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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 & Resort

[류근수의 Design Lesson] Lesson No.2

Boutique is not about design, so stop over-designing your hotels. i think a boutique lifestyle hotel is not about design, it’s about manifesting an approach and offering something to address popular culture.
most people don’t understand it’s not about the design. like special effects in a movie, it makes a good movie better,
but it doesn’t make a bad movie good. i worry that the industry is falling into the same trap from before that we saw.
it’s the same kind of hotels now in different colors.
- ian schrager

이 바닥의 구루guru인 이안 슈래이거가 한 말입니다. 색깔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호텔, 레스토랑들이 넘쳐납니다. 끝없이 바꿔서 못 따라오게 하거나 아무도 못 따라오는 나만의 길을 가는 것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살로또 봄봄 salotto bombom
오늘 함께 한 전통체험 공간, 고이goi의 정진아 대표는 임도경 셰프, 아니 이제 이음fnb의 임도경 대표와는 언니 동생하는 사이. 엄청 친한 척하지만 사실 작년에는 서로 바빠서 얼굴 본 적이 없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제가 수첩도 꺼내기 전에 수다는 바로 시작. 워워. 대화를 끊습니다.
임도경 대표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요리를 좋아해서 겁도 없이 고향인 대구에서 가게를 열었고 그렇게 주방경력을 서울서도 이어갑니다. 한 번쯤은 누구에게나 오는 충동을 따라 이탈리아로 떠나게 됐고요.
“왜 이탈리아 요리죠?”
멋 부리지 않는 솔직함이랍니다. 까탈스러운 어머니의 집밥에 익숙했던 임 대표는 좋은 재료로 손님을 집 같은 분위기에서 대접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하고 돌아와서는 2008년 이태원에 메뉴 달랑 두 개인 ‘봄봄bombomb’을 엽니다.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돌아와 갈증이 심하던 정진아 대표가 지인의 소개로 임도경 셰프의 미트볼을 맛본 것도 그 무렵. 사실 봄봄이란 봄여름가을겨울의 봄이 아니라 주력메뉴였던 미트볼 스파게티의 큰 고기 덩어리가 닮은 둥근 폭탄(라 봄바la bomba_ 이탈리아어)에서 따왔습니다. 조금 알려질 무렵, 임대차 소송에 휘말리고 법원에서 눈물 한 바가지를 쏟고서 쫓겨납니다. 2012년 한강진역으로 옮겨서도 처음에는 그리 쉽지는 않아서 손님이 없는 틈?을 타 고전도 많이 읽었고요. 계절이 지나면서 드디어 메뉴로 한 페이지를 채울 정도가 됐답니다. 정진아 대표의 소개로 중요한 자리의 케이터링도 하게 되고요. 블랙올리브 스파게티가 당시의 히트상품이었습니다.
전 혼자서 혹은 아내랑 몇 번 갔었는데요. 옆 건물에 살았고 무엇보다 주방장을 쳐다보는 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때 다니던 프랑스회사에서 출장 나온 본사직원들과 늦게 갔다가 퇴짜도 몇 번 맞았죠. 작거든요. 그러다 작년 초에 본사 디자이너와 같이 갔습니다. 미쉐린 3성, 라리스트 최고의 셰프인 기 사부아guy savoy(본지 2월호 참고)의 레스토랑을 거의 다 디자인한 엄청 까다로운 사람인데 정말 잘 먹었습니다. 포도주도 맛났고요. 그랍파grappa가 없다고 투덜댔더니 마르살라marsala를 서비스로 내주는 센스! 그때 식탁 너머로 살로또 봄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죠.
그리고 작년 말에 같은 디자이너와 살로또 봄봄에 가보려고 전화했더니 예약이 찼다네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가봤습니다. no-show가 많잖아요? 다행히 자리가 나서 2층에 앉아 있으니 임도경 대표가 알아보고는 흔쾌히 직접 요리해줬습니다. 늦은 밤의 짙은 소스에 피로를 끼얹고 취기를 뿌리고 왁자지껄하게 버무려서 정작 공간에 대한 기억은...



다시 오늘, 여기는 유니베라의 레스토랑 ‘이음’이 있던 곳으로 임도경 셰프는 전에 일하던 회사의 SOS에 돌아와 이제 두 개의 봄봄(18석의 한남봄봄과 96석의 성수봄봄)과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이음fnb의 대표입니다. 대단하죠. 한남동에서의 쉽지 않았던 몇 년은 자양분이 됐습니다.
산업시설과 업무시설이 많은 성수 한 복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어떤 접근을 해야 할까요? 임도경 대표는 고집을 피웁니다. 좋은 재료, 가식 없는 조리법, 편안한 분위기의 살롱, 살로또입니다.

salòtto :
1. 거실
2. 응접실에 모인 사람
출처_ NAVER itdictionary

이곳은 일시에 몰리는 주변 회사원들의 점심메뉴 공략을 생각하면 꾸미기가 그리 간단하지 않았고 어려운 상황에 구원투수를 맡게 돼서 초기투자도 과감하게 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바깥에서 더 잘 보이게 배너를 달고, 바로 들어오게 입구를 옮기고, 더 편안하게 이층에 소파를 깔고, 너무 새 집 같지 않게 오래된 식기를 손질해 다시 쓰고, 더 집중할 수 있게 주방을 적당히 가리고... 기본적인 것들을 조금씩 먼저 손봤다고 하시네요.
반년 정도 지난 지금, 시행착오를 거쳐 두 봄봄에 다른 빛깔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팀을 재정비, 완전히 나뉜 한식팀과 양식팀이 점심과 저녁을 책임집니다.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션(메뉴판, 홍보 등)을 전담합니다. 결과물도 산뜻해서 이름이 주는 청량감과 연결됩니다. 한남은 우여곡절 끝에 야심 찬 젊은 요리사를 찾아서 온전히 맡기고는 ‘임 셰프’의 색깔은 지우라고 했답니다. 반응이 있어 최근에 아이돌 가수들이 태그해서 난리가 났습니다. 통했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임 대표는 경영자로서의 총괄하는 역할을 합니다. 쿠킹클래스, 피크닉메뉴 등의 프로젝트 기획과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순환근무제 등 관리 운영을 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전 이 공간이 가진 잠재력을 확실히 터트리고 싶습니다. 건강기능식품, 고기능성화장품을 취급하는 모기업과,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는 리스토란테 이탈리아노의 이미지를 이미 물들인 산뜻한 색과 어울리는 인테리어로 좀 더 살렸으면 합니다. 참 빛도 매만지고 싶네요. 공원의 푸르름이 시작될 봄이면 보색 대비가 되는 붉은 벽돌건물이 아름답게 보일 테고 따스한 햇살이 밝은 바닥을 받고 이층으로 오릅니다. 해가 지면 봄봄의, 임도경 대표만의 꾸밈없고 정갈한 요리와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은은한 불빛이 연인들의 얼굴을 편안하게 감싸겠죠?




Boutique has nothing to do with size, it has to do with having a single focus,
an attitude, product distinction, creating an elevated experience.
- ian schrager

고이goi
고이는 북촌한옥마을 초입에 있습니다. 골목을 한 번 꺾어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상인데요. 별 다른 표지판이 없어도 목소리는 낮아지고 호흡은 잦아듭니다.
작년 여름에 회사의 중요한 고객 부부께서 여름휴가를 오셔서 이리로 모신 적이 있네요. 많은 물건들을 전통장인들과 함께 기획/제작했습니다. 이 시대에 전통을 잇는다는 좋은 뜻도 있지만 사실 제게는 그냥 차분한 공간입니다.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귀찮게 하지 않고 시끄럽지 않고 나만을 위한, 그냥 조용한, 자기성찰의 공간. 주말에 어디 훌쩍 떠나 머무를 만한 숙소가 없습니다. 봐달라고 소리치는 요란한 건물, 인테리어, 가구들로 채워진 곳이 아니라 그저 호수, 산이 가까이 있어 산책하고 책을읽을 수 있는 곳 어디 없나요? 밖에서 들여다보기에 멋진 절보다는 안에서 내다보기 좋은 서원이 좋겠습니다. 디자인이란 주관적인 것이지만 환대산업은 기본적으로 남을 위한 내 것입니다. 그 접점을 찾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아름다움을 공부하고(미술전공) 손님 맞이하는 일을 했고(호텔) 아름
다움을 알리는 일(미술관 홍보)을 하던 정진아 대표는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누가 잘 만들고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를 아는 것 같네요. 외모와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지만 촉수를 사방으로 뻗쳐 세상을 느낍니다.
여러 기회로 드나들었던 고이의 공간은 말 그대로 머무는 사람을 고이 받드는 기분을 줍니다. 공간의 기운이 지나치지않아서 내 몸의 기운이 그 틈을 가 득채우고 나와 합일이 된다고 할까요? 크기géometrie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고이 담아 온 물건들이 적당한 크기로 적당한 자리에서 손길을 기다립니다. 오래된 한옥에서 느끼는, 한 사람 한 사람 딱 맞게 재단한, 거품 없는 느낌. 그런 뜻에서 오늘날 규격화된 공산품인 아파트,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등은 내 몸에 맞지 않아 걸리적거립니다. 



고이를 준비하면서 가장 잘한 일이
디자이너에게 그들의 역할을 주고 소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정진아, stayfolio.com과의 인터뷰

작을수록 많지 않은 요소들을 결정화해서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보여주기 좋습니다. 그러면 작은 공간이니 혼자서 다 할 수 있을까요? 고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협업의 결과입니다. 포스트포에틱스post poetics와 만들어낸 아이덴티티를 그라브grav와 물리적인 공간에 담아냈고 그 속을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와 보성, 하동에서 떠온 차 향기로 채웁니다. 그렇게 채웠지만 정진아 대표는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벗겨내고 걷어내서 육감적인sensuel 경험만 남겼네요. 수납장, 그 속의 물건들, 간단한 거실의 가구들 한 점 한 점 예사롭지 않죠. 게다가 목화솜 침장류라니. 바스락, 스윽, 꿀꺽, 딸그락, 기분 좋은 소리들이 만져집니다. 이 시대, 이곳에 대한 삶의 철학을 담은, 서울에서 유일한 라이프스타일 호텔입니다.

goi_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11길 13-12 / 070-4116-8633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을 때 두 분 모두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언니는 요리를 매개로 찾아오시는 분들께 좀 더 임도경만의, 봄봄만의 경험을 직접 대접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 중이고 동생은 그 촉을 뻗쳐 사람들을 좀 더 알고 만나고 이어주는 관계성을 사업에 적용하고 싶다고요.
오늘의 글을 정리하다 보니 역설적이게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전 균형 있는,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그런 튀지 않는 디자인은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총지배인이, 오너가 욕심을 부려 호텔과 레스토랑을 개인 박물관으로 만드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좀 봤다고 모든 것을 홀로 처리하다 보면 균형을 잃기 쉽겠죠. 전문가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lesson no.2
전문가들을 믿고 함께하라.


류근수
루트 디자인 파트너스 대표
프랑스, 포르투갈에서 마시밀리아노 푹사스, 쟝 미셀 빌모트, 알바루 시자의 작업에 참여했다. 호텔, 복합개발사업 전체단계에서 발주처 자문, 계획/설계단계에서 국내외 설계사 코디네이션 그리고 공간/특주가구의 디자인/제작/설치 총괄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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