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에서 효과적인 수익경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다. 어느 산업이건 간에 수요예측(Demand Forecasting)은 모든 경영의사결정을 위한 기초적인 경영활동이다. 일단 호텔에서는 객실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다. 객실의 수요를 예측한다는 것은 고객의 수를 파악하는 것과 동일하다. 객실을 판매해야 하는 Revenue Manager 입장에서는 고객의 수보다는 객실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수 있다. 현재 호텔의 Revenue Manager는 하루 일과가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그 대부분의 일은 객실의 수요에 대응해 가격을 정하는 일이다.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수요와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Revenue Manager의 머리 속에서 효과적으로 다루기란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세상에는 데이터가 있고 이를 해석하고 정보화하고 지식화하는 알고리즘이 있으며, 또한 발전된 컴퓨팅 기술이 존재한다. 이러한 도구들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호텔업의 시급한 과제다.
호텔에서의 수요예측, 경영의 성패 좌우
호텔에서의 수요예측이 중요한 것은 수요예측에 따라 호텔에서의 대부분의 경영활동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은 수요의 불확실성이 호텔업보다는 크지 않다. 즉, 이들 업종은 호텔업에 비해 예측가능성이 높고 수요에 대응하는 시간과 자원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텔업은 다양하게 세분화된 시장 대부분에서 수요가 매우 불확실하며, 또한 해당시장의 수요에 미치는 영향 변수도 다양하다. 그래서 호텔업은 수요예측에 따라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는 것과 가격 실행을 통해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수익경영의 핵심이다. 하나의 예를 들면, 객실수요는 F&B업장과 연회 등의 수익과도 관련이 있으며, 프론트데스크와 하우스키퍼 인원 배치 그리고 객실소모품의 재고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객실수요는 호텔의 전체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독립변수인 것이다. 신규호텔의 경우도 객실타입의 결정, 베드타입의 결정 F&B의 크기나 매장 수의 결정 등은 기본적으로 수요예측에 기반한다. 만일 객실 수요예측을 잘못한다면 이후에 벌어지는 자원의 투입과 대응은 효과적일 수 없다. 즉 경영에 실패하는 것이다. 객실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함으로써 서비스향상과 비용절감을 가져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호텔의 수익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인간의 직관과 경험 그리고 미흡한 정보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분시장 별로 수요 가격 반응 살펴야
수요예측에 있어서 사전적으로 해야 될 일은 일정한 기준에 의해 시장을 세분화하고 세분화된 시장에서 가격에 대한 수요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예를 들어 Corporate시장과 FIT시장 그리고 인바운드그룹 물량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여기서 Corporate시장은 주로 행사, 기업체 미팅, 정부행사 등으로 세분화되며, FIT는 판매채널에 따라 온라인 시장, 해외 채널, 내국인 패키지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세분화의 정도를 합리적으로 나눠서 해당 세분시장에서의 가격에 대한 수요의 반응을 살피고 이에 대한 과학적 결과를 정보나 지식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세분시장을 위와 같은 분류하는 것 이외에도 시기별, 객실타입별, 숙박목적별, 이벤트별 등으로 구별해 살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기별로는 여름성수기, 연말연시, 공휴일 등으로 구별할 수도 있으며, 객실타입별로는 디럭스룸, 이그제큐티브룸, 스위트룸 등으로 구별해 수요를 파악할 수도 있다. 숙박목적별 수요 역시 단순한 여행일 수도 있고, 비즈니스 트래블 수요일 수도 있다. 이벤트별 수요는 대형국내외행사나 지역축제 그리고 영화제 같은 특수 이벤트의 진행 여부에 따라 룸에 대한 수요가 달라진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세분화된 시장은 필자가 나열한대로 나이스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또한 이들 세분시장이 서로 조인트돼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시장을 정의하기도 어렵다. 즉, 온라인시장을 통해 예약한 고객이 스위트룸을 원하며, 이 사람의 여행 목적은 트래블이다. 이런 경우 여러 세분시장이 복합적으로 고려되고, 이는 수학적 방법을 통한 가격과 수요의 문제를 다룰 때 복잡한 함수관계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리 언급하지만 다행이도 이 문제는 수학적 모델링과 학습된 결과만 존재한다면 매우 쉬운 해법이 제시될 수 있다.
수요예측은 정확하게, 객실 가격은 최적으로
<그림1>은 가격결정의 프로세스를 정리한 것이다. RM의 주요한 의사결정변수는 가격이다. 가격은 단순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외생적 변수와 내부적 자원의 제약 그리고 세분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요예측을 하고 그 수요에 기반해 가격은 결정된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구별되는 시장들의 세분화 이외에도 다양한 데이터에 의해 시장을 세분화할 수 있으며, 각 세분시장마다 가격-수요의 반응함수를 추정할 수 있다. 이 추정의 과정에서 단순히 가격-수요의 경제학적 탄력성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두 관계에 영향을 주는 추가적인 통제변수들도 고려한 모델이 필요하다. 그 다음 다양한 모델들 중에서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베스트모델을 선정하고 호텔의 목표와 자원을 고려해 최적가격을 결정한다. 이후에 가격을 실행하고 성과를 평가하며 이러한 결과는 다시 새로운 가격결정을 위한 기초 데이터로 활용된다. 이 메카니즘의 출발은 수요예측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카니즘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학습해 정확히 예측하고 적절한 가격을 제시한 호텔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과학을 적용한 객실수요예측 방법 필요
그렇다면 객실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는 전통적인 수요예측의 방법과 호텔업에 맞는 수요예측 방법 모두를 고려해볼 수 있다. 정량적인 방법, 정성적인 방법, 그리고 시스템적 방법이 있다. 일반적인 호텔의 경우 과거 가격과 수요 데이터가 존재하고 또한 이들 가격이나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한 데이터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정량적인 방법이나 시스템적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정성적인 방법은 데이터 확보가 어렵거나 불충분할 경우 또는 과거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신규 브랜드 호텔 등에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정성적 방법으로는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알려져 있으나 변수들의 상관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해 정량적 모델 수립이 불가능한 경우 전문가 의견을 통해서 계수를 추정하는 기법인 Judgmental Bootstrapping 방법, 특정 사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2~3회 반복적으로 예측치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전문가들 간의 의견이 수렴된 예측치를 도출하는 기법인 델파이법, 호텔상품이 지니고 있는 여러 속성들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분석해 다양한 예측에 활용하는 컨조인트 분석, 소수의 선택 가능한 대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평가해 어떤 대안이 선택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인덱스 분석 등이 있다. 정량적인 방법은 종속변수를 수요로 하는 인과관계에 근거한 회귀분석이나 시계열분석 그리고 주로 제조업의 제품에 적용하는 확산모형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인 소셜데이터에 기반한 수요분석도 많이 활용된다.
회귀분석은 항상 수요예측의 기본이 되며, 계절성이 있는 호텔업의 특성상 시계열분석 역시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다. 특히 시계열분석방법에는 지수평활법, ARIMA, VAR(Vector Autoregression), ECM(Error Correction Model) 등이 활용될 수 있다. 끝으로 시스템방법으로는 정보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시스템다이나믹스(System Dynamics),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 그리고 AI 기반의 방법론 등이 있다. 이들 모든 방법들이 제조업에 적합한 방법과 호텔업에 적합한 방법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최근 호텔업에서 수행한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요예측방법이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데이터과학의 시대에 걸맞는 머신러닝과 딥러닝기법을 활용한 수요예측은 글로벌 호텔의 경쟁우위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가 추후 지면이 허락한다면 호텔업에 필요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과학적 수요예측의 중요성, 경영자가 깨달아야
수요예측은 인류의 문명이 만들어지는 시점부터 진행돼 온 오래된 주제다. 수요예측은 전문가의 경험에 의한 단순 예측에서 시작됐으며, 현재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예측이 실행돼 왔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등 도시 문명에서는 수요예측이 지도자의 중요한 역량으로 인정받아 왔다. 고대의 양치기들은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으로부터 방목지의 면적과 양(Sheep)의 수의 상관성을 계산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양만큼만 방목지를 구매하고 비효율을 제거하며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수백 톤의 고대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는 상업거래내역, 사용한 자원, 재고품 목록 외에 수요예측을 위한 계산 등을 표현한 사례가 발견됐다. 고대부터 수요예측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경영자의 본질적인 경영행위였던 것이다. 최근 호텔산업에서는 점차 데이터의 관리가 용이해지고 다양한 수학적 알고리즘과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량적 방법과 시스템을 활용한 예측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데이터의 활용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데이터는 존재하나 분석은 할 수 없다.”라는 어떤 호텔 Revenue Manager의 말이 내 귓가를 맴돈다. 이제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분석 알고리즘과 컴퓨팅 기술을 수요예측에 도입해봄이 어떨런지 호텔경영자에게 묻고 싶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Hospitality
경영학부 교수/관광대학원 부원장
현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최 교수는 삼성경제연구소(SERI) 금융증권실, 경제동향실, 경영전략T/F팀에서 연구와 기업컨설팅을 수행했고, Great Human Software Co. Ltd. COO, CFO를 역임했다. 관심분야는 Business Analytics, Revenue Management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