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치즈가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안단테 데어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소영 치즈 장인의 치즈로 약 10여 종의 치즈가 기계 없이 오로지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일주일 생산량이 100kg 정도에 불과해 그의 치즈를 받기 위해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줄을 선다. 무엇이 그의 치즈를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순수함이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다는 김소영 장인. 오로지 치즈를 향한 열정만으로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븟요리사커뮤니티가 주관한 김소영 장인의 강의를 통해 그의 치즈 인생을 들어봤다.
치즈를 통해 행복을 찾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김소영 치즈 장인은 생명공학도였다.
“생명이 가지고 있는 경이로움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는데 유전자 공학을 하다 보니 점점 생명을 이해하는 일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어요. 마치 신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행복하지 않았죠.”
한참 과학자로서의 회의감에 빠졌던 그는 손으로 생명을 다루는 일을 갈구하게 됐다. 그러던 중 프랑스 여행을 통해 치즈를 만났다. 미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치즈의 신세계에 입문하고 보니 같은 우유에서 각양각색의 치즈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에 캘리포니아 칼폴리 낙농대학에 진학, 신비로운 우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가 운영하는 치즈공방 안단테는 1999년에 설립됐다. 회사를 운영한다기보다 오로지 본인만의 치즈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에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그였다. 당시 미국은 공방에서 만드는 아티잔들의 치즈가 막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시기였지만, 치즈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낯선 동양인, 게다가 여자라는 이유로 김소영 장인은 우유를 공급할 목장을 찾는 일조차 어려웠었다. “당시 지역 전화번호부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 지역 목장의 번호를 다 찾아봤었어요. 그리고 직접 목장에 방문해서 우유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어요. 하지만 다들 ‘네가 왜?’라는 반응이었죠.” 그렇게 우유를 찾아 헤메이기를 50번째, 드디어 한 낙농업자를 만나 우유를 조금씩 공급받기 시작했고 19년째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안단테 공방은 산양농장과 유기농 농장 사이에 위치해있다. 그가 만드는 치즈는 약 10여 종. 공방에는 기계가 없기 때문에 전부 그의 손을 거쳐 수작업으로 치즈가 만들어진다. “기계가 치즈를 만든다면 아티잔들은 그저 기계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에 불과하지 않겠어요?” 20여 년 동안 고수해온 이러한 공방 운영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치즈도 숨을 쉬는 듯하다.
김소영 장인이 말하는 치즈
모든 음식재료에는 생명이 있다고 말하는 김소영 장인. 그는 ‘우유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강조한다.
젖소나 염소가 새끼를 낳고 새끼에게 좋은 영양분을 주기위해 우유를 생산한다. 오로지 목적이 새끼를 주는 것에 있기 때문에 사람과 마찬가지로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젖이 생산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새 생명이 태어나야만 얻을 수 있는 이 고귀한 식재료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존경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본인이 만드는 치즈를 어떤 셰프들이 사용하는지, 요리사들이 생각하는 치즈는 무엇인지, 치즈를 통해 어떤 음식들이 만들어지는지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는 요리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미국에서도 나파밸리의 레스토랑 셰프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현재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메도드, 프렌치론드리, 부숑과 같은 레스토랑에서 그의 치즈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인 요리사 최초로 레스토랑 2곳에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토머스 켈러 셰프는 19년째 그와 연을 맺고 있다.
치즈로 풀어내는 철학
치즈에 빠져 살아온 지 20여 년. 많은 이들의 관심과 도움을 통해 성장해왔기에 이를 어떤 방식으로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어를 쓰지만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언어는 서로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생산자와 요리사, 그리고 소비자의 언어가 다를 것이고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소통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정해진 답은 없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라도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이제는 치즈를 만드는 일에서 더 나아가 건강한 업계의 발전을 위해 한국을 수시로 찾고 있는 김소영 장인. 5년간 비영리로 요리사들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요리사 사이의 지속가능한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븟요리사커뮤니티’를 만나 셰프들과 함께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들어오는 치즈의 종류도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정확한 치즈에 대한 개념을 일러주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치즈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셰프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치즈의 맛을 올바로 즐길 수 있을지 김소영 장인과 함께 토론하며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븟요리사커뮤니티는 외식관련 인문·사회·역사학 강의인 ‘공부해서 남주자’와 지역과 생산자를 만나는 ‘L.I.S.S 요리여행’, ‘요리원서전’ 외에도 다양한 협업행사를 기획해오고 있다. 그 중 ‘L.I.S.S 요리여행’은 요리사들로 하여금 과연 우리가 사용하는 식재료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게 하고자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요리사들의 생각을 넓히고 건강한 요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븟요리사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은 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요리에 대한 진실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셰프들이라면 븟요리사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