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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목)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SNS를 통해 외국인들이 찾는 오지의 호텔, 아오니 온천(ランプの宿 青荷温泉)

 

일본 사람들도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찾아가기 힘든 아오모리현, 그중에서도 산길을 굽이굽이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산중에 특이한 호텔이 있다. ‘램프의 호텔’이라 불리는 아오니 온천(ランプの宿 青荷温泉)은 전깃불 없이 램프만 켜고 와이파이도 없이 지내야 하는데, 바로 그 점이 독특한 매력으로 유명해져 일본 사람들보다 외국인 손님들에게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램프의 숙소 아오니 온천이란?


아오모리현 쿠로이시시(青森県黒石市)에 위치한 ‘램프의 호텔’ 아오니 온천은 1929년에 문을 연 이래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깊은 온천이다. 개업 당시의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온천은 물론, 폭포, 연못, 계곡 등 아오모리 깊은 산속의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한 숙박객들 중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오니 온천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요소가 있다. 바로 휴대전화 신호와 와이파이가 닿지 않으며, 전기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방과 복도에는 수많은 램프가 놓여 있어, 오직 램프의 은은한 불빛만으로 공간을 밝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그래서 숙박객들은 스마트폰도 사진을 찍는 용도 외에는 활용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충전이 불가능하므로,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단절이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전기가 없는 만큼 텔레비전도 없기에,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경치를 즐기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된다.

 


90년 가까이 램프의 불빛으로만 료칸을 밝히며,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아오니 온천. 이곳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하는 특별한 장소다.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쉼과 휴식을 선사하는 곳이 바로 ‘램프의 호텔’ 아오니 온천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객실


료칸의 현관에 들어서면 먼저 2층까지 트인 넓은 공간이 숙박객을 맞이한다. '램프의 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천장에는 수많은 램프가 매달려 있어 따뜻한 빛을 내뿜는다. 왼쪽에는 아오니 온천의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매점과 카페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위쪽 벽에는 아오모리 현의 가장 유명한 전통 축제인 네부타 마츠리(ねぶた祭り)의 그림이 걸려 있다. 오른쪽을 보면, 숙박객을 맞이하는 프런트가 있으며, 오랜 시간 사용된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가구로 만들어져 있어 고풍스러운 매력을 더한다.

 


프런트를 지나 객실에 들어서면 다다미 방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전자기기 대신 좌식 테이블과 방석, 일본 차 세트, 그리고 램프만이 놓여 있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보통 일본 료칸에서는 저녁 시간이 되면 ‘오카미’라 불리는 직원이 직접 이불을 깔아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오니 온천에서는 숙박객이 직접 침구를 준비해야 한다.

 

 

이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오니 온천이 추구하는 ‘방해받지 않는 휴식의 철학’을 잘 반영한다. 누구의 간섭 없이 자신만의 페이스에 맞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에서, 숙박객이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이불을 펴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숙박객들이 객실에 들어오자마자 온천욕을 즐기고, 이불을 펴고 낮잠을 청하곤 한다고 한다. 이는 디지털 기기의 방해 없이 느긋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휴식을 찾을 수 있는 아오니 온천만의 매력이다.

 

 

4가지 온천 천국


아오니 온천의 자랑은 이름 그대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네 개의 온천이다. 하나씩 살펴보면, 첫 번째 ‘겐로쿠의 탕’은 계곡 옆에 위치해 있으며, 노송나무로 만든 욕조가 특징이다. 노송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온천에 몸을 담그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그 순간, 흐르는 물소리와 햇살, 그리고 나무의 향이 어우러져 몸과 마음이 자연의 기운 속에서 치유되는 느낌을 준다.

 


두 번째 온천인 ‘노천탕’은 큰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 대자연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와 눈을 맞으며 온천을 즐길 수 있어, 그 계절에 인기가 높다.

 


세 번째는 일본에서도 이제는 드물어진 남녀 혼욕탕이다. 이 혼욕탕은 여성 전용 시간을 제외하고는 남녀노소 함께 이용할 수 있어, 단골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혼욕탕 옆에는 나무 판자로 살짝 가려진 프라이빗한 온천탕 ‘코다카라노유(子宝の湯)’가 있다. 이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설이 있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네 번째 온천은 폭포를 보는 온천이라는 의미를 가진 ‘타키미의 탕’이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폭포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만, 겨울철에는 날씨에 따라 운영이 제한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온천을 자랑하는 아오니 온천의 매력은 객실 안에 있는 ‘내탕’에서도 이어진다. 객실 내 온천 역시 노송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며, 무색투명하고 무취의 온천수를 사용해 여러 번 입욕해도 피로감이 덜하다. 램프의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즐기는 온천은 자연스럽게 사색에 잠기게 하는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면, 샤워기가 없어 옛 방식대로 물을 통에 받아 씻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전기가 없어 드라이기나 전기 면도기를 사용할 수 없지만, 자연 바람에 머리를 말리는 것도 색다른 체험으로 다가온다.

 

 

저녁 6시가 되면 숙박객들은 모여 식사를 시작한다. 저녁 메뉴는 아오모리 현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와 생선구이로 이뤄진 소박한 향토 요리다. 램프 불빛 아래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저녁 식사의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식사 후에는 방으로 돌아가, 어둑해 진 공간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준비해 온 술과 안주를 즐기거나, 혼자서 램프의 불빛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야말로 궁극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즐기는 시간이다.

 

 

숙박객 대부분은 외국인


아오니 온천의 또 다른 특징은 숙박객의 80%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아오니 온천의 지배인은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고, 여행사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오모리 현의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휴식차 찾은 온천이 ‘램프의 호텔’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이 SNS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아오니 온천의 명성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들에게 ‘램프’가 주는 이중적인 매력이다. 램프는 그들에게 익숙한 것임과 동시에, 전통적인 일본 료칸의 분위기 속에서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다. 더 나아가, 전기도 전화도 되지 않는 아오니 온천의 불편함은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불편함이 그들에게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체험으로 다가왔고,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요소들이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아오니 온천은 이제 일본인들보다 외국인들이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오는 료칸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아오니 온천은 디지털 디톡스를 원하는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이 찾는 특별한 휴식처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

 

 

디지털 디톡스를 기대하는 SNS 유저들


우리는 매일 디지털 기기를 통한 끊임없는 자극에 노출돼 피로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아오니 온천은 디지털 디톡스를 유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온천에서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뇌와 몸의 피로를 줄이고, 신체의 긴장을 풀며, 자신이 어떻게 SNS를 사용하고 시간을 보내왔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SNS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됐지만, 그것들로 부터 떨어지기 위해 멀고 먼 길을 떠나 온 사람들, 그리고 이 곳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돌아가서는 다시 SNS로 자신의 이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디지털 디톡스를 기대하는 전 세계의 SNS 유저들은 지금도 이곳을 찾고 있다. 

사진 출처_ www.aoni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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