자연의 아름다움, 계절감,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돼 감회가 새로웠어요.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더욱이 먹이사슬의 종착지인 사람에게 그 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요리의 지속가능성은 이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나요?
그럼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생활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하지만 왜 지금이냐고 물으면 무분별하게 환경을 망가뜨린 우리 모두의 반성이자 미래에 대한 책임에 대해 이미 늦었지만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간이 왔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부분이 화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속가능성은 유행이나 트렌드의 개념이 아닌 삶의 일부로 고민하며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이 돼야 합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재료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이죠. 지속가능성의 재고라는 측면에서 우리 생활과 관련된 많은 것을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 중에서 음식은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매일 먹고 마시니까요.


요리에서 지속가능성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하세요?
제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의 중심축은 식재료, 관계, 내부의 결속 이 세 가지예요. 지금 우리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있는데,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철학과 양심으로 재배하는 농가와 관계를 맺는 것도 관련이 있어요. 이런 식재료를 찾아 우리 방식대로 풀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 현재부터 앞으로 지속가능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이타카의 존재 이유이죠. 그래서 두 번째가 관계에요.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손님이 받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요리사와 농부는 서로 필요한 관계이지만 결정적으로 소비자가 없으면 그 둘의 역할도 필요 없게 돼버려요. 레스토랑의 핵심 기능은 1차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교 역할로서 좋은 식재료를 맛있게 만들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죠. 이런 우리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시는 고객이 많아져 소비로 이뤄져야 단단한 삼각형의 관계를 만드는 지속가능성의 한 축이 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내부의 지속 가능성이에요. 저는 요리사의 컨디션이나 인성에서 좋은 요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식재료, 자연에 대한 감사나 관심 없이 재료에 접근했을 때 기술적인 해석은 가능하나 요리에 감정이나 혼을 담기 어렵고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요.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인성이나 감성적인 부분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내부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어느 직장이건 즐겁게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기 마련이죠. 하루에 열 몇 시간 씩 주방에 있으면서 즐겁게 일하는 게 쉽지 않아요. 저희는 현재 주 50시간을 지키고 있는데 최대한 오버타임 하지 않으면서 잘 쉬고 잘 먹고 스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속가능해야 이 레스토랑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써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이런 생산지를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어요.
이전부터 연결돼 있는 곳도 있지만 무작정 찾아가는 경우도 있고 농가의 추천으로 연결되는 곳도 있어요. 모두 직접 산지를 찾아 작물이 자라는 환경을 보고 1대 1로 거래를 하지요. 재료를 취급하는 방식이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달라 번거롭고 안정적이지 않지만 이것도 예상했던 부분이므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아요. 가령 이번 여름에 폭염이 심했잖아요. 노지에서 생산되는 작물은 말라 죽어 수확할 게 없었어요. 여름 농사가 망하면 가을걷이까지 영향을 주게 되고 겨울에는 휴식기에 들어가니 일년 계획에 모두 차질이 생긴다고 봐야 해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이를 대체할 거래처를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므로 한 달에 한 번은 거래처 확보를 위해 산지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그렇다면 셰프님의 의도가 가장 잘 풀이된 요리를 하나 소개해주세요.
이타카에서는 하나의 주제 아래 6개의 소주제 요리를 선보이고 있어요. 지금은 우리가 사는 한국을 주제로 한국에서 재배되는 재료 중 동물복지, 친환경작물을 활용해 6가지 소주제의 요리를 만들어요. 그 중에서 제 의도가 가장 잘 풀이된 요리는 두 가지인데요. 그 중 하나가 흑염소 샤를릭과 고려인의 당근김치예요. 자연농법으로 길러진 돼지와 방목해서 기른 흑염소를 사용했고 여기에 당근 샐러드 개념의 고려인의 당근김치를 곁들였어요. 고려인의 당근김치는 연해주 지방에서 살던 사람들이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쫓겨났을 때 척박한 땅에서 재배되는 몇 가지 뿌리채소인 당근, 비트와 같은 작물로 배추를 대체해 김치 비슷하게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에요. 훗날 유명해지면서 구소련의 대표적인 음식이 됐고 지금도 중앙아시아 음식점에 가면 항상 볼 수 있어요. 다른 하나는 두 가지 조리법의 밤호박과 페타치즈 두카인데요. 철원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밤호박을 1년 동안 기다려 받았어요. 그냥 먹어도 맛있는 이 밤호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웨지 모양으로 튀겨 새콤달콤함을 느낄 수 있도록 초절임하는 방법과 과육을 도려내 으깬 밤호박에 블랙 카다몸과 치킨스톡을 넣어 부드러운 퓨레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 봤어요. 여기에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닭다리살을 바삭하게 튀겨 냈고, 산양유로 만든 페타치즈를 곁들였지요. 특히 이 페타치즈를 만드는 농장에 가보면 동물을 굉장히 사랑하는 농가의 분위기가 느껴져요. 저는 요리에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과 음식에서 대비되는 식감을 찾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이 요리는 아끼는 생산자의 작물과 음식의 향과 식감을 살리는 향신료, 재료의 다양한 식감이 모두 한 접시에 담겨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앞으로 이타카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이신가요?
현재 없이 미래가 없으므로 현재의 작업이 계속 쌓이면 미래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변수와 싸우고 있어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거예요. 아마 이타카의 색깔을 만드는 과정이 될 것 같네요. 이 시기에는 어떤 농장의 무엇을 써야 하는지 일 년을 지내보면 사이클이 생기겠지요. 그 다음에 메뉴의 다양성에 대해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이런 작업들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 모두가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고요.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며 이타카의 색깔을 만들 거예요. 그래서 이타카를 떠올리면 ‘아. 그런 색깔의 음식을 하는 곳이지.’라고 인지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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