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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리조트

[류근수의 Design Lesson] Lesson No. 6, 클래스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디자인하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곧 발간될 잡지, 모노클(Monocle) 서울판을 위해 지인을 통해 몇몇 호텔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먼저 신라, 하얏트, 힐튼, 조선, 롯데, 인터컨티넬탈, 그리고 카푸치노 등 재벌계열 호텔은 제외했습니다. 잡지의 성격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역, 혹은 특정주제와 엮어 북촌과 한옥스테이고이, 지역사회공헌 핸드픽트 호텔, 러브호텔과 소설호텔, 을지로 대형업무지역과 스몰하우스빅 도어를 소개했고 마지막으로는 포시즌스 호텔을 꼽았습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현존하는 한국 최고이기도 하지만 복합개발이 아닌 순수한 광화문 업무 지역 가운데 있어서 대중교통과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고급호텔입니다. 기존의 고급호텔들도 모두 도심에 있지만 언덕, 차도 등으로 둘러싸인 섬과 같은 입지를 갖고 있거나(신라, 그랜드 하얏트, 밀레니엄 힐튼, 조선, JW 메리어트 동대문) 블록 전체를 복합단지로 차지하거나(롯데, 인터콘티넬탈, JW 메리어트호텔 서울), 로비를 고층으로 올리고 있죠(파크 하얏트). 각 시대가, 입지가 요구했던 호텔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어떤 의미로든 호텔은 혐오시설인 것처럼 비밀스럽고 감추는 것 같은 이미지를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미와 일본호텔들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소통, 의도되지 않은 만남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특급호텔은 숙박의 기능도 있지만 음식, 술, 그리고 음악을 둘러싼 어번 엔터테인먼트의 장이란 기능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JJ 마호니로 대변되던 특수한 계층을 위한 시설보다는 개인소득이 올라가고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시장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시설을 요구하게 된 것이죠. 늦은 시간에 시내 중심가에서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음식점을 찾기란 의외로 어렵습니다. 그럴 때 사대문 안에 있는 고급호텔은 훌륭한 대안이 됩니다. 빌모트 본사 사장 방문때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 포시즌스 호텔 일층의 마루(Maru)에서 햄버거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데이다이닝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개념의 MD를 모색하는 중저급호텔을 제외하면 고급호텔들은 살짝 굼뜬 감이 있습니다.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이 호텔의 건축설계를 했기 때문에 공사현장을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많은 건축물 중에 호텔이야말로 그 속과 겉이 전혀 다릅니다. 두텁게 바른 화장 덕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밑바탕을 알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화장에도 파운데이션이 중요하지요? 호텔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마감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바탕도 중요합니다.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바탕에 관련된 고충이 많았고 에피소드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수영장, BOH, 옥상정원 등 해결된 것도 있고 해결되지 못한 채 운영의 몫으로 남겨진 부분도 있습니다.


이번에 초대한 윤옥영 서울옥션 이사와는 알고 지낸지 15년 정도 됩니다. 그가 하는 일은 서울옥션에서 경매를 위해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소싱하고 경매를 통해 작품을 팔고 싶어 하는 개인들을 관리하는 국제팀의 팀장으로 이번 포시즌스 호텔의 작품선정에도 관여했습니다. 홍콩의 회사 D Art가 컨설턴트였고 국내작품 섭외와 설치를 윤옥영 씨가 담당했죠. 또한 정동욱 사진가는 우연하게 알게 됐는데요. 2013년쯤 이태원에 살 때 주말 이른 아침 길거리에서 건축사진을 찍고 있는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루마운틴골프장을 시작으로 미래에셋과 인연을 맺었고, 포시즌스도 그가 찍었습니다. 사실 그 사진을 서울옥션에서 사용했으니 서로 간접적으로 관계는 있었죠. 그 밖에 히든클리프호텔, 네스트호텔, 파라다이스시티, 드래곤시티 등 최근 유명한 호텔사진은 모두 찍었습니다. 이렇게 큰 시설의 경우 건물주, 인테리어회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건축사진을 찍게 됩니다. 정동욱 사진가는 인테리어회사가 의뢰해서 포시즌스의 내부사진을 찍었다고 해요. 같은 건물이라도 누가 의뢰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결과물이 다르다고 합니다.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꾸민 공간을 점유하는 예술작품 큐레이터와 그 공간을 새로이 해석하고 전달해야 하는 사진작가와의 만남이라니 참으로 근사합니다. 그들이 생각하는‘호스피탤리티란? 호텔이란? 럭셔리란?’ 궁금하시죠? 자리에 앉아 서로 통성명을 하자마자 ‘럭셔리 호텔은 무엇, 아니 어느 호텔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도 유럽과 한국에서 좋은 호텔들을 많이 봤지만 그들의 시각이 궁금하더군요.




윤옥영 씨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과 콘다오(Con dao)의 식스센스(Six senses)를 꼽았습니다. 강북권에서 점심식사하기에 가심비가 좋아서 포시즌스의 보칼리노(Boccalino)를 종종 이용한답니다.


그럼 외국인들은 어떤 기준으로 국내 고급 호텔을 선택하는 걸까요? 아무래도 내국인은 욕실용품 등의 어메니티, 스파, 웨딩 등의 이벤트, 뷔페식사, 애프터눈 티 등의 식음료 서비스를 중요시 합니다. 유의미한 매출로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20~30대 여성 고객들이 SNS로 유통하는 정보가 많기는 하죠. 반면에 외국인은 호텔 내의 피트니스시설과 주변지역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고 윤옥영 이사는 말합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중국풍이라고 한 디자이너 이야기를 이어봅니다. 호텔 측은 처마의 곡선과 한옥의 모티프를 외관에 도입했다고 합니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DDP도 그랬죠. 판단은 마케팅담당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하는 것. 전체 인테리어를 맡았던 홍콩회사는 어디서 들었는지 윤선도의 오우가를 주요한 디자인 요소로 가져왔답니다. 그 속에 등장하는물·돌·소나무·대나무·달의 다섯 요소를 재료로 해석해서 디자인 했다는 말이죠. 이미 유명한 김종구 작가의 쇳가루 산수화를 비롯해서 예술작품에서도 한국적인 것들을 많이 넣으려고 했다는데 결과적으로는 중국풍이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디자이너의 DNA겠죠. 시대에 맞는 한국디자인의 정체성을 찾는 날은 언제가 될까요? 모던한 일본스타일, 중국스타일은 있지만 모던한 한국스타일은 아직 없습니다. 처마선, 색동에서 벗어난 새로움을 기다립니다.


한편 식스센스는 어딘가로 숨고 싶을 때 가는 곳이랍니다. 식스센스 리조트는 자연친화적인 건축으로 유명하죠? 인공재료를 쓰지 않아 그냥 보면 디자인이 심심한 곳입니다. 휴식을 위해서는 강렬한 자극이 오히려 독이 되겠죠. 이야기는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아트’를 내세우는 최근의 경향으로 넘어갑니다. 해외의 경우와 달리 국내에서는 오너의 콜렉션을 과시하거나 건물을 다 짓고 난 후에 작품을 억지로 우겨넣는 경우가 많은데 유명가구로 채우는 것처럼 부질없는 짓입니다. 진정성 없는 럭셔리는 허영일 뿐이죠. 세밀한 큐레이션이 필요합니다.




정동욱씨는 건축사진을 하기 전과 후가 달랐습니다. 어릴적에는 W 호텔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사진전공을 하면서부터는 포시즌스 호텔 도쿄를 우선으로 꼽네요. 그는 최근에 Design hotel members 계열의 호텔들에 눈이 간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그런 호텔들은 처음부터 사진발이 잘 받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꾸몄다고 볼 수도 있겠죠. 어쩌면 건축 계획단계에 사진가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요? 저는 건축가이니 예술작품이나 인테리어보다는 건축가 혹은 스토리에 관심이 갑니다. 스리랑카의 파라다이스 로드(Paradise road) 그룹은 제프리 바와 건축가의 건물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들이 개발한 콜롬보의 틴타겔(Tintagel) 호텔, 접근성이 좋고 로비공간이 멋진 암스테르담의 콘세르바토리움(Conservatorium)이 럭셔리 호텔로 기억에 남습니다.


수다가 끝나고 저와 정동욱 사진가는 Johana Kim 매니저의 안내로 디럭스룸, 팰리스 뷰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그리고 프레지덴셜 스위트를 함께 둘러봤습니다. 되풀이되는 디자인문법도 있지만 급에 따라서 조금씩 변주가 일어나다가 스페셜 스위트에서는 절정에 이릅니다. 윤옥영 이사는 로비의 자비에르 베이앙을 맘에 들어했고, 필자는 객실과 수영장에 걸린 이영배, 황혜선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띄네요. 포시즌스는 스스로 유명가구, 조명기구를 홍보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을 빛내는 호텔이 아니라 호텔을 빛내는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언젠가 소개했던 씨마크호텔과는 다른 성격인데요. 어찌 보면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디자인, 플로리스트, 총지배인, 레스토랑, 바텐더 등 각 콘텐츠가 알려지기는 하지만 ‘포시즌스’라는 이름과 경쟁하지 않네요. 각각 미래에셋과 현대중공업이라는 모기업이 있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이미지와 재벌가의 입맛이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것도 같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이제껏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제게는 특급호텔의 기준이었습니다. 공항 접근성, 벽돌로 정성스레 만든 드롭존과 절제된 연말장식, 천장의 높이를 잘 이용한 로비, 전설이 되는 파리스바, 17층 그랜드 클럽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강남의 전망, 그리고 보이지 않는 치밀한 서비스는 가깝게 볼 수 있었던 정석인데요.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 잠시 따라온 적도 있지만 진정성이라는 기본 요소는 극복이 불가능하더군요. 이제는 포시즌스가 그 자리를 위협합니다. 한 쪽으로는 경희궁, 경복궁이 내려다보이고 다른 쪽으로는 종로의 현대식 건물들이 보이는 전망, VIP들이 좋아할 미술관과 박물관이 늘어선 삼청동과 가까운 데다가 미쉐린도 인정한 레스토랑과 바를 다채롭게 구비하고 있으니, 서비스에서만 자리를 제대로 잡는다면 수 년 내에 확고부동한 대표호텔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의 호텔시장도 변하고 있습니다. 재벌이 지배하고 있던 이 시장의 꼭대기에 포시즌스와 여의도 페어몬트가 들어서서 스펙트럼을 늘려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난티와 같은 로컬 브랜드가 외국의 시설을 모방하거나 급에 맞지 않는 현란한 라벨로 치장하지 않고 한국의 디자인을 입힌 시설에 내부에서 길러낸 인력으로 한국의 호스피탤리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날이 올까요?

lesson no.6
클래스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디자인하라.

류근수
루트 디자인 파트너스 대표
프랑스, 포르투갈에서 마시밀리아노 푹사스, 쟝 미셀 빌모트, 알바루 시자의 작업에 참여했다. 호텔, 복합개발사업 전체단계에서 발주처 자문, 계획/설계단계에서 국내외 설계사 코디네이션 그리고 공간/특주가구의 디자인/제작/설치 총괄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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